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10월이 시작되었습니다.
오늘은 신지가 좋아하는 우주 이야기입니다. :)
스포일러 목록
- 토미노 요시유키, 『기동전사 건담』시리즈
- 윌리엄 셰익스피어, 『The Tempest(템페스트, 폭풍)』
- 크리스토퍼 놀란, 『Interstellar(인터스텔라)』
- Hinterland Studio, 『The Long Dark(더 롱 다크)』
- 신카이 마코토, 『초속 5센티미터』
- 그리고 『에반게리온』시리즈
목차
1. Lagrange Point (라그랑주 점)
2. Observer (관찰자)
3. Brave New World (멋진 신세계)
4. ARK (방주, 성궤)
5. Canaan (가나안)
6. Voyager (보이저, 여행자)
이번 글을 쓰는 이유입니다. L5 라는게 뭘까요?
1. Lagrange Point (라그랑주 점)
두 천체 부근에서 역학적으로 안정적인 지점들을 뜻합니다.
수학자이자 천문학자인 조제프루이 라그랑주(Joseph-Louis Lagrange)가 발견했습니다.
이곳의 물체는 어느 한 쪽의 중력에 끌려가지 않고 위치를 지킬 수 있습니다.
고전 역학 삼체 문제(three-body problem)의 정지해(stationary solution)이기도 합니다.
이런 성질을 이용하여 태양과 지구간 라그랑주 점들은
인공위성이나 향후 우주정거장, 우주식민지 등의
정지 구조물을 주차(parking)시켜놓는 지점으로 활용됩니다.
그래서 별명도 우주의 주차장, 정류장입니다.
총 다섯개의 지점이 있으며 라그랑주를 나타내는 L을 써서
각각 L1, L2, L3, L4, L5 로 표기합니다.
L3는 태양 너머 지구와 반대편에 있기에 실용성과 관심도가 떨어집니다.
L1, L2는 인공위성의 궤도로 많이 활용됩니다.
허블 망원경의 후계기인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도 L2가 예정지입니다.
오늘의 주인공 L5는 L4와 쌍으로 다뤄집니다.
이 두 곳은 태양과 지구를 이은 선을 한 변으로 하는 정삼각형 위에 위치합니다.
공전궤도상 L4는 지구보다 앞서고 L5는 뒤따라오게 됩니다.
가장 안정적인 지점으로 다른곳보다 25배정도 더 안정성이 높습니다.
이처럼 강력한 안정성은 우주의 잔해들을 끌어모아 가두는 역할도 합니다.
그래서 트로이 소행성군(trojan asteroids, 2010 TK7)이 주변에 존재합니다.
앞으로 지구와 달에서 일어날 사태에 휩쓸리지 않도록
종자 컨테이너들을 가장 안전하고 안정적인곳,
Lagrange Point 5(L5)로 보냈습니다.
말은 좀 험하게 해도 가지와 그가 남긴것, 그 뜻을
미사토가 얼마나 소중하게 생각하는지 알 수 있습니다.
L5 지점은 조금 더 특별한 의미도 지닙니다.
일직선상의 라그랑주 점들과 달리 멀리 떨어져서
지구와 태양을 바라보는 관찰, 관측자적인 위치입니다.
그리고 인류 앞에 펼쳐진 새로운 세계인
우주 식민지, 스페이스 콜로니(space colony)의 후보지입니다.
이런 특징들은 인류와 임팩트, 보완에 대한
가지의 시선과 입장을 나타내는 장치이기도 합니다.
2. Observer (관찰자)
L4, L5는 실제로 나사(NASA)의 STEREO(스테레오)미션의
두 인공위성 STEREO-A, B가 거쳐간 지점입니다.
다른 일직선상의 지점들과 달리 태양이나 지구, 달에 가려지지 않기에
각각 두 지점을 통과하는 궤도를 지나며
태양의 입체적인 고해상도 이미지를 얻어
지구에 막대한 피해를 끼치는 대규모 태양풍 폭발 현상,
코로나 질량 방출(Coronal Mass Ejection, CME)을
보다 빠르고 정확하고 모니터링하는것이 임무였습니다.
2012년 7월 23일 발생한 초속 1800~2200마일의 강력한 CME를 관측하도 했습니다.
이를 위해 탑재된 장비의 이름이 IMPACT(임팩트)인것도 재미있습니다.
(In-situ Measurements of Particles and CME Transients, IMPACT)
가지 료지의 입장도 마찬가지였습니다.
감찰관이라는 직함은 그럴싸해보여도 정체는 다중스파이였습니다.
경계를 넘나드는 강력한 현장 지휘권을 가진 미사토나
직접 에바에 탑승하여 무력으로 전투, 시위하거나
심지어 구세대 생명체들에게 종말을 고할수도 있는
에바 파일럿들과는 큰 차이가 있습니다.
앞에 나서서 행동하기보다는 주변 관찰자의 시점에서
모니터링, 도청 등 정보수집과 뒷공작이 주력입니다.
이를 통해 숨겨진 진실을 밝히고 대비하려했습니다.
이러한 모습은 지구에 종말을 가져올수도 있는
태양풍 폭발을 멀리서 관측하고 대비하는
인공위성의 모습을 떠올리게합니다.
1859년 영국 런던 그리니치 천문대에서 관측된
역사상 가장 강력했던 자기폭풍입니다.
그 유명한 "1859년 태양대폭풍(Carrington Event)"입니다.
전세계에서 오로라(Aurora)가 발생했고
하와이처럼 극지방에서 먼 곳에서도 관찰할 수 있었습니다.
로키 산맥의 광부들은 이 빛을 보고 아침인 줄 알고
잠에서 일어나 식사를 준비할 정도였습니다.
유럽과 북아메리카 전역의 전신 시스템이 마비되었고
철탑에서는 멋대로 불꽃이 튀기도 했습니다.
게임 『The Long Dark(더 롱 다크)』등에서도
이러한 현상이 구현되어있습니다.
종말적인 상황에서도 하늘이 밝고 아름답게 빛나며
동력잃은 전자기기들이 제멋대로 작동하기도 합니다.
STEREO 위성들은 이런 파멸적 사태와 맞먹는 규모의
2012년 방출을 겪고도 조용히 살아남았지만
가지는 관찰자에서 한발 더 나아가 스스로 목숨을 던져
서드 임팩트를 막았다는 점에서 큰 차이를 보입니다.
그가 가진 기존의 입장과 한계를 초월한 행동이었고
그랬기에 맞이한 결말이었습니다.
"초월적 진화의 끝은 무언가의 죽음"이라는 메세지는
TV판에서 마기(MAGI)본체에 침투한 사도와
신극장판 시리즈를 통해 이전부터 전해져온것이기도 합니다.
3. Brave New World (멋진 신세계)
MIRANDA :
O wonder!
How many goodly creatures are there here!
How beauteous mankind is! O brave new world,
That has such people in ’t!
- William Shakespeare. 1611. The Tempest.
미란다 :
오 경이롭구나!
여기에 훌륭한 피조물들이 이렇게 많다니!
인류는 얼마나 아름다운지! 오 멋진 신세계여,
이런 사람들을 품고있으니!
- 윌리엄 셰익스피어. 1611. 템페스트(폭풍).
라그랑주 점들은 우주 거주지인 스페이스 콜로니(Space Colony)
위치 후보지들이기도 합니다.
특히 L4, L5 지점은 지구와 거리를 두면서도
공전궤도를 함께하며 추가적인 연료 분사 없이도
궤도 유지가 수월한 안정적인 지점이기에 더욱 각광받습니다.
이러한 개념의 대표주자로는 미국 물리학자, 우주 활동가인
Gerard K. O'Neill(제라드 오닐) 박사가 있습니다.
프린스턴 대학에서 그의 아내와 함께 비영리단체
Space Studies Institute(SSI)를 설립했으며
다이슨 스피어와 하프라이프 고든 프리맨의 원조로 유명하신
Freeman Dyson(프리먼 다이슨) 교수님이 2003년 SSI 회장직을 맡기도 했습니다.
최근 재점화된 민간 우주계획을 이끄는 인물 중 하나인
Jeff Bezos(제프 베조스) 또한 오닐 박사로부터 영향을 받았고
인터뷰에서 이를 언급하기도 했습니다.
또한 이분은 별도의 추진체나 연료소모 없이
전자기력으로 물체를 쏘는 Mass driver(매스 드라이버)와
우주 거주구 O'Neill cylinder(오닐 원통)으로도 유명합니다.
SF쪽에서 단골로 등장하는 구조물들입니다.
에바에 큰 영향을 준 토미노 감독과 건담 시리즈 단골소재이기도 합니다.
실린더 형태의 사이드-n(번호) 콜로니들과 그 위치,
전투의 주 무대가 되는 매스드라이버들의 모습은
오닐 박사로부터 큰 영향을 받았습니다.
최근 개봉한 하사웨이 극장판과 연결되는 이야기에 등장하는
론도 벨 사령부 사이드 1의 위치 L5도 여기에서 모티프를 얻었습니다.
기동전사 건담보다 조금 이른 시기인 1975년에 현실에서
이미 이러한 개념에서 영감을 얻어 스페이스 콜로니를 향한
"L5 Society"라는 민간단체가 설립되기도 했습니다.
이러한 인공 구조물인 스페이스 콜로니들은
과거 지구와 달리 우주에서 다시 시작하는 인류의 삶과
우주에서 새롭게 탄생하는 생명체들과 그 역사를 나타내기도 합니다.
특히 안정적인 L5에 위치하는 콜로니들은
지구에서 일어나는 파멸적 사태에 영향받지 않고
지구를 따르며 안정적으로 생명을 보호, 존속시켜
인류의 기억과 역사를 간직하며 새로운 삶을 이어가는
새로운 세계, 희망의 방주 역할과 상징을 부여받기도 합니다.
영화 『Interstellar(인터스텔라)』에서도 주인공은
지구가 아니라 인류의 새로운 삶의 터전인 우주정거장
Cooper Station(쿠퍼 스테이션)에서 딸과 재회하고
그곳에 재구현된 그들의 고향집으로 귀환하게됩니다.
추억과 안정을 재확인한 주인공은 힘을 재충전했고
이제는 나보다도 어른이 되어버린 딸의 격려와 도움으로
잃어버린 시간을, 사랑을 되찾기 위해
파트너와 함께 또다시 우주 너머로 향하게됩니다.
우주에 펼쳐진 신세계는 이렇게 멋지기만 할까요?
건담 시리즈를 포함한 많은 작품들에서는
그곳의 삶 또한 분쟁 가득한 지구와 별반 다르지 않고
오히려 식민지 본분답게 착취와 억압이 만연하며
우주에서 새롭게 태어난 생명체들도 뭔가 대단해보이지만
결국 성질 뭐같고 말 안통하는건 구세대와 다르지않고
콜로니 또한 막대한 크기의 질량병기로 쓰여
어마어마한 살생을 초래하는 모습으로 그려지곤 합니다.
이처럼 새롭게 펼쳐질 앞으로의 세상에 대한
가지 료지의 시선과 생각은 어떨까요?
임팩트, 인류, 보완에 대한 가지의 입장은 굉장히 독특합니다.
이전 리뷰 "Debriefing(링크)" 에서도 언급했듯이
에바에는 크게 세 가지 세력이 존재하며 의견도 그렇게 나뉩니다.
- 제레, 네르프의 "하자"
- 빌레, 생존자들의 "하지마라"
- 그리고 중간 존재들
적극적인 "하자"와 "하지말자" 사이에 특이한 입장을 지닌 존재들이 있습니다.
유이, 신지, 마리, 그리고 가지 료지입니다.
(후유츠키 부사령관과 가오루는 중간이 아닙니다.)
갈피를 못 잡고 방황하는 청춘인 신지를 제외한 중간자들의 대전제는 동일합니다.
"임팩트와 보완의 발동은 피할 수 없다."
이에 따른 행동은 서로 다릅니다.
유이와 마리는 신지를 위해 최후의 순간까지 그와 함께합니다.
유이는 결정적 순간을 대비하여 초호기와 융합해있었고
마리 또한 허구와 현실이 겹쳐지는 최후의 오버래핑때
신지와 우주를 넘나들기위해 자신의 에바 8호기를
오버래핑 대응사양 IRUL 버전으로 개조했습니다.
아스카, 미사토처럼 배수진을 치고 반드시 막겠다는것이 아니라
일단 어느정도 해보겠지만 피할 수 없는 일이 터지면
바로 신지를 데리고, 신지와 함께 혹은 신지를 향해
폭심지 너머 마이너스 우주로 뛰어들겠다는 의미입니다.
두 여자의 각오도 참 대단(...)하지만
가지의 계획도 정말 획기적입니다.
"방주로 존버타고 신이 약속한 땅으로 가자."
이 글을 쓰는 진짜 이유입니다. :P
4. ARK (방주, 성궤)
Ark에는 크게 두 가지 뜻이 있습니다.
"방주(Noah's Ark)", 그리고 "언약궤(Ark of the Covenant)"입니다.
둘 모두 부세=분더의 역할이기도 합니다.
Buẞe
Kiellegung 21. Juni 11805
Sonderbehörde NERV
Leitschiff der Hüter von Guf-Klasse
Keel Laid 21. June 11805
Special Authority NERV
Lead Ship of the Guardians Of Guf-Class
(=Name Ship, Class Leader)
특무기관 네르프의 "가프의 수호자급" 네임쉽입니다.
안노 감독의 밀덕 세계관과 설정을 생각해보면
나디아의 노틸러스때처럼 나치독일의 U-boat(유보트)에서
모티프를 가져온것으로 보이며 부세=분더는
Type VII C U-264가 그 원형인것같습니다.
https://de.wikipedia.org/wiki/U_264
K/L(Keel Laying)날짜가 같고
양측 모두 소속집단과 시대의 주력 함종이었으며
동형 자매함들의 운명도 비슷했습니다.
앞뒤 자매함들 모두 승조원과 함께 줄줄이 터져나가거나
별다른 활약 없이 자침해버렸지만
264번함은 침몰하긴 했어도 폭뢰 공격을 버티고
승조원 모두 배를 버려 살아남았다는점이 겹쳐보입니다.
1) Noah's Ark (노아의 방주)
"반영구적 가동 가능한 무인 전자동식 방주"가
AAA 분더의 본래 모습입니다.
보완계획은 인간이 막을 수 없으니 이런 방법으로나마
그는 생명의 역사와 기록을 남기고자 했습니다.
생명의 열매까지 흡수한 초호기를 방주삼아
영원히 지속되는 인류의 존재증명을 우주에 남기려했던
구작 이카리 유이 버전의 보완계획과 매우 유사합니다만
"반영구적"이라는것이 큰 차이입니다.
영원히 우주를 떠도는것이 아니라 노아의 대홍수때처럼
벌과 정화를 피해 새로운 약속의 땅에 도착할때까지
영원에 비해 "잠시" 머물며 버티는것이 목적입니다.
가지의 "네르프의 모든 에바를 파괴하라"는 말도
임팩트를 일으킬만한것을 모두 제거하라는 뜻이기에
영원한 존재이자 니어서드의 주역 초호기를 사용하여
격전에 임하는것은 그의 뜻이 아닐 가능성이 더 높습니다.
실제로 분더는 초호기 없이도 기동이 가능합니다.
애초에 네르프와 제레의 영향이 강하게 미치는 물건입니다.
에바나 봉인기둥처럼 제대로 해석조차 되지 않았기에
실제 작중에서 그랬던것처럼 언젠가 때가 되면
네르프와 제레에 다시 넘어갈 가능성이 매우 큽니다.
"정화"라는 이름하에 옛 생명체들을 몰살시키려는
네르프와 제레에게 넘어가기 전에 반드시 뭔가 해야합니다.
2) Ark of the Covenant (언약의 궤)
성궤, 언약궤(상자, 궤짝)입니다.
신이 선택한 인간들이 고향잃고 방황하던때에
모세(Moses)가 이들을 이끌고 신이 약속한 땅으로 여정을 떠났고
이 때 신으로부터 받은 약속과 가르침이 담겨있습니다.
그것이 바로 십계명(Ten Commandments, Decalogue)입니다.
구절이 정확히 열개는 아니고 기록마다 조금씩 다르긴 해도
이후 다뤄질 내용은 공통적으로 중요하게 언급됩니다.
You shan't covet your neighbor's house.
- Exodus 20:17
남의 것, 이웃의 재물을 탐하지 말라 했음에도
남의 땅, 이웃의 집을 빼앗은 인간들을 가리키는 말입니다.
에바의 세계에서 누구를 지칭하는지는 자명합니다.
이러한 흐름을 살펴본다면 신지가 봉인되어있던
과거에 일어난 일들에 대한 단서를 얻을 수 있습니다.
달을 테라포밍하여 새로운 터전으로 꾸미는것.
혹은 그리하여 달을 영원한 방주로 삼는것.
탈취한 분더는 이를 위한 임시적인 방주이며
지혜의 열매의 후손들은 달로 건너가는것.
분더는 신적인 존재인 가오루와의 약속을 담은
방주이자 성궤라고 해석할 수 있습니다.
이번 신극장판 시리즈에는 많은 변경점이 있었고
그 중 하나가 바로 가오루와 가지의 위치와 관계입니다.
니어서드로 사고친 이후 네르프 관계자들이 유폐되었고
가오루와 가지는 새로운 사령관, 부사령관이 되었습니다.
마지막 보완시 서로 구원받았다고 말할정도로
상호 이해와 관계도 매우 깊고 친밀했습니다.
끝까지 "가오루짱"이라 부르지 않은것은
철벽친다기보다는 사령관 직무수행과
원환의 기원으로 인간의 틈새를 메꿔온것에대한
존중과 경의를 표하는것에 가까워보입니다.
가지는 이러한 위치와 상황을 이용하여 판을 짠듯합니다.
L 결계의 데이터 수집과 안티 L 시스템 정립,
빌레 설립 및 네르프 봉기계획 수립,
1번 네임쉽 부세 강습탈취계획 수립 등을 살펴보면
가지, 미사토와 박사의 세력이 뛰어나다해도
사령관의 방조나 조력 없이 네르프와 제레에 대항해
쉽게 이뤄낼만한것들이 아님을 알 수 있습니다.
여기서 더 나아가 가오루의 능력이나 임팩트를 이용하여
달의 기후와 궤도, 자전을 수정한것으로 보입니다.
달은 에바 세계관에서 검은/하얀 달과 연관이 깊고
현실에서는 그 기원에 다양한 가설이 존재하지만
지구와 연관이 깊다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임팩트 발생시 전 지구적인 변화가 일어나고
아담스같은 존재들은 검은 달을 바꿀 수 있으니
임팩트 혹은 가오루의 능력을 이용한다면
달을 위의 모습으로 만드는것도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실제로 에바:Q에서 달의 모습은 이전과 매우 다릅니다.
눈에 띄는 속도로 자전을 하고있으며
대기가 생겼고 물의 증거인 구름이 끼어있습니다.
심지어 이전같이 창백하지 않고 약간 푸르기까지 합니다.
이것은 명백히 사도가 아닌 인간과
지혜의 열매를 먹은 생명체들을 위한것입니다.
영구동토와 우주공간, 구작에 따르면 용암속에서도
사도는 멀쩡히 살아갑니다. 준 완전 생명체거든요.
단순히 탈출캡슐, 탈출선이라 했지만 정체는
네코자메(ネコザメ, 猫鮫)급 궤도강습함입니다.
일본 괭이상어(Japanese Bullhead Shark)의
알과 비슷한 드릴같은 외형을 가졌습니다.
빌레의 가지 팀이 사용했으며 작중 모습과 정반대로
다섯척이 강습하여 부세 선체를 뚫고들어갔고
이후 승조원 탈출시점까지 그대로 유지되었습니다.
이러한 모습은 Bacteriophage(박테리오파지)를 연상케합니다.
멋대로 굴러들어와 남의 행성에 정보를 주입하고
기생하여 번성하는 인간의 모습 그 자체입니다.
물가에 착륙한 모습과 상황 또한 이와 같습니다.
이것은 문제의 근원이자 해결의 실마리이기도 합니다.
굴러온 돌이 문제였으니 다시 굴러나가서
신이 약속한 멋진 신세계에서
"따로 살면 됩니다."
구작 시리즈의 설정 또한 1행성 1씨앗(달)이 원칙이었습니다.
가오루와 가지는 여기에 동의한듯합니다.
결국 살아서 가나안에 들어가지 못한 모세같은 운명이
가지를 기다릴수도 있고 지구에 살던 사람들도
이집트에서 갓 탈출한 백성들마냥 불만가득할지 모르나
굴러들어온게 우리 인간이니 제발로 나가는게 맞고
그러면 신벌과 정화를 피할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신적 존재인 가오루가 약속하고 도와주기까지 한다면
더더욱 이러는게 올바른 방향일 수 있습니다.
둘이 박터지게 싸우는것보다는 획기적인 방법입니다.
서로 자리 차지하고 잘 살면 좋잖아요?
어쩌면 이런 달이야말로 네부카드네자르 2세의 공중정원이 아닐까요?
5. Canaan (가나안)
신이 약속한 땅은 젖과 꿀이 흐르는 평안과 안식의 땅일까요?
싸움을 피해 도망친곳은 과연 낙원일까요?
글쎄요.
현실의 가나안은 과거로부터 피와 눈물이 흘렀고
지금도 별반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습니다.
가나안에서만 싸우는것이 아니라 심지어
그 전쟁이 외부로까지 번지기도 합니다.
에바의 세계 또한 사도와 인간의 싸움 이전에는
인간과 인간이 끊임없이 싸워왔습니다.
작중 등장하는 각종 살상무기체계,
에바의 보유수와 군사적 이용을 제한하는 바티칸 조약,
그리고 나라와 조직, 기구들간의 에고와 알력다툼이
이를 증명합니다.
그분께서도 칼을 주러 왔다고 하셨고
성모님도 마냥 자애로우신것만은 아닌듯합니다.
신이 인간을 만들었을때 그가 만든 낙원에서
생명이 충만하게 뛰어놀기를 원했습니다.
지혜의 열매를 먹고 서로 부끄러워하는거 말고요.
이렇게 지혜의 열매를 맛본 존재들은
애초에 싸움끝에 멸절로 내몰리거나 이를 이겨내도
지혜를 잃고 생명으로 돌아서게될지도 모릅니다.
어쨋든 싸울 운명인듯합니다.
아이의 어머니가 된 미사토도 인간의 지혜를 믿고
계속 싸워나갈것이라 말했으며
신에 굴복한 평화나 리셋을 거부했습니다.
가오루 또한 이렇게 싸움을 회피한 거짓된 평화가
원환을 끊는 방법이라 생각치 않는것같습니다.
실제로 이 계획은 이행되지 않았습니다.
가지는 자기모순적으로 죽어버렸고
가오루는 이후 결과적으로 세상을 또 뒤엎고
결국 리셋을 생각하기에 이릅니다.
신지도 결국 자신과 주변의 노력이 무색하게
다시 싸움에 내몰리게됩니다.
마리와 신지의 신세계도 온갖 갈등이 가득할 현실세계입니다.
그녀는 싸움을 피하는 성격이 아닙니다.
여호수아가 평화로 가나안을 쟁취한게 아닙니다.
모세의 후임인 그의 이야기는 전쟁으로 점철되어있으며
우리가 알고있는 아스카의 예리코(Jericho) 드립 또한
이 때 예리코의 전쟁(Battle of Jericho)에서 나온것입니다.
삶은 고통이고 전쟁입니다. 피할 수 없습니다.
작품 또한 피하지 말고 싸우라고 말합니다.
도대체 속죄와 안식은 어디서 찾아야할까요.
6. Voyager (보이저, 여행자)
이야기는 라그랑주 점을 지나 보이저 탐사선처럼
멀리까지 흘러가버렸습니다.
그러나 이야기를 끝내기 위한 과정이기도 합니다.
이번 극장판 OST에도 포함되어있는 곡의 제목으로
인류의 기억을 간직한채 우주를 영원히 떠도는
보이저 위성의 이야기로도 들리는 노래입니다.
앞에 언급한 달과 방주의 이야기이자
에바와 융합해 영원을 살아갈 구작 유이의 이야기입니다.
노래를 유이 성우분이 부르셨으니 더할나위없이 어울립니다.
그리고 그 가사에 답이 있습니다.
이미 답을 아시는분들도 계시겠지만
자세한 설명은 다음 리뷰로 이어가려고합니다.
여기까지 읽어주셔서 고맙습니다.
다음에도 잘부탁드립니다. :)
환절기에도 건강히 지내셨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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