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 목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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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디아블로 스토리 총정리 1부 - 현재 페이지 ●
- 세계관
■ 디아블로 스토리 총정리 2부 - <링크>
- 디아블로1, 2, 3, 확장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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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가 존재하기 전, 텅 빈 공허 속에 유일하게 존재했던 것은 단 하나의 보석뿐이었다. 보석 안에는 모든 것의 집합체인 ‘아누’가 있었다. 순수한 다이아몬드로 만들어진 아누는 선과 악, 빛과 어둠, 기쁨과 슬픔 등 모든 것을 담고 있는 존재였다. 그러나 꿈속에서 스스로를 돌아보던 아누는 어느 순간부터 완벽한 순수함을 추구하기 위해 자신의 몸에서 증오와 분노 등 모든 부정적인 요소를 축출했고, 그 악들은 한데 모여 ‘타타멧’이라는 일곱 머리를 가진 용의 형상을 이뤘다.
태초부터 양면성을 가졌던 절대자 ‘아누’
각각 선과 악의 절대 존재가 된 아누와 타타멧은 영겁의 세월 동안 싸움을 계속했다. 그러나 두 존재의 힘은 동등하여 결판이 나지 않았고, 결국 서로가 남은 힘을 다해 최후의 일격을 날림으로써 둘 다 죽는 결말을 맞이한다. 이후 아누의 잔재는 ‘드높은 천상(High Heavens)’이라는 하나의 세계를 탄생시켰다. 아누의 꼿꼿이 선 척추는 천상계를 지탱하는 탑이 되었으며, 아누의 척수는 수정 회랑이 되어 수많은 천사들을 태어나게 만들었다.
아누의 잔재로 만들어진 <드높은 천상>
천사들 중에는 특히 두드러진 존재들이 있었다. 바로 아누의 다섯 가지 미덕에서 태어난 다섯 대천사들이었다. 불처럼 호전적인 성격과 용맹함을 갖춘 용기의 대천사 임페리우스, 지혜롭고 고결한 지혜의 대천사 말티엘, 균형과 도덕성을 대표하는 강직한 성격의 정의의 대천사 티리엘, 온화하고 활기찬 성향을 가진 희망의 대천사 아우리엘, 언제나 과묵하고 초연한 태도를 가진 운명의 대천사 이테리엘. 이들 다섯 대천사들은 천상을 지배할 통치기구를 만들었는데, 바로 <앙기리스 의회>였다. 지혜의 대천사 말티엘을 수장으로 둔 앙기리스 의회는 이후 천상계 천사들의 결속을 다지며 그 입지를 확고히 했다.
천상계 최고 통치기구 <앙기리스 의회>를 구성한 다섯 대천사.
한편 타타멧의 부패한 시체는 ‘불타는 지옥(Burning Hells)’ 그 자체가 되었다. 그의 일곱 머리로부터 지옥의 7대 악마가 생겨났으며, 또한 지옥에서 무수히 많은 악마들이 함께 태어났다. 일곱 악마 중에서도 가장 힘이 강한 세 존재는 ‘대악마’라 불리며 지옥을 지배했다. 그중 맏형인 증오의 군주 메피스토는 그 누구보다 악랄하고 뒤틀린 성격을 가지고 있었으며, 둘째 파괴의 군주 바알은 무모하고 난폭했다. 막내인 공포의 군주 디아블로는 대악마 중 가장 젊은 존재답게 막강한 전투력을 가져 사실상 불타는 지옥의 최강자라 할 수 있었다.
이들 3대 대악마에게 지배당하는 나머지 4명의 악마들도 지옥의 다른 소악마들에겐 두려움의 대상이었다. 끔찍한 심리적 고통을 추구하는 고뇌의 여제 안다리엘, 육체적 고문과 가학성에 취한 고통의 대공 두리엘, 기만과 이간질을 즐기는 거짓의 군주 벨리알, 극상의 쾌락을 탐닉하는 탐욕스러운 죄악의 군주 아즈모단. 이들의 일곱 악마의 균형은 철저히 힘의 논리에 따랐다. 따라서 그들 사이에 연대감이나 충성심 따위는 존재하지 않았다.
7대 죄악을 모티브로 만들어진 일곱 악마.
아누와 타타멧이 싸우던 자리에는 ‘혼돈계(pandemonium)’라 불리는 거대한 구조물이 생겨났다. 혼돈계의 중심부에는 엄청난 힘이 담긴 거대한 보석이 자리 잡았는데, 바로 아누의 눈이라고도 불리는 세계석이라는 보석이었다. 세계석은 모든 공간과 시간의 기반이자 모든 현실과 끝없는 가능성을 간직한 힘의 원천이었다. 세계석에는 온 세계를 새로이 만들어내고 재창조할 수 있는 절대적인 힘이 담겨 있었다. 천사와 악마들은 자연스레 이 세계석을 차지하기 위해 영겁의 전쟁을 벌이기 시작했다.
하나의 세계를 창조할 수도 있는 힘을 지닌 ‘세계석’
천상과 지옥 사이의 전쟁은 좀처럼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이 와중에 전쟁에 지친 천상의 지휘관 이나리우스는 대악마 메피스토의 딸 릴리트와 서로 사랑을 하게 된다. 이나리우스는 비록 다섯 대천사의 자격을 가지진 않았지만 앙기리스 의회에서 명예 회원의 자격으로 존중받는 자였다. 사실상 앙기리스 의회는 그를 포함해 여섯 대천사가 주관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그만큼 천상의 일원 중에도 돋보이는 능력을 가졌던 이나리우스는 릴리트와 사랑에 빠진 후로 이 끝없는 전쟁에서 벗어나고자 했으며, 또한 많은 천사와 악마들 역시 이들과 뜻을 같이 하여 전쟁을 피해 평화롭게 살 수 있는 곳을 찾게 되었다. 이들은 급기야 세계석을 훔쳐 천상과 지옥으로부터 숨겨진 세계인 ‘성역(Sanctuary)’이라는 공간을 만들기에 이른다. 그곳은 천사와 악마가 공존이 가능한 곳이었다.
세계석을 이용해 새로운 세계 <성역>을 창조한 이나리우스와 릴리트
성역에서 함께 살며 가까워진 천사와 악마 두 무리 사이에서 곧 혼혈 네팔렘이 태어났다. 뜻밖에도 네팔렘이 가진 잠재적인 힘은 천사나 악마를 능가했다. 이를 가장 먼저 알아본 것은 릴리트였다. 그녀는 강력한 힘을 가진 네팔렘을 자신을 따르는 군대로 만들고자 했다. 그동안 자신을 핍박해온 아버지 메피스토와 그 형제들이 지배하는 불타는 지옥을 무너뜨리고, 나아가서는 오랜 숙적인 앙기리스 의회가 통치하는 드높은 천상마저 굴복시켜 궁극적으로 천사와 악마의 영원한 분쟁을 완전히 끝내고 싶었던 것이다.
릴리트는 곧 자신의 의도를 서서히 드러내기 시작했다. 이는 필연적으로 성역을 만든 것에 만족하는 이나리우스와의 갈등을 불러올 수밖에 없었다. 릴리트는 이나리우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기어코 성역에서 모든 천사와 악마를 쓸어버렸다. 이에 충격을 받은 이나리우스는 결단을 내릴 수밖에 없었다. 이나리우스는 릴리트를 즉시 성역에서 추방하고 세계석을 조작해 네팔렘의 능력이 차츰 퇴화되도록 만들었다. 이에 따라 네팔렘은 잠재력을 거의 잃게 되었고, 많은 시간이 흐르며 마침내 인간이라는 나약한 존재가 된다.
성역과 함께 태어난 성역의 수호 용 ‘트래그울’
이후 수천 년 간 인간들은 성역에서 번성하여 문명을 꽃피웠다. 점술과 마법에 눈을 뜨기 시작한 인간들은 여러 마법단을 구성하여 세력을 만들기도 했는데, 그중 <비제레이 마법단>이라는 마법사 조직은 특히 강한 영향력을 발휘했다. 이들은 성역 밖의 세계에도 영혼들이 거주한다는 확신을 갖고 있었다. 그들은 몇 십 년 동안 실험을 거듭하며 외부 세계의 영혼과의 접촉을 연구했고, 마침내 그 결실을 맺었다. 그들이 소환에 성공한 것은 지옥의 악마였다. 비제레이 마법단은 이후 악마를 통해 새로운 지식을 얻는데 주력했다.
이들 덕분에 불타는 지옥의 악마들은 마침내 성역의 존재에 대해 알게 되었다. 디아블로와 메피스토, 바알. 3명의 대악마들은 네팔렘 시절에 잠든 인간의 잠재력을 알아보았다. 그들은 인간들을 타락시켜 자신의 편으로 삼기 위해 <삼위일체단>이라는 신흥 종교를 만들었다. 삼위일체단은 대악마들의 가치와 정반대인 결의, 사랑, 창조 등을 내세우고 있었다. 이러한 기만을 통해 삼위일체단이라는 신앙은 순식간에 성역 전체로 퍼져나갔다.
쓸데없이 형제애는 끈끈한 악마 3형제
이나리우스는 삼위일체단의 배후에 대악마가 있음을 바로 알아보았다. 그는 이들의 기만에 대항하기 위해 <빛의 교도>라는 종교를 직접 창설하고 세력을 넓혀 삼위일체단과 신경전을 벌였다. 그런데 이즈음 이나리우스에 의해 추방당했던 릴리트가 다시 성역으로 돌아온다. 그녀는 울디시안이라는 인간에게 은밀히 접근했다. 울디시안은 평범한 농부였지만 사실 깊이를 가늠할 수 없는 잠재력을 가진 특별한 네팔렘이었다. 릴리트는 울디시안을 유혹해 그의 잠재력을 깨운 후 그를 이용해 자신의 야망을 다시금 실현하고자 했다.
한때 신앙에 기대어 살던 농부 울디시안은 자신의 절실한 기도에도 불구하고 전염병으로 일가족을 모두 잃은 후로 종교와 관련된 모든 것에 극도의 증오심을 품고 있는 자였다. 게다가 그는 릴리트에 의해 원하지 않았던 운명의 소용돌이에 휘말려 자신의 친구와 연인까지 잃어야 했다. 분노한 울디시안은 수많은 시련 끝에 결국 릴리트를 쓰러뜨리고 거짓된 교리를 내세우는 삼위일체단마저 완전히 파괴해버렸다. 그러나 그것은 결코 고난의 끝이 아니었다. 울디시안은 그가 세계석에 손댈 것을 우려한 이나리우스 및 그의 빛의 교도들과도 일전을 벌여야 했다. 릴리트보다 훨씬 막강한 힘을 가진 이나리우스와의 싸움은 그야말로 절망적이었다. 거기다 성역의 존재를 뒤늦게 알게 된 천상의 천사 군단과 성역을 장악하러 본격적으로 침입해온 지옥의 악마 군단들까지 가세하여 성역은 그야말로 혼돈의 대전투가 벌어지게 된다. 이른바 ‘죄악의 전쟁’이었다.
성역 한가운데서 발발한 <죄악의 전쟁>
전투는 그야말로 격렬했다. 성역의 인간들도 천상과 지옥의 전쟁에 휘말려 큰 피해를 입었다. 절망적인 상황 끝에서 마침내 울디시안은 세계석을 통해 잠재된 모든 힘을 끌어내었고, 그 결과 인간, 천사, 악마 그 어떤 것도 초월한 절대적인 존재로 각성한다. 그야말로 신과 같은 전능한 존재로 거듭난 것이다. 울디시안은 눈짓만으로 이나리우스는 물론 강력한 대악마인 디아블로마저 손쉽게 격파했으며, 혼자의 힘으로 성역의 천사군과 악마군까지 모조리 그들의 세계로 쫓아내버렸다.
그러나 울디시안의 너무나 강력한 힘은 성역마저 붕괴시키기 시작했다. 울디시안은 곧 자신이 희생해야 성역과 인류를 구원할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결국 그는 마지막 힘으로 세계석을 초기화한 후 스스로를 파괴하여 붕괴되어가던 성역과 멸망의 위기에 놓인 인류를 구원했다.
태초의 아누에 근접한 존재로 각성하여 성역을 구원한 역대 최강의 네팔렘 ‘울디시안’
이후 앙기리스 의회가 이끄는 천상 측은 성역과 네팔렘이 천상에 큰 위협이 될 것을 감지하고 성역을 없애버릴 것인지, 보존할 것인지를 놓고 의회의 다섯 대천사들이 투표를 진행했다. 티리엘을 제외한 나머지 구성원들의 투표 결과는 파괴 1표(임페리우스), 보존 2표(아우리엘, 이테리엘), 기권 1표(말티엘)였다. 만약 파괴와 보존이 동률이 되면 원안인 ‘성역의 파괴’를 진행한다는 것이 그들의 사전 합의였다. 티리엘은 본래 파괴 쪽으로 표를 던질 생각이었다. 그러나 성역 세계의 미래와 자손들을 위한 울디시안의 희생에 깊은 감명을 받아 마음을 바꾸어 보존에 투표했고, 이로 인해 천상 측은 성역을 없애지 않는 것으로 결론을 내렸다.
한편 지옥 측의 악마 메피스토는 딸을 데리고 도망쳤던 이나리우스를 자신들에게 넘길 것을 천상계에 요구했다. 천상 측에서도 몰래 세계석을 훔쳐 성역을 만든 이나리우스를 굳이 감쌀 생각은 없었다. 다만 천상은 이나리우스를 넘겨주는 대가로 천상과 지옥 양측 모두 성역에 간섭하지 않기로 하고 인간들이 스스로의 힘으로 일어서 천상과 지옥 중 누구의 편을 들지 알아서 선택할 수 있을 때까지 서로 간섭하지 않기를 제안했다. 메피스토는 이를 수락했다. 이후 인간들은 죄악의 전쟁에 대한 기억이 말끔히 지워졌으며, 성역은 원상복구되었다. 이나리우스는 악마들에게 넘겨져 지옥 깊은 곳에서 끝없는 고문을 당하게 되었다.
뜻은 좋았으나 애인 때문에 인생 꼬여버린 천사 이나리우스
그러나 천상과 지옥이 맺은 협정에도 불구하고, 악마들은 이를 온전히 지킬 생각이 없었다. 일곱 악마 중 3대 상위 악마인 메피스토, 바알, 디아블로는 성역의 가능성에 주목하여 계속해서 네팔렘을 타락시켜 이용할 계략을 획책하기 시작했다.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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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옥의 일곱 악마들 중 두 하위 악마인 아즈모단과 벨리알은 3대 상위 악마들을 못마땅하게 여겼다. 죄악의 전쟁이 일어나기 전에 성역이 처음으로 악마들에게 발견되었을 때, 3대 악마들은 하위 악마들에게 이를 귀띔해주지 않아 불만을 품었었다. 게다가 3천 년 동안이나 이어진 휴전으로 말미암아 하위 악마들은 3대 악마들이 전쟁을 재개하기 두려워한다는 인상을 받게 된 것이다. 물론 이는 죄악의 전쟁 당시 지옥이 천상보다 몇배 더 많은 병력을 잃었기에 함부로 전쟁을 일으킬 수 없었던 것이나 그들에게 그런 사실은 중요하지 않았다. 결국 아즈모단과 벨리알은 나머지 두 하위 악마인 안다리엘과 두리엘을 자기 편으로 끌어들여 난을 일으켰고, 지옥은 내전에 휩싸였다. 내전의 승리자는 4대 악마들이었다. 패배한 3대 악마는 성역으로 추방된다.
성역으로 추방된 디아블로, 바알, 메피스토.
한편 성역에서는 새로운 신앙들이 자라나고 있었다. 가장 크게 두각을 보인 것은 <자카룸 교단>이라는 신흥 종교였다. 자카룸의 창시자 아카라트는 자신을 예언자라 칭하며 점차 교세를 확장해 나갔고, 급기야 자카룸 교단을 동부 대륙 <케지스탄 왕국>의 국교로까지 자리 잡게 만들었다.
성역 동부 대륙에 번성한 ‘케지스탄 제국’과 그들의 국교 ‘자카룸 교단’
그동안 지옥에서 쫓겨난 세 악마들은 50여 년간 성역에서 활동하며 세상을 타락시키고 있었다. 대천사 티리엘은 이들의 움직임을 알고 있었으나 이를 앙기리스 의회에 그대로 전할 경우 지금까지 잘 유지되어오던 천상계-지옥 간의 평화가 깨질 수도 있다고 우려해 천상계의 누구에게도 알리지 않은 채 홀로 성역으로 내려왔다. 티리엘은 우선 뿔뿔이 흩어져 있던 성역의 마법사들 중 강력한 이들을 모아 <호라드림>이라는 조직을 결성했다. 그리고 그들이 악마들의 영혼을 가둘 수 있도록 세계석의 조각으로 빚어낸 영혼석이라는 아티펙트 3개를 건네주며 3대 악마를 봉인할 것을 지시했다.
탈 라샤라는 강력한 마법사를 필두로 한 호라드림은 곧 대악마 토벌에 나섰다. 3대 악마들은 인간의 몸에 기생해 도망 다녔으므로 추적하는데 어려움이 있었지만 악마의 영혼에 반응하는 영혼석 덕분에 찾는 것이 불가능하진 않았다. 영혼석의 보관과 사용은 졸툰 쿨레라는 마법사가 전담했다. 호라드림은 이미 악마들의 차지가 되어버린 동부 대륙에서부터 치열한 전투를 시작했고, 수많은 희생을 치른 끝에 마침내 메피스토를 영혼석에 봉인하는데 성공했다. 메피스토의 영혼석은 자카룸 교단에 맡겨졌다. 자카룸 사제들은 케지스탄 왕국의 대도시 <쿠라스트> 근처에 트라빈칼 사원을 건설하고 그곳에 메피스토의 영혼석을 엄중히 봉인했다.
메피스토가 봉인된 쿠라스트의 트라빈칼 사원
맏형 메피스토가 봉인되었다는 사실을 안 디아블로와 바알은 서부 대륙의 아라녹 사막 지역으로 도피했다. 호라드림은 추적 중에 아라녹의 사막 도시 <루트 골레인>에서 바알의 존재에 대해 알게 된다. 그러나 도시 내부에 있는 바알을 바로 공격했다가는 도시 전체가 휘말려 큰 피해를 볼 수 있는 상황이었다. 호라드림은 섣불리 움직일 수 없었고, 바알은 그 틈에 사막 북쪽 황무지로 달아났으나 결국 따라잡혀 탈 라샤에 의해 일격을 맞는다. 그런데 이때 졸툰 쿨레가 갖고 있던 봉인석에 금이 가는 바람에 악마 봉인에 차질이 생긴다. 조각난 영혼석으로 바알을 잠시 봉인할 수 있긴 하지만 금방 풀려날 것이며, 그때는 힘도 충분히 회복할 테니 지금까지의 수고가 물거품이 돼버리기 때문이었다.
졸툰 쿨레가 대신 생각한 봉인 방법은 악마의 정수를 인간의 몸에 봉인하는 것이었다. 물론 이는 누군가가 희생해 대악마와 ‘영원한 싸움’을 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했고, 때문에 어느 누구 하나 선뜻 나서지 못했다. 결국 마지막에 봉인의 역할을 자처하고 나선 것은 탈 라샤였다. 티리엘은 마법사의 협곡에 있는 고대 묘실 안에 끊어지지 않는 사슬로 탈 라샤를 묶고 바알이 봉인되어 있는 영혼석을 심장에 박아 넣었다. 그렇게 바알은 봉인되고, 탈 라샤는 괴로움에 몸부림치며 바알과 영겁의 싸움을 시작하게 된다.
자신을 희생하여 바알을 봉인한 탈 라샤
탈 라샤를 무덤에 봉인한 후 호라드림은 새로운 지도자를 맞았다. 제라드 케인이라는 마법사였다. 이후 호라드림은 10년이 넘는 세월을 더 추적한 끝에 서부 칸두라스 지방에서 마침내 마지막 대악마인 디아블로까지 봉인하는데 성공했다. 디아블로의 봉인석은 탈산데 강 근처의 동굴 깊숙이 묻혔고, 그 위에는 호라드림 수도원과 지하 묘실(카타콤)이 건설되었으며, 수도원 주변 일대에는 <트리스트럼>이라는 작은 마을이 만들어졌다. 이후 호라드림은 존재 가치의 상실로 뿔뿔이 흩어진다.
디아블로의 봉인지 위에 만들어진 마을 <트리스트럼>
그동안 칸두라스 대륙의 남쪽, 바다 건너 저 멀리 쌍둥이 해의 스코보스 제도에는 악마나 자카룸 교와는 상관없이 독자적인 문명이 구축되고 있었다. 스코보스 제도의 열대 정글에 사는 아스카리 부족민, 이른바 <아마존>이 바로 그들이었다. 자이라 여왕을 필두로 한 아마존들은 숲을 지붕 삼아 웅장한 도시를 건설했으며 대륙인들과 달리 자카룸의 교리를 믿지 않고 질서와 균형을 중시하는 네팔렘의 다신교를 믿었다. 뭣보다 이들의 가장 독특한 점은 아마존 사회에서는 남자들이 상업과 농업을 주로 담당하고 오직 여성만을 전사로 키운다는 점이었다. 여성이 지닌 뛰어난 민첩성과 유연한 몸이 정글에서의 전투에 더 적합하다는 이유에서였다.
또한 아스카리 부족의 일부는 스코보스 제도를 떠나 칸두라스 대륙에 정착하기도 했다. 트리스트럼과 아라녹 사이의 땅 동문에 자신들의 터전을 만든 이 여전사들은 자신들을 <보이지 않는 눈의 자매단>이라 칭하고 자신들만의 고유한 전투 방식과 활을 다루는 법을 발전시켜 나갔다. 이들은 훗날 ‘로그’라 불리게 된다.
독자적인 문명을 발전시킨 아마존의 여전사들
한편 작은 농촌 마을 트리스트럼은 평화로웠다. 제라드 케인 사후 몇 세대가 지나 호라드림이나 악마에 관한 이야기는 모두 잊혀졌고, 그나마 남은 관련 문헌조차도 누구에게도 주목받지 못했다. 그러던 어느 날, 자카룸 교단의 대주교 라자루스라는 자가 교단에 한 가지 제안을 한다. 동방의 케지스탄 지역 일대를 지배하는 레오릭 왕을 서부 칸두라스 지방의 군주로 만들자는 것이었다. 자카룸 교단의 충실한 교인이었던 레오릭은 교단의 제안을 받아들였다. 레오릭 왕은 자신의 부관을 자처한 라자루스 대주교의 조언에 따라 칸두라스 지방으로 터를 옮기고 트리스트럼의 호라드림 수도원을 <자카룸 대성당>으로 증축한 뒤 그 일대를 다스렸다. 이후 트리스트럼은 칸두라스의 요충지가 되어 점차 규모가 커지게 된다.
트리스트럼으로 터를 옮긴 ‘레오릭 왕’과 그의 조언자 ‘라자루스 대주교’
한동안 레오릭 왕은 훌륭한 정치가로 시민들의 열렬한 지지를 받았다. 그는 현명하고 자비로운 성군이었다. 그러나 수년 후, 레오릭의 상태는 점점 이상해지기 시작했다. 별 이유 없이 사람들을 가두고 죽이며 폭정을 행하더니 급기야 자신의 아내인 아실라 왕비마저 반역죄로 처형해버린 것이다. 사실 이는 대성당 지하에 봉인된 악마 디아블로의 영향이었으며, 이 모든 건 라자루스 대주교에 의해 의도된 일이었다.
레오릭 왕이 트리스트럼으로 터를 옮기도록 종용한 라자루스는 훨씬 이전부터 메피스토의 영향력에 의해 타락한 자였다. 대악마 메피스토가 자신이 봉인된 쿠라스트 주변 일대에 포진한 자카룸 사제들을 일부 먼저 타락시킨 다음, 그들을 이용해 동생들이 부활할 수 있도록 종용한 것이다.
레오릭 왕이 미쳐가는 걸 바로잡으려 했던 아실라 왕비를 참수시키게 만든 것 또한 라자루스였다.
메피스토의 사주를 받은 라자루스는 별 근거도 없이 트리스트럼의 남서쪽 <서부 원정지 왕국>이 칸두라스를 침공하려 한다는 간언을 고했다. 이성적인 판단이 불가능했던 레오릭 왕은 충신들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즉시 서부 반도 왕국 침공을 명했다. 레오릭 왕의 수호 기사단장 라크다난은 어쩔 수 없이 명령에 따라야 했다. 이때 레오릭 왕의 첫째 아들인 아이단 왕자도 군대를 이끌고 함께 서부 원정지로 출병하게 된다.
디아블로 시리즈의 주인공이라고 볼 수도 있는 아이단 왕자. 본래 설정은 그냥 ‘전사’였다.
그로부터 얼마 지나지 않아 레오릭 왕의 막내아들 알브레히트 왕자가 실종되는 사건이 발생한다. 라자루스의 소행이었으나 레오릭 왕은 그를 전혀 의심하지 않았다. 본래 디아블로는 레오릭 왕을 숙주로 삼으려 했으나 적합하지 않다고 판단해 대신 선택한 것이 알브레히트 왕자였다. 이미 이성을 잃어가고 있던 레오릭 왕은 아들이 사라지자 더더욱 광기에 사로잡혔다. 그는 왕자의 실종을 칸두라스 주민들의 짓으로 의심해 무고한 시민들을 닥치는 대로 붙잡아 고문과 처형을 일삼았다.
악마에 의해 끔찍한 비극을 겪기 시작한 레오릭 왕가
서부 원정에서 겨우 살아돌아온 라크다난은 더더욱 끔찍해진 왕의 폭정으로 피로 물든 트리스트럼의 모습을 보고 큰 충격을 받았다. 라크다난은 고민 끝에 결국 레오릭 왕을 자신의 손으로 시해하기에 이른다. 이때 레오릭 왕은 라크다난의 칼에 찔려 죽어가며 라크다난과 그를 따르던 기사들에게 어둠의 저주를 내렸고, 저주에 휩싸인 자들은 자취를 감췄다. 레오릭 왕의 시신은 트리스트럼 대성당 지하 3층에 묻혔다.
레오릭 왕 사후, 트리스트럼에는 기괴한 현상들이 발생하기 시작했다. 아침에 마을의 가축들이 토막나 있다던가, 마을 남자들이 행방불명 된다던가, 자카룸 대성당에서 끔찍한 비명소리와 함께 정체불명의 괴물이 목격된다던가 하는 식이었다. 때문에 트리스트럼의 주민들은 대부분 마을을 떠나거나 밤에 문을 걸어잠그고 칩거해야 했다.
점점 황폐화되는 트리스트럼
그런데 얼마 후, 행방불명 됐던 라자루스 대주교가 마을에 나타난다. 마을 사람들은 그에게 도움을 요청했으나 그는 한 가지 말만을 반복할 뿐이었다. 대성당 아래에 실종되었던 알브레히트 왕자가 있으니 구하러 가자는 것. 평소 평판이 좋았던 대주교의 말이었기에 마을 사람들은 그의 말대로 민병대를 조직해 함께 대성당 지하로 내려갔다. 하지만 대성당 지하에는 ‘도살자’를 비롯한 수많은 악마들만이 득시글했다. 게다가 대성당 지하로 내려가야 한다고 선동했던 라자루스는 정작 그 악마들과 조우하자마자 악마들이 가득한 어둠 속으로 사라져버리고 말았다. 지휘자를 잃은 마을 사람들은 도살자를 비롯한 악마들에게 무참히 살육당했고, 소수만이 겨우 살아남았다.
이처럼 마을 아래에서 끔찍한 일이 벌어지고 있는 동안, 트리스트럼의 주민 중 한 명이 자신의 집에서 최근 사태와 관련된 정보가 담겨 있는 ‘호라드림 문헌’을 발견한다. 그는 호라드림의 마지막 지도자 제커드 케인의 후손 데커드 케인이었다. 문헌에 따르면 대성당 지하 어딘가에 3대 악마 중 하나인 디아블로가 봉인되어 있으며 이 모든 일은 그와 관련이 있는 게 분명했다. 데커드 케인은 때마침 트리스트럼 마을에 홀연히 이주해온 정체불명의 마녀 아드리아에게서 악마 지식에 관한 자문을 구해 디아블로를 상대할 방법을 찾기 시작했다.
Hello~ My Friend. Stay awhile and listen!
한편, 트리스트럼에 관한 소식이 성역 전체에 알려지자 많은 모험가와 용병들이 대성당 지하에 있는 보물을 얻기 위해 탐험대를 조직해 트리스트럼 대성당 아래로 내려가기 시작했다. 데커드 케인은 그들에게 문헌에 적혀 있는 소악마들의 특징에 대해 설명해주려 했다. 그러나 그들 대부분은 데커드 케인을 미친 사람 취급하며 무시하고는 그냥 내려가 버렸고, 누구도 살아돌아오지 못했다.
그러한 시기에, 마침내 아이단 왕자가 돌아왔다. 서부원정지에서 생환한 아이단은 미쳐버린 자신의 아버지 레오릭과 거기에 대항해 반란을 일으킨 라크다난, 그리고 사라진 동생 알브레히트의 소식까지 접해 절망과 분노를 동시에 느껴야 했다. 가혹한 운명을 저주하던 아이단은 지금까지 벌어진 모든 비밀을 파헤치고 동생 알브레히트를 구하기 위해 직접 성당 지하의 미궁으로 향했다.
마침내 트리스트럼 지하 미궁으로 향하는 아이단 왕자
같은 시기, 두 명의 남녀가 마을에 더 도착했다. 이즈음엔 트리스트럼의 악명이 매우 높아져 더 이상 모험가들도 찾아오지 않던 때였다. 마을에 남아있던 주민들은 그들의 소속과 이름을 곧 알 수 있었다. <보이지 않는 눈의 자매단>의 로그 대장 모레이나, 그리고 과거 ‘죄악의 전쟁’의 원인을 초래했던 역사 깊은 마법사 조직, <비제레이 마법단>에서 파견된 견습 마법사 자즈레스였다.
2부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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