삽화 출처 : 칼부림
누르하치의 거병 초기 시기에 해당하는 1583~84년 당시, 그는 안팎으로 많은 위협을 받고 있는 실정이었다. 부친 탘시와 조부 기오창가의 원수를 갚는다는 명분으로 자신이 (구) 허투 알라 세력의 지도자로 부상한 것은 좋았으나 그의 일족으로 구성된 닝구타 버일러 연맹 내에서는 그에 대한 반대 여론도 만만치 않았다. 특히 더시쿠(desiku), 리오찬(liocan), 소오창가(soocangga), 보오시(boosi)계가 그에게 적대적이었다.1
뿐만 아니라 그의 계모인 컨저계 역시도 그와 반목하였으며, 컨저와 연결된 하다 세력 역시도 충돌의 가능성이 존재했다. 실제로 1583년에는 하다와도 소규모 충돌이 있었다.2이 충돌은 누르하치 휘하의 장수 안피양구가 성공적으로 격퇴했으나, 격퇴 이전에 있었던 습격으로 피해 자체는 상대적으로 크게 발생한 사건이었다.
이런 상황 속에서 누르하치는 1584년 5월 모일의 밤에도 암살 미수 사건을 겪었다. 당시의 조야한 실력으로 인한 글의 완성도는 차치하고서라도, 필자는 이미 본 글을 쓰기 몇 해 전에 이 사건을 [후금 건국사] 연재의 일환으로 소개 한 바 있다.3 하지만 다시 한 번 누르하치가 암살자를 제압하게 된 경위를 간략히 소개하자면 이렇다. 1584년 5월 어느날 밤 누르하치는 자신의 보오이 중 한 명이 수상한 행동을 하는 것을 보고서 수상한 낌새를 눈치챘다. 그는 여성의 옷(hehesi cuba)를 입음으로서 자신의 무장과 신원을 숨기는 기지를 발휘하여 집을 나왔다. 그리고 암살자를 수색하다가, 번갯불에 의지해 암살자 이수(isu)를 제압하는데에 성공했다.
(여?장)
그러나 누르하치는 그를 붙잡고서 분풀이와 제압을 목적으로 한 폭행만을 하다가, 따로 죽이지 않고 풀어주려 하였다. 이에 대해 소란을 듣고 나온 그의 형제들과 구추들, 보오이들이 하나같이 입을 모아 '이 자를 구타만 하여 어찌 하겠습니까. 죽여버립시다.'라고 간언했음에도 불구하고, 누르하치는 그 요청을 물리쳤다.
누르하치는 그들의 간언을 '이 자를 죽이면 이 자의 주인(이수를 보낸 이)가 자신의 사람을 죽인 것을 명분으로 하여 (자신의 세력과) 전쟁을 일으킬 것이며, (공격으로부터 성을 지켜낸다 하더라도) 성 바깥에 저장한 곡식을 모두 가져갈 것이고, 그리 되면 양식이 없어 속민들이 모두 배신할 것이며, 그리 되면 소수의 병력만이 남으므로 성을 지켜낼 수가 없다'는 논지로 방어했다.4
이에 대해 누르하치는 엄연히 암살 사주를 받은 피해자인 입장임에도 불구하고 이상과 같은 명분을 내세우며 이수를 풀어주려는 것이 이상하다고 여겨질 수 있다. 누르하치는 엄연히 암살 위협을 받은 암살 대상이었다. 그런데 암살을 당할 뻔 한 '피해자'가 자신을 죽인 것에 대한 '처분'으로서 자신이 생포한 '암살자'를 죽이는 것이 어찌하여 '암살자'를 보낸 세력에게 명분으로 작용하는가?
중요한 것은 암살미수범인 이수가 가졌던 목적이 아니라, 누르하치가 이수를 죽이는 행위 그 자체다.
누르하치는 위의 발언 뒤에 '이 자(암살미수범 이수)를 죽이면 국인(gurun)들은 모두 우리가 먼저 싸움을 일으켰다고 할 것'이라고 발언했다.5 그 발언의 요지에서 드러나듯, 누르하치는 자신이 이수를 처형한다면 이수가 자신을 암살하기 위해 허투 알라에 잠입한 '암살 미수'의 사실보다도 , 자신이 그를 죽인 사실이 현재 건주여진 내부의 세력 구도상 불리한 위치에 처한 자신이 모두의 공적이 될 이유, 명분으로 작용할 수 있을 것이라 여겼다. 요컨대 적들에게 '이수의 처형'을 통한 공격의 빌미를 줄 것을 걱정한 것이다.
실제로 누르하치가 자신을 암살하려 한 이를 보복으로 죽인 뒤 그 적법한 이유를 내세우건 뭐건, 이수를 보낸 측은 누르하치가 내세우는 이수 처형의 이유를 거짓이라고 부정해 버리면 그만이다. 그리고 그로서 그들은 누르하치가 암살자를 적법히 죽인 것이 아니라 함부로 자신이 보낸 사람을 함부로 죽여놓고서 암살자를 죽였다는 거짓선동을 하고 있다고 호도하며, 누르하치를 상대로 공격의 명분을 만들 수 있다. 사실의 내막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누르하치를 정당히 공격할 수 있는 이유가 중요한 것이기 때문이다.
즉, 이수를 보낸 세력으로서는 당시의 건주여진내 외교 구도상 그런 조악한 수준의 명분만으로도 누르하치를 공격할 수 있었으며, 나아가 건주의 타 적대 세력들 역시 그들의 '명분'에 대해 동조할 수 있었고, 누르하치는 그런 상황을 경계했다고 볼 수 있다.
당시 누르하치는 거병을 한 지 고작 1년여가 지난 상태에서 일족 내부 문제도 아직 완전히 정리치 못한 상황이었고, 외부 역시 사방이 적인 상황이었다. 불과 4개월여 전에는 그의 초기 동맹자이자 매부였던 가하샨 하스후(gahaxan hashv)가 암살을 당한 일까지 존재했다. 모두가 자신을 제거하거나 숙청하는 것을 노리고 있는 시점에서 누르하치가 상대측에게 공격과 연합의 명분을 주는 것은 그를 몰락시킬 단초가 된다.
(다굴 예상도)
물론 막 거병했을 당시보다는 세력이 많이 성장하였기에, 누르하치는 방어전의 직접적인 교전에 대해서는 승산이 있다고 판단했던 것 같다. 이상에서 언급한 그의 발언에서 그러한 바가 드러난다. 누르하치는 자신의 발언을 통해 적의 직공으로부터 허투 알라를 물리적으로 지켜내는 것을 전제로 하면서, 단지 성 외부의 곡식 구덩이가 적에 의해 약탈 당하여 세력의 물력이 고갈되고 인력이 이탈하는 상황으로 인한 패배-즉 고사전을 예상했다.
그러나 그의 발언은 역설적으로, 그리고 확실하게- 적에게 이수의 처형으로 말미암은 연합과 공격의 빌미를 줄 경우 종국적으로는 자신의 세력이 패배한다는 뜻을 내포하고 있었다. '물리적으로 성을 지켜낸다 하더라도' 결국 식량의 상실과 그로 인한 산하 백성들의 이탈로 전쟁에서 패배하고 말 것이라는 것이 그의 발언의 요지였기 때문이다.
결론적으로, 누르하치는 자신을 죽이기 위해 들어온 암살자를 죽임으로서 적대 세력이 활용할 명분(이수의 사망)이 만들어지게 되고, 그것을 빌미로 적대 세력들이 그 빌미 하에 뭉쳐 자신을 공격할 가능성을 경계하여 이수를 방면했다고 할 수 있다. 이는 1달여 전인 1584년 4월에 발생한 자신에 대한 암살 미수 사건에서, 자신이 생포한 암살자가 자신을 죽이러 왔음에도 불구하고 단순히 '소도둑'이라고 칭하며 그를 방면한 것과 일맥상통하다.6
이러한 신중한 조치로 말미암아 누르하치는 적대 세력에게 공격 명분을 함부로 주지 않았고, 그로서 누르하치는 주변 세력이나 일족 내부의 반대 세력에 대해 우선권을 쥐며 그들을 선제적으로 제압해 나갈 수 있었다. 이로부터 1달여 뒤인 마르둔 공략전을 통해 누르하치는 자신에게 적대적이었던 컨저계 세력을 제거했고, 이를 통해 대내외적으로 자신의 힘을 과시함으로서 최소한 직접적인 암살 시도는 받지 않게 되었다.
1.『현행전례』 계미년 6월.
2.『만주실록』 계미년 8월.
3.https://bbs.ruliweb.com/community/board/300780/read/52375593?
4.『만주실록』 계미년 8월, ere be waha de erei ejen ini niyalma be waha seme iletu dain ofi musei jekui eye be gemu fetefi gamambi, jetere jeku akv oci musei juxen gemu ubaxambi kai, juxen gemu ubaxaci musei beyei teile oho manggi, hoton be kaha de adarame eljembi, muse de sirdan udu bi...
5.(앞과 이어짐) ere be waha de gurun gemu muse be neneme dain deribuhe sembi kai. gurun은 나라라는 뜻도 존재하나 부족, (국의) 사람들의 뜻도 가지고 있다. jerry norman, 『A Comprehensive Manchu-English Dictionary』, Harvard University Press, 2020, p.151. 여기서 의미하는 국인(國人)은 누르하치 세력 속하의 사람들이 아니라 누르하치 세력을 포함한 건주여진의 세력인들을 의미한다.
6.『만주실록』 갑신년 4월, taidzu sure beile jortai hendume ere hvlha ainci mini ihan hvlhame jihebidere seme henduhe manggi



(IP보기클릭)223.39.***.***
지금은 정보가 너무 많아서 진실을 알지못하고 저때는 정보가 너무 적어서 진실을 알지 못하는구나.
(IP보기클릭)1.251.***.***
요약) 보추 누르하치가 미인계로 암살자 돌려보냄
(IP보기클릭)106.101.***.***
힘이 애매할때 자기를 공격할 명분을 주면 ㅈ되는거지 그걸 못지켜서 몰락한 사람이 한둘이 아니였고 누르하치는 그걸 알았기에 피해서 더더욱 세력을 공고히 할 수 있었던거네
(IP보기클릭)175.199.***.***
요약)누르하치는 예쁘다.
(IP보기클릭)223.38.***.***
잠만 비켜봐 해볼게 있어.
(IP보기클릭)119.204.***.***
용과같이에도 종종 나오지
(IP보기클릭)1.251.***.***
요약) 보추 누르하치가 미인계로 암살자 돌려보냄
(IP보기클릭)175.199.***.***
CORONATION DAY!
요약)누르하치는 예쁘다. | 25.08.17 13:56 | | |
(IP보기클릭)223.38.***.***
[123일환]真-인환
잠만 비켜봐 해볼게 있어. | 25.08.17 14:01 | | |
(IP보기클릭)223.39.***.***
지금은 정보가 너무 많아서 진실을 알지못하고 저때는 정보가 너무 적어서 진실을 알지 못하는구나.
(IP보기클릭)106.101.***.***
힘이 애매할때 자기를 공격할 명분을 주면 ㅈ되는거지 그걸 못지켜서 몰락한 사람이 한둘이 아니였고 누르하치는 그걸 알았기에 피해서 더더욱 세력을 공고히 할 수 있었던거네
(IP보기클릭)119.204.***.***
용과같이에도 종종 나오지
(IP보기클릭)1.24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