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원래 어릴 때부터 비염 있었음
봄가을에 꽃가루 날릴 때 되면 재채기랑 콧물 좀 나는 수준이었는데
딱히 약을 먹거나 관리할 필요도 없을 정도로 하찮은 비염러…
근데 꽃다운 청춘에 ‘그 곳’에 징병되어 갔다 오면서 비염이
더 심해져서 돌아옴.. 아무리 생각해봐도 ‘그 곳’은 두 번은 못갈 곳임
그러다가 전설의 레전드 군자감이 폭발하는 킹갓복학생 시절을 맞이한 나에게
드디어 복학 첫 학기 중간고사 첫 과목(심지어 필수전공)을 치는 날이 왔음
중간고사는 10월이었고 그 때가 한창 환절기라는 걸 간과하고 있었음
그 날따라 아침부터 눈이 벌겋고 코가 막히면서 비염 증상이 심하게 나타나는 거임
지금 생각해보면 그 때 내가 가야할 곳은 학교가 아니라 병원이었음
그 때 엄마가 비염약이라면서 지X텍을 주시길래 먹었는데 이게 화근이었음
난 그걸 먹지 말았어야 했음… 프로비염러들은 알겠지만 비염약은
효과는 좋은데 너무 졸리다는 특징이 있다는거.. (아래 참고)
당시에 집에서 나가기 직전에 먹고 바로 학교 가서 시험지를 받은 뒤에
분명히 1번 문제 읽고 있었는데 눈떠보니 책상 위에 엎어져 자고 있었음ㅋ
시험시간 다 지나고 교수님만 남아서 개한심하다는 눈빛으로 답안지 안낼 거냐고 물으심
갓생 살아보겠다던 야심찬 복학생의 포부는 그렇게 시험 첫 날 무너졌음 하..
그 뒤로 콧물이 폭포수처럼 흘러도 절대 비염약은 손안댔음
남은 시험은 콧물 계속 먹고 재채기 나오는 대로 하면서 개민폐짓 했음
콧물 계속 먹으면서 코도 막혀있으니까 머리도 아프고 죽을맛..
그 뒤로 친구를 못사귀고 있긴 한데 꿀팁 있으면 좀 알려주시길
그러고 나서 집에 있을 때 괜히 엄마한테 화를 ㅈㄹ 냈던 것 같음
하루는 학교갈려고 준비하는데 슥 오시더니
아들 이건 안 졸리대 하시면서 뭘 툭 놓고 가셨음
비염약 PTSD와서 약인가 싶어 식겁했는데 약은 아니고
퀘르세틴 브로멜라인 인가 뭔가 하는 성분 들어간 영양제였음
영양제 영 자도 모르는 엄마가 뭘보고 샀나 했더니 위에 유튜브 영상 보신 것 같음
대충 찾아보니 영양제 안에 든 퀘르세틴 브로멜라인이 비염약이랑 같은 효과를 주는데
먹어도 졸리지 않다는게 약이랑 가장 큰 차이점이라고 함
엄마가 계속 그날 생각만 했던 것 같아서 미안하긴 한데
개인적으로는 비염이 좋아져서 안중에도 없었던 것 같음(불효자는 웁니다)
덕분에 중간고사 때 잠들어서 내다버린 과목 성적 기말엔 어느 정도 메꿨음ㅋ
너네도 비염있으면 중요한 상황 직전에 항히스타민제는 먹지마라
이렇게 긴 글은 처음 써보는데 마무리는 어케 할 지 몰라서
울 엄마가 주신 쪽지 남기고 감 안울었음 진짜임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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