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
주차 관리하는 아저씨는 화 돋우기 일인자
오늘은 나에게 너는 애비도 없느냐고 물었다
그 말이 사무치게 반가워 나는 머리숱 없는
그의 정수리를 끌어안고 뽀뽀할 뻔했다
그리고 대답하는 것이다 아버지가 없습니다
있는데 없다고 하래요, 아버지는 화를 냈었지
대문 앞에 선 아저씨도 화가 나 있었다 나는
사실만을 말하고 싶었다
그렇게 말하는 거 아니라고 아저씨가 그런다
그러니까요 아저씨 그게 아니라 아까 그것은
그러니까요 아버지 그게 그거고 그때 우리는
주차 관리하는 아저씨는 내 아버지가 아닌데
그의 정수리를 끌어안고 엉엉 울어본다
아버지, 내가 아버지뻘 되는 사람에게
삿대질하고 큰소리 좀 냈습니다,
괜찮다 답해주는 사람 없고
아저씨는 마친 건물주의 차를 빼주러 갔고
화가 난다 있는데 없다고 하라니
아저씨는 인자하게도 아우디 A7
뒤꽁무니에 큰절을 올리고 있었다
저건 딱 우리 아버지네, 삿대질하는
검지가 울컥울컥 움직인다
나는 나를 사랑해서 나를 혐오하고
서효인, 문학동네시인선 17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