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이번년도부터 신주쿠에 본사가 있는 M사(프로모션 대행업체라고 쓰고 파견업체라고 읽음)에
정사원으로 채용된 왜(倭)노자입니다.
말이 정사원이지, 어차피 파견직이기 때문에 본사랑은 직접적으로 엮여본 적이 지금까지 없네요.
1월에 2주간 본사 연수,(그마저도 일주일에 2~3일)
2주간 클라이언트(파견처) 연수 받고...
현재는 일본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10명 중 8명은 알고 있을 정도로 유명한
Y가전양판점 아키바 지점에서 3개월 째 일하고 있습니다.
....만,
2달 넘어서고 나서부터 이게 뭐하는 짓인지 수도 없이 생각이 오락가락하네요.
이 답답한 마음을 어딘가에 털어놓고는 싶은데 마땅히 털어놓을 곳도 없고,
어디서부터 털어놓아야 할지도 모르겠어서 속만 미어터지고 있습니다.
한국에서 M사에 대한 정보를 수집했을 때에는 꽤 클린한 기업인 것 처럼 구글링이 되었고,
각종 기업 평가 사이트에서도 어지간한 쿠치코미에서는 "자기 성장에 도움이 되는 기업"이나
"하루하루 보람을 느낄 수 있는 기업"이라는 평가들이 많았고,
블랙기업이라는 이미지를 느낄 수 없을 정도로 깨끗했습니다만
이게 막상 겪고 나서 보니 이건 아무리 봐도 인터넷에 수작질 부려서 주작한 게 아닌가 싶습니다.
급여 부분부터 이야기 해보자면,
일단 급여에 기본으로 20시간 잔업은 서비스로서 포함이 되어있습니다.
그리고 그 20시간 잔업대를 포함한 급여가
학사졸업 기준으로 19만엔(전문졸 이하인 경우에는 18만엔)입니다.
파견이기 때문에 현장에서 상품 판매에 성공해서 건수를 올렸더라도 인센티브는 없습니다.(고정수입)
기숙사를 지원하고 있으며, 기숙사 비용은 한 달에 3만엔입니다.(도쿄 23구 안쪽에 위치한 셰어하우스.)
회사에서 기숙사 비용 보조로 2만엔을 지원해주고 있습니다.
그 돈 중에 포 떼고 차 떼고 다 떼고 나면
제 통장에 들어오는 돈은 13만 8천엔입니다.
하루에 1500엔 씩만 사용한다고 가정했을 때(정말 밥만 먹고 산다고 가정)
30일을 기준으로 4만 5천엔을 사용합니다.
그럼 9만 3천엔 정도 남습니다.
아직 크레딧 카드가 없어서 오오테 3캐리어 휴대전화를 쓸 수밖에 없기 때문에
별로 쓰지도 않는데 비싼 돈 내면서 휴대전화 쓰고 있습니다.
이게 한 달에 10800엔. (심지어 실질 0엔 폰으로 어지간한 옵션 다 뗀 것.)
그럼 8만엔 남고,
현장 영업직으로써 파견이기 때문에 자기관리(드라이크리닝, 이발)에 돈을 쓰는 게 어영부영 한 달에 1만엔.
그럼 7만엔 남겠네요.
만약 어디가 아프기라도 하거나, 약간 사치라도 부리면 한 달에 모을 수 있는 돈은 거의 없습니다.
대부분의 루리웹 분들이 그렇겠지만,
저 역시 취미생활이 게임입니다.
지금까지 살면서 게임이라는 취미가 그렇게 돈이 많이 깨지는 고급 취미생활이라고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었는데요.
오히려 직업을 가지고 혼자서 본격적으로 살게 되면서 그런 생각을 해보게 되었네요.
"게임이 이렇게 돈이 많이 드는 취미생활이었나?"...
아마 제가 버는 돈이 상대적으로 적기 때문에 그렇게 느끼는 거라고 생각합니다.
월 25만엔 받는 사람이 느끼는 7천엔(PS4 타이틀 하나)와 13만 8천엔 받는 사람이 느끼는 7천엔은 하늘과 땅 차이일 테니까요.
그런데 사일런트힐 뺨치는 공포를 느낄 수 있는 게, 이 급여가 (여기에서 계속 근무한다는 가정 하에)2년 동안 받게 될 금액이라는 점입니다.
오른다고 하더라도 그리 많이 오르지 않습니다.
이미 3년 근무한 선배한테 물어봤더니, 실제로 신입하고 별 차이가 안 난다고 합니다.
아마 결정적인 이유는 상품 판매에 따른 인센티브가 없기 때문이겠죠.
지금은 아직 일본 입국 1년 차라서 주민세가 면제되고 있기 때문에 그나마 돈이 남는 거라고 생각해 보면,
앞으로는 더 줄어들 거라고 예상해볼 수 있겠네요.
3년차가 되었을 때, 24만엔 수준으로 급여가 인상됩니다만,(그마저도 뭐가 기준인지 알 수 없는 내부평가를 통해 상승한다고 함)
솔직히 지금 indeed 같은 곳에서 한국어/도쿄도로 검색만 해 보아도
당장에 정직원 채용 후 최초 급여가 25만엔인 곳이 수두룩 빽빽한 것으로 보아서는 그리 높은 급여는 아닌 것 같네요.
뭐, 이 급여가 누군가에게는 높은 급여라고 생각된다 할지라도
지금 당장의 제 생활 패턴을 보자면 생활이 아니라 생존을 하고 있으므로
그리 높은 급여는 아닌 것 같습니다.
근무는 시프트제.
매 달 시프트가 시프트 구성하는 사람 심리상태에 따라서
퐁당퐁당이 되었다가 연휴가 되었다가, 심지어 이도저도 아닌 규칙성 없는 카오스가 되기도 합니다.
출근은 12:00.
물론 조례가 있으므로 실제 도착은 11:40분 쯤이고, 준비하는데 10분, 조례하는데 10분. 20분 정도는 일찍 출근합니다.
휴식은 40분 1회(보통 오후 4~7시 사이에 쉬게 되고 이 시간에 점심), 20분 1회(근무 거의 끝나기 전에 휴식). 도합 1시간.
근무 종료 시점은 밤 10시 15분.
하루 근무 시간 9시간 15분.
근무 시간 도중에는 앉아있을 수 없으므로 일일 9시간 15분 동안 서서 호객행위 하고, 접객하고, 상품 판매하고, 퇴근.
전철 타고 집에 도착해서 씻고 저녁밥 먹고 나서 시계를 보면 심야 0시.
그러면 다음 출근을 위해서 잡니다.
하루 종일 서 있었으므로 피곤할 수밖에 없으니 당연히 출근 아슬아슬한 시간대까지 잠을 자야 근무를 버텨낼 수 있습니다.
그러면 사실상 개인시간은 없습니다.
무슨 "워크-라이프 밸런스를 갖길 바란다"라는 말을 이 회사 연수시기에 들었던 거 같은데,
이런 일을, 이런 돈을 주면서 시켜먹는 주제에 잘도 그런 말을 입에 담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참고로 저와 같이 일하고 있는 파견처의 계약직 직원들은
저와 같은 일을 하면서
뗄 거 다 떼고 최저 32만엔 받고 있고,
거기에 잔업수당 다 받고 있으며,
상품 판매 건수 올릴 때마다 인센티브 있고,
한달 매출 목표 달성하면 추가 보너스 있습니다.
지금 우리 매장에서 가장 잘 파는 계약직 직원이 야칭 36만엔짜리 집에서 살고 있으니,
그 금액은 능히 가늠함직 합니다.
이 업계에서 일해본 사람들의 소문(M사에 대한 소문)에 의하면
제가 열심히 일해서 상품 판매 건수를 올려 놓으면
해당 건수의 인센티브를 M사에서 다 먹고, 저에게는 정해진 금액의 급여만을 지급한다는 이야기가 있더군요.
파고들수록 점점 더 딥 다크해지고 있습니다...
이곳 게시판에 보면 어떤 분도 파견직 관련해서 글을 올리셨고,
많은 분들이 그건 아니다라고 말씀하셨는데
저도 일단 일본의 파견업체를 통해서 어딘가에서 일하려고 생각하고 계신 분들께는
일본의 파견업체 취업은 정말 아니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말이 정직원이지, 파견업체의 정직원은 인턴 미만입니다.
한국인 직원 중 한 명은 급여 문제로 본사 직원과 입씨름을 했다가 그대로 상부에 보고 올라가서
현장 영업직에서 이름도 듣도 보도 못한 이상한 청소 업체로 팔려간 사람도 있습니다.
육체적으로 정신적으로 고된 곳으로 일부러 파견 보내서 고통을 주고
알아서 자발적으로 나가게 하기 위해서죠.
더 안타까운 건 해당 직원이 1년 비자라서 꼬우면 그대로 회사 그만두고 한국으로 돌아가든가,
아니면 자기가 가지고 있던 스펙으로 타사의 정직원을 노리든가 하는 수밖에 없다는 것입니다.(비자 연장 문제상....)
파견업체 통해서 일본 들어오려고 생각하고 계신 분들,
여러분에게 아무것도 해주지 않고 소속감 조차 없는 회사에
여러분이 응당 받아야 할 급여의 절반 이상을 상납하면서까지 일본에 계실 게 아니라면 파견업체는 피하십시오.
당신의 인생을, 노동력을, 성장 잠재력을 소중히 여기십시오!
-주저리 주저리 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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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맞습니다... | 17.04.10 14:38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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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저도 이 회사 오기 전에 거기 지원하려다 말았는데... 섬뜩(?)하네요... | 17.04.13 11:35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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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기업이 어디인가요? ㅠㅠ 저도 지금 일본 파견 기업을 알아보고 있는데.... 모두 이렇다는건 좀 걱정이 많이 앞서네요 ㅠㅠ | 20.01.29 13:19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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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속이 타는 건, 입사 1년 이내 퇴사할 경우 기숙사 이용자라면 위약금(?)으로 15만엔을 회사에 내고 퇴사해야 한다는 겁니다. 15만엔이면 솔직히 도쿄 23구 인사이드로 방을 하나 구할 수 있을 텐데 말이죠... | 17.04.10 14:43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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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나마 저는 비자 5년짜리를 받아서 어디든 계약직으로라도 들어갈 수 있으면 비자 연장 절차가 필요 없으니 상관 없는데... 저 이외의 다른 한국인, 중국인, 대만인 동기/후배들은 95% 정도가 1년 비자라서 그들이 사실 제일 안타깝네요. 저는 꼭 정사원이 아니더라도 아무튼 근로계약서만 작성하면 되는데 그들은.....(묵념) | 17.04.10 14:41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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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네들은 '모든 사람이 감동하길 원하니까 불채용이 없다'라는 식으로 설명하지만 사실은 불채용 하기에는 수시로 인원이 빠져나가니까(조금만 머리 있으면 때려치고 나갈 듯) 불채용을 할 수 없는 거일 거 같네요. | 17.04.10 18:35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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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딜 가도 같습니다. 사실 그게 제일 소름끼치는 점이네요... | 17.04.15 22:41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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