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만은 느긋했으면 좋겠다.
그런 염원을 품고있는 레이무는 그 바람대로 평화롭기 그지없는 상태였다. 머무는 신사에 시끌벅적한 방문객도 없는데다, 근처의 하늘도 티끌조차 보이지 않아 청명하기 그지없다. 땔감용 신문을 돌리러오는 텐구나, 그냥 왔다! 라며 항상 하늘에서 폭격해오는 마법사나, 대뜸 허공에서 출몰하는 할망구까지. 차를 마시며 노곤함을 즐기는 적당한 일상을 방해하는 녀석이라곤 코빼기도 보이지 않는 것이다.
하지만 레이무는 너무나도 불안했다. 언제나 몸을 맡기고 있는 무녀의 감이라는 게, 자신에게 '무슨 일이 터질 거다' 란 신호를 너무나도 강력히 내보내고 있기 때문이었다. 세상은 이변의 낌새조차 전혀 보이지 않았는데, 그래서인지 더욱 초조하다. 이렇게까지 평화롭다보니 도대체 앞으로 뭔 일이 닥치려나, 하는 의심이 간다. 과민반응이라고 불릴만하지만 항상 감이 결과와 맞딱드리는 레이무에겐 직감은 곧 확정된 미래나 다름없었다.
'……도대체 뭐가 오려는 거지?'
레이무는 결국 평온따윈 물건너가버린 표정으로, 차를 마시면서 근처를 흉흉하게 두리번거리기만 했다.
결국엔 바람대로일지, 신사의 토리이에서 불쑥 머리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원래대로라면 입구일 토리이는, 그쪽으로 오는 손님이 오히려 드물어서 레이무가 잘 신경쓰지 못하는 곳이었다. 담담한 발걸음 소리가 귀를 때리고서야 레이무는 손님을 눈치채고 시선을 고정했다.
토리이로 오는 손님은 정말로 오랜만이길래, 레이무는 방금까지의 불안도 잊고 손님을 제대로 맞이해주려고 했다. 기상천외한 방법으로 시끄럽게 나타나는 녀석들이 대다수이다 보니 정말 손님답게 다가오는 손님이 드물었으니까. 그래서 정말로 온순한 이번의 손님이 달갑기 그지없었다. 일단은 차라도 대접해볼까, 싶어 레이무는 툇마루에서 몸을 일으켰다.
……라고 생각했던 게 방금 전.
레이무는 정말로 그럴 생각이었지만, 손님이 누구인지 구별하게 되자마자 질색하듯 얼굴을 구겼다. 분명 여전히 엄숙하다 싶을 정도로 조용하고, 소란스럽지도 않고, 심지어는 예의까지 바른데. 다가오는 녀석들은 손님이라기엔 너무나도 터무니없는 상대였다. 레이무는 다가오는 월인을 보며 저게 손님일까, 아니면 시비를 걸러 온 적일지 미간을 좁히면서 고민했다.
고풍스러운 순백색 단발의 그녀는 점점 레이무에게로 다가간다. 처음 적대했을 때처럼 아주 냉정한 태도 그대로다. 다만, 습관인 듯하던 한손으로 입을 가리는 동작만은 하고 있지 않았다. 정확히는 하고 있지 못하는 걸지도 모른다. 그녀, 키신 사구메는 양 팔에 또 다른 객을 들어안고 있었으니까.
"……도대체 뭐야? 뭔 속셈?"
레이무는 지근거리까지 다가온 사구메를 보고 그렇게 묻지 않을 수 없었다. 이렇게까지 당황하는 것도 레이무로서는 오랜만이다.
"……그다지."
사구메는 한 쪽 눈을 미세히 감으며 조곤거리는 목소리로 대답한다. 괜히 감질나게 만드는 미려한 목소리에 레이무는 답답함을 느껴 대뜸 묻는다.
"왜 그 녀석을 네가 안고 있는 건데?"
"…그건."
녀석이라고 지칭된, 아직도 정신을 잃은 채 양 팔에 들어안겨진 채인 흑색 산발의 소녀를 내려다보며 사구메는 입술을 달싹였다.
사구메 혼자뿐이라면 그다지 당황하지 않고 적대할 자신감이 충분했던 레이무였다만, 안기고 안겨져있는 둘의 조합이라는 게 정말로 의도가 짐작되지 않아 답을 재촉했다.
사구메는 그건, 이라고 말을 끊었던 방금과 마찬가지로 입술을 움찔이다가, 안고있는 아마노자쿠, 키진 세이자를 복잡한 표정으로 내려다보며 조곤조곤 이야기한다.
"이 아이는, 내 딸이니까……."
레이무는 사구메의 말을 듣고 이게 월인식 농담인가를 진지하게 고민해봐야 했다. 여기에서 놀라 찻잔을 떨어뜨리는 시늉이나 하는 것은 하수, 또 놀라서 뭐? 하고 되묻는 것은 중수. 그렇다면 고수의 반응, 비상식인 환상향에 찌들어 항상 초연하게 되어버린 자신이 보일 반응이란 무엇일까. 그건 바로 아무 일도 아니라는 듯이 덤덤히 차를 다시 홀짝이는 것이었다.
"전혀 이해 안 가거든?!"
근데 어떻게 그러나. 여기에서 딴지를 걸지 않는다면 어디에서 딴죽을 건단 말인가. 레이무는 눈을 부릅뜨며 소리쳐버렸다.
사구메는 태연히 고개를 갸웃거리는 적당한 반응을 보이고 있었는데, 그래서 그런지 더 짜증이 난다. 괜히 이해하지 못하는 자신만 이상한 것처럼 느껴지지 않는가. 분명 여기에서 이상한 건 저 편익의 백로 쪽이다.
"말 그대로 내 딸이야."
"아 예, 그러시겠죠…."
"데려가고 싶은데."
"안 돼."
레이무는 적당히 정신을 차리고 냉담한 태도로 대응했다. 휘둘리는 것도 방금까지만! 이라고 생각하고 꽤나 무게감 있는 목소리로 말했다.
"그 녀석은 수배범이야. 이변을 일으켰던 원흉이라고. 어디로 데려가려는 건진 몰라도 용납할 수는 없어."
"……안 돼?"
"안 돼."
단칼에 나온 거절에 사구메는 침울해져선 입술을 오물조물 물었다. 레이무는 아주 약간은 동정심이 들어 의도를 물었다.
"네가 걔를 데려가서 뭐하게?"
"같이……."
사구메의 말이 끊기는 걸 의아해하던 레이무는 곧 그녀의 능력이 뭔지를 떠올리곤 아, 하는 소리를 냈다. 입 밖에 낸 것을 역전시키는 능력. 그렇기에 묻는 말에 대한 대답마저도 역전시킬 가능성이 상당했다. 레이무는 사구메가 무슨 말을 하려는지 대강 짐작하고 물어봤다.
"설마 같이 살려고?"
사구메는 다소 부담스러울 정도로 세차게 고개를 끄덕거렸다. 레이무는 이 녀석이 원래 이런 녀석이었나 싶어 허탈한 웃음소리를 냈다. 그러다 축 늘어진 한숨을 쉬었다.
"하이고……."
"안 돼……?"
"방금도 말했지만 안 돼."
"왜…?"
"아니 왜라고 물어봤자, 내가 뭔 말을 해줘야 돼…?"
"어머, 괜찮지 않을까?"
대답하기를 포기하던 레이무의 뒤에서 불쑥 유카리가 튀어나왔다. 레이무는 그리 놀라지도 않고 도대체 어디가, 라고 묻는 눈으로 유카리를 흘겨봤다. 유카리의 눈은 흥미로 가득차있었다. 사구메와 세이자, 저 둘을 붙여놓는다면 도대체 무슨 일이 터질까 궁금해하다 못해 기대하고 있는 표정이었다.
"……."
그러고보면 이 녀석도 글러먹은 놈이었다는 걸 왜 까먹었었는지. 레이무는 자기 편이라곤 없는 이 상황에 질색해 한숨이나 쉬었다.
"하지만 레이무의 말대로 충분한 이유가 있어야겠지요."
"아니 난 이유 있어도 안 보낼 건데."
"단순히 내 딸, 이라는 이유로 넘겨드릴 수는 없어요."
"내 말 무시하기?"
"지금 다소 억지를 부리고 있다는 건 그쪽도 이해하고 있을 테니까요."
"야 임마."
유카리는 이후로도 음흉한 미소를 부채 뒤에 숨기고 대화의 주도권을 가져가고 있었다. 그게 단순히 흥미 본위의 골려먹기라는 걸 아는 레이무는 듣다 못해 불쑥 일어나 유카리의 뒤통수를 냅다 갈겼다. 절대 무시당해서가 아니었다.
아무튼 레이무의 철권에 의해 꽉 찬 수박을 때리는 듯한 퉁! 소리와 함께 유카리의 머리가 툇마루에 쳐박혔다. 사구메는 놀라서 움찔이면서도 볼 건 다 보고있었다.
툇마루에 심어졌던 유카리는 어떻게 얼굴을 빼고, 이번에는 레이무의 눈치를 살살 살피면서 사구메를 불렀다.
"일단… 얘기는 해야겠죠. 그 아마노자쿠에 대해서도, 데려가려는 이유에서도요."
"그러니까 일단 와. 앉아서 얘기하자. 그다지 짧게 끝날 것 같지도 않으니."
사구메는 고개를 끄덕이며 툇마루에 앉았다.
그런데 사구메는 들어안은 세이자를 앉고나서도 놓지 않고 있었다. 마치 어린아이가 인형을 소유하는 것처럼 품에서 도무지 놓지 않으려하는 모습이다. 레이무는 앉고서도 공중에 들어안고 있는 저 힘든 자세를 굳이 유지시키고 있는 이유를 몰라 사구메를 이상한 눈으로 봤다.
"…언제까지 그렇게 들고 있을 생각이야?"
"……그렇네."
사구메는 지적받고서야 세이자를 내려놨다. 그 안착점이란 그녀의 무릎이었다. 사구메는 소위 무릎베개라 부르는 행위를 연출했다. 레이무는 노골적인 애정행각을 하는 사구메에게 딴지를 걸려다가, 이제는 그러기도 지쳐서 미간만 좁히는 것으로 끝냈다. 또, 사구메의 얼굴은 너무나도 행복에 겨워있어 건드리기 껄끄럽기도 했다.
"…뭐, 그래서 갑자기 데려가려는 이유는 뭐야? 이제껏 내버려두다가?"
"이제서야 만났어…. 너희들이 나를 불렀던 그 불꽃놀이에서, 겨우 볼 수 있었어."
불꽃놀이란, 비교적 최근의 일로. 스미레코가 레이무를 설득해 환상향에서 이름날린 녀석들을 모아 탄막놀이 대회를 열었던 때를 얘기하는 것이었다. 사구메는 그 축제에서 혹여나 터질 비상사태에 대한 대책으로 초대된 안전요원이었다. 하필 아마노자쿠도 중간에 난입해 축제를 쑥대밭으로 만들려고 했었기에, 사구메가 당연히도 목격했던 것이었겠지.
사구메는 재회란 사실에 감격해있는 것인지 행복에 겨운 표정이었다. 가느다란 손가락을 움직여 세이자의 머리를 살며시 쓰다듬고 있었다.
"……헤어졌었는데, 이제서야. 만나게 되었어."
"어쩌다가 헤어졌는데?"
시큰둥하게 묻는 레이무의 말에 꽤나 긴 침묵을 한 사구메는, 나중에 아련한 눈치로 입술을 움직였다.
"……나는, 옛날에 아시하라노나카츠쿠니를 평정한다는 이유로, 아마테라스오오카미 님의 명을 받아 아메노와카히코 님과 함께 지상에 보내졌었어. 먼저 지상에 보내졌었던 아메노호히 님이 아직가지도 지상을 정복하고 있지 못하는 이유도 알아오라는 전언과 함께. 그렇게 지상에 내려왔었지.
처음 일 이년은, 그 명대로 아메노호히 님을 찾는데 전력을 다했었는데, 아메노호히 님은 이미 지상의 신인 오오쿠니누시와 손을 잡고 명령을 잊고 계셨었어. 또 그것만이라면 모르겠는데, 아메노호히 님을 찾게 된 아메노와카히코 님마저, 오오쿠니누시의 딸에게 유혹당해 그대로 결혼해버리셨지. 사자의 부하로서 함께 보내졌던 나로선 더러움에 현혹된 그분들을 설득하기란 무리였어. 그분들은 이미 아마츠카미로서의 의무를 뒷전으로 두고계셨지.
팔 년…, 그렇게 팔 년을 지상에서 보냈어. 그 팔 년동안의 공백은 어느샌가 나조차도 임무를 별 것 아닌 것처럼 여겨버리게 될 정도로 길었어. 그래, 나조차도 더러움에 물들어버렸던 거야. 지상은 굉장히 행복했어서… 의무를 잊게 되어버렸던 거야."
"……."
레이무는 좀 기네, 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 공백을 신께서도 수상쩍게 여기는 게 당연했지. 그래서 오모이카네노카미…, 야고코로 님이 지상으로 나키메를 보냈어. 친구였지만 수하로서 나키메를 만나게 된 나는, 그제서야 뭔 짓을 저질렀는지 깨달았어…. 명을 무시하고 지상의 더러움에 찌들어있었다는 걸 자각하니, 미쳐버릴 것 같았지. 나키메는, 친구로서 걱정해줬지만… 어떤 벌을 받을지에 대한 내 불안은 가시지 않았어. 나는 나키메에게 끈덕지게 달라붙고, 명을 잊은 것이 아니었다고 처절하게 빌었지. 그렇지만 대안은 나오지 않았고, 와카히코 님께도 신의 전언을 들려드려야만 하는 날은 다가왔어.
그 전날, 나키메는 수가 있다고 했었어. 나는 그 말을 철썩같이 믿고 나키메의 말을 따랐어. 「문 앞에 있는 나무에 불길한 소리로 우는 꿩이 있습니다.」라고, 그대로 와카히코 님께 전했지. 그 뒤에는 다시 나키메의 말대로, 문 앞의 계수나무에서 나키메와 함께 있으면서, 와카히코 님이 무슨 말을 하는지 기다리고 있을 뿐이었어….
그래, 나는 나키메가 그곳에 어떤 각오로 섰었는지도 모르고, 나키메에게 의존하고만 있었던 거야…. 불안에 떨기만 해서, 와카히코 님도 나와 같은 두려움을 느끼고 있을 거란 걸 모르고…. 그 두려움의 끝이 극단일 걸 전혀 떠올리지 못하고…….
와카히코 님은, 그토록 두려우셨는지 나키메를 활로 쐈어. 그런데 그 화살은 나키메의 심장을 뚫는 것으론 모자라 타마키가하라까지 향해, 피묻은 화살에 의심을 품은 아마츠카미들이 다시금 지상으로 화살을 쏘게끔 만들었지. 「만약 와카히코가 흑심을 품고 쏜 화살이라면, 이것은 그에게로 돌아가 마찬가지로 심장을 뚫을 것이다」 라는 어명의 뜻과 함께.
와카히코 님은 그렇게 심장이 뚫려 죽었어. 그 날 밤이었지. 하지만 나는 그 사실을 다음날이 되고서야 눈치챘어. 나키메에게 정신이 팔려서 눈치채지 못하고 있었으니까. 죽어가는 나키메의, 아니 죽었던 나키메의 목소리가 시체를 놓지 못하는 동안 계속해서 들려왔어. 「와카히코 님의 화살은 더러움에 물들어있어. 그것이 내 심장을 뚫었으니, 당연히 내 피에도 더러움이 묻어있겠지. 너는 내 심장에서 튀어나간 피, 그러니까 와카히코 님의 화살에 의해 더럽혀졌다고 신들께 말씀드려. 너는 지상의 더러움에 현혹되지 않고 있었다고 말하는 거야. 알겠지, 사구메?」"
"……."
좀 많이 기네, 유카리도 레이무와 시선을 교환하곤 똑같이 생각했다. 하지만 침묵하고 있어서 사구메에게 그녀들의 불만은 와닿지 않았다.
"나키메 덕분에 난 처벌받지 않고 타카마가하라로 돌아갈 수 있었어. 하지만 돌아왔다는 기쁨보단, 나키메가 나 때문에 희생되었단 죄책감이 더 컸어. 그 탓일까, 툭하면 목소리가 들려왔지. 원한의 목소리, 증오의 목소리가. 나키메의 피가 묻은 왼쪽 날개에서….
하지만 희생도 무색하게, 타카마가하라는 달로에의 천도계획을 진행중인 상태였어. 츠쿠요미 님이 주도한 그 계획은, 전쟁으로 더러움에 물든 타카마가하라를 떠나고, 아마츠카미 중에서도 더러움에 물들어있는 분들을 솎아내기 위한 것이었지. 나는, 지상의 더러움에 물들어있기에 갈 수 없었어. 그렇지만 나키메의 희생을 무의로 돌리고 싶지 않아서…, 아니. 버림받고 싶지 않았기에…… 나는."
날개를 도려냈던 왼쪽이 욱신거려, 사구메는 어깨너머를 만지며 그 쪽을 봤다. 시선이 가면서 무념무상으로 허공이나 바라보는 레이무와 유카리도 보게되었다. 떫은 눈으로 보자 그쪽도 시선을 눈치챘는지 아? 하고 정신을 잠시 차렸다.
"……조금만. 거의 다야."
"…어? 아. 듣고있어 듣고있어. 계속해."
"……. 나는 왼 날개를 도려냈어. 하지만 그럼에도 목소리가 떠나지 않았지. 더러움도 마찬가지였고. 나는 그제서야 목소리가 왼 날개가 아닌, 내 몸 속의 무언가에서 파생되고 있다는 걸 깨닫게 되었지. …나키메의 아이, 에게서 말이야.
나는 그 사실을 깨달았지만 도무지 버림받고 싶지 않아서…… 아이를 꺼내고 도려냈던 왼쪽 날개로 감싸 타카마가하라에 내버려두고 도망쳤어. 그 때 버렸던 아이가 지금, 내가 품고 있는 이 아이, 세이자……. 몹쓸 짓인 건 알고 있지만……."
사구메의 이야기는 끝났다. 한참동안 목소리가 없자 레이무가 정신을 번뜩 차리며 어, 어? 끝났구나 같은 말을 했다. 사구메는 무성의함에 혀를 짧게 찼다. 레이무는 그 소리를 듣곤 네 얘기가 길었는데 어떡하라고, 같은 표정을 지었다.
"음, 알겠어. 사정은… 나중에 20자 이내로 요악해서 다시 알려주고."
"안 듣고 뭐했어?"
"너무 길잖아. 어쩔 수 없다고. 그걸 한 번에 어떻게 알아들으란 거야?"
"……지상의 생물이란 정말."
"네가 품고있는 딸도 지상의 아이랍니다. 하하하."
논리적으로 반박하지 못해 사구메는 더 이상 말하지 않았다. 요약하라고는 했지만 대강 사정을 이해한 레이무는 귀찮은 일에 휘말렸다고 생각하면서도 나름대로 방안을 떠올려보려했다. 그렇게 벅벅 뒷머리를 긁다 시큰둥하게 말했다.
"대강 사정은 이해하겠다만 역시 멋대로 보낼 수는 없어. 녀석은 이변을 일으켰던 주모자니까. 더군다나 수배도 걸려있고."
"어떻게 해도 마찬가지야?"
"그 정도까지는 아니고, 방안은 있지."
그 말에 사구메의 눈이 잠시동안 빛났다. 레이무는 부담을 느끼면서도 팔짱끼며 말한다.
"벌였던 이변을 수습하는 거야. 그 녀석은 환상향에서도 지금 제일 가는 문제아로 꼽히고 있으니까, 그 고정관념을 뒤바꿔봐. 갱생시키란 거지. 만약 그게 가능하다면 그쪽이 데리고 가도 상관은 없을 거야. 뭐, 본인의 의사도 중요하겠다만."
"……어떻게?"
"그건 네 쪽이 생각해야 할 게 아닐까?"
"……그렇네."
사구메는 아련한 눈으로 아래를 보며 세이자의 거친 산발을 쓰다듬었다. 레이무는 무심한 척을 하면서도 길을 제시해줬다. 나름 감정에 잘 휘둘리는 그녀였다.
"뭐, 갱생 전문이라면 환상향에도 마땅한 곳이 있긴 하니까 안내는 해줄게. 그 뒤는 어련히 해봐."
"응? 설마 레이무……, 거기로?"
"그래, 거기야."
초조한 눈치로 묻는 유카리에게 레이무는 고개를 끄덕거렸다.
"그 땡중이 있는 묘렌사."
토리이 너머를 불제봉으로 가리키고 있는 레이무는, 골칫거리를 떠넘길 수 있다는 생각에 음흉하게 웃고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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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노사구메 신화를 적절히 어레인지해서 내놓은
사구메 세이자 모녀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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