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야, 야헬롱~.”
갈색으로 물들인 당고머리. 여름답게 시원스러운 옷차림으로 캐리어를 두 손으로 받쳐 든 유이가하마 유이가 주위를 경계하듯 멀뚱하게 서 있었다.
“어, 어어…….”
예상치 못한 광경에 몸이 얼어붙고 말았다. 둘 다 어찌할 바를 모르고 서로 눈치만 살피며 어색한 침묵 속으로 빠져든다.
여태까지 우리 집을 찾아오는 사람이라곤 택배 기사와 주민 공지 사항이 적힌 회람판을 전해주러 오는 옆집 아주머니뿐이었다. 학교 관계자가 내 사적인 공간을 침범했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기가 힘들었다. 말하자면 수족관에 가젤이 있는 격이다. 가젤이 있어도 되는 곳은 사바나와 동물원, 근육맨 2세뿐이다.
5권 p18
2.
연한 복숭앗빛 유카타에는 군데군데 작은 꽃이 피어 있었다. 짙은 주홍색 허리띠가 시선을 잡아끈다. 핑크빛이 감도는 갈색 머리카락은 평소처럼 당고머리를 하는 대신 질끈 위로 묶어 올렸다.
5권 p167
3.
“와앗!”
희미한 비명과 함께 딱 하고 게다 굽 소리가 나며 달콤한 향기가 코끝을 스쳤다. 부드러운 무게감이 어깨를 내리눌렀다. 익숙하지 않은 신발 탓도 있으리라. 휘청 균형을 잃은 유이가하마가 내 쪽으로 쓰러졌다. 반사적으로 그 몸을 떠받쳤다.
“…….”
“…….”
바로 코앞에 서로의 얼굴이 있다. 유이가하마가 확 얼굴을 붉히며 황급히 몸을 물렸다.
“미, 미안…….”
“아니 뭐, 워낙 붐비니까…….”
창밖을 내다보는 척하며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유이가하마에게 들키지 않도록 조심스럽게 한숨을 토해낸다. 뒤늦게 식은땀이 줄줄 흘러나왔다.
긴, 긴장했다……. 휴우, 위험했어. 내가 평범한 남고생이었으면 무심코 반해버릴 뻔했다.
5권 p172
4.
“그리고 힛키가 또 그렇게 시시하구 엉뚱하구 어처구니없는 해결법을 내놓아서 도움을 받게 되는 거야, 그래서…….”
꿀꺼덕 소리가 났다.
내가, 혹은 그녀가 숨을 들이켜는 소리. 또는 심장의 두근거림.
5권 p219
이번 권에도 유이가하마가 점수를 좀더 땄다는 느낌이네요. 유키노와의 이벤트는 거의 없는데 유이는 사브레를 맡긴다고 집에도 쳐들어오고 그걸 빌미로 불꽃놀이 구경까지 같이 하니 말이죠. 하루노가 보고 초조해한 것도 무리는 아닐 듯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