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 분간의 응원을,
전하고 싶으니까 그저 그 뿐일지라도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아사야 카나타는 뮤비를 만드는 취미를 가진 고교생입니다.
학교의 작은 밴드 동아리도 그에게 부탁하는 걸 보면 교내에서도 나름 유명한 모양이네요.
그런 사춘기 소년에게 큰 충격을 주는 사건이 발생합니다.
비가 거칠게 내리던 어느 날, 분위기 있게 기타를 메고 버스킹을 하는.
사그라져가는 아티스트를 마주친 것이죠.
‘수 분간의 응원을’을 보며 이건 거의 투명하다 못해 노골적인 작품이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창작자들, 특히나 방황하는 창작자들을 향해 하고 싶었던 말을 열심히 늘어놓는, 먼저 성공한 사촌형을 보는 느낌이랄까요.
하지만 그게 밉지 않았습니다. 기교하나 없이 꽉꽉 눌러 담은 대사들은 오히려 맑은 진심처럼 느껴졌고 스토리에서의 단면성은 일관성으로 받아드려졌습니다.
오늘은 깊은 탐구나 분석보단 작품의 이야기를 따라가며 간단한 감상평을 남겨보겠습니다.
뮤비를 제작한다는 소재 자체는 음악 관련 창작물 중에선 나름 독특한 소재라고 할 수 있습니다.
요즘 조용히 영향력을 넓히고 있는 걸즈 밴드물이나 만화, 미술 같은 그림을 소재로 하는 작품들은 수도 없이 많지만 특정한 음악에 대한 시각적 표현을 하는 장르인 뮤비는 활용에 있어 어느 정도 제약이 있기 때문인지 자주 다뤄지는 느낌은 아닙니다.
그런 지점에서 뮤비라는 소재를 깊이감 있게 다루기보단 갈등의 요소로 다룬 다는 점은 조금 아쉽지만 대신 이를 통해 작품이 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정확하게 읽을 수 있었습니다.
“젊은 창작자들을 위한 진심어린 응원” 이라는 메시지를요.
이미 계속된 실패 끝에 현실과 타협한 유우와 아직 제대로 된 창작의 길에 들어서지 않은 카나타의 구도는 상당히 전통적으로 느껴집니다.
그리고 이미 창작을 그만 둔 유우의 마지막 곡이 카나타의 진심이 담긴 창작의 첫걸음이 된다는 것도 독특할 것 없이 다분히 전형적인 선택이죠. 하지만 이 지점에서 영화는 이걸 갈등의 요소로서 사용합니다.
카나타의 곡 오역을 이용해서 말이죠.
창작이라는 것은 그 진심이 담기기 마련입니다. 그게 의도되었든 의도 되지 않았던 창작자의 마음이 자연스레 묻어나기 마련이죠.
그런 점에서 뮤비는 꽤나 까다로운 설정입니다. 뮤비제작자와 원곡자가 분리되어 있는 이상 뮤비는 원제작자가 존재하는 곡에 덧씌우는 것이니 원작의 의도를 완벽하게 반영할 수 없죠.
그렇다고 에고 없이 곡의 가사와 코멘트만을 반영하여 제작한다? 이건 카나타가 원하는 이상향인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자신의 고유한 ‘창작’에 해당하지 않을 겁니다.
‘미명’으로 뮤비를 만드는 걸 허락했던 유우가 완성작을 보고 뒤늦게 반대하는 것도 카나타가 해석한 곡의 표상이 너무나도 카나타 본인의 마음만을 앞세우고 있기 때문입니다.
라이브에서 코멘트까지 남겼음에도 멋대로 마침표를 쉼표로 바꾸고 앞으로의 이야기를 위한 스타트라인까지 깔아버리니 오히려 곡을 부정하는 꼴이 되어버렸으니까요.
창작자로서의 번뜩임을 찾지 못해 포기하려는 다이스케 또한 이 지점을 읽고 카나타에게 조언한 것입니다.
유우에게 카나타의 순수하고 맑은 열정은 열정적이던 과거를 떠올리는 단초가 되었지만 동시에 그 길의 끝에 서 본 사람으로서 앞으로 겪을 고통에 대한 걱정도 들게 하는 지점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길을 가려한다면 말릴 수 없다는 것도 너무나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런 열정이 아직 자신의 마음 깊숙한 곳에 아직 남아있다는 것도 부정할 수 없고요.
유우가 만든 전곡을 듣고 다시 만든 뮤비에도 카나타의 이야기는 여전히 묻어납니다.
수상을 실패했던 화가로서의 이야기는 뮤비 주인공의 모습으로, 점점 떠나가는 주변인들은 재능에 대한 고민 끝에 다른 길을 선택한 다이스케를 비롯한 멈춘 창작자들을 표현한 것으로 보이죠.
하지만 방향은 확실합니다. 이전 뮤비가 ‘미명’을 만들 당시의 유우는 안중에도 두지 않고 그저 음악을 다시 시작했으면 좋겠다는 개인의 욕망만을 내세워서 뮤비의 주인공을 강제로 설레는 표정으로 산을 오르게 만들었다면,
이번에는 주인공이 결국 무관심 속에서 홀로 남아 점점 처음의 열정을 잃고 실망과 분노가 차오르는 것을 그리며 원곡을 존중하면서도 서로 만난 지금을 작은 희망을 남기며 뮤비를 마무리하죠.
유우의 거부를 자신의 재능 부족으로 받아드렸던 카나타는 다이스케의 조언과 모에미의 솔직한 고백을 통해 스스로 걸어가야 할 길이 어딘지 깨닫게 되었습니다.
물론 최선을 다했던 미명의 뮤직비디오는 유우의 그 시절처럼 조용히 묻히는 듯하지만 사실 이들의 가장 순수한 목적을 이뤄냈습니다.
“나의 최선은 누군가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을까”
유우의 노래는 카나타에게 닿았고, 카나타의 뮤비는 유우가 덮어두었던 꿈을 다시 열어볼 용기를 주었거든요.
막연하게 등 떠밀지도, 열정을 들먹이며 호통 치지도 않고. 잔잔하게 하지만 이제껏 걸어온 길에 놓여있던 진심을 가득 담아서. ‘수 분간의 응원을.’이 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