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입 사서로서 경력을 시작하실 장소로써 저희 도서관을 택하신 것을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사서라는 숭고한 직업을 선택하신 이상 익히 알고 계시겠지만, 도서관이란 장소는 본디 수많은 문제가 일어나는 장소입니다.

단지 책을 빌리러 오는 무지한 이들은 저희의 위대한 노력을 알지 못하겠지만, 책이란 수많은 지성이 여러 감정을 담아 쌓아 올린 지식의 보고.

그러한 강렬한 감정이 모인 장소는 여러 문제가 일어나기 마련입니다.

그럼, 이 도서관에서 지켜야 할 규칙에 대해 이야기하도록 하죠.


1. 본 도서관의 개방 시간은 오전 9시부터 오후 8시까지입니다.
이 시간 이외에 일반 이용자를 보게 된다면, 정중히 퇴거를 요청하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저희 잘못이 아니라 하더라도 민원은 생각보다 귀찮고 시끄럽습니다.

2. 본 도서관에는 도서 정리 시스템상 600번까지의 책장이 존재합니다.
다만, 종종 해당 번호를 초과하는 책을 열람하고 싶다는 요청이 들어오곤 합니다.
이 경우, 관리자에게 연락하여 대처하게 하십시오.
600번이 넘는 책은 너무 오래되거나, 가치가 높아 따로 보관된 서적들의 분류입니다.

3. 종종 도서관에서 시끄러운 목소리가 들려오곤 합니다.
이 경우 가볍게 주변을 두드린 후, 자그만 소리로 '도서관에서는 조용히'라고 주의시키시길 바랍니다.
생각보다 자주 발생하는 일이고, 의외로 이용자들은 이야기를 잘 듣는 편입니다.

4. 붉은 머리를 한 소년이 종종 말도 안 되는 요구를 해오곤 합니다.
이 경우 해당 요구를 무시한 채, 가장 가까이 있는 동화책을 뽑아 읽어주시길 바랍니다.
해당 아이는 본 도서관에 가장 많은 금액을 기부해주시는 분의 손자이십니다.
겉보기와 다르게 책을 좋아하니 그걸로 만족할 겁니다.

5. 네크로노미콘 혹은 사해문서를 찾는 이가 올 경우.
도서관에 당 서적이 비치되어 있지 않다는 안내 한 마디면 충분합니다.
그런 게 있다면 저희가 이미 돌려봤을 텐데 말이죠.

6. 저희 도서관에서는 도서관 직원들의 엘리베이터 사용을 금지하고 있습니다.
직원분들은 안쪽의 화물용 엘리베이터를 이용해주시길 바랍니다.

7. 도서관 회원증이 없는 이가 책을 빌리려 하는 상황이 자주 발생합니다.
사서분들은 그에 대처하지 않으셔도 좋습니다. 회원증 발급은 행정과 담당입니다.

8. 저희 도서관은 5층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옥상이 존재합니다.
하지만, 옥상에는 출입을 금합니다.
현재 옥상 펜스가 낡은 상태입니다.


9. 저희 도서관의 회원증은 하얀색이지만, 종종 파란색으로 이루어진 회원증이 발견되곤 합니다.
이 경우 해당 회원증은 유실물 보관함에 옮겨놓는 것으로 대처해주시길 바랍니다.
2003년에 디자인이 바뀌긴 했지만, 해당 회원증은 아직 유효합니다.

해당 규칙을 숙지하고 부디 잘 지켜주시길 바라며.

본 도서관에 입사하신 것을 다시 한번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