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이 이 영화를 어떻게 볼지와는 별개로, 감독이 세상에 물들어 서서히 변해가는 사람 마음을 잘 알고 있다는 건 분명해 보인다. 아마 마음만 먹는다면 비슷한 과정을 밟는 주인공이 나오는 영화를 비열하게든 담백하게든 여러 장르로 충분히 표현할 수 있으리라. 그만큼 순호를 바라보는 시선은 생각보다 촘촘하고 정교하며 그 표현에는 군더더기가 없다.
예고편에 마음이 끌려서 선택했는데, 솔직히 느끼하게 눈물 콧물 짜내는 영화면 어쩌나 하고 한 1% 정도 걱정했더랬다. 다행히 전혀 그런 영화는 아니었고, 약간 착하면서ㅋ 긴 대사가 나오는 장면도 박근형 배우나 김향기 배우가 상당한 디테일로 장면을 가득 채우면서 담백하게 넘어가는 편.
이 영화가 자기 욕심을 극복하고 결국 선을 이뤄내는 사람에 관한 이야기였다면 오히려 설득력은 떨어졌을지도 모르겠다. 현실에서 그런 일은 좀처럼 일어나지 않으니까. 하지만 자기 모습대로 살지 않으면서 계속 압력을 받다가 끈이 툭 하고 끊어지면서 폭발해버린, 그래서 결국에는 제자리로 돌아오게 된 어떤 사람에 관한 이야기라면, 그렇게 연출했다고 이해한다면 모든 장면은 충분히 설득력 있게 다가온다. 그런 흐름에서 차 키를 받을 때, 술잔을 받을 때, 파트너 변호사 격으로 큰 사건을 수임할 때, 이외에도 순호가 조금씩 단계를 밟아 위로 올라가는 모든 장면에서 각각 미묘하게 다른 질감으로 긴장감과 거부감을 촘촘히 쌓아가는 연기는 참 훌륭했다.
물론 정우성 배우가 훌륭한 만큼 김향기 배우도 대단했음은 말할 것도 없다. 마음을 오롯이 담아내는 수준 높은 기술을 보는 것만으로도 얼마나 즐겁던지! 영화를 보면서, 친한 친구 중에 지우와 비슷한 친구가 있어서 더욱 김향기 배우가 얼마나 탁월하게 연기하는지를 느낀 장면이 여럿 있었다. 과연 무의식적인 행동을 의식적으로 연기한다는 게 얼마나 어려웠을지, 그러한 과제에 도전하는 김향기 배우는 어떤 마음이었을지.... 언젠가 실제로 만난다면ㅋ 꼭 존경한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
결말이 통속적인 듯하지만, 논리에서 벗어나지 않게 한 점도 칭찬하고 싶다. 영화를 보면서 후반부에 아주 잠시 ‘나라면 결말을 어떻게 지을까, 어떻게 하면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고 한가운데를 질러갈 수 있을까’를 고민했는데, 영화 전개상 그건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냉혹하지만 담백하거나, 말이 안 되지만 따스한 결말 이외에 다른 선택지는 없는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감독은 따스한 쪽을 선택하면서도 중심을 잃지 않고 이야기를 잘 마무리한다. 날렵하지 않고 둥글둥글한 재료를 썼지만, 전체적으로는 세련되게 마감한 디자인을 보는 느낌이라고 해야 할까. 길지 않은 대사지만, ‘진짜 변호’를 위해서였다고 한 말이 모든 전개를 담백하게 갈무리한다.
시간이 지날수록 더욱 자주 사람은 자기 생긴 대로 살 수밖에 없음을 절감하게 된다. 이러한 흐름을 거스르려면 상당한 힘이 필요하다는 사실도, 끝까지 거슬렀을 때 치러야 할 대가가 얼마나 끔찍한지도 이제는 조금 알 것 같다. 순호는 마음이 느끼는 긴장과 거북살스러움에 귀 기울였고, 다행히 신호 체계가 망가져 버리기 전에 제자리로 돌아올 수 있었다. 무언가 잘못되었다는 소리. 실제 나와는 다르게 가고 있다는 소리. 마음이 외치는 이 소리에 귀를 기울일지 말지를 결정하는 건 결국 우리 몫이 아닐까. 나는 좋은 사람일까.
P.S. 달려가서 정우성 배우 품에 포옥 안길 기회를 얻은 김향기 배우가 부러웠다. 나도 언젠가?ㅋ 솔직히 이번 리뷰도 포스팅에 정우성 묻히고 싶어서 씀ㅋㅋ
P.S.2 검사 역을 맡은 이규형 배우. 주목해야지.
P.S.3 송윤아 배우 미모가 미쳤다.... 미쳤어.... 미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