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네바, 08:23 AM」- 윌슨 호텔 지하창고
『빨리빨리 이동해!』
창고 내부의 거대한 철문 안으로
사람들이 밀려들어 갔다.
콘크리트 터널로 이어진 계단 양옆을
AK-74를 소유한 방독면 사내들이 지키고 서 있었다.
소란스러운 틈을 타
한 남자가 직원용 출입구로 도망치려 했으나
출입구에서 걸어 나온 방독면 사내에게 얼굴을 얻어맞고
바닥을 뒹굴었다.
『귀한 목숨 소중히 간직하고 싶으면
잠자코 내려가!』
다른 방향의 입구는
죄다 총을 보유한 이들에게 점거당한 상태였기에
사람들은 반항조차 하지 못하고
터널 안으로 진입했다.
밀려들어 간 최초의 인원이 도달한 터널 안쪽에는
광장이라고 불러도 될 수준의
넓은 공간과
양방향으로 뻗어있는
개별 거주구역이 존재했다.
『벙커잖아?
대체 무슨 일이야?
핵전쟁이라도 벌어진 거야?』
『누구 전화 가능한 사람 있어?』
사람들 틈에 끼어있던
아스나는
먹통이 되어버린 휴대폰을 보며
작은 한숨을 쉬었다.
호텔 안에 있던 모든 사람이
퀴퀴한 바람이 불어오는 지하로 내몰리고 있는
이 상황.
무슨 일이 어떻게 된 건지 도무지 알 수가 없었다.
불탄 잔해로 뒤덮여 있는 호텔 진입로에는
제네바 경찰의
통제선 설치작업이 한창이었다.
한쪽에는
이 사태를 보도하기 위해 몰려든
각국 언론매체의 카메라가 쉴 틈 없이 렌즈를 돌렸다.
『오늘 오전 8시경,
국제과학회의가 진행 중이던 윌슨 호텔에서
폭탄테러가 발생했습니다.
테러범들은
호텔의 중앙 시스템을 점거한 채
인질을 한데 모아 목숨을 위협 중이며······.』
『과학자 200명을 비롯해
호텔 직원 80여 명이
대피시설에 갇힌 것으로 추정됩니다.
한 전문가의 인터뷰에 따르면,
이곳은
내부로 연결된 모든 접근로가 막혀 있어
정상적인 인질구출작전은 불가능할 것이라고······.』
스위스 공영채널 SRF 1을 필두로,
제네바에 상주 중이던
거의 모든 외신이
이 사태를 생방송으로 집중 보도했다.
「제네바, 09:15 AM」- 모헨느가 14번지
- ···사태발발 1시간.
경찰 측에서는
아직 구출에 관련된 그 어떤 성명도 나오지 않았습니다.
비상식적인 인질극이
더 큰 재앙으로 바뀌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뿐입니다.
키리토는
차에서 나와서 그곳에 들어온
신이치와 다른 사람들은 전혀 상관하지 않는 듯한 모습으로
탁자 위의 Y자 시험관에서
두 용액의 반응을 유도 하며
블레이크의 노트북에서 흘러나오는 방송에 귀를 기울였다.
아스나와 통화가 끊기기 전,
지하 안전시설로 이동해야 한다던 그녀의 말이 떠올랐다.
『호텔 내부에 벙커가 있어요?』
『제네바의 5성급 호텔은
대부분 자체적인 피난시설을 보유했어요.』
키리토는
반응한 기체가 유리관을 따라
수조 속에 엎어놓은 메스실린더에 고이 담기는 것을 보고
블레이크에게 고개를 돌렸다.
『인질들은 무사할까요?』
『보통 1, 2시간이 고비에요.』
『고비?』
『건물을 점거한 인질사태에서
첫 희생자가 나오는 평균 시간이에요.
주로 협상을 시작하기 전,
테러범이
자신의 강경함을 드러내려고 본보기로 사람을 해치죠.』
매우 현실적인 답변에
키리토와 신이치는 한숨을 내쉬고
카이토와 아카코, 사구루는
자신들 같은 위치에서는 한 번도 겪어보지 못한 그 말에
할 말을 잃었다.
『미스터 키리토의 작업은 얼마나 남은 건가요?』
키리토는
용기 속에서 끓고 있는 하얀 액체로 눈을 돌렸다.
저곳에 넣을 마지막 화합물은
현재 한창 추출 중이었다.
속도를 계산해보고 대답했다.
『15분 정도요.』
『이동 차량 준비시켜 놓을게요.』
키리토가
다시 작업에 집중하고
10분 정도 흘렀을 무렵이었다.
도로에 주차된 SUV 앞뒤로
똑같은 차량 두 대가 멈춰 섰다.
- 나 왔어, 블레이크.
이 1시간이 제발 헛발질이 아니어야 할 텐데.
도로를 내려다보고 있던 블레이크의 통신기에서
빈스의 음성이 울렸다.
그녀는
팔뚝 두께의 밀폐용기에 용액을 조심히 담고 있는
키리토를
가만히 지켜보았다.
최악의 상황이 발생했을 때
이 도시를 보호해줄 대항무기.
누구도 생각지 못한 그것이
지금 어느 화학자의 손에 의해 제조되고 있었다.
『휴, 됐어요.』
원통의 입구를 단단히 조인 키리토는
그것을 가방에 넣어
등에 멘 뒤에
블레이크의 앞에 섰다.
「제네바, 09:32 AM」- 합동 상황실
윌슨 호텔 입구를 둘러싼 차단벽에 자리한
천막 안.
스위스 특별경찰부대
‘Stern Unit’의 지휘대장 헤이너는
내부수색에 돌입한 정찰팀의 보고를 초조하게 기다리고 있었다.
- 동쪽 외벽 앞 도착. 인기척이 없다.
『부비트랩의 흔적은?』
- 보이지 않는다.
‘버기’를 넣겠어.
버기는
카메라가 달린 손바닥만 한 미니카였다.
- B1팀 서쪽 창문 접근 중. 지시 바람.
공동 작전 중인
이탈리아 소속의 특수개입부대 GIS팀의 무전이었다.
『잠시 대기』
- C1팀 창고 진입로 확보.
호텔 관리인 셋이 쓰러져있어 긴급 수송이 필요하다.
프랑스 헌병대소속 테러 부대 GIGN팀의 무전에
헤이너는
즉시 응급구조대에 연락해 협조를 구했다.
- 버기 투입.
동쪽 작전팀의 무전 이후,
상황실에도 영상이 전달되기 시작했다.
건물 내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아는 이가 아무도 없었기에
상황실 안의 모두가 숨을 죽이고 모니터를 바라보았다.
로비 방향으로 조금씩 전진하던 버기는
머리 뒤에 양손을 댄 채
지하 계단으로 이동 중인 두 사람과
샷건을 든 테러범을 발견하고
정지했다.
『방독면 착용 중이야.
가스 살포라도 한 건가?』
『인질은 멀쩡하잖아.
우리 쪽 최루탄을 대비 중인 걸 수도 있어.』
근처 대원들의 대화에
헤이너도 고심해서 인질구출작전에 대한 그림을 그려나갔다.
그러던 때.
띠리리릭.
상황실 안을 울리는 전화벨 소리에
통신대원이
다급히 헤이너를 불렀다.
『대장!
호텔 라인에서 온 연락입니다!』
외부로 향하는
모든 통신망을 끊은 테러범들이 일부러 살려둔
구식 전화망이었기에
헤이너는 모니터에서 눈을 떼고
수화기를 들었다.
『지휘실 헤이너 경감이오.』
- 바로 받네?
우리 연락을 애타게 기다렸나봐?
테러범의 차갑고 낮은 목소리.
헤이너는
즉시 모두에게 조용히 하라는 손짓을 보내고
대답했다.
『난 시장님께 협상 권한을 위임받았어.
원하는 걸 말해봐.』
- 일단 벽에 붙어서 쥐새끼처럼 엿듣고 있는 애들한테
이 말 좀 전해줘.
귀가 따끔할 거라고.
헤이너는 흠칫했다.
두우우우웅!
동시에
윌슨 호텔 1층 전체에서
엄청난 굉음이 일었다.
근처에 자리한
상가 건물의 유리창까지
굉음에 의해 와장창 깨져나갔다.
『코비! 어서 가봐!』
- 이건 경고일 뿐이고.
또다시 들어오려고 시도한다면,
너의 모두 무사하지 못할 거야.
도전은 환영.
10시 정각에
첫 요구조건을 이야기하지.
호텔 곳곳에 숨어있는 놈들 수색이 아직 덜 끝나서.
아, 아직 죽은 인질은 없어.
부상이 심한 몇 명이 있긴 한데 어떻게든 버티고 있더군.
통화가 끊겼다.
그사이
버기를 발견한 테러범이
샷건을 들이대고 발사하는 장면이
모니터에서 이어졌다.
뛰어나갔던 코비에게서
무전이 들어왔다.
- 대장.
정찰팀 3인이
고막에 피를 흘린 채 기절해 있습니다.
- 여긴 GIS 작전본부.
정찰을 나간 인원이 크게 다쳤다.
- 우리 쪽도 마찬가지.
파편 때문에 2차 외상이 심하다.
연이어 들려온
타국 경찰대의 부상 소식에
헤이너의 눈살이 찌푸려졌다.
『무모한 놈들.
제네바 한복판에서 이 무슨···』
헤이너의 중얼거림에
대원 하나가 이상하다는 듯 물었다.
『이렇게 주목받는 이상,
고립된 장소에서 절대 빠져나갈 수 없다는 걸 알고 있을 텐데요.』
『나도 그게 의문이야.
이 끝에 자살이라도 할 생각이라면
인질들의 목숨이 더욱 위험해져.』
최초에
테러범 수색 임무를 부여받고
본청에서 출동해
이 도시로 향했을 때만 해도,
이런 식의 사태가 발생하리라고는
전혀 예상치 못했다.
『대체 무슨 꿍꿍이지?』
『실례합니다.』
천막 입구에서 들려온 굵직한 저음에
헤이너의 고개가 돌아갔다.
건장한 체격의 백인 사내가
목에 걸고 있던 신분증을 들어 보였다.
『UN ISTC 소속의 국제조사관 빈스입니다.
뒤의 두 명은
부조사관과 저희 쪽 자문위원.』
낯선 세 사람의 방문에
헤이너는 의문 섞인 얼굴이 됐다.
『무슨 용무요?』
『저희는
시장님께 테러대응 지원 임무를 명받았습니다.
우선, 대응작전에
대장님이 고려해야 할 요소부터 보고 드리겠습니다.』
빈스가
건물의 설계도가 자리한 지휘탁자 위로
사진 한장을 올렸다.
파키스탄 공장에서 촬영한
‘BX-17’의 본체였다.
『이것은
치명적인 생물무기로,
한 번 터지면
반경 50km내의 모든 사람에게 호흡기 장애를 일으킵니다.』
사진을 살피던 헤이너는
멈칫했다.
테러범들이 지닌
최후의 한 수가 무엇인지
비로소 감이 온 까닭이었다.
블레이크란 이름표를 단 부조사관이
곧이어 말했다.
『무기를 반입한 자의 이름은
벤조 로레앙.
현재 인터폴에 수배된 국제범죄자이며,
테러단체 RB의 핵심 간부로 알려졌어요.』
『어서 언론에 발표해
주민 대피부터···』
『시민들이 대규모로 도시를 이탈하기 시작하면
벤조가 계획보다 일찍 터트릴 가능성이 커요.
혼란만 가중하고,
피해는 늘어날 테죠.』
냉정한 피해 분석.
헤이너는
20년 경찰생활의 감으로
이들이
단순 UN직원은 아니리라 추측했다.
『그러면
대응작전에 어떤 제안을 하고 싶은 거요?』
『그건
자문위원의 말까지 듣고 나서 판단해 주세요.』
블레이크가 한발 물러서자
한 일본인 고등학생 정도 되는 소년 하나가 코를 살짝 긁적이고
앞으로 나섰다.
『키리토라고 해요.
화학자입니다.』
본문
[연재] 유니콘 프로젝트 외전 퍼스트 컨텍트 (154) [2]

2025.09.21 (08:4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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