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인정할 수 밖에 없었다. 더 이상 고통 받지 않으려면, 그리고 이 게임을 끝내려면 앞으로 나아갈 수 밖에 없었다.
게임에서도 내가 죽거나 중간에 여행을 그만둬서 끝나는 엔딩인 없었으니까.
그리고 점점 더 샌즈와의 전투를 끝내고 싶어져 기회가 있으면 더 자발적으로 그를 공격했다.
그리고 마침내...
"지금 몇 번째지?"
"99번째인가? 나도 슬슬 지겹다고."
때가 온거 같았다.
"그래. 정말 고마워."
몇 번 만났는지 알려주는게 뭐가 고마운지 모르겠지만, 그 말을 하고나서 샌즈는 잠깐 눈을 감더니 다시 뜨면서 말했다.
"그냥, 본론으로 들어가자고"
그는 가볍게 목운동을 했다.
"준비 됐지?"
"그런데 내가 왜 이러는지..."
그는 매번 같은 턴 같은 공격을 해 왔고, 그 덕에 고통과 함께한 반복 숙달로 중간까지는 눈 감고도 피할 수 있을 거 같은 수준이 되어버렸다.
그가 자비를 베푸는 순간이 반환점이 맞다면 말이다.
난 그가 자비를 베풀건 말건 신경 안 쓰고 그를 공격했다. 어차피 또 자비를 받아 줘봐야 또 죽을게 뻔하니까.
"그래. 알고 있었지. 그럼 제대로 가보자고."
자비를 거절 당하면 그는 나에게 진심으로 공격하기 시작했다. 눈 앞이 깜깜해졌다가 다시 보이면 난 전혀 다른 곳에 서있었다.
예를 들자면 그가 만든 결계 중앙에 서있거나, 결계 벽 위에 서있거나, 혹은 그가 제공한 발판 위에 서있기도 했다.
처음엔 깜깜했다가 밝아졌을 때 몰아쳐 오는 공격에 당황해 몇 번을 죽었는지 모르겠지만 이제는 적응이 되어 쉽게 피할 수 있었다.
그렇지만 그의 공격을 다 피했다고 다가 아니었다. 이젠 우리가 싸우는 곳 곳곳에 그의 뼈다귀들이 나타나 내가 그를 공격하는 것도 방해했다.
"그러고 보니 궁금하지도 않아? 내가 널 어떻게 기억하는지?"
그리고 이젠 결계에 갇힌 나에게 해골 머리들이 내려와 무자비한 광선 포격을 했고,
"난 말이지. 항상 어떻게 되었건 마지막 순간을 기억하고 있어."
이제는 뒤에 있는 결계 뿐만 아니라 모든 결계가 날 당기고 공격해서 날 정신없게 만들었다.
"예를 들자면 말이지, 내가 아버지의 복수를 위해 인간을 하나 사냥했던 순간이라든가,"
그런 정신없는 공격들을 난 99번 죽어가며 파악해 나갔고...
"누군가에게 암살당한 적도 있고, 한때는 이 현상에 대한 연구에 매진한 적도 있지."
99번을 죽어가며 고통을 견뎌네 돌파해 나갔다.
"네가 그리웠던 적도, 너를 죽이고 싶을 때도, 너가 날 죽일 때도 기억나."
하지만 몇번을 죽고 살아나도 고통은 좀처럼 익숙해지지 않았고,
"처음엔 내 과대망상인 줄 알았는데, 너 덕분에 진실을 약간은 알게 되었지."
오히려 더 새로워져 날 더 괴롭게 만들었다.
"정말로 고마워. 덕분에 내가 미친게 아니라는 것도 알았으니까."
닥치고 이제 그만 쓰러져!
"덕분에 내가 게을러진 이유도 확실해졌지. 내가 올린 성과가 다 허무하게 사라지는데 누가 뭔가 하고싶겠어?"
조잘거리지 말고 이제 그만 죽으란 말이야!
이번 공격을 피한 후 난 떨어진 체력을 보충하고 상처를 치료하기 위해 주머니에 넣어둔 파이 한 조각을 먹었다.
맛있었다. 그 파이는 정말로 잘 구어진 파이였다. 이걸 먹는게 죄스러울 정도로...
먹어서 상처가 치료가 되는게 사기적이라는 생각도 들었지만 이젠 어찌되었건 상관 없었다.
"네가 계속 증명해줬잖아? 몇 번 죽었는지도 알려주고, 이렇게 계속 피하고 있으니까."
그리고 드디어 내가 마지막에 죽었던 그 공격이 시작되었다. 결계의 벽에 내동댕이 친 후 벽에서 골빈 뼈들이 튀어나오는 공격을 서너번 한 후,
앞 뒤에서 절반씩 뼈벽이 나와 날 가운데에서 빙글빙글 돌게 만드는 피하기 쉬운 공격이 나온 뒤, 방심한 틈을 타 결계를 거대한 반지처럼 만들어
그 결계 속에서 날 빙글빙글 돌리며 양옆에 튀어나온 뼈들에게 부딪히게 만들었다.
내가 어딘가로 계속 떨어지는 느낌을 받으면서 어떻게든 움직여서 뼈들을 피하다가 어느새 벽에 도달해 그 벽에서 제빨리 뛰어올라
뛰어나오는 뼈들을 피하면 눈 앞이 깜깜해진 뒤 결계 벽으로 이동되어 두개의 벽에서 뼈들이 날 덮치는, 내가 방금 죽었던 패턴이 나온다.
그걸 3번 피하자 이젠 해골들이 날 어떻게든 죽이려는 듯이 내려와 무자비하게 광선들을 쏴댔다.
어떻게든 버티고 피해서 살아남으니 해골들은 사라졌지만 이젠 벽 사방으로 당겨져 이리 치이고 저리 치여서 온 몸이 부서질거 같았다.
하지만 그것도 곧 끝나서 난 바닥에 널부러지게 되었다. 일어나서 혹시 모를 다음 공격에 대비 했지만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결계 밖에 있는 샌즈는 지쳤는지 헉헉대며 숨을 몰아쉬더니 숨을 한번 크게 쉬고 내게 말했다.
"기억나지? 내 마지막 필살기."
그것은 그가 할 수 있는 마지막 발악이었다.
"이대로 계속 버틸거야. 알고있지?"
이제 조금만 더 버티면 그와의 전투도 여기서 끝이었다.
"죽을거라는 건 이미 알고 있으니 몇 마디만 할게."
그냥 닥치고 이제 죽으라고!
"영혼에 구성요소 중에는 정신이라는게 있어."
상관 없으니까 죽어!
"정신은 부정적인 감정, 예를 들면 절망, 죄책감, 슬픔 등을 느끼면 약해지지."
"닥처! 샌즈! 그게 무슨 상관이야?"
샌즈의 말에 나는 분개하여 소리쳤다.
"반면 긍정적인 감정을 느끼면..."
"헛소리 하지마! 입 다물란 말이야!"
샌즈가 무슨 말을 꺼내려는 도중 난 소리를 질러 그의 말을 묻어버렸다. 그는 뭐가 남은게 있는것처럼 씨익 웃어보이고는 말을 꺼냈다.
"그러니 희망을 가지고 버텨. 인간."
"으아아아! 죽여버릴거야!"
나는 분노하여 그에게 달려들었지만 결계 벽에 닿는 순간 튕겨나가 결계 중간까지 날려졌다.
"우리들도 널 위해 준비하고 있으니까."
"흥. 그런다고 달라질 줄 알아? 헛소리 말라고!"
나는 그에게 다시 한번 달려들었지만 또 다시 튕겨나가버렸다. 하지만 포기하지 않고 몇 번이고 달려들었고 몇 번이고 튕겨나갔다.
이렇게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깨달은 나는 그가 쓰러질 때까지 기다렸고, 그가 지쳐서 결국 선채로 잠이 든 순간 결계를 밀어
그도 이 안에 들어오게 한 후 그를 공격했다.
"하, 너 정말로 그게 가능할 거라고..."
2번 역속으로... 공격 후 결계로 날 잡아당기거나 가두지 않아서 가능했던 일이었다.
"그래... 또 이렇게 되었군..."
내가 낸 그의 커다란 상처에서 붉은 무언가가 새어나왔다. 샌즈는 흘러나오는 무언가를 닦아서 살펴본 후 말을 꺼냈다.
"마법의 정점에 달한 괴물은 붉은 마법을 흘린다는데..."
그는 손을 내리고 허공을 바라봤다.
"거짓말 인가보군. 나한테서 이런게 나오다니 말이야."
그는 눈을 감았고...
"미안하다... 파피루스... 그릴비... 못... 가... 겠..."
곧 가루가 되면서 붉은 마법을 흩날리며 사라졌다. 흩날리는 붉은 마법이 내 몸 안으로 흡수되는 것이 느껴졌고, 난 레벨 22가 되었다.
몸이 아파서 파이가 먹고 싶었지만...
"바로 앞에 세이브라고."
하면서 난 워터폴 계곡을 향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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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 인간과 샌즈가 전투하던 눈밭으로 다가와 샌즈가 입고있던 점퍼 앞에서 무릎을 꿇었다.
그는 점퍼를 들어 계속 바라봤고, 점퍼는 물방울을 맞아 아주 살짝 젖게 되었다. 잠시 후 그는 그 점퍼를 입고 워터폴 계곡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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