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 2007년 정도 였던 걸로 기억 하는데 한창 마비노기 하던 시절이었음.
마비에서 좀 잘 알던 누님이 당시 어둠의 번역 하시던 분이었는데 하루는 일거리가 너무 많아서 다 못 쳐내는 중이라 초벌 번역만 좀 한
30페이지 정도만 해줄 수 있겠냐. 마무리는 자기가 하겠다 라길래... 그래 뭐 초벌 정도야 (당시 나도 자막 만들고 하던 시절이라..) 라는 마음에 일거리를 받아왔는데 루비 코믹스 (아는 사람 있을지 모르겠지만 BL 소설계의 할리퀸 같은 느낌) 였음. 지금 와서 생각 해보면 아마 이 누나가 나한테 장난질 겸 영업질을 할려고 그 일을 맡긴 거라고 생각은 하지만... 당시에는 누님 호감도 올리겠단 마음에 일거리를 받아서 번역 할 려고 이래 보고 있는데
루비 코믹스는 보통 앞 100~150 페이지 정도에서 연애질 갈등 분노 클라이 막스 이딴게 대충 정리되고 마무리 30페이지 정도는 대부분 ㅅㅅ 씬임
떡 받아와서 내용을 보고 있는데 어디 처음 듣도 보지도 못한 업계 용어에 やおいあな 라던가 うけのがわ라던가 뭐 진짜 나도 일본어 네이티브 만큼 하는데 세상 처음 보는 단어에 표현들이 가득한 데다가 삼류 가십 소설 급 문장이라 보고 있는 것 만으로도 민망한 표현들이 드글드글 해서 진짜 한 두 어 페이지 쓰다가 완전히 막힌 거임. 도저히 답답해서 안되겠다고 담배 한대 피러 나왔는데....
울 엄마가 아들 왠일로 일한다고 대견 하다고 사과 깎은거랑 커피 싸들고 내 방에 들어왔다가 모니터를 본겨!!...
담배 피고 들어왔는데 울 엄마 모니터에 써있는 글씨를 보면서 진짜 말 그대로 얼어 있는거임..
"아니 엄마 그게 아니고 이거 나 일받은 거거든 내 취미 아니거든!" 했는데 엄마가 천천히 고갤 돌려서 날 보는데
그 촛점 없이 멍한 그 복잡 미묘한 표정을 아직도 잊을 수가 없음..
그리고 울 엄마 하는 말이...
"아... 아들아" "응?" ....
"너 나중에 며느리라고 사내 새끼 데리고 오면 나 죽고 너 죽고 그 새끼 죽는다"
.......................
P.S 그리고 20년 가까이 지났는데 거짓말 같이 며느리를 못 데려 왔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