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지금도 기억나는게 고등학교때 툭하면 나오던 칠리볶음밥...
식단표만 봤을때는 ???? 심슨에서 자주 나오는 매운 미트소스 국 같은건가?? 했는데
(*미쿡 애니, 드라마, 영화 자주 보는 사람들은 꼭 한번씩 나오는 [칠리요리 대회] 라는걸 들어봤을거임. 스파게티에 얹어먹는 미트소스처럼 불그스름한 죽 비슷한 음식을 짬통같은 큰 국통에 담아서 끓이다가, 오는 사람들한테 한국자씩 떠주고 맛 평가 듣는 그거.)
시골 촌동네 학교 급식에서 그런 진짜배기 칠리소스가 나올리가.
그냥 마트에 가면 소스 진열대에 있는 그 디핑용 칠리소스를 버무린 소금볶음밥이었음.
(진짜 이거 넣고 비빈 밥. '칠리' 인데 매운맛은 거의 없고 새콤달콤한 맛이 베이스인 이거.)
칠리볶음밥이라고 했으면서 왜 소금볶음밥이냐고?
부재료로 무슨 채소가 들어가기는 한데 얼마나 잘게 다져넣는지, 밥풀보다 큰 건더기를 본 적이 없음. 그조차도 몇조각 없었고. 사실상 맨밥에 가까웠다.
그리고 칠리맛도 안 남. 진짜로 밥에서 기름맛이랑 소금맛밖에 안 났다.
명색이 볶음밥인데 밥 색깔이 오렌지색조차 아니고 귤 먹고 남은 껍질 짜서 나오는 즙같은, 멀건 노란색이었음. 그래도 칠리소스를 넣긴 넣었는지 가끔 말린 고춧가루 같은건 나오더라. 이딴걸 맛있다고 느꼈다면 병원 가서 혓바닥 미뢰세포가 돌아가신거 아닌지 검사 해야된다ㅅㅂ
내가 대량 급식을 안 만들어봐서 잘 모르지만,
전교생 700인분의 밥에 가정용 사이즈(아마 짤에 있는 저게 300ml) 칠리소스 딱 2병만 넣으면
고등학교때 1, 2주에 한번씩 중식 석식 번갈아가며 나오던 그 칠리볶음밥을 완벽하게 재현할 수 있을거다.
케첩은 아닌데 비슷한 새콤달콤한 향이 뜨거운 기름밥에서 올라오는데, 그 향이 맛있는 냄새가 아니었음. 진짜 역한 향이었다.
내가 그 빌어먹을 칠리볶음밥을 3년동안 먹고 나서 파인애플 피자 정도는 양호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호불호가 갈려서 그렇지, 적어도 이건 음식의 범주에 들어가긴 한다)
칠리볶음밥이 보통 화요일이나 목요일쯤에 자주 나왔으니까,
잔반없는 날인 수요일 중식이랑 금요일 석식에 부식 예산을 몰빵하고
수, 금요일 앞뒤로는 단가 절약 메뉴를 짜느라 그 거지같은 칠리볶음밥을 자주 넣었을거라고 생각함.
칠리볶음밥 나오는 날은 반찬도 부실해서 진짜 개똥데이였음
영양 뭐? 예전에 학교에 반찬 재료 납품하는 업체에서 잠깐 일해봤는데
영양사들이 가장 신경쓰는건 영양 밸런스가 아니라 학교에서 주는 예산이다. 돈 문제는 중요하니까 당연한거다.
근데 먹는 사람 입장에서는 공짜로 얻어먹는것도 아니고 돈 내고 사먹는건데,
칠리볶음밥을 매주 먹으면 진짜 짜증난다.
칠리라는걸 그 거지같은 볶음밥으로 먼저 배웠기 때문에 나한테 칠리 요리는 지금도 급식때 먹던 칠리볶음밥이다.
진짜 칠리라는 식물을 멸종시키고 싶었다.
난 이제 나쵸 조지러 간다. 태풍 오는데 다들 조심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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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엘라
그렇지 본문의 칠리소스는 밥에 쓰까묵는게 아니라 나쵸 찍어먹으라고 나온거라고ㅋㅋ | 22.09.01 20:23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