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브라함
아브라함아 아브라함아
나를 믿는다면 담배 600대를 피워 봐라.
암에 걸릴까 봐 안 피우느냐?
좋다, 위스키 600잔은 어떠냐?
글렌리벳과 맥켈란 가운데 골라 보아라.
건강에 나빠서 끊었느냐?
나도 몰래 감쪽같이 끊었느냐?
내가 누구관대 간을 치료하지 못하겠느냐?
어린아이의 것처럼 보들보들하게 만들어 주마.
좋다, 에스프레소 600잔은 어떠냐?
한 잔만 마셔도 심장이 무지근해지느냐?
밤새 잠을 설치느냐?
그러면 달걀노른자를 띄운 쌍화차 600잔을 마셔라.
콜레스테롤이 무서우냐?
나보다 무서우냐?
좋다, 그러면 내가 천지창조 때 만든 시냇물 600잔이면
되겠느냐?
에비앙이 아니라서 못 마신다는거냐?
오염이 돼서 안 된다는거냐?
위가 늘어난다는 거냐?
방광이 터진다는 거냐?
나는 너의 하나님,
너를 영생케 할 주인이 아니냐?
말해 봐라
말해 봐라
아무 잔도 받지 않고
아무 대꾸도 않으려거든 벌칙을 받아라
내 오줌, 600잔을 마셔라
기생충 알이 덕지덕지 붙어 있는 내 항문을 핥아라
치사하냐? 이러는 내가
왕변태 같으냐?
아브라함아
믿음의 자손아
새로운 아브라함아
너는 무엇을 믿느냐?
말해 다오
말해 다오
제발
말해 주시오
눈 속의 구조대
장정일, 민음의 시 25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