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방 도로시
메인스토리 5지~17지, 이벤트 레드 애쉬 스토리 스포 있음
레드 애쉬 1부 보다가 문득 생각났던 건데
'기억을 잃으면 죽은 것이나 다름 없다.'
'누군가가 기억해주면 그건 죽는 게 아니다.'라는 둘의 대담
기시감이 느껴졌음
뭐 눈치 좀 있는 유게이들은 알았겠지만
난 기억력이 안 좋아서 연상하는데 좀 시간이 걸렸다
5지에서 미하라랑 유니가 같은 대화를 했다는 걸
여기서 '기억소거는 죽음을 의미하는가?'라는 명제는 또
에식이와 라피와의 대담에서도 한 번 주효하게 다뤄진다
이건 SF 좀 봤다 하는 사람이면 다 알 법한 테마다
또 실존주의다
사실 니케부터가 니어의 영향을 강하게 받은 작품으로 사료되고
그 니어는 앞서 전기양, 블레이드러너, 공각기동대, 매트릭스 등
숱한 실존주의 테마의 SF에서 영향을 받았을 테니 당연할듯
실존주의가 뭐냐?
라는 대답은 나도 고전을 독파하고 체득했다거나
전공자인 건 아니니까 학술적으로 상세히, 명료하게 설명은 못한다
대충 나무위키 예시로 이해하고 넘어가자
작품을 즐기는 데는 이 정도만 이해해도 큰 문제 없다고 생각된다
철학 전공자가 "아닌데?" 하면 얌전히 반박 당하겠음
다시 에식이와 라피로 돌아와서
사실 저 에식이의 '스스로 생각하고 판단하셈'이라는 대답이 실존주의를 압축하고 있는 것과 다름없다
실존주의의 '실존'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결국 본인의 '선택'이니까
매트릭스를 본 유게이라면 이해하기 쉬울 것
미하라로 돌아와서
미하라는 레드 후드와 마찬가지로 본인이 기억을 잃더라도
유니가 자신을 기억해주면 자신은 자신으로 존재할 수 있다고 말했으니
이 또한 다른 관점에서는 미하라의 실존이라 할 수 있을 텐데
정작 유니는 그걸 부정했으니
미하라는 실존을 초월하지 못한 거라 봐야 할지도 모르겠다
결론적으로 17지에서 홍련이 '왜 언체인드가 필요하냐?'라는 물음에 지휘관의 대답인 저거였다
'선택'
기억의 연속이 스스로를 정의한다면, 님프는 니케에게 불멸을 제공하는 것이고
그런 님프를 파괴하는 언체인드는 니케를 필멸자로 전락시키는 것으로 볼 수도 있다
'스스로 죽음을 선택할 권리'는 실존주의 테마의 작품에서 매우 주효하게 다뤄지는 소재다
실존주의적인 관점에서 보면
지휘관의 이념은 단순히 니케가 노예나 도구같은 지위에서 해방시키기 위함이 아니라
실존의 측면에서 해방하기 위함으로 이어질 수 있다
그러한 맥락을 배제한다면 저 스토리는 단순히 지휘관이 니미니스트하는구나 싶지만
여기서 또 한 가지 흥미로운 떡밥이 있는데
바로 헬레틱과 방주 측의 네이밍 차이
잔존한 인류 측은 익히 알다시피 성경에서 따온 네이밍을 주로 차용함
반면, 헬레틱의 이름은?
모더니아 - 모더니즘
니힐리스타 - 니힐리즘(허무주의)
아나키오르 - 아나키즘(무정부주의)
전부 근대 철학 사조에서 따왔다
방주 출신의 지휘관이 신화적인 측면이 아니라
근대 철학 사조의 대표적인 '실존주의'의 맥락에서 행동하고 있다는 것이 꽤 떡밥 굴리기 좋은 요소
니케의 불멸하면 또 하나 떠오르는 게...
성경에서 아담과 하와가 먹었던 선악과는 '지혜의 열매'였고
또 다른 열매, '생명의 열매'가 있다는 구절이 있다고 알고 있는데
이걸 먹으면 영생을 누리게 되고, 두 열매를 모두 먹은 인간은 야훼에 수렴하는 신적인 존재가 될 수 있다는 해석을 몇 번 본 적도 있다
에반게리온이 가장 대표적인 그 예시
님프로 영생을 얻은 '니케'가 승리의 여'신'임을 생각하면 이것도 그럭저럭 아귀가 맞지 않나 싶음
사실 니케에서 이런 실존주의 테마로 스토리를 가장 잘 풀어낸 건 니어 콜라보 스토리인데
이건 이미 내가 한 번 글을 쓴 적이 있으니 링크로 대체하겠음
https://bbs.ruliweb.com/community/board/300143/read/63141506
니케를 별 생각 없이 시작했었는데
나는 원래 이런 테마의 SF 작품을 좋아했어서
그윽한 SF의 향+씹덕의 조합이 기호에 맞아서 재밌게 하고 있는 거 같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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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존주의 자체가 이미 닳고닳은 진부한 소재지만 이걸 미소녀 스킨 씌우면 또 다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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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군다나 글쓴이가 쓴 기억 소거 이야기는 이미 지휘관에게도 해당됨 지휘관은 기억을 잃고 게임을 시작하니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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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존주의와 허무주의 사조는 신학과도 뗄래야 뗄 수 없는 관계라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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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아카도 그렇고 스작들이 철학사조를 스토리에 결합시키는건 상당히 재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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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부하지만... 검증돼서 좋아하는 맛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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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이 그렇긴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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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존주의 자체가 이미 닳고닳은 진부한 소재지만 이걸 미소녀 스킨 씌우면 또 다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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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고곡헤으응
블루아카도 그렇고 스작들이 철학사조를 스토리에 결합시키는건 상당히 재밌다 | 23.11.11 01:31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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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부하지만... 검증돼서 좋아하는 맛이야 | 23.11.11 01:33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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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존주의와 허무주의 사조는 신학과도 뗄래야 뗄 수 없는 관계라서...? | 23.11.11 01:32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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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oliVer
철학이 그렇긴하지 | 23.11.11 01:35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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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군다나 글쓴이가 쓴 기억 소거 이야기는 이미 지휘관에게도 해당됨 지휘관은 기억을 잃고 게임을 시작하니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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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휘관이 누군가의 클론이라면 또 실존에 대한 이야기로 들어갈 수 있어짐ㅋㅋ | 23.11.11 01:36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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덴오가 그런 내용이었구나 근데 '누군가의 인식을 통해 존재할 수 있다'라는 설정도 곧잘 쓰이는 거 같음, 유희왕 극장판에서도 있었고 이것도 근간이 되는 철학이 있을 거 같은데 난 허접이라 잘 모르겠네 | 23.11.11 02:01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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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럴 거 같음, 농담 삼아서나 할 이야기지 그리고 사실 은화는 크로우에 비견될 수준도 아니고 | 23.11.11 02:03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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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데 그러한 작품 외적인 맥락이 빠지면 스토리 라인의 가이드라인이 없어지고, 하이라이트 같은 부분에서 김이 새더라고 그래서 그렇게 인용하는 거 같기도 함 | 23.11.11 02:30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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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케가 참 캐릭터 수집 씹덕겜으로서는 이례적일 정도로 캐릭터들을 굴림 죽음에 비견되는 경험을 겪게 하거나, 악행을 저지르게 하거나... 그래서 흥미롭긴 하지만 | 23.11.11 02:38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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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쪽으로 문외한이라 꽤 흥미롭네 종종 이런거 올려줘 재밌네 잘 봤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