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원을 파하고 3년지기 친구와 언덕을 내려오며 소소한 잡담을 나누는 시간은 선생의 으름장과 풀리지 않는 수학문제로 인해 풀 죽은 나를 스스로 어르는 중요한 일상 중 하나이다.
여름 초입에 들어가는 하늘은 슬슬 무더위를 견디랴 구름을 벗어내고 있었고, 사나흘도 안 핌직한 벚은 이제 그 낙화도 바닥에 남기지 않았다. 떠는 나뭇잎을 보고 그것이 슬픈 이유를 스무 가지는 댈 수 있다던 18세였으나, 묘하게도 얼굴만 비쳤다 가는 벚을 보고 슬프지는 않았더랬다. 벚을 보고 왜 슬픈가, 그건 벚이 슬프다는 것일까. 아니면 이입일ᄁᆞ?
옆에 계신 벗님의 말은 귓등으로 듣고 대답도 혓등으로 하고 몇걸음 가다 주위한번 둘러보고.
숯이 흘렀다 하여 탄천 이라는 이름이 붙은 개울이라 부르기엔 크고 강이라 부르기엔 작은 유수(流水) 옆 보도블럭을 연신 밟아대며 나와 벗은 집으로 휴식으로 갔더랬다.
오늘은 일요일. 하늘은 맑고 해는 쨍쨍하여 자취를 하는 나로서는 끔찍이도 싫어하는 바퀴벌레에게 철퇴를, 옥탑방 앞 철쭉에게는 자비를 선사하고 나는 그 틈을 요령 좋게 잡아내어 밀린 빨래도 다 해내었다.
산책이나 나갈까. 나무도 많고 공기도 좋다. 산은 집을 둘러싸고 모든 옥탑방 세입자들의 골칫거리인 까치와 비둘기들은 한가로이 짝지어 공습이라도 하듯(실제로 가능도 하다) 유유히 선회하더라. 나도 짝이나 있으면 좋으련만. 에잉ㅡ
평화로운 일요일 오후시작 20분. 그래 아직은 오늘이 절반이상 가지 않았음을 위로 삼아, 난 오늘도 치킨너겟이나 튀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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