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샷] [ 스압 주의 ] 순수이성비판 그리고 계몽(Insight)

[JORDANGOM]


블러드본에는 '계몽'이라는 것이 존재합니다.

이 계몽은 보스 몹과 처음 마주쳤을 때, 보스 몹 사냥에 성공했을 때 그리고 새로운 지역을 발견했을 때 등과 같은 경우에 각각 획득할 수 있는데, 재미있는 점은 계몽 수치가 올라갈수록 발광(發狂)에 대한 저항력이 낮아지고[즉, 더 쉽게 광증(狂症)이 발병하게 된다는 말이죠. 게임 내적으로는 발광 수치가 더 빠르게 차오른다는 말이기도 하고요] 지금까지 볼 수 없었던 존재를 볼 수 있게 되며 들을 수 없었던 소리를 듣게 된다는 사실입니다.

[ 아미그달라는 원래부터 그 자리에 존재하고 있었다. 야수 사냥꾼의 주관적 인식과 무관하게... ]

블러드본에서의 계몽은 (그 한국어 표기와는 달리) 'Enlightenment'가 아니라 'Insight'입니다.

통찰력.

예리한 관찰력으로 사물을 꿰뚫어 볼 수 있는 능력.

다시 말해, 야수 사냥꾼은 계몽을 얻게 됨에 따라 사물과 현상을 통찰하는 능력을 가지게 되고 이를 통해 인간의 이해를 초월한 존재와 조우할 수 있게 된다는 것이죠.

그런데 바로 이 지점에서 문제가 발생합니다.

위대한 철학자 임마누엘 칸트의 순수이성비판에 따르면, 인간에게 가능한 경험의 대상은 시간-공간 중에 주어지는 '현상'이지 결코 인식 주관과는 무관하게 존재하는 '사물 그 자체'일 수 없기 때문입니다.

조금 어렵죠?

이해를 돕기 위해 예를 들어 설명해 보겠습니다.

인간의 눈은 적외선, 자외선을 볼 수 없습니다. 그러므로 인간이 보고 느끼는 세계는 결국 가시광선에 반사된 세계에 불과합니다. 

역으로 가시광선에 반사된 세계는 볼 수 없고 적외선 또는 자외선에 반사된 세계만 볼 수 있는 존재가 있다면, 그가 보고 느끼는 세계는 우리의 그것과 상당히 다를 겁니다(실제로 이런 세계를 볼 수 있도록 도와주는 기계 장치들이 존재하죠).

즉, 우리는 (우리의 인식 능력과 무관하게 존재하는) 세계의 객관적인 실체(사물 그 자체)의 모습을 볼 수도 없고 느낄 수도 없습니다. 그저 우리의 인식 능력이 허용하는 범위 내의 세계(단편적인 세계)를 볼 수 있을 뿐이에요. 

[ 임마누엘 칸트는 순수이성비판을 통해 이 점을 지적함으로써 철학적 담론의 한계를 제시했죠. ]   

사물을 꿰뚫어 볼 수 있는 능력(Insight)이 인간의 능력인 이상, 이 통찰력(블러드본의 계몽)에는 일정한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고, 따라서 계몽(통찰력) 수치가 올라간다고 해서 지금까지 볼 수 없었던 아미그달라 등을 볼 수 있게 된다는 건 과학적-논리적인 것이라 하기 어렵습니다.

인간이 통찰력을 얻는다고 해서 적외선이나 자외선을 볼 수 있게 되는 건 아니니까요.

그래서 명탐정 곰난은 추론합니다.

블러드본에서의 계몽(Insight)은 단순히 인간의 통찰력을 강화시키는 것이 아니라 인간의 감각 기관 자체를 변화시키는 것이 아닐까 하고요.

즉, 적외선이나 자외선을 볼 수 있는 눈으로 변화시키는 그런 것이 아닐까...합니다.

[ 히히 ]

[ 조금 늦었지만, 블러드본 생일 축하해 ]

[아마존슨]

이것은 미야자키가 높게 평가

[JORDANGOM]

히히, 감사합니다!

[나메크별의 피콜로]

개똥철학 전공이라 칸트는 쬐금 어렵네요...ㅎㅎ

과거 관념론이나 유물론 철학과는 다르게 현대 양자역학은 관찰하지 않으면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 점차 힘을 얻고 있습니다.
과연 우리가 사는 세상은 게임처럼 시물레이션이며 우리는 NPC에 불과한 걸까요?
내가 NPC라니...ㅜㅜ

[JORDANGOM]

히히, 사실 누군가가 진행하는 시뮬레이션 속 NPC일 수도 있지만, 그의 캐릭터(주인공)일 수도 있죠. ㅋㅋㅋㅋㅋ 망캐일 가능성도 있.............

[JORDANGOM]

오오, 훌륭한 말씀 감사합니다.

[눈물껄룩]

미콜라시가 하는 말을 들어보면 보스를 죽일 때 마다
R18 히토미를 평균 2개에서 많으면 8개씩 얻고
계몽 높으면 야수 게이지 혜택이랑 스택이 적어지는걸로
봐서는 계몽이 위대한 냥꾼이를 권속에 좀 더
가깝게 만드는 요소라 봅니다

블본 내에서는 야수를 빚어 만든게 인간이고
인간 내부에 잠재적 야수가 있고(야수병과 회혈병이
나돌아서 그런 인간들을 야수로 만든거고)

결국 냥꾼은 본인이 직접 야수가 되질 않아도
악몽속 고대 사냥꾼들처럼 야수보다 더 위험한
애들이 될 수도 있고, 권속이 될 수도 있는데
결과적으론 인간이 아니게 되네요 어떤 경우든

[JORDANGOM]

맞아요, 인간의 한계를 넘는 능력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결국 인간 외 존재에 가까워지는 정도의 변화가 필요하다고 봅니다.

히히, 계몽 수치가 높을수록 야수성이 덜 발현되고 발광 저항력이 낮아지는 부분을 보면 인류의 문명화-과학화 과정을 보는 느낌이기도 합니다.

블러드본 스토리는 정말 엄청나게 심오한 느낌이에요.

[루리웹-3702072873]

하루종일 뭔가 정신없었네염. 곰난 똑똑하심. 에라이(일본어로: 장해!)

[JORDANGOM]

에라이! 히히 아리가토데스!!!

즐주 즐주 하세요!!!

[루리웹-3702072873]

프롬의 아트워크는 역시 최고입니다!

[JORDANGOM]

곰은 이것들도 주문했어요. 히히, 일본어 판이라 아쉽지만요. ㅋㅋㅋㅋ

[루리웹-3702072873]

와우 찐팬인증. 즐감하셔요~

[JORDANGOM]

[프롬겜-5195658045]

그것은 뇌 속의 눈. 셋의 세번째 탯줄. 깨달음은, 감각과 지성에서 나오므로, 계몽, 그것은 뇌의 구조적 변화일 것이다.
같은 의미로, 카릴문자들을 새기는 것 또한, 권능의 영향을 받아 몸을 개조하는 것일지도 모릅니다. 인간을 코스의 먹이로 만드는 양분의 침대가 대표적이죠. 야수화도 그렇고요.

+ 내리는 별의 짐승들은 인간의 해골과 닮은 것 안에, 두개골 쪽에 진짜 눈이 달려있죠. 다시 태어난 자, 아미그달라와 닮기도 했고요. 어쩌면..? 세번째 눈이란, 말 그대로 눈일지도?

[JORDANGOM]

ohhhhhhhh, 나루호도데스!

히히, 프롬뇌 너무 재미있어요!

(코스와 함께)

[루리웹-0138283172]

잘 너무 읽었습니다 다른 블러드본 관련 담론?들도 연재해 주셧으면 좋겟어요 ㅎㅎ

[JORDANGOM]

히히, 대단히 감사합니다. 언제 머리 속에 뻘 생각이 떠오르면 또 써 보도록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