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픈 몸을 이끌고 워터폴의 첫 세이브지점이 있는 작은 폭포 앞에 도착했다. 그 폭포 부근에는 팔이 없는 작은 공룡같이 생긴 괴물 꼬마가 있었다.
언제나 언다인을 찾아다니던 그 꼬마는 이런 위험한 상황에서도 이곳에서 언다인을 찾는지 폭포 밑을 둘러보고 있었다.
그 꼬마를 지나쳐서 샌즈의 또 다른 초소 옆의 세이브 지점에서 난 세이브를 하고 몸을 회복했다.
그러고는 곧바로 앞으로 나아갔다. 일말의 양심인건지 모르겠지만 꼬마는 안 건드릴 생각인거 같았다.
원래라면 바위가 떨어지던 큰 폭포앞에 도달하자 내가 말을 꺼냈다.
"너에게 잠깐 주도권을 넘겨줄거야. 입만 빼고..."
나는 낄낄거리다가 갑자기 표정이 굳어졌다. 나의 말대로 나에게 입을 제외한 몸에 대한 주도권이 돌아왔다.
아무도 없는거 같긴 해도 적어도 내가 주도권을 잡고 있으면 아무 일도 안 일어날 것이다. 그런 생각을 하며 난 계속 앞으로 전진했다.
그리고 언다인을 보게되는 왼편에 언덕이 있는 첫번째 수풀에 도달했다. 나는 조용히 지나가고 싶어서 아주 조심스럽게 천천히 수풀을 해쳐나갔다.
그 때 수풀에서 부스럭 소리가 났다. 그리고 곧바로 언덕 위에서 철컹철컹거리는 갑옷이 움직이는 소리가 들려왔다.
언덕 위를 살펴보니 철갑옷이 내가 있는 수풀을 살피고 있었다. 하지만 숨어있는 나를 발견 못 한건지 갑옷은 철컹철컹 소리를 내며 떠나갔다.
누구지?
철갑옷의 주인 언다인이라는건 알고 있었다. 내가 궁금한건 수풀을 소리내며 지나가려는 또 다른자였다.
어쨌든 언다인도 떠났으니 슬슬 수풀을 벗어나 계속 앞으로 나가려는 그 때, 뒤에서 다시 부스럭 거리는 소리가 났다.
그리고 잠시 후, 내가 세이브했던 폭포에서 언다인을 찾고있던 꼬마가 수풀에서 매우 흥분한 상태로 나왔다.
"요! 봐, 봐, 봐, 봤어! 날 보셨어! 날 보셨다고!"
수풀에서 부스럭 거린 자는 이 녀석이 확실한 모양이다.
"나쁜 놈을 혼내주려고 하는 언다인 님을 보려고 서둘러 왔는데, 이런 곳에서, 눈까지 마주쳤어! 아, 나 기절할거 같아."
정말 신이 난 모양인지 흥분해서 팔짝팔짝 뛰었다.
"그 나쁜 놈은 이미 이 곳을 지나갔나봐! 빨리 가서 언다인님이 싸우는 모습을 보러가야해!"
그러고는 꼬마는 서둘러 뛰어나가다 돌뿌리에 걸렸는지 크게 넘어졌다. 그 모습을 본 나는 놀라서 다가가 그를 일으켜 줬다.
"아이코, 아야... "
일어난 그가 내게 말했다.
"고마워. 너도 언다인을 보러 가는거야?"
나는 그에게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정확히는 하지 못한거지만...
"어? 너 혹시 말을 못하는거야?"
그 말에 나는 고개를 끄덕여 주었다.
"와! 너, 나랑 비슷한 처지내? 난 두 팔이 없거든. 참! 너도 언다인님 보러 갈거지?"
나는 그를 멍하니 처다봤다.
어쩌지? 난 분명 언다인과 싸우게 될텐데...
"따라와. 내가 지름길을 알아."
그 말과 함께 꼬마는 뛰어나가 버려서 나도 무의식적으로 그를 서둘러 따라 나섰다.
그와 함께 도착한 곳은 수면 위에 올려놓아 4개가 한 줄을 이루면 거대한 꽃이 피는 다리꽃을 처음 보게되는 곳이었다.
꼬마가 이 장소의 벽 한 곳을 머리로 박아버리자, 벽 한 곳에서 동굴이 생겨났다.
"짜잔! 너 이런 곳 처음 봤지?"
놀랍기 그지 없었다. 게임 상에서는 볼 수 없는 우측 벽에 숨겨진 스위치가 있을거라곤 생각 못했기 때문이다.
"다른 사람들은 다리꽃을 이용해서 이 곳을 지나가지만 난 그럴 수 없거든. 그래서 언다인 님이 이런 지름길을 알려주셨어."
꼬마는 서둘러 방금 생긴 동굴로 들어가려다 나에게 소리쳤다.
"빨리 따라와! 서둘러야해!"
난 서둘러 그를 따라갔다. 한참 동굴을 따라가 출구로 나오니 바로 앞에 강이 흐르는 게 보였다.
"걱정마. 이 강은 얕으니까 걸어서 가면 돼."
그러고는 꼬마가 먼저 앞장서서 강에 걸어 들어갔고, 나는 조심히 그를 따라갔다.
확실히 물은 얕은 편이어서 강물이 나와 꼬마의 무릎까지만 차올랐다.
한참을 따라가니 선착장 같은 곳이 보였다. 별 같이 반짝이는 천장이 있는 동굴을 빠져나오면 나오는 그 나무다리길이었다.
그는 서둘러 나무다리 위로 올라가 곧바로 강을 건너게 해주는 1인승 나무판자 위에 올라탔다.
"이 나무다리를 쭉 따라와! 나 먼저 가있을께!"
그렇게 소리치고는 강을 거너자 마자 또 서둘러 뛰어가기 시작했다.
잠시 후, 그가 안 보일때 쯤 되어서 나무판자가 나에게 도착했고, 난 그 나무판자에 올라타 강을 건넜다.
그리고 나무다리를 따라서 꼬마를 따라가던 중, 갑자기 나에게 창들이 날아오기 시작했다.
분명 언다인이다. 다리 왼편의 숲을 보니 숲 사이로 그의 철갑옷이 보였다. 그녀가 쏘는 창을 피해 나는 달아나기 시작했다.
얼마나 달아났을까. 눈 앞에 내 몸을 숨기기 적당한 풀밭이 보였다. 난 그 수풀로 숨어들어갔다.
"요."
누군가 속삭이는 소리가 들렸다. 옆을 보니 꼬마가 있었다.
"서둘러 왔나보네? 너도 언다인 님이 빨리 보고 싶었구나."
아마 수풀 때문에 내가 언다인에게 쫓기는 걸 못 본 모양이었다. 그 때, 뒤에서 철갑옷 소리가 들려왔다.
당황한 나는 가만히 숨어있었다. 철갑옷이 다가오는 소리가 내 바로 뒤에 들려왔다. 다 끝났다 싶을 쯤 철갑옷이 움직이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리고 잠시후 철갑옷이 걷는 소리가 들리더니 점점 멀어져갔다.
철갑옷 소리가 들리지 않을때 쯤 나는 수풀을 나왔다. 그리고 곧 이어서 꼬마도 나왔다.
"야! 봤어? 언다인 님이 날 만지셨어! 다시는 얼굴 안 씻을거야!"
해맑은 그의 표정을 보니 나도 모르게 마음이 가라 앉으면서 미소짓게 되었다.
"이야. 너 운이 나빴어. 조금만 더 나랑 가까이 있었다면 너도 보셨을텐데."
그는 다시 달려나가다가 나를 돌아보고 소리쳤다.
"빨리 쫓아오지 않고 뭐해?"
그의 말에 난 또다시 그를 쫓아갔다.
"이번엔 나, 언다인 님에게 말을 걸거야. 그리고 너도 만져달라고 할꺼야."
그의 밝은 모습이 나를 즐겁게 만들어주었다. 어쩌면 그와 함께하면 잠시나마, 아니 끝까지 즐거운 여행을 할 수 있지 않을까, 그런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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