1장 – 황도 입성
베릭트는 신의 도시 겐트의 전경을 말없이 올려보았다.
겐트는 불과 몇 년 사이에 놀랍도록 발전해있었다. 그 증거로 슬레이트 지붕의 빈민가는 이제 그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었다. 상가는 물론이고 주택가의 건물들마저 기풍이 느껴지는 기와지붕과 목재 가로대로 마감되어 있었다.
길거리의 상태도 옛날과 달랐다. 흙바닥이 대부분이었던 겐트의 골목은 이제 리놀륨 바닥재로 꼼꼼하게 포장되어 있었다.
마천루의 난립도 눈에 띄었다. 예전에 왔을 땐 골조 공사를 하고 있었던 고층 건물들이, 지금은 죄다 완공되어 있으니 그 압도감이 상당했다. 지나칠 정도로 많은 것이 변해 있었던 까닭에, 이곳이 정말 ‘그 겐트’가 맞나 하는 착각이 일어날 지경이었다.
‘후우…….’
하지만 감상을 길게 하고 있을 여유는 없었다.
베릭트는 어제 그녀와 나눈 이야기를 회상했다.
「그 아이가……. 살아 있다고?」
「겐트에서 황도군과 함께 하고 있는 모습을 분명히 봤습니다. 거짓말이라고 생각된다면 즉시 방아쇠를 당겨도 좋아요.」
베릭트의 이성은 그녀의 말이 함정이라고 판단했다. 감성 또한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일축했다. 그런데도 베릭트는 방아쇠를 당기지 못했다. 그녀의 말이……. 만에 하나라도 사실이라면, 이런 곳에서는 죽을 수 없었다. 어떻게 해서든 살아야 했다.
「그러니까 치료를 받으세요. 일단은 살아야 다시 만날 수 있는 법이예요.」
* * *
겐트 정문의 경비대장 콘은 베릭트의 몰골을 찬찬히 살폈다.
트렌치코트 여기저기에 뚫려 있는 총알 구멍이 가장 먼저 시야에 들어왔다. 그 다음으로는 피에 젖은 라펠이 눈에 띄었다. 색체로 미루어 짐작하건대 응고된 지 얼마 안 되어 보였다. 코트 안의 상반신 또한 피로 물든 붕대로 칭칭 감겨 있었고, 허리에는 두꺼운 탄띠가 단단히 채워져 있었다. 이런 남자를 신원 확인도 하지 않은 채, 겐트로 입장시킬 순 없었다.
「손 들엇!」
무대포라 불리는 경비대장 콘이 소리쳤다. 카르텔의 세작을 겐트로 입장시켰다가 비연의 비웃음을 산 게 벌써 세 번이었다. 상관인 니베르로부터 더 이상의 실수는 수습할 수 없다는 엄포도 들었다. 콘으로서는 이제 더는 실수할 수 없는 입장이었다.
「네 정체를 밝혀라! 카르텔이냐?!」
우렁찬 그의 목소리가 겐트의 하늘 아래에서 메아리쳤다. 그 모습을 멀리서 지켜보던 경비대원들은 한숨과 함께 고개를 가로저었다. 카르텔이냐, 하고 물었을 때 카르텔이오 하고 대답한다면 그 누가 고생을 할까. 저렇게 무작정 심문을 해대니까 무대포 소리를 듣는 거라고 경비대원들은 생각했다.
하지만 그 뒤에 이어진 베릭트의 대답은, 모두의 예상을 깨끗하게 배반했다.
「지금은 아니지만, 한때 카르텔에 몸을 담고 있었던 것은 맞네.」
콘의 동공이 찢어질 것처럼 커졌다. 콘은 생침을 꿀꺽 삼켰다.
「이, 이름은?」
「베릭트라고 하네만.」
베릭트? 귀에 익은 이름이다.
콘은 그 이름을 머릿속으로 되뇌면서 니베르에게 전달 받은 카르텔 간부 리스트를 펼쳤다.
벤팅크? 아니고.
클라에스? 아니고.
첫 장에도 없는 이름이고, 두 번째 장에도 없는 이름이다. 세 번째 장에도 없는 이름이고, 네 번째 장에도 없는 이름이다. 다섯 번째 장과 여섯 번째 장을 넘겨 마지막 장까지 이르렀을 때, 콘은 리스트를 다시 한 번 꼼꼼하게 읽었다.
란제루스? 아니야.
지젤? 아닌데.
베릭트? 아닌 것 같고.
엔조 시포. 아니네.
「뭐야, 여긴 없는 것 같은데. 당신 이름이 뭐라고?」
「베릭트.」
베릭트라…….
콘은 이상하다고 생각했다. 뭔가 굉장히 낯이 익은 이름인데, 어디서 봤더라?
잠깐 생각해보던 콘은 순식간에 낯빛이 하얗게 질린 채, 리스트의 마지막 장을 보았다.
베릭트라는 이름.
분명히 적시되어 있었다.
- 전설의 데스페라도. 카르텔의 명실상부한 2인자.
비고란에는 이런 말도 덧붙여져 있었다.
- 전장에서 마주칠 경우 반드시 퇴각하고 보고할 것.
콘은 떨리는 눈동자로 베릭트를 쳐다보았다.
「저, 이 베릭트가, 당신 맞습니까?」
손가락으로 종이에 적힌 베릭트의 이름을 가리키며 콘이 물었다. 베릭트는 픽 웃고 말았다.
「내가 맞는 것 같네.」
「후…….」
콘은 깊은 숨을 두어 번 들이켰다. 그러더니 이내 겐트 정문을 향해 냅다 달리기 시작했다.
「니베~~르 대~~~령니이이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