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들이 '괜찮아? 가슴만질래?' 라는 말에 안정을 찾는 것은
자신을 걱정해줄 뿐더러 가슴까지 만지게 해 줄 상대가 있다.
'그 사실에 남자는 구원받는다' 는 요지의 글을
인터넷을 뒤적이던 나이스 네이처는 본 적이 있었다.
나름 일리있는 말이기도 한 것 같으면서도
'아니, 아니, 그래도 남성분들이
전부 여자아이의 가슴에 환장하지는 않는다구요~
뭐, 우리 트레이너씨도 그렇게 밝히는 사람같지도 않고.'
같은 생각을 하며 가볍게 넘겨버렸지만.
아마 별 일이 없었더라면 네이처에겐
그냥 단순히 인터넷에서 봤던 사사로운 글.
그 정도로 끝나 금방 잊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녀가 트레이너실에 들어와 그의 얼굴을 보았을 때,
가볍게 보았던 글은 네이처의 피부에 바로 와닿게 되어버렸다.
친구들끼리 젠가 게임을 하다 보면
항상 말미에는 그런 상태가 된다.
튼튼하게 서있던 3칸의 블럭들이 하나 둘 빠져나가
무너지진 않았지만, 하나라도 잘못 건들면 곧장 무너지는
마치 동물의 뼈와 비슷하게 생긴 앙상한 모습의 탑.
그리고 지금 나이스 네이처의 눈 앞에는
무너지진 않았지만, 무너지려는 남자가 있다.
그가 힘들다고 말하진 않았지만
그냥 그런 생각이 들었다.
상황도, 원인도 아무것도 모른다.
하지만.
네이처는 그를 가만히 무너지게 둘 수 없었다.
그는 '토카이 테이오' 라는 눈부신 존재의 빛에
무너지려던 자신을 잡아준 존재였으니까.
은혜갚기. 에서 끝내고 싶진 않았다.
그에겐 호감을 넘은 무언가도 느끼고 있으니까.
그렇기에, 그녀는 과감한 선택을 했다.
나중에 음란한 여자라는 말을 들어도 좋아.
뭣도 모르고 끼어들었다가 부끄러운 꼴을 보이는 것도 괜찮아.
지금까지 자신의 부끄러운 모습은 그에게 자주 보였으니.
다만, 자신의 눈 앞에서
그가 무너지는 모습 같은건.
보고 싶지 않았다.
"괜찮아? 가슴 만질래?"
...
트레이너실에 들어온지는 한참이 되었지만
그는 그녀의 목소리가 울려서야 네이처의 존재를 인지했다.
그리고 그녀가 말했던 한 마디의 의미를 생각하고.
뇌의 연결이 끊긴듯한 표정을 지었다.
잠깐의 정적이 흐르고,
그가 가장 먼저 한 일은 당연히
그녀의 이름을 부르는 것이었다.
"...네이처?"
당황한 기색이 역력한 목소리.
네이처는 그 시점에서 살짝 날아갔던 이성이 돌아옴과
동시에 머릿속이 타들어가는 듯한 감각을 겪고 있었다.
'으아아...역시 역시 괜한짓을 해서는..
트트트레이너씨가 날 음란한 애로 생각할게...
아, 아니. 여기서 할거라면 확실하게 해야지.'
"저기 네이처 지ㄱ..우왓..!"
그가 반응할 틈 같은 건 주지 않았다.
평소에는 거칠거칠하고 든든하게 보이는 손이지만.
지금의 네이처에겐 절반 정도의 힘만 줘도
간단히 제압할 수 있는 연약한 손.
그 손을 낚아채
자신의 봉긋 튀어나온 부드러운 봉우리에 파묻는다.
너무 세게 밀었는지 가슴에서 조금 통증에 느껴졌지만
네이처는 아무렇지 않았다.
자신이 조금 아픈걸로 그가 치유받을 수 있다면 그걸로 되었다.
"..괜찮아, 트레이너씨."
그는 반사적으로 네이처의 가슴에 손이 닿자마자
손가락을 펴고 어떻게든 자신의 손과 분리하려 애썼지만
그녀는 오히려 그의 손을 자신의 솟아오른 언덕과 더 밀착시켜
따뜻함이 베어나오는 푹신함을 잘 느낄 수 있게 만들었다.
"지금은..괜찮아..."
그녀의 말을 들은 그는 알겠다는 듯이
천천히 두 손을 움직여 네이처의 가슴을 만지기 시작했다.
성인영화 마냥 야릇한 신음소리가 나지는 않았지만
정적 속에서 이따금 옷 위를 스치는 스륵 스륵 소리가 났다.
얼마간의 시간이 흘러 옷자락의 스침이 멈추고
압력에 눌려있던 네이처의 두 언덕이다시 형태를 되찾았을 때,
'어라, 벌써 끝..?' 라며
당황한 네이처는 황급히 그의 얼굴을 보았다.
물에 빠진 생쥐마냥 추레한 얼굴이 되어
그의 눈동자는 걷잡을 수 없이 바들바들 떨리고 있었다.
한계에 달했다는 듯 가까스로 표면장력을 유지하던
눈물이 한 줄기 액체가 되어 바닥으로 떨어지자,
수도꼭지를 최대로 풀어놓은 것 마냥
눈물이 소나기처럼 쏟아지기 시작했다.
"있잖니..네이처..내가 착각했던걸까...?
조금은 친해졌다고 생각했는데. 어떤건 통하는게 있다고.
나름 전진한거라 믿었었는데. 한 순간의 실수였던걸까.
아니면 내가 멋대로 발을 너무 빨리 내딛은거였을까..?
모르겠어. 나..정말 모르겠어..."
그의 울음섞인 넉두리로 나이스 네이처가 알 수 있었던 것은
'그가 무언가 인간 관계에서 실수하거나 착각한게 있다.'
정도였다.
전부는 모르지만,
네이처는 하나일지라도
그의 숨겨둔 마음을 알게되었다.
그걸로 되었다.
푸욱- 소리와 함께 네이처가 한 일은
울고 있는 그의 얼굴을 자신의 가슴에 깊게 묻는 것이었다.
"괜찮아..괜찮아..
트레이너씨 잘못이 아니야..."
울고있는 얼굴을 그대로 파묻었기에 눈물에 옷이 젖었지만
온 신경을 그에게 쏟고 있던 네이처는 신경조차 쓰지 않았다.
지금 트레이너 실에는 가장 부끄러운 모습을 보여주는 어른과
그에게 가장 부끄러운 모습을 보여줬었던 학생이 같이 있었다.
---
나리타 타이신은 그날따라 날이 좋지 않았다.
일기예보에 맞춰 기껏 우산을 들고 나왔더니만
비는 커녕 눈이 부시도록 쨍쨍한 햇살이 내리쬐어
챙겨온 우산이 짐덩어리가 되었고.
간만에 카페테리아에서 취향인 스위츠가 나온다길래
가봤더니 학생들로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어
키가 작은 자신은 주문은 커녕 뒤로 밀려난데다
늘 낮잠을 자던 옥상의 자리는 먼저 온 손님이 있어
사용하지 못하고 한숨을 내뱉으며 내려오던 도중
티켓과 마주쳐 점심시간 내내 티켓의 주저리를
귀가 아플 정도로 들어버렸다.
마치 오늘 하루라는 날이
자신을 짜증나게 만들기 위해 작정된 것마냥.
사실.
별 일이 아니었다.
시간이 흐르자 비가 정말로 와서 우산을 적절한 시기에
사용할 수 있었고, 점심시간에 먹지 못했던 스위츠는
하야히데가 미리 자신과 티켓 것도 확보해 두었다.
티켓의 주저리도 엄밀히 따지면 자신을 걱정하는 말이었고.
그냥 그렇게 넘길 수 있는 일이었다.
그래.
스마트폰으로 리듬 게임을 하던 도중
트레이너가 말을 걸어 콤보가 끊긴 것도 그러했다.
그는 단지 같은 게임을 하는 그녀에게
같은 화제를 공유하고 싶었던 것 뿐이었다.
그러나 그녀는 도화선에 불이 붙은 것 마냥
폭발한 분노를 모조리 그에게 분출했다.
심한 말을 잔뜩 해버렸다.
머리가 식고나니, 그러지 않았어도 되는 일이었다.
사과하고 싶었다.
이미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잘못했다고, 죄송하다고.
제가 그런 식으로 말했으면 안됐었다고.
당신은 내게 있어 무척이나 소중한 사람이라고.
그렇게 각오를 정해 트레이너실 앞에 선 타이신은
이미 찾아온 선객의 소리를 들어버렸다.
"괜찮아? 가슴만질래?"
뭔가 이상했다.
그 한마디에 머리가 잠시 정지되었던
타이신은 귀를 문 앞에 찰싹 붙이고
그녀와 그가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 들어보기로 했다.
---
미안..미안해요...
그런 뜻으로..아니..제 잘못이에요..
호의, 호의였는데. 제가 내쳐버렸어요.
주제도 모르고. 먼저 다가와주신건데...
나리타 타이신은, 더 이상
마음의 형태를 유지할 수 없었다.
그저 트레이너실과 복도를 분리하는 얇은 문에
쓰러지듯 기대어 사죄의 말을 되뇌일 뿐이었다.
끼익- 소리와 함께 문이 열리고
트레이너실과 복도가 연결되기 전까지는.
문에 기대있던 타이신의 몸은
당연히 트레이너실로 떨어지고 말았다.
충격에 반사적으로 고개를 들어 위를 바라보자
트레이너와 네이처가 그녀를 바라보고 있었다.
눈물자국이 상당히 남아있지만
뭔가 상쾌해진 표정이 된 트레이너와
옷의 가슴 부분이 젖어있는 후배 나이스 네이처.
어떤 말을 하려고 온걸까.
설마 이젠 계약해지를 하자는 말을 하려고..
착실한 후배인 네이처에게 집중하겠다고.
그래, 어쩌면 그게 합당한 벌일지도 몰라.
가장 최악의 상상을 하고 있던 타이신에게
트레이너와 네이처가 꺼낸 첫 한마디는 뜻 밖의 것이었다.
""...저기 타이신(씨)? 괜찮아? 가슴..만지지 않을래?""
이상했다.
너무나 이상했다.
그래도,
타이신은 그걸로 구원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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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아
가슴 만지구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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