즉, 하루를 온전하게 다 쓸 수 있는 날은 둘째날 하루 뿐입니다.
호텔 조식이 여섯시부터 아홉시까지인데, 전날 무리한 탓에 일곱시나 되어서 겨우 일어났습니다.
빵 위주 조식을 엄청 구겨넣습니다.
물론 이것만 먹지는 않았습니다. 리필을 다섯번 했습니다.
어제도 그렇듯이 오늘도 돌아다니느라 바빠서 식사를 제대로 못챙길 것이 뻔하거든요.
맛은 평범했는데, 하단의 코코넛 빵과 시리얼은 훌륭하더군요.
카와고에를 가는 방법은 여러가지가 있습니다만, 제 위치에서는 이케부쿠로에서 환승하는것이 제일 좋겠더군요.
이케부쿠로는 저같은 덕에게는 불지옥이나 다름없으므로 환승만 할겁니다.
구글맵으로 이케부쿠로 역까지 오는데는 성공했으나, 예상외로 거대한 역이라 또 자신감을 상실합니다.
결국 또 이케부쿠로 역에서 역무원을 붙잡고 길을 묻습니다.
까짓거 물어보면서 가면 못갈데가 어디있나요
이케부쿠로에서 외국인 한정으로 판매하는 카와고에 패스권이 있습니다.
960엔이면 왕복 전차비와 카와고에 내에서 이용하는 버스비가 모두 커버됩니다.
카와고에 패스권을 사러 갔더니 안내양 언니가 이 패스권을 어디서 알고 사러 왔냐고 물어봅니다.
... 그러고보니 장사가 영 안되는 것 같습니다.
인터넷 보고 알았다니까 홍보 좀 해달라고 하네요.
영어 담당 한명과 우리말 담당 언니가 있는데, 한국에서 왔다니까 한국어 담당 언니가 우리말로 열심히 설명하려 합니다.
... 이 언니가 몇마디 주고 받더니 말하기를 자기 한국어보다 손님 일본어가 훨씬 나은 것 같으니 그냥 일본어로 할께요... 이럽니다.
괜히 미안해집니다.
어제 내리던 비가 밤사이 눈으로 변해서 3cm 정도 쌓였다는 모양입니다. 기차가 연착되네요.
3cm 쯤이야 뭐 지장이 있겠는가 했지만, 이 눈으로 인해 이번 여행에서 가장 보고 싶었던 곳을 볼 수 없게 됩니다.
널널한 전차를 타고 총 한시간 반 정도로 카와고에 역에 도착했습니다.
에도시대 건축 양식이 남아 있는 거리가 있다고 하여 작은 에도라고 불린다지만 저는 그런데 관심 없습니다.
어차피 학교에서 다 배웠고 이제 와서 그런거 본다고 해도 별 감흥이 없어요.
그저 저는 성지순례라는 걸 해보고 싶었습니다.
어느 성지를 가 볼까 했는데, 기왕이면 최근에 종영되었고 토우야마 나오가 오프닝 엔딩을 다 부른 "달이 아름답다" 의 성지를 가기로 했습니다.
카와고에시는 "달이 아름답다" 외에도 "오늘부터 신령님" 의 성지이기도 합니다.
역에서 나오니 역앞 버스 정류장에 "카와고에 명소 순방 버스" 라는게 대기하고 있군요. 오호라
어디로 가는지 몰라도 일단 명소 순방이라니까 타고 봅니다.
버스 노선을 가만 보니 관광포인트로 가장 먼 곳이 히카와신사 같습니다.
사나이의 여행이란 일단 제일 먼데까지 간 다음에 걸어서 돌아오며 보는 겁니다.
버스 하차 이후에는 구글맵과 성지순례 어플에 의지해서 뻔질나게 걸어다닙니다.
히카와 신사에 도착했습니다.
작중 남여 주인공의 심리묘사가 많은 곳이지요, 이번 여행에서 관광 부분으로는 가장 중요한 목적지입니다.
... 정면 사진은 심하게 흔들려서 올릴만한게 없네요,
이 좌우 통로를 통해 신사 뒤편으로 갈 수 있습니다.
... 그런데 통행금지 줄을 쳐놨네요.
꼴랑 눈이라고 3cm 왔는데 그것 때문에 출입을 금지한답니다.
... 성지순례 메인 스팟을 갈 수 없게 되다니 내 평생 이토록 강렬한 분노를 느끼기는 처음입니다!
금지문구를 무시하고 줄 밑으로 숙여서 진입하는 중국인 관광객이 한팀 보였습니다.
순간 나도 따라가고자 하는 마음이 굴뚝 같았으나 어글리 코리안이 되기는 싫었습니다.
주변 관광객들은 그야말로 다국적이었지만, 이 신사 직원들은 얼굴만 봐도 저 사람이 어느 나라 사람인지 다 알거든요.
분을 삭히며 신사 울타리를 따라 뒷쪽으로 돌아나옵니다
혹시나 했더니 역시나 뒤쪽도 막혀있군요.
어쩔 수 없이 성지순례에서 히카와 신사 다음으로 중요한 강둑변으로 이동합니다.
신사 바로 뒤쪽에 흐르는 히카와교 강변 일대입니다.
이제부터 나오는 사진은 대부분 성지와 그 근방입니다.
히카와교
예상밖의 풍경에 방금의 분노는 가라앉고 센티멘탈해집니다.
도묘지 공원 벤치.
히카와교 근방부터는 관광객이 전혀 없습니다.
풍광으로 보건데 벛꽃철에는 기가 막히는 장면이 나올 것 같은데 지금은 저 혼자만 성지순례중이네요.
강둑을 따라 내려오면서 성지순례 외에도 주변에 있는 신사나 사찰을 들릅니다.
이시하라교 부근 징검다리
저 나무는 아마도 살구나무 같은데, 벌써 꽃이 피고 있습니다.
성지순례 코스따라 이동 중 근방에서 발견한 신사.
색인을 잃어버려서 이름이 기억나지 않는데, 미관을 해치는 간이 화장실이 인상적입니다.
달이 아름답다 작품 중 이동동선으로 보건데 등장인물들은 히카와 신사 부근에서 이시하라쵸 근방에 살고 있는 걸로 추정됩니다.
그 코스를 따라가니 작중의 생활감이 느껴지네요.
히카와 신사 북쪽에서 마트를 발견하고 음료수를 사러 들어갔습니다.
키타쵸 타쿠시공원
니치렌종 혼노지 - 석탑의 후려갈겨쓴듯이 파인 글씨가 인상적입니다.
니치렌종 혼노지 정면
카시야요코쵸 변두리의 장난감 가게
텐타이종 칸온지
칸온지 지장보살
본편중 주인공은 하야시 연습을 하고 하이라이트에서는 다시를 타기도 하는데, 카와고에시는 사원과 신사가 많기도 하지만 마츠리로 유명한 곳입니다.
전공 관계상 마츠리에 대한 약간의 지식을 갖고 있으나, 카와고에 마츠리는 여러가지 면에서 독특한 편이라 카와고에 마츠리회관으로 갑니다.
입장료가 300엔인데, 내부 시설과 시청각 자료, 관리인의 설명 등을 고려하면 적절한 입장료입니다.
실물 다시가 두대 전시되어 있는데 기간별로 다른 다시로 교체한다 합니다. 등록된 다시는 총 26대.
꼭대기의 인형은 밑으로 수납될 수 있게 제작되어 붉은 단상 밑으로 내려왔다 올라갔다 합니다.
하야시는 쵸칭 밑의 공간에서 하며, 노 위쪽은 360도 회전이 가능한 독특한 구조입니다.
다시가 없어서 마츠리에 참가를 못하는 동네를 위해 일본전통 기능장이 자비를 들여 제작하다가 병사, 제작이 완결되지 못한 다시입니다.
여기까지 만드는데 3600만엔 들었다던가 그렇답니다.
아직 인형도 없고 도색도 없고 그야말로 뼈대 뿐이지요.
보통 다시 한대 만드는데 일억이천만엔 정도 든다니까 아직 갈 길이 멀지요.
지금은 제작과정 참고자료로 전시하고 있습니다.
마츠리회관을 나와서 카시야요코쵸로 들어갑니다.
작중 데이트 코스입니다.
지금까지는 거의 전세내며 돌아다녔지만, 여기부터는 잘 알려진 관광지라 사람이 많습니다.
탑같이 솟아오른 것이 토키노카네.
15시에 종 치는 소리를 들을 수 있다고 하여 삼십분 가량 근처에 있었는데, 종소리는 그냥 종소립니다. 별것 없습니다.
카와고에 칠복신 5번사 렌케이지
쿠마노 신사. 그런대로 메이저합니다.
쿠마노 신사
타이쇼로망 거리
이 근방은 "오늘부터 신령님"의 성지이기도 합니다.
종영된지 오래되서 그런지, 흔적이라곤 이 자판기 하나 밖에 없네요.
하긴, "달이 아름답다" 는 아직 연관된 흔적이나 상품이 하나도 없어요.
동양당
동양당 맞은편의 흉가... 처음엔 창고로 쓰는가 했는데, 전혀 관리가 안된걸로 봐서 흉가가 맞는 것 같습니다.
카시야요코쵸를 지나서부터는 성지간의 거리가 멀어서 상당시간 구보를 했습니다.
다 돌다고 나니 느끼는 바인데, 시간이 너무 들고 고생이 심해서 굳이 여기까지 올 필요는 없었지 싶습니다.
혼카와고에역을 지나서 도착한 마츠에쵸 우체국
작중 주인공이 소설 공모전에 원고를 보내는 장면에서 나옵니다.
주인공이 다니던 과외학원
등하교시 통과하는 건널목.
카시야요코쵸나 쿠라즈쿠리 거리 풍경 같은건 안찍었습니다.
저는 저런 풍경에는 전혀 감흥이 없어요. 워낙 유명하기도 하고.
성지순례에 여섯시간 정도 구보를 했는데, 저도 어디서 이런 체력이 나온 건지 모를 정도로 걸었습니다.
거의 카와고에시를 한바퀴 돈거나 다름없습니다.
성지순례 컴플리트에서 20퍼센트 정도 남은 상황이었는데 이미 날은 어두워지고 땀이 식으면서 추위가 몰려와서 안되겠다 싶어 그만 포기하고, 처음에 통제되어 못들어가던 히카와신사만 다시 가보고 호텔로 돌아가기로 했습니다.
당시 위치가 관광지와는 매우 거리가 먼 주택가이기도 했고 구글맵상으로 나오는 경로가 너무나도 복잡해서 주민상대로 길을 물어가며 겨우 시내버스에 탔습니다.
역시나 히카와 신사 에마터널 뒤쪽은 폐쇄된 상태였습니다.
대신에 미코 언니들이 퇴근하는 광경을 봤네요.
일렬로 줄을 딱 서더니 관광객을 상대로 90도 인사를 한뒤 길 건너 있는 숙소로 들어가더군요.
늦은 시간이라 관광객도 나 하나 뿐이었고...
이케부쿠로 역으로 돌아왔을 때는 이미 여덟시 가까이 되었는데, 이케부쿠로 구경을 좀 나가봤다가 인파에 기절할 뻔 하고, 체력은 다 떨어졌고.
"이곳은 나와는 맞지 않는 곳이다" 는 생각이 들어 이케부쿠로 애니메이트에 들어가서 구경... 을 할 생각이었으나 수치플레이만 당하고 왔습니다.
음... 과연 부녀자들의 총본산 이케부쿠로 애니메이트
제대로 된 여성향의 본거지였습니다. 남녀비는 여성이 30명이면 남성이 한명 정도 되겠더군요.
이케부쿠로 선샤인시티 지하 푸드코트 코코이치방야에서 카츠카레
굳이 일본까지 가서 왜 코코이치방야인가 할 수도 있지만, 전 촌놈이라 코코이치방 처음 먹어봅니다.
... 맛도 좋고, 만약 우리나라 체인점에서도 같은 맛이 나온다면 장사가 잘되겠던데요.
호텔로 돌아가는 길에 호로요이를 하나 사들고 왔습니다.
군대 제대한 이후로 제일 많이 걸은 날인것 같은데, 히카와신사 구경이 반쪽이었다는 것 외에는 아주 만족스런 날이었습니다.
결국 카와고에는 벚꽃철에 다시 와야 할 것 같습니다.
그런데 과연 벚꽃철에 그 인파를 뚫고 다시 갈 용기가 생길까요
1일차 수기 http://bbs.ruliweb.com/community/board/300261/read/30560659?
3일차 수기 (토우야마 나오 라이브) http://bbs.ruliweb.com/community/board/300261/read/30560678?
4일차 수기 (이토 카나에 라이브) http://bbs.ruliweb.com/community/board/300261/read/30560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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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짝 매운맛으로 시켰더니 적당히 매콤달콤한게 한국인 입맛에 잘 맞겠더군요 | 18.02.06 21:10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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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경에서 한시간 반 밖에 안됩니다. | 18.02.06 21:10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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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경까지가 너무 멀어서 ㅋㅋ.. 신칸센 비용만 1만엔이라 비행기 특가 아니면 가기가 힘드네요 | 18.02.06 22:25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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움직임이 많아서 짐을 안만들려 했습니다. 배고픈줄도 모르고 하루종일 잘만 걸어다녔네요. 다이어트가 필요한 나이입니다 | 18.02.06 21:12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