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엘이 주문 시전에 성공하는 일은 거의 없었다. 그래도 3번 시도하면 1번 되기는 했었지만. 그런데 처음으로 여관을 방문한 다음날부터, 이상하리만치 주문 시전 성공 확률이 높아졌다.
케이엘에게서 돈을 받기보단 잔뜩 패놓기를 기대하던 다이언은 실망한 눈치였다. 물론 케이엘은 그 모습이 굉장히 고소했다.
그 날도 케이엘은 여관으로 갔다. 언제나처럼 여관주인이 반겨줬고, 라세인도 반겨줬다. 그리고...
“안녕? 반가워! 너 이름이 뭐야?”
“우악! 어.. 어디에 있던거야!”
여관주인과 라세인씨밖에 없는줄 알았는데, 하고 케이엘은 생각했다.
“에이~ 나 어제부터도 계속 있었는데! .. 아, 은신중이었구나! 미안. 아무튼, 난 헬레나라고 해.”
사실 헬레나에게는 조용히 있으면 다들 눈치채지 못할정도로 어두운 분위기가 난다. 하지만 매우 활달해서 묻힐 뿐.
“어... 케이엘이야.. 나이가 나하고 비슷해 보이는데..”
“내 나이? ... 별로 중요하진 않을 것 같은데. 일단은 18살이야.”
“한 살 언니네요!”
“그냥 편하게 말 놔. 아! 들어보니까, 너 마법사지? 맞지?”
“예... 응. 아직 견습이라, 마법사라기엔 너무 주문을 못쓰지만.”
“그럼 덱은 아직 기본 덱이겠네?”
“응.”
“아, 나 그러고보니까 마법사 카드들 내가 보관하고 있었거든. 덱 맞출래?”
“응! 고마워!”
헬레나가 가서 카드들을 챙겨왔다. 헬레나가 카드를 풀고 있을 때, 케이엘의 예민한 눈에 무언가 포착됐다. 헬레나가 입고 있는 긴 소매 옷, 그 소매가 약간 벗겨지자 팔목의 상처를, 아니 팔목 전체를 기운 자국이 보였다.
“..잠깐. 너 팔뚝...”
“아! 봤구나. 뭐어...”
“그거 설마… 그정도 상처면 치명상이었을텐… 데…..”
케이엘은 지금 자신이 한 생각에 확신을 가질 수 없었다. 하지만 논리적으로 귀결되는 사실은 단 하나. 자신 앞에 서 있는 이 여자는 이미 죽었다는 점. 사실 케이엘 본인은 별로 신경쓰지 않있지만, 다른 사람들은 뭔가 신경 쓸 것만 같다는 기분이었다. 호드와 얼라이언스는 적이다. 언데드는 호드이고, 그 말인즉 헬레나라는 저 여자는 모두와 적이 되어야 한다는 뜻이다.
“맞아. 이것도 난지 벌써 11년은 된 상처고.”
헬레나는 케이엘에게 확신을 주었다.
“그 말은... 라세인씨? 여관주인님? 알고 계셨어요?”
“물론. 사실 여기선 진영, 전쟁, 그런 것들이 아무 상관 없지만.”
라세인이 대수롭지 않다는 듯 대답했다.
“뭐, 라세인도 처음 날 봤을때 경계했긴 했지만, 나만을 경계했던건 아니였어. 여기 호드도 꽤 많다고? 그런데 그것 때문에 싸운 적은 없어.”
“...뭐 그럼. 사실은, 나도 상관 없어! 친하게 지내자!”
“응응!”
헬레나는 언데드 도적이다. 11년 전 18살의 나이로 팔목이 잘려 죽은 후, 거의 바로 부활하여 겉보기엔 조금 창백한 사람이나 다를 바가 없었다.
케이엘은 자신같이 활기찬 애와 친구가 되기를 언제나 원했기에, 그리고 헬레나는 사교성을 타고났기에 둘은 금세 친해졌다.
“자, 너 비전, 화염, 빙결중에 어느게 제일 좋아? 뭐, 하스스톤에선 딱히 상관 없지만 좋아하는 걸로 하는게 아무래도 입문엔 좋겠지?”
“난 당연히 빙결이지!”
“그러면 빙결 컨셉으로 덱을 짜보자! 딱 생각나는 것만 해도 물의 정령, 꽁꽁로봇, 얼음창, 얼음 화살... 얼음 회오리는 어디있지...”
“아! 여기 있네. 얼음 회오리.”
그렇게 케이엘은 얼음으로 가득 찬 덱을 갖추게 되었다.
=======
상당히 자체 설정이 많은 소설입니다/소설일겁니다. 헬레나는 '언데드이지만 외형은 살아있는 사람과 거의 차이가 없는'데, 이런게 원래는 불가능하지 않을까요.
생전에 방부제가 든 빵을 너무 먹었다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