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이로 버스와 철도를 만들며 시대를 기억하는, 류황별의 종이공방입니다.
우리가 매일 타고 다니는 버스와 철도를 종이로 만들며, 사람들의 일상을 기록합니다.
안녕하세요, 류황별입니다.
이번에 만들어본 열차는 EEC 무궁화호 입니다.
EEC 무궁화호의 'EEC' 는 Express Electric Car' 의 약자로, EEC 무궁화호는 대한민국에서 최초로 운행된 중~장거래 여객용 전기 동차 열차입니다. 과거 탄광사업이 호황이던 1970~80년대, 탄광이 많이 나던 강원도 지역의 중앙선, 영동선, 태백선 일대는 탄광 산업의 부흥으로 많은 여객 수요가 있던 상황이였습니다. 아울러 디젤기관차보다 전기동차가 높은 경사를 타고 올라가는 능력이 훨신 좋기에, 이런 상황에 맞춰 EEC 무궁화호가 탄생하게 되었습니다.
EEC 무궁화호의 큰 특징중 하나는 운전석의 위치가 일반적인 열차와 다르게 상당히 높은곳에 있다는건데요, 이건 EEC 무궁화호의 원형이 된 일본 열차들의 상징이기도 합니다.
EEC 무궁화호는 1980년 11월 1일부터 2001년 2월 28일까지 우등열차, 당시로는 새마을호 다음가는 고급 열차로 대접받던 무궁화호, 그리고 마지막에는 하위 등급의 열차인 통일호로 운행하던 차량입니다.
마지막까지 운행되던 EEC 무궁화호 열차 중 1량은 현재 철도박물관에 보존되어 있으며, 그 차량이 위의 차량입니다.
저도 철도를 좋아하는 입장에서, 철도박물관에 갈때마다 유독 독특한 생김새를 자랑하는(?) EEC 열차의 모습은 더 인상깊었던것 같습니다. 그래서 EEC도 장기적으로는 언제 한번 만들어봐야지 생각하던 열차 중 하나였습니다. 그러던 중, 이번에 이렇게 모형으로 제작을 해 보게 되었습니다.
다만 한가지 아쉬운것은... 철도박물관에 현재 보존되어 전시되고 있는 EEC 열차의 경우, 과거 운행되던 모습과 다소 다르게 복원되어 있습니다. EEC 가 실제로 운행하던 시절 촬영된 영상이나 사진자료를 보면, EEC 열차의 도색은 주황색보다는 빨강색에 더 가깝습니다. 그래서 이 부분은 의도적으로 주황색보다는 빨강색으로 작업을 하였습니다.
실제 EEC 열차의 다양한 모습을 담고 싶었고, 특히 현재는 운행하지 않는 열차인 만큼... 과거 운행 당시의 모습은 어땠을까 상상하면서 이 부분을 신경써서 만들었습니다.
열차 앞면의 배장기와 열차의 연결기 부분은 종이를 여러겹 붙힌 후 깎고, 다시 사포질하고, 깎는 과정을 반복하면서 만들었습니다. 이런 방법을 제외하면 도저히 종이로 실제 열차의 두께감이나 철 특유의 느낌을 낼 방법이 떠오르지 않아서요. 딱딱한 종이를 여러겹 붙이고 깎는 과정은 아주 고역이였지만, 그리도 결과물이 나쁘진 않게 나온것 같아서 마음에 듭니다.
우리가 보통 열차를 탈때 열차의 뒷면을 볼 일은 거의 없습니다. 그도 그럴것이 보통 다른 칸과 이어져 있다보니, 가려져 있는 부분이니까요. 그래서 모형을 만들때도 이 부분의 자료를 찾는게 제일 어렵습니다. 현실적으로 개인의 수준에서 이런 부분들의 자료를 찾는게 어려워서 철도모형은 잘 안 만들게 되는것도 있는데, 이번 EEC 열차의 경우 철도박물관에 전시되어 있어 이 부분의 자료를 구하기엔 쉬워서 다행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지금 서울에서 강원도를 간다고 하면 영동고속도로, 아니면 KTX를 타고 갈 수 있지만, EEC 열차가 운행하던 전성기 시절에는 영동고속도로가 2차선에 선형도 좋지 않아 열차가 인기가 많았다고 합니다. 뿐만 아니라, EEC 열차가 운행하던 태백선/영동선 지역의 탄광이 개발되기 시작하면서, 탄광에서 일하는 탄광 노동자들에게 많은 인기를 얻었던 열차라고 합니다.
내부의 모습입니다.
철도박물관에 EEC 열차가 전시되어 있으니 열차의 자료를 구하고 모형으로 만드는건 쉽지 않을까 생각했었는데, 이 당시에는 내부는 미처 생각을 하지 못했습니다. 철도박물관에 있는 EEC 열차는 내부가 공개되어 있지 않더라고요. 어린이날처럼 특별한 날에는 내부를 개방한다고는 하는데... 그래서 내부의 경우 인터넷에 검색하면 찾아볼 수 있는 자료들로 더듬더듬 찾아가며 모형을 만들었습니다.
당연히 실제 열차와 100% 똑같게 만들고 싶은게 제 마음입니다만, 이런 사정으로 이번 EEC 열차의 경우 유독 실제 열차와 다른 부분이 있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듭니다. 이번 모형에서 제일 아쉬운 부분을 뽑자면 역시 이 부분인것 같습니다.
그래도 그 당시의 딱딱했던 직각의자나, 특유의 철제 선반 등은 가능한 실제 열차와 똑같게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했습니다. (그럼에도 이렇게 사진으로 보니 아쉬운건 어쩔 수 없네요)
모형으로 보는 모습도 좋지만, 모형을 만들다 궁금해졌습니다.
경사가 험준했던 강원도 지역, 그 지역에 맞춰 개발된 EEC 열차, 그리고 강원도에서 나는 석탄을 나르던 태백선과 영동선... 모형을 만드는것도 좋지만, 이번 모형만큼은 특히 과거 EEC 열차가 다니던 곳들을 직접 봐야 제가 더 이 일대의 환경을 이해할 수 있을것 같았습니다. 그리고 이렇게 이해해야 제가 더 모형을 잘 만들 수 있을것 같았습니다.
사진에 보이는 철교는 태백선에 위치한 조동철교로, 대한민국에서 유일한 라멘식 철교입니다. 라멘식 구조란 교각과 상판을 하나로 결합해 시공하는 방식으로, 구조적으로 매우 높은 강성을 갖는 것이 특징입니다.
태백선은 건설 당시 석탄과 각종 화물을 주로 수송하던 노선이었기 때문에, 열차의 막대한 하중을 견딜 수 있는 구조가 필수적이었습니다. 하지만 태백선이 건설되던 1960년대에는 현재와 달리 기술력이 좋지 않았고, 그 결과 단순하지만 튼튼한 구조인 라멘식 철교가 선택되어 시공되었다고 합니다.
이처럼 험준했던 강원도 지역, 제대로 된 도로도 없던 그 시절 험준한 강원도의 태백선과 영동선에 맞춰 개통된 EEC 무궁화호는, 80년대 당시 엄청난 기술력을 자랑하는 특급 열차였다고 합니다.
지금은 솔안터널이라는 거대한 터널로 지나가는 구간이지만, 과거 영동선에는 스위치백이라는 시설이 있었다고 합니다.
스위치백이란 Z자형으로 설치된 철도로, 전진하다가 열차를 후진으로 운행해 경사를 따라 이동한 후, 다시 전진하는 방식으로 경사를 극복하는 방식입니다. 경사가 험한 상황에서 열차는 어떻게든 경사를 넘어가야 하기에 생긴 철도 방식 중 하나라고 볼 수 있습니다. 잘 가던 열차가 갑자기 멈추더니 후진으로 천천히 올라가는 방식이기 때문에, 상황을 모르는 승객들이 갑자기 놀라거나 당황하는 모습도 종종 볼 수 있었다고 합니다.
서울에서 출발한 EEC 무궁화호는 험한 경사를 넘기 위해 열차가 지그재그로 후진하며 올라가는 스위치백을 넘어...
대한민국에서 가장 마지막으로 운영하던 국영 탄광이 있던 도계에 도착합니다.
여기는 대한석탄공사가 마지막까지 운영하던 공영 탄광, 삼척의 도계광업소입니다.
1980년부터 2001년 2월 28일까지.
EEC 열차가 매일같이 다니던 길입니다.
과거 탄광산업이 전성기를 맞던 시절, 당시 탄광 개발로 1935년 약 8만명이던 삼척시의 인구는 1940년 12만여명으로 크게 증가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정부가 '석탄산업 합리화 정책'을 추진하며 도계 지역의 탄광이 폐광되며 이 지역의 인구는 급속도로 감소하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전성기 시절 5만명에 가까웠던 인구는 현재 약 9000명으로 감소하였고, 1989년 인구 13만에 이르던 삼척시도 현재는 약 6만명 수준으로 줄었다고 합니다.
이 열차 안에 앉아있던 사람들, 번성했던 과거 탄광촌의 그 사람들은 지금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을까요?
남이 알아주던 말던, 묵묵히 자기 일을 다하던 숨은 사람들... 열차, 그리고 탄광의 그 사람들이 있었기에, 지금이 있는것일지도 모릅니다.
사라진것을 다시 움직이게 할 순 없지만 기억해야 할것들은 분명히 존재합니다.
EEC 무궁화호가 그때 그 시절처럼 다시 움직이는걸 보고 싶었고, 이야기로 다시 달리게 하고 싶어 이렇게 작은 세상을 만들게 되었습니다.
80년대, 탄광촌을 달리던 EEC 무궁화호의 이야기.
저는 오늘도 지나간 과거의 이야기들을 다시 달리게 하기 위해
작은 세상을 만듭니다.
더욱 상세한 모형 제작 과정과, 완성된 모형에 대한 더 많은 이야기는 위 영상을 참고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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