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교실에 하루히는 없다...현재까지 나온 1~3권까지 읽었습니다.
특이한 제목때문에 관심을 가진 분도, 거부감을 가진 분도 있을 만한 작품입니다.
개인적으론 그리 관심이 없었지만, 호평이 간간히 보이길래 구입했는데 매우 만족합니다. 아마 최근 본 라노벨 중에는 가장 만족스러운 작품이 아닐까 싶군요. 다만, 작품성과는 별개로 흥행이 별로 되지 않았는지, 지금 샀는데도 1권 초판부록 동봉.... ;;;
시놉시스는 다음과 같습니다.
평범한 학생인 주인공 유우(성이 안나옵니다)는 어느날 여동생이 보던 애니메이션에서 인상깊은 대사를 듣게 됩니다.
"평범한 사람은 관심이 없습니다. 이중에 우주인, 미래인, 이세계인, 초능력자가 있으면 제게 오십시오. 이상"
앞뒤 맥락 없이 저 대사만 뇌리에 남은 주인공은, 그럼 평범한 사람은 어떻게 해야 하는데? 라는 의문을 가지고 살아가게 됩니다.
그러던 어느날, 어릴적 이후로 교류가 없었던 소꿉친구 네리마 카스가(표지에서 좌측)가 주인공에게 자신이 성우지망생임을 밝힙니다.
그리고, 그녀가 가장 존경하는 성우가 현재 최고의 인기 아이돌 성우인 시오도메 아스카(표지에서 우측)라고 말해주고, 주인공은 카스가의 꿈을 응원하게 되죠.
이후, 우연과 인연이 겹쳐 주인공은 시오도메 아스카와 만나게 되는데, 그 정체는...
인물간의 관계가 고전게임인 화이트앨범과 매우 흡사합니다.
아이돌 지망생과 탑 아이돌, 그리고 주인공의 삼각관계를 그려낸 화이트앨범과...
성우 지망생과 인기 아이돌 성우, 그리고 주인공의 관계가 그려지는 나교하는 상당히 흡사한 구성을 보여주죠.
작품에서도 이를 의식했는지 화이트앨범에 대한 언급이 지나가면서 잠깐 나오기도 합니다.
다만 치정극에 가까웠던 화이트앨범과 달리, 나교하는 전체적으로 청춘성장물에 가까운 구성을 보여주기 때문에, 삼각관계의 질척한 느낌은 아직 들지 않습니다. 그리고 라노벨 주인공답게 사각 오각 육각으로 발전합니다.
이 작품을 읽을때 가장 놀랐던 점은, 라이트노벨이라 하기 힘들정도로 문체가 매우 건조하게 느껴진다는 점이었습니다.
뭐랄까... 웃음을 일으키기 위해 억지로 과장된 이벤트를 연출하거나 딴죽을 거는 장면도 없이, 굉장히 평이한 분위기를 유지하면서 담담하게 스토리를 묘사한다는 점입니다. 또, 요즘 라노벨의 대세인 히로인들의 모에(별로 좋아하는 말은 아닌데 딱히 대체어가 없으니...;;)성을 강조하기 위한 연출도 거의 없습니다. 심지어 주인공의 감정이 격해지는 부분에서도, 매우 담담한 묘사로 이야기를 이끌어나가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런 건조한 문체로 담담하게 쓴 작품인데도, 웃긴 장면에선 자기도 모르게 미소가 떠오르고, 히로인은 어떤 모에계열 작품보다 매력적으로 다가오며, 클라이막스 부분은 자신도 모르게 긴장감으로 몰입하게 만들어 준다는 점입니다. 아마 이런 담담한 연출로도 독자들의 감정을 움직일 수 있는 작가의 필력이 이 작품의 가장 큰 매력이 아닐까 싶습니다. 뭔가 눈에 확 뜨이는 자극적인 이벤트도 없는데도 다음 이벤트가 궁금해서 술술 읽게 되고, 결과적으로 하루만에 세권을 독파하게 만들었으니, 최근 본 작품중에 가장 재미있게 읽은 작품이 아닐까 싶습니다.
허나, 이 작품은 라노벨로서 매우 치명적인 결함을 가지고 있습니다.
굉장히 잘 쓴 작품임에도 불구하고, 이 작품의 원고를 들고 국내 라노벨 출판사로 가져가면 100% 퇴짜를 먹는다고 단언할 수 있을 정도입니다...
그 이유는 첫째로, 이 작품은 호흡이 굉장히 길어 단권으로 완결 성향을 띠는 라노벨에 어울리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작가가 최소한 5~6권 이상의 분량을 염두에 두고 플롯을 짠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긴 호흡을 보여주는터라, 1권만 볼 경우 캐릭터소개만 보고 끝나는 기분이 들 정도입니다. 이 때문에 '1권을 먼저 보고 재밌으면 후속권 사야지...'라는 독자들에겐 도저히 어필할 점을 찾을 수 없습니다. 아무리 재밌는 이야기도 기승전결에서 기만 보고 재밌을 수가 없으니, 라노벨이라는 장르로서는 치명적....
대신 2권까지만 읽으면 약간이나마 기-승-전-결이 갖춘 작은 이야기가 끝나니, 읽으실 분은 최소한 2권까진 읽는게 작품의 매력을 알 수 있는 방법이 아닐까 싶습니다. 아마 제가 편집자라면 이 작품이 비싸고 두꺼워지더라도, 초반 2권은 한권으로 묶어서 내놨을듯...
이미 경계선상의 호라이즌 같은 작품도 있는데 뭘
단권에서 완결되는 이야기가 아닌 호흡이 긴 장편 소설이라는 점에서, 이 작품은 라노벨이라기보단 오히려 청춘소설 쪽에 가깝지 않나 싶군요.
둘째로, 이 작품의 히로인들이 요즘 라노벨의 대세라 할 수 있는 모에계열과 동떨어 있다는 점입니다.
물론 거유 소꿉친구라는 클리세는 모에계열에서도 무척이나 자주 쓰이는 설정이지만, 이 작품 특유의 건조한 문체와 담담한 이벤트, 그리고 히로인의 특이한 성격 때문에 라노벨 주 독자층에게 어필하기 힘들것 같습니다. (아마 이 원고들고 라노벨 출판사 가져가면 편집자가 '히로인 매력이 부족하네요. 다시 써오세요' 이러지 않을까 싶음...) 특히 이야기 도입과 등장인물 소개만 하고 끝나는 1권만 본다면 그런 경향이 더욱 강하죠...
허나, 2권 3권을 계속 읽다보면 히로인들의 성격이 감이 잡히면서, 행동 하나하나에 숨겨져있는 의미가 보여집니다. 덕분에, 흔해빠진 클리세로 만들어진 캐릭터보다 훨씬 복잡하면서도 인간적인 캐릭터를 느낄 수 있어서, 다른 라노벨의 히로인들과 차별화되는 독특한 매력이 느껴집니다.
물론, 1권만 보면 안느껴집니다.
셋째로, 라노벨 주독자층인 십대 남자들이 러브코미디 장르에서 바라는 성적 판타지가 거의 없다는 점입니다.
우연히 넘어지면서 속옷을 본다던가, 슴가를 터치한다던가, 히로인이 얼굴이 빨개지면서 부끄러워하는 장면이 나온다던가, 질투때문에 앙탈을 부린다던가 하는 장면이 전혀라고 해도 좋을 정도로 안 나옵니다... 라노벨의 단골등장인물인 여동생도 등장하지만, 주인공에게 적대적이라, 독자들이 여동생 캐릭터에게 바라는 그런 시추에이션도 전혀 안나옵니다. (유난히 주인공이 동생의 심기를 거스리지 않으려는 모습을 많이 보여주는데, 복선일 확률이 높은듯...)
이 때문에 미소녀 두명이 서 있는 표지를 보고 러브코미디 기대하면서 구매한 독자들은 실망할 확률이 높습니다.
다만, 이 점은 서술트릭과 건조한 문체로 히로인의 호감을 교묘하게 감추고 있어서 잘 드러나지 않다 뿐이지, 세심하게 읽어보면 러브코미디적인 요소도 많이 들어가 있습니다. 특히 3권부터 급격히 러브코미디적인 요소가 강해지므로, 럽코물 취향의 독자도 재밌게 볼 수 있습니다.
특히 투하트2를 안다면 더 재밌게 볼 수 있습니다.
그 외에 아쉬운 점이라면 등장 캐릭터들의 이름을 파악하기가 쉽지 않다는 점... 일러스트가 약간 불만족스러운 점 등이 있습니다.
예를들어, 성우 등장인물들은 본명과 예명이 있는데, 캐릭터에 따라 본명과 예명의 성과 이름으로 각각 다르게 부르니 엄청나게 헷갈립니다. 근데, 라노벨 제일 앞에 있는 등장인물 소개에서 풀네임을 기재한게 아니라, 성이나 이름만 기재한 경우가 많아 호칭만 보고 어떤 인물인지 파악하는데 어렵습니다. 더구나 후속권은 쓸데없이 이름을 영문으로 기재하면서 이런 혼동에 부채질을 했으니.... 하다못해, 1권의 캐릭터 소개는 한글로 풀네임과 예명을 기재했으면 어땠을까 싶군요.
일러스트는 표지는 맘에 들지만 속지는 약간 아쉬운 편이고, 뭣보다 내용하고 잘 안맞는 경우도 있습니다.
대표적인게 소꿉친구인 네리마 카스가가 G컵이라고 표현되는데, 1권 왼쪽 일러스트를 보고 누가 G컵이라고 생각할지... 그리고, 3권에서 카스가가 검은색 비키니를 입고 등장하는 이벤트가 있는데, 3권 표지(우측)는 빨간색 비키니를 입고 있습니다. 이게 뭥미... 또, 카스가는 약간 귀여운 정도의 외모, 카구라자카 선배(2권 좌측)는 굉장한 미녀라고 묘사되는데, 작품에선 오히려 카스가가 더 이쁘게 그려졌습니다.... 여러모로 작품과의 매치가 아쉬운 부분....
그리고 가격이 좀 비쌉니다. 존나 두꺼운 내청코 10권이 6800원인데 훨씬 얇은 나교하가 7000원이 왠 말이냐....ㅠㅠ
그나마 작품 자체가 무척 만족스러웠기에 7000원이라도 계속 살 듯 합니다. 호객은 호갱호갱하고 울죠.
결론적으로, 나교하는 라노벨이라기보단 라노벨과 청춘소설의 중간쯤에 위치한 소설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사실 3권에서 러브코미디 요소가 짙어지면서 라노벨에 가까워졌지만, 1, 2권만 보면 그냥 청춘성장물이라 봐도 될 정도...
이 때문에 라노벨 주 독자층인 10대 남성에게는 어필하기 꽤나 힘든 작품으로, 매우 잘 쓴 작품임에도 상업적으로 안 팔릴 확률이 높습니다.
(사실 내청코도 초반권은 더럽게 안팔려서 작가가 한탄할 정도였으니 뭔가 계기가 되면 잘 팔릴 수도 있겠지만... 애니화만이 희망이다...)
허나 저처럼 약간 나이대가 높아, 일반적인 러브코미디물 라노벨이 식상한 독자에겐 꽤나 볼만한 작품입니다.
청춘성장물, 러브코미디물 좋아하거나 성우 업계에 관심이 있는 독자라면 한번쯤 읽어볼만 수작으로 추천합니다.
PS: 이거 읽기 전에 스즈미야 하루히와 투하트2에 대한 사전지식을 조금 알고 있다면 더 재밌게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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