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 앞의 예수
죽기는 싫다 어렵다 그러나
백성들을 속이기는 더욱 어렵다
천국이 가깝다고 가르쳤지만
은근짜 비유적으로 얼버무려 가르쳤지만
수도꼭지만 틀면 우유와 포도주가 쏟아져 나오는 천국
진짜 기가 막히게 행복에 겨운 천국을 기대하는 백성들에게 나는
신경질이 난다
하긴 그러고 보니 희망처럼 무서운 것은 없다 사람들은
모두 희망의 노예가 되었다 나 때문에
세 치 혀 때문에
나도 희망이 무섭다 절망보다 더 두렵다 그런데도
나는 죽으면서까지 천국을 이야기해야 한다 백성들을 위하여
희생적으로
하기야 참 빨리 죽게 되어서 다행이지
더 휘둘러댈 거짓말도 없을 때
참 속일 대로 어지간히 속여대었을 때 죽게 되어서 다행이지
희망을 남겨 놓고 유산으로 남겨 놓고
몹쓸 유산으로 남겨놓고
그런데 왜 이리 죽음의 고통은 관능적인 것일까
죽기까지도 쾌락에 시달려야 하는 걸까 참 인간은 더럽다 어찌
하여
막달라 마리아의 그 부드러운 혀끝
그 달짝지근한 애무가 생각나는 것일까
그 밤의 추억이 생각나는 것일까
참 더럽다 인간은
더 더럽다 희망적인 인간은
가자, 장미여관으로
마광수, 책읽는귀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