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피소드 1
시작 - 원탁의 기사와 멀린
1-1
새하얀 언덕을 한 청년이 오르고 있다.
청년의 모습을 설명하면 두꺼운 가죽으로 된 망토로 온몸을 가리고 있었고 그 틈새로 허리춤에는 일본도의 손잡이가 살짝 보인다.
그런데 특이하게도 머리에는 갓을 쓰고 있는 이상한 옷 스타일의 청년이었다.
“아이고 얼어죽겠군... 이놈의 날씨는 갈수록 더 심해지는 것 같구만.”
눈이 발목까지 쌓여있는 상황 다행인건 바람이 심하게 불지 않는다는 것이다.
언덕 위에는 새하얀 눈에 덮인 거대한 성당이 하나 있었다.
그 앞에서는 한 명의 중년의 남자가 눈을 쓸고 있었다.
외모는 인자한 얼굴이지만 근육이 제법 보이는 덩치 있는 사람이었다.
“반갑습니다. 여기가 성 에밀리 성당 맞습니까?”
청년의 외침에 남성은 천천히 돌아보았고 청년의 얼굴을 보고는 살짝 한숨을 쉰 다음
대답했다.
“맞소.”
그렇게 대답한 중년의 남성은 살짝 의문의 표정을 띄우며 말을 이어나갔다.
“그런데 어딜봐도 이 근처에서 볼만한 사람이 아닌데 어느 나라에서 왔소?”
청년은 마저 언덕을 올라 성당 마당에 있던 의자에 앉으며 대답했다.
“여기서 동쪽 대륙 끝에서 왔습니다.”
“동쪽? 뭐 그리스? 아니면 이집트 쪽에서 온 것인가.”
“거기보다 훨씬 먼 곳에서 왔습니다. ‘조선’이라는 나라인데 아니 이쪽 말로는 코리아라고 하던가. 아마 저희보단 그 옆에 사무라이 동네가 더 유명할 겁니다.”
먼 곳에서 왔다는 것도 그렇고 남성은 굉장히 유창히 자기네 말을 쓰는 청년에게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
그리고는 허리춤의 칼손잡이를 보곤
“그 칼잡이의 나라는 익히 들어본 적이 있지. 나도 한때는 기사 가문이었으니 무예에 관한 것에는 관심이 많았지. 허나 그보다 어찌 외래에서 오신 양반이 이리도 이쪽 언어를 잘 사용하시는 구려.”
“어려서부터 고향에서 가까운 나라부터 먼 나라까지 수많은 나라의 언어를 익혀왔습니다. 그래야지 그 지역가서 친우도 쉽게 사귈 수 있지 않겠습니까. 허허”
중년의 남성은 청년의 잠시 빗자루를 기대어 세우고 반대편 의자에 앉았다.
“아까 이곳이 성 에밀리 성당이 맞느냐 물었는데 그 말은 단순히 지나가던 것이 아닌 목적지가 이곳이었는 것이라고 알아도 되겠소?”
남성의 물음에 청년은 웃으며
“허허 당연히 이유가 있어서 들린 것이지요.”
라고 답하자
중년의 남성은 살짝 얼굴이 굳어지는 것이 보였다.
“그러면 무슨 목적으로 왔는지 내 물어보아도 괜찮겠나 하네만.”
“뭐 그렇게 큰일은 아니고 현재 유일하게 남은 브리튼 왕국의 성당 건축물이라 들었습니다.
그리고 원탁의 기사들과 멀린이라는 마법사를 찾아왔다. 하면 아시겠습니까?”
청년의 대답에 중년은 살짝 고개를 숙였다가 이내 청년을 바라보며 호탕하게 웃으며 말했다.
“하하하하하하 허참 1000년이나 지난 전설에 눈이 멀어 찾아온 청년이로군. 자네같은 사람을 내 조상님께서는 매년 보셨을 거야. 그리고 누구나 다 성당에서 기도나 올리고 돌아가게 되었다더군.”
남성은 그렇게 얘기하고는 다시 빗자루를 들어 마저 청소를 하기 시작했다.
그 말에 청년은 팔을 괴고 미소를 지으며
“그렇겠지요. 아서왕의 후예는 더 이상 검을 들지않고 그 외 12기사 가문은 대대로 멀린에게서 이름을 하사받아 자신의 역할 비밀리에 지켜왔으니까요. 당신이 이 성당을 지키고 있는 것처럼 말입니다.”
남성의 움직임이 멈췄다.
청년은 그렇게 이야기하며 갑자기 알 수 없는 단어로 무언가 이야기했다
[갤러해드]
남성은 그 단어를 듣자마자 바로 허리춤과 망토사이에 숨겨져있던 검을 꺼내 청년의 목에 가져가대었다.
“그.... 단어... 그 ‘룬문자’ 어떻게 한 거지?”
청년은 살짝 양손을 위로 들어 무저항의 표시를 취하며
“말씀드리지 않았습니까. 수많은 언어를 익혔다고요. 그중에서는 신비로운 마법의 단어도 있답니다.”
그리고는 살짝 웃으며
“뭐 하지만 그렇게 알아봐야 근본적인 무언가가 없어서 그 수많은 마법들을 사용할 수는 없더군요.”
“네놈이 어떻게 룬문자를 익혔는지는 모르겠지만 위험의 싹이 된다. 라는 것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
그리 말하면 검을 쥔 손에 힘이 들어갔다.
“그리하여 여기서 네놈의 목을 치지 않아야하는 이유가 있을 것이라 생각하느냐.”
청년은 당당하게 남성을 바라보며 말했다.
“없지요.”
남성은 검을 천천히 들어 다시 검집에 집어넣었다.
그리고 한숨을 내쉬며 얘기했다.
“진실로 이야기하면 좋겠군. 무엇이 알고 싶어 왔는가.”
“처음 이야기 한 그대로입니다. 원탁의 기사들과 멀린 그들은 어디에 있는가.”
“... 따라와라.”
중년의 남성은 뒤돌아 성당으로 돌아가며 얘기했다.
“내가 갤러해드다. 마지막 남은 원탁의 기사지. 이제 기사단도 멀린도 없다.”
그렇게 이야기하곤 갤러해드와 청년은 성당으로 들어갔다.
성당에 들어선 두 사람
성당에 들어서자 보이는 것은 거대한 오르관 피아노와 예수의 십자상이었다.
청년은 성호경을 그어 잠시 기도를 드렸다.
“크리스찬인가?”
“예 뭐... 아버지가 독실하신 분이라서요. 아 그리고 저는 프란치스코입니다. 세례명이긴 한데 다른 나라에서의 이름을 새로 만들기보다는 세례명을 쓰는 것이 더 편하더군요.”
“그렇군.”
둘은 예배당을 지나 제 3기도실 이라 적힌 곳으로 향했다.
갤러해드는 문을 열고 먼저 들어갔다.
“들어오게.”
들어가는 순간 목이 날아가거나 하지는 않겠죠?”
“죽일 생각이었다면 진작에 죽였을 걸세.”
프란치스코도 같이 방에 들어서자 그곳에는 큰 카펫하나만 높여있었다.
갤러해드가 카펫을 치우자 그 아래에는 거대한 마법진이 있었고 갤러해드에 안내에 따라 그곳에선 프란치스코는 갑자기 무언가 뒤집히는 듯한 감각을 느낀 후 정신을 차려보니 아까와는 전혀 분위기가 다른 돌로 지어진 무언가의 건물지하 같은 곳에 있었다.
뒤이어 빛과 함께 갤러해드도 나타났고 갤러해드는 자연스럽게 그곳에 있는 상자에서 횃대를 꺼내 불을 붙였다.
“이쪽으로”
갤러해드가 먼저 나서서 통로를 지나기 시작했다.
“갤러해드경? 뭣하나 여쭈어봐도 되겠습니까?”
“말해보게”
어두운 통로를 지나며 주변을 두리번 살피면서 프란치스코가 물었다.
“이런 말 하기도 뭐하지만 이렇게 쉽게 비밀스러워 보이는 장소에 사람을 들여도 되는 겁니까?”
갤러해드는 잠시 고개를 돌려 프란치스코의 얼굴은 한번 보고 다시 앞으로 나아가며
“우리 가문은 이 장소를 지키는 역할도 하고 있지만 안내하는 역도 하고 있다.”
“안내?”
“그렇다. 멀린이 정한 조건에 맞는 사람을 안내하는 역이지.”
어두운 통로가 끝나고 거대한 장소에 도착했다.
그곳에는 돌로 만든 원탁이 있고 그 뒤에는 바위가 있었는데 ‘검’이 하나 꽂혀있었다.
“조건이 뭡니까?”
갤러해드는 입구에 있는 횃대에 불을 옮기면서 대답했다.
“3가지가 있지. 첫째 기사단의 대물림 정보를 알고 있는 자, 둘째 룬문자 또는 룬마법을 사용할 수 있는 자, 셋째”
갤러해드는 프란치스코쪽으로 몸을 돌렸다.
“외부자”
“외부자?”
“그렇다. 브리튼, 그리고 그 주변 국가와 관련되어 있지 않은 사람이 2가지 조건을 만족한다면 이곳을 안내하고 원하는 정보를 알려주라고 하더군.”
그렇게 이야기하고 갤러해드는 망토와 장비를 잠시 내려놓으려 구석에 있는 상자 쪽으로 이동했고 프란치스코는 그가 비키자 그 뒤에 그들이 들어온 입구 왼쪽에 룬문자로 이루어진 글이 적혀있는 것을 보았다.
그리고 그 오른쪽에는 기사단의 그림이 그려져 있었다.
‘룬문자로 써진 글?’
프란치스코는 벽에 가까이 가서 글을 읽어보았다.
[이곳에 온 이방인이여. 그대가 아는 것 알고 싶은 것 모두 이곳에 있다. 내가 그대에게 해줄 수 있는 처음이자 마지막 조언이 이글에 있다. 그대가 그대를 견딘다면 이곳의 비밀을 알게 될 터이니 새로운 수호자가 되길 바란다.]
‘그대가 그대를 버틴다면?’
글을 끝까지 읽자 갑자기 벽에 적힌 룬문자에서 빛이 뿜어져 나오기 시작했고 프란치스코를 덮쳤다.
엄청난 두통과 온몸을 관통하는 충격에 소리조차 제대로 내지 못하고 쓰러졌다.
“커...억..”
털썩하는 소리에 갤러해드가 놀라 달려왔다.
“이보게! 무슨 일인가!”
쓰러진 프란치스코를 살며시 눕히면서 상태를 살피는 갤러해드한테
“으... 이게 무슨...”
코에서 피를 흘리며 프란치스코가 눈을 뜨고 갤러해드를 바라보았다.
갤러해드는 통로 쪽을 경계하며 횃불에 손을 가져가며 물었다.
“습격당했나?”
“으... 아닙니다... 벽에 있는 글씨를 읽었더니 빛이 나더니 갑자기 충격이 오더군요.”
“룬문자?”
갤러해드는 희미하게 빛이 흐르는 벽의 글씨를 바라보았다.
“이런 곳에 원래 룬문자가 있었나?”
“잠시.. 일어나는 것좀 도와주시겠습니까?”
프란치스코는 갤러해드한테 부축받아 일어나 룬문자에 다가갔다.
갤러해드는 그의 행동에 놀라 팔을 붙잡고
“이봐 또 공격할지도 모르네! 무슨 짓인가.”
그의 말에 프란치스코는 살짝 미소를 지으며 룬문자에 손을 대며 이야기했다.
“룬배열을 보면 알 수 있습니다. 아직은 다시 공격당하지 않을 겁니다.”
“아직은?”
프란치스코는 통로 입구 위쪽에 희미한 룬문자가 있는 것을 보고 벽에 있는 룬문자를 살펴보기 시작했다.
“확인되지 않은 사람이 들어오면 룬문자가 나타나게 설계가 되어있나 봅니다.”
좌우의 룬문자 배열을 보며
“주변에 있는 자연 마나를 흡수해서 다시 작동할 수 있게 되는 개념으로 해놨군요. 다시 작동 하는데에는 시작이 좀 더 걸릴겁니다. 아주 대단한 사람이군요. 멀린이라는 분”
그리고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손님용 의자에 앉으며 이야기했다.
“그래도 다행히 영구적인 기관을 위한 작업이 저를 살렸군요.”
“무슨뜻이지?”
프란치스코는 작은 가방에서 천을 꺼내 피를 닦으면서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영구적인 기관을 만들기 위해서 공격력을 낮추고 적은 마력으로 운용하기 위해 룬문자를 읽는 사람의 마력을 증폭시켜 공격하는 방식으로 설계해놨습니다. 그 덕에 저 같은 마력이 아예 존재하지 않는 사람이 읽어서 죽지 않는 선에서 끝났군요.”
갤러해드는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다 문득 깨달았다.
“그러면 애초에 룬마법을 쓸 수 있는 외부인을 안내하라는 것은 여기서 죽이겠다는 뜻인가? 멀린놈... 비밀을 위해서라지만 이정도까지...”
분노하는 갤러해드에게 프란치스코는 그를 말리며 얘기했다.
“그의 판단은 틀리지 않습니다. 당신들이 가문의 비밀을 지키듯 그도 지킬 것이 있었으니 그렇지만 단순히 침입자를 해치우려고 만든 것이 아닌 시험하려 만든 것 같습니다.”
“시험하려 했다고?”
“그렇습니다. 글에 적힌 말 중에는 ‘그대가 그대를 견딘다면 이곳의 비밀을 알게 될 터이니 새로운 수호자가 되길 바란다.’라고 적혀있었습니다. 아마도 순간적으로 룬문자의 비밀을 알아차리고 공격을 방어할 만한 마법사라면 인정할 정도라고 생각한 것이겠지요.”
“흐음...”
갤러해드는 프란치스코의 말을 듣고는 잠시 깊은 생각에 빠졌다가 일어나
“잠시 와보게.”
그를 원탁 뒤에 있는 바위로 데려갔다.
“이건?”
바위에는 검이 하나 꽂혀있었는데 화려한 무늬도 없고 아름다운 보석도 박혀있지 않지만 어째서인지 이 일반적인 롱소드는 단순히 바위에 박혀 서있는 자태만으로도 검신에서는 고풍스러운 분위기와 엄청난 위압감이 느껴지고 있었다.
갤러해드는 살짝 안타까운 표정을 지었고 잠시 뜸을 들이고 이야기했다.
“이게 세간에서 이야기하는 전설의 검일세”
“이것이?”
프란치스코는 적잖이 놀라 검과 갤러해드를 번갈아 가면서 보다가 살짝 실소하듯 웃으며
“이걸 들면 왕이 되는 겁니까?”
그의 말에 갤러해드도 살짝 미소를 지으면서 단상에 올라가 검을 뽑아 들었다.
“어?”
프란치스코가 당황해하자 갤러해드는 다시 검을 바위에 꽂아 넣으며 말했다.
“이 검은 누구라도 뽑을 수 있네. ‘자격을 자긴 자’, ‘왕이 될 자’ 그런 예언도 운명도 아무것도 없네. 이 검에 있는 건 검을 든 자만이 가지는 고뇌, 고통, 압력, 연민, 왕의 무게뿐이네.”
그는 단상에 내려와 원탁의 가운데 그 리더의 의자에 손을 올려놓으며
“먼 옛날 그 스스로 그 짐을 짊어지고 브리튼족을 이끈 이가 있었지. 허나 그도 하나의 인간일 뿐 운명의 인간도 세상의 지배자도 아닌 단순히 스스로를 몰아붙인 이였지.”
침울한 표정을 짓는 갤러해드를 바라보며 프란치스코가 물어보았다.
“아서왕은 왕의 자리를 스스로 짊어진 것이라는 건가요?”
갤러해드는 프란치스코를 데리고 안쪽 방으로 이동하면서 이야기를 계속해나갔다.
“옛날 브리튼은 여타 다른 지역과 다를 바 없이 부족국가로써 각 지역마다 지배자가 따로 있었지. 서로 견제하고 서로 싸우는 어리석은 상황에서 외부의 공세가 왔고 서로 뭉치지 못하는 브리튼족은 멸족을 향해 나아가고 있었네.”
갤러해드는 어느 방앞에 멈춰섰다.
“그때 한 남성이 나타났지. 바위에 박힌 검을 가지고... 마치 아니 실제로 마법으로 허공에서 바위에 박힌 검을 소환한 남자는 겨우 살아남아서도 단결하지 못하고 부족끼리 견제 중인 브리튼족들 사이에서 이야기했지. ‘이 검을 바위에서 뽑는 자는 브리튼족을 멸족에서 구하고 왕국으로서 거대한 발전을 이룰 것이다.’.... 지금 생각해도 헛소리나 다름없었지.”
갤러해드는 방문을 열고 안에 있는 횃대에 불을 붙였다.
“그곳에 있던 자들은 알고 있었지. 저 검을 뽑으면 브리튼족이 싸움에서 이길 것이다. 라는 말은 당연히 헛소리라고 하지만 이대로 있다가는 자신들이 멸족하는 것은 필연적인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는 이는 많았지만 그 누구도 나서지 못했지. 어째서일까. 그건 자신이 검을 뽑았을 때 자신이 브리튼족을 승리로 이끌어야하며 분열된 브리튼을 단결시켜 왕국을 일으켜야 한다는 엄청난 무게감이 그들을 짓눌렀지.”
방안에는 수많은 두루마리와 도구, 무기, 방어구들이 놓여있었다.
“모두가 멈춰있던 순간 한 젊은이가 언덕 위에서 소리쳤네. ‘그 검을 뽑으면 내가 왕이 된다는 소리인가!’다들 놀라 그를 바라보았고 젊은이는 언덕에서 내려와 그 검을 가볍게 뽑고 외쳤네. ‘다들 보고 들어라! 브리튼의 시민들이여! 전사들이여! 너희들의 영웅, 너희들의 왕의 탄생을! 아서 펜드래건이 왔노라! 내가 우리 브리튼을 승리로 이끌 것이다!’그런 헛소리를 외치는 젊은이에게 다들 어떻게 했을 것 같나?”
갤러해드는 마치 그 순간이 떠오른 듯이 온화한 미소를 지었다.
“충성을 맹세하고 결합했지. 그리고 외세를 몰아내고 브리튼은 왕국을 세웠네. 그게 아서 펜드래건, 그게 저 검에 담긴 의미지.”
말을 끝낸 갤러해드는 잠시 침묵을 유지하다 방어구를 챙기며 프란치스코에게 이야기했다.
“자네도 무기와 방어구를 챙기게 곧 놈들이 올 걸세.”
“놈들?”
프란치스코의 말이 끝남과 동시에 엄청난 진동이 울려퍼졌다.
“왔군! 나가야 하네 입구가 막히면 끝이야! 장비를 챙겨!”
갤러해드는 급하게 장비를 장비하며 외쳤고 프란치스코는 잠시 생각하다 말했다.
“뭔진 몰라도 제 몸 하난 지킬 물건이 있습니다. 오히려 익숙치 않은 물건을 사용하면 더 힘들 수 있습니다.”
“그런 얇은 날붙이는 금방 부서질걸세.”
“생각보다 튼튼합니다.”
갤러해드는 한숨을 쉬더니 고개를 끄덕이고 장비를 마저 챙겨서 그를 데리고 입구로 향했다.
들어 올 때처럼 마찬가지로 빛과 함께 성당으로 나와서 예배당으로 나오자 성당 입구에 두 사내가 서 있었다.
파란머리에 유쾌한 미소를 짓고 있는 사내가 말했다.
“이야 오랜만입니다~ 영감님. 건강하셨습니까?”
갤러해드가 경계하는 태도를 취하며 이야기했다.
“랜돌... 모르자... 무슨 일을 하고 있는지 알고는 있는가?”
한 사내는 파란머리에 실눈을 뜨고있고 흰털이 달린 푸른망토 그 안에는 얇은 은색 갑옷을 입고있었고 한손에는 붉은 창을 들고있었다.
다른 사내는 머리부터 발끝까지 살짝 붉은 빛이 나는 무늬의 갑옷을 전신 무장을 하고 있고 등 뒤에는 손잡이 부분에 푸른 무늬와 보석이 박힌 그레이드 대검을 장비하고 있었다.
“섭섭하게 그렇게 부르지 마시죠~ 갤러해드 이제 저희가 정식적으로 랜슬롯과 모드레드의 호칭을 달고 왔으니까요.”
파란머리의 남성은 본인을 랜슬롯 갑옷의 사내를 모드레드라고 소개하고 있다.
그 말에 갤러해드는 실소를 하며
“허! 멀린이 없는 상황에서 계승식도 없는 계승을 했다는 것이냐! 그렇다면 너희는 선대의 힘을 얻지 못한다.”
그 말에 랜슬롯은 소름돋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이제 그까짓 힘 없어도 저희 브리튼 왕국을 재건하기 위해 외부의 힘을 좀 빌렸지요.”
말과 동시에 랜슬롯의 창과 모드레드의 검손잡이가 살짝 빛이 났다.
‘저건?’
“갤러해드경 저건 위험합니다.”
“흠? 어우 너무 외소하셔서 제가 눈치를 못채드렸네요. 죄송합니다. 그런데 이것에 대해 지식이 있으신가 보군요?”
갤러해드는 프란치스코를 감싸듯 살짝 이동하며
“무엇인지 아는가?”
“확실치는 않지만 붉은 창은 –게 볼그-푸른 검은 –우리엘의 날개-인 것 같습니다.”
“-우리엘의 날개-? 우리엘은 ‘하느님의 불꽃’이라 불리지 않나? 그런데 푸른 장식이라 특이하군.”
“그건 우리엘이 인간에게 내리는 자비로서 또한 자신의 타락에 대비한 물건이라고 하더군요.”
프란치스코에 말에 랜슬롯은 정말 기쁜 듯이 박수까지치며 웃었다.
“브라보! 브라보! 완벽해! 옷차림과 체형만 보고 무시했는데 지식이 굉장하시군요! 그렇다면 제 –게 볼그-에 대한 설명도 들어볼 수 있을까요?”
“.... -게 볼그-필살의 창... 투창 시 반드시 심장에 명중한다고 합니다.”
랜슬롯은 웃음을 멈추고 잠시 천장을 바라보고 다시 미소지으며 둘을 쳐다보았다.
“그렇습니다. 이것이 저희 브리튼 왕국 재건을 위해 받은 물건들의 일부죠. 하지만 하나가 남았답니다. 알고 있다면 정말 좋겠군요. 정말로요.”
그리고는 모드레드를 쳐다보고 고개를 끄덕였다.
갑자기 모드레드는 허공으로 뛰어올라 공중에 서서 아무것도 없는 공간을 밟고 갤러해드에게 날아들어 대검을 휘둘렀다.
“무슨!!”
투쾅! 하는 소리와 함께 먼지가 휘날리고 갤러해드가 대검을 막은 무언가를 휘두르려하자 모드레드는 휘두르는 힘과 함께 뒤로 물러섰다.
“이 무게에 이 파워! 그런데 이정도 스피드가 나오다니...!”
경악한 갤러해드뒤에 프란치스코가 날리는 먼지속에서 얼핏 모드레드의 발쪽에 깃털같은 것을 보았다. 그것은 이내 사라졌지만 그는 알고있었다. 그 물건 아니 그 현상을
“헤르메스의!”
랜슬롯은 아이같은 웃음을 멈출 줄 모르고 미소를 지으며 박수를 쳤다.
“대단해! 정말 대단해! 당신을 살려서 데려갈 이유가 생겼어.”
랜슬롯의 말에 갤러해드가 표정을 굳히면서 말했다.
“무슨 뜻이지?”
“뭐. 여기서 죽으실 영감님과는 관계없지만 저희가 받은 이런 힘과 보물들이 알 수 없는 것도 몇가지가 더 있거든요. 함부로 썼다가 죽어버린 부하가 몇몇 나와서 아티펙트에 대한 지식이 있는 사람이라면 너무나도 고맙지요. 영감님이 가시기전에 좋은 선물을 준비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건방진 녀석...”
갤러해드의 몸에서 분홍색빛이 살짝 나오기 시작했고 그걸 본 랜슬롯은
“어이쿠~ 그건 곤란하죠.”
프란치스코 쪽으로 창을 가볍게 던졌다.
갤러해드는 급하게 손을 프란치스코쪽으로 돌렸고 쾅 하는소리와 함께 창은 마치 허공에 멈춘 듯 서있다가 다시 랜슬롯에게 돌아갔다.
“죽이려고 던진건 아니니 안심하시고~ 그렇지만 영감님의 방패가 활성화가 되면 아무리 저희가 가져온 보물과 밖에 있는 무기로도 힘들어지니까 그건 양보좀 해주세요.”
갤러해드는 혀를 차며 검을 꺼냈고 프란치스코도 검을 꺼냈다. 그리고 갤러해드에게 살짝 속삭였다.
“그 보이지 않는 방패가 뭔지는 몰라도 작동하기만 하면 도망칠 수 있는겁니까”
“...시도는 할 수 있을걸세”
랜슬롯은 전투자세를 잡는 둘을 보면서 안타까운 표정을 지었다.
“어차피 상대도 되지 않는 싸움에서 이겨봐야 재미도 없고 영광도 없는데 항복해주시면 안됩니까?”
프란치스코는 그런 랜슬롯을 비웃으며 말했다.
“하하 웃기시는군. 이미 무기를 필살의 무기를 고른 시점에서 당신은 기사도고 뭐고 없이 일방적인 승리를 원한다는 걸 말하고 있는 걸세.”
랜슬롯은 고개를 숙였다가 다시 들어올렸다. 그 얼굴은 마치 어린아이가 장난감을 가지고 놀때의 얼굴이었다.
“또~ 정답입니다!”
“하지만 뭔가 이상하군.”
프란치스코의 말에 갤러해드와 다른 두 사람 모두 그를 바라보았다.
“네놈들의 무구 전부 다른 역사, 다른 신화에 것들인데 어찌된 것이지?”
랜슬롯은 실망한 표정을 짓고 대답했다.
“고작 그런 것이 궁금한 겁니까? 힘이란 그것 이외에 아무 의미가 없는 것입니다.”
그렇게 말한 랜슬롯은 뒤로 돌아 문으로 향하며
“어차피 갤러해드를 죽이고 멀린의 거처를 뒤져야하니까 내부에서 싸우면 귀찮아지니 나와서 싸우는 건 어떻습니까?”
일단 모드레드와 랜슬롯 모두 성당밖으로 나갔기에 갤러해드와 프란치스코 역시 밖으로 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