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가방은 러브라이브! 굿즈 중 하나로...
4th 라이브인 ENDLESS PARADE 를 기념하여 만들어진 물건입니다.
에나멜백. 하얀 색에 티나지 않는 디자인이 스포츠백으로 쓰기 용이하죠. 의외로 물건도 꽤 들어가요.
물론 저 위에처럼 티를 펑펑 내고 다니면 소용없습니다. (...)
이번에 고흥에 가서 산을 타고 내려온 뒤 바다로 가서...
몽돌해변이란 곳에 갔습니다. 여기가 바위해변이에요. 자갈들이 가득하고 사람은 안 내려오는.
뭐 성수기라면 호기심에라도 몇 명 내려오겠지만 그런 사람도 한 명도 없더군요.
더구나 마을에서도 꽤나 멀리 내려가야 있는 곳이고...
그래서 그 아래를 구경하다가 해안절벽 쪽으로 갔습니다.
절벽 위는 아니고 절벽 아래쪽의 길이 없는 곳으로 계-속 계-속 가다가...
돌에서 미끄러져서 바다에 풍덩 빠졌죠.
근데 그게 U자형이더군요...
방심했어요. 여긴 해안가라고 해도 완만한 해안선이 아니라는 걸.
침식이 활발한 곳이니까 이런 해안이 된 거고, 그렇다면 수심도 제각각.
...발이 안 닿더라구요.
실제로 얼마나 깊었는지는 모르지만. 어쨌건 사람 하나 잡기엔 충분했습니다.
저는 맥주병이고
주변에 사람이라곤 그림자도 없고
물은 계속 먹고 몸은 가라앉고 파도는 거세고.
묘하게 확실하게 '죽는구나' 싶었습니다.
그랬더니만 생각난게 유서엔 5th 라이브 토요일표를 누구에게 양도할지 안썼네...더군요. (...)
뭔가 좀 더 장절한 생각이 들 줄 알았는데, 의외라고 해야하나, 아님 나답다고 해야하나.
참고로 유서는 써놔요. 1년 간격으로.
저 죽으면 컴퓨터서랍 열어보면 맨 밑에 깔려있습니다.
이거 쓴지 7개월 되는지라 그 부분에 대해선 아직 전혀 생각하지 않았었네요.
어쨌건 그런 와중에...
놀랍게도 저 가방이 물이 다 들어차기 전까지는 어느정도 부표 역할을 하더라구요.
그래서 저걸...정확히는 저기 달려있는 당장 끊어져도 안 이상할 체인을 움켜쥐고
허부허부허부허부허부허부...어쨌건 바위벽에 달라붙는데 성공!
그 때 너무 세게 벽을 움켜쥐어서 손가락이 조금 엉망진창이네요.
물에서 겨우 나와 바위 위에 길게 늘어져서 한 30분 그러고 있다가
기다시피 해서 어떻게든 한밤중에는 마을에 도착했습니다.
비수기라 민박은 안 하는데도 불구하고 친절하게 방도 내주고 보일러도 켜주고
밥도 해주고 아침엔 일출도 보게 해준 민박집 사장님 너무 고맙습니다. 훌쩍.
그 기다시피 하면서 돌아가는 와중에 이런 생각을 했어요.
인간의 인생, 10초 뒤의 일도 모르고 언제 내가 죽어버릴지 모르는 거구나 하는 거.
머리로는 알지만 이번에 꽤나 실감했습니다. 관용어구가 아니라 진짜 죽을 뻔했으니.
뭐 해안에서 미끄러진 건 사고니까 그렇다치고...
그 때 저 가방을 매고 있지 않았더라면
저는 어떻게 되었을까요.
어떻게 되긴. 물에 퉁퉁 불어서 해수욕장 해변 같은 데 떠올랐겠지. (...)
휴대폰도, 타블렛PC도, DAP도 모두 못쓰게 되고
심지어 안경조차도 안녕 빠이빠이해서 남해바다에 가라앉았지만
그런 거 목숨보다는 훨씬 싼 거니까.
왠지 이상할 정도로 마음이 가볍네요. 뭔가 물 안에서 한꺼풀 벗어버린 기분이에요.
인생 3기라고 봐도 좋을 느낌입니다!
그래...뭘 벗어버렸는가 보니까...
...브레이크?
인생이 어떻게 끝날지 모르는 거라면, 후회를 남기고 싶지 않아요.
앞으로는 더더욱 어떤 것에서도.
아마 전 앞으로도 꽤-나 오래오래 러브라이브를 좋아할 것 같습니다.
또 하나 깨달은 거 : 아무데나 쏘다니는 거 진짜 좋아한다는 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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