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메리카대륙에서 최상위 포식자로 군림했던 스밀로돈을 비롯한 검치호들도 시간의 흐름을 이길 수는 없었습니다. 여타 다른 고생물처럼 지구상에 발자취를 남기고 흙과 돌이 되었죠. 이들이 어떻게 살았는지 궁금한 만큼 왜 멸종했는지에 대해서도 궁금해할 분들이 계실 것입니다. 오늘날의 고양이과 동물들과 독특하게 생긴 동물인 만큼 이런 호기심이 생기는 것도 자연스러운 일입니다. 검치호의 긴 송곳니나 땅딸막한 체격이 생존에 불리하게 작용했을까요?
일단 멸종이란 생물 개체에게 죽음이 일어나는 것이 자연스러운 일이 듯, 종 차원에서의 소멸도 지구의 역사에서 일상이나 다름없게 벌어지는 일입니다. 스밀로돈은 북아메리카에서 남아메리카까지 다양한 위도대에서 서식했습니다. 그러나 아메리카뿐 아니라 유라시아, 아프리카, 오스트레일리아에서도, 검치호를 비롯해서 플라이스토세의 다양한 동물들이 멸종되는 일이 발생합니다. 북반구의 매머드나 털코뿔소(Wooly rhino)뿐 아니라 아메리카의 글립토돈류(gliptodontinae)와 땅늘보, 오스트레일리아의 대형한 유대류와 파충류 등이 멸종한 이 사건을 ‘플라이스토세 대형 동물 멸종’ 사건이라고 부릅니다.
플라이스토세 대형 동물 멸종은 페름기나 백악기가 끝날 때 있었던 대멸종에 비하면 아주 사소한 사건이었습니다. 남극을 제외한 모든 대륙에서 하필이면 크고 멋진 동물들만 사라졌다는 점, 그리고 이 멸종들이 하필이면 호모 사피엔스가 세계 곳곳으로 퍼지던 무렵에 일어났다는 점 때문에 특별하게 여겨지는 것이지요. 플라이스토세 대형 동물 멸종에 대해서는 이전 핀벤져스 글에서 이미 다룬 적이 있으니 여기서는 자세하게 설명하지 않겠습니다. (글 마지막에 해당 글의 링크를 참고해주세요)
대형 동물의 멸종 동안 스밀로돈이 어떤 일들을 겪었는지 상상해보기란 그리 어렵진 않습니다. 플라이스토세 말기의 극심한 기후 변화는 식물의 분포에 큰 영향을 끼쳤습니다. 건조한 기후가 되면 나무의 수가 줄어들었고, 스밀로돈의 사냥터였을 숲의 범위도 줄어들었을 것입니다. 숲이 줄어든 만큼 세력권을 놓고 스밀로돈 사이의 다툼이 빈번해졌을 것이고, 생존 경쟁에서 낙오되어 죽은 개체들이 많았을 것입니다. 서식지와 개체수가 줄어든 만큼 유전자 다양성도 감소했을 것이며, 게다가 혈연적으로 가까운 친족들끼리 부족한 먹이를 놓고 다투며, 쇠약해진 개체군은 질병에 취약해졌을 것이고요.
서로 멀찍이 떨어진 작은 숲마다 이런 참사가 벌어졌을 것입니다. 어쩌면 스밀로돈이 적절한 규모의 개체군을 형성하기 이전에, 해수면이 낮아져 바닥을 드러낸 베링 해를 넘어 아메리카에 도달한 호모 사피엔스가 이들을 사냥하면서 스밀로돈의 멸종에 기여했을지도 모릅니다.
어디까지나 추측의 영역이지만, 이러한 파국은 기존의 생태계에 적응한 동물들에게 있어 피할 수 없는 운명이였을 것입니다. 플라이스토세 대형 동물 멸종에 대한 여러 학설들도 결국에는 이제껏 언급된 다양한 멸종 요인 중에서 어느 하나에 집중해서 구체적으로 살펴보는 것이나 마찬가지입니다. 당시에 대륙들마다 어떤 생태계가 펼쳐져 있었는지, 그리고 생태계를 이루는 각 종들은 어떤 식으로 생존하였으며, 다른 종 및 지구 환경과 어떻게 상호작용했는지를 충분히 알기 전에는 스밀로돈의 플라이스토세 대형 동물 멸종의 과정을 조심스럽게 이야기할 수 밖에 없을 것입니다.
단순히 "인간이 멸종시켰다!" 같은 단순한 생각보단 좀더 복합적인 요인이 작용했다고 보는것이 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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