밑도 끝도 없이 돌아가는 3교대로 정신은 피폐하고 체력은 점점 저질스러워져 가는 가운데, 저주스런 새해를 맞이하야 40줄에 들어섰습니다.
내 인생 이래도 되는가 하는 생각이 점점 심각해지더니...
"아! 이래서 자살하는 사람이 생기는 거구나! 이래서는 안되겠다"
하는 생각이 문득. 안되겠다, 덕질을 해야겠다!
저는 요즘 좋지 않은 일로 방송을 자주 타는 강원도 공기업 하청 직원입니다. (저는 부정채용과 관계없습니다. 하청이라니까요)
문갓통령께서 굽어살피시어 팔자가 앞으로 좀 나아질지도... 모르겠습니다. 내부 사정은 아직도 복잡해서 기약도 없습니다.
1. 공항까지 다섯시간 이상 걸립니다!
2. 인천에서 나리타까지 두시간 반 정도 걸립니다!
3. 나리타에서 호텔까지 또 한시간 반 정도 걸립니다!
... 도합 아홉시간이네요, 왕복이면 열여덟시간이군요!
여하튼 이 고생을 해가며 4박5일(이동시간을 고려하면 사실상 3박4일) 도쿄여행을 다녀왔습니다.
모든 것은 후다닥 구한 이 두장의 티켓으로 시작되었습니다.
저는 사진 찍는 재주도 없고, 식도락을 즐기는 타입도 아니며, 인파가 붐비는 곳에 가는 건 더더욱 질색입니다.
기본적으로 길눈이 매우 어두우며, 촌놈이다보니 서울 지하철도 제대로 못타서 헤맵니다.
그러니 이 티켓이 아니었다면 긴 이동시간을 감수하면서 굳이 덕질 여행을 가지는 않았을 겁니다.
그나마 아직 꺼지지 않은 음덕의 불꽃이 "공연을 보러 가라!"고 내 등을 떠밀었습니다.
일본 공연 티켓을 구하기 위해서는 일본내 주소가 필요하고 일본 내수용 결재수단이 필요합니다.
어쩔 수 없이 구매대행을 써야 하는데 급하다보니 아무데나 막 찾아 시켰더니, 구매대행 카페 게시판에 올라온 글들이 하나같이 "엑소 일본 공연" "동방신기 일본 공연" ...
... 번짓수를 좀 잘못찾아간 것 같긴 한데, 여하튼 티켓은 구해주더군요. 수수료 눈탱이가 엄청 매웠지만 뭐... 시간이 없으니까
먹고 살기 바빠서 여행계획을 촘촘히 짤 수 없었고, 매너 있는 관광객이 되고자 사람이 많은 곳에서는 사진을 찍지 않았습니다.
덕질과 관계없는 곳에는 전혀 관심을 주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이 여행기는 많은 사람에게 추천할 수는 없겠습니다.
쓸데없는 글은 그만 하고, 이제 4박5일 동안 한번도 맑은 날이 없었던 불운한 여행기를 시작합니다.
오후 해태특실 기차를 타고 청량리역으로 갑니다.
2천원 더 내고 특실에서 편하게 갈 생각으로 그랬는데, 이게 오판이더군요..
할머니들이 스무명 정도 타고 있었는데, 시끄럽습니다. 했던 말 또 하고 했던 말 또 하면서 4시간 내내 떠듭니다.
어느 교회소속 봉사동아리 사람들인가 본데, "전임 회장이 자기는 회장이었으니까 앞으로도 회비를 내지 않겠다고 하는데 이게 말이 되는가" 한가지 주제만으로 4시간 내내 떠듭니다.
내리면서 떠들어서 미안하다고 하는데, 저지르고 나서 미안하다고 할게 아니라. 미안할 짓은 안하는게 맞습니다.
청량리역에서 공항철도를 타고 인천공항 까지 가는데 세시간 걸렸습니다.
참 많이도 해멨네요.
공항에 도착하니 새벽 두시. 아침 일곱시 비행기인데, 당연히 공항 캡슐호텔은 만실이고, 지하 찜질방은 공사중이라 영업을 안합니다.
... 난생 처음 노숙을 해봅니다.
본래는 나리타에서 스카이라이너를 타려고 했는데, 서울에서 공항철도 때문에 헤맨걸 생각하니 자신이 없어집니다.
결국 그냥 닥치는대로 공항 직원을 붙잡고 물어보면서 도쿄역행 천엔버스를 타러 갑니다.
요금이 저렴하기도 하고 일단 버스를 타기만 하면 아무 걱정없이 갈 수 있으니 이쪽이 훨씬 좋군요.
이용객이 많아서 버스가 미어터집니다.
어쩔 수 없이 중국 파오후 옆자리에 낑겨서 타고 가는데, 자리는 좁고 파오후 몸에서 냄새가 지독하게 납니다. 겨우 한시간 버스타고 가는데 죽는줄 알았습니다.
호텔은 칸다역 근방의 컴포트호텔 칸다에서만 4박입니다. 숙소를 옮기는 일은 귀찮아서 못합니다.
이렇게 생겼습니다. 전형적인 비즈니스 호텔이며 무조건 조식포함으로만 객실을 판매합니다.
방 크기는 그런대로 쓸만한 편이고 가격은 같은 급의 신주쿠 근방 호텔보다는 약간 저렴합니다.
여타 호텔에 비해 침구가 매우 편해서 잠이 잘오는 호텔이라는 평이 있습니다.
... 저는 키 때문에 침대가 작아서 조금 불편했습니다만.
굳이 신주쿠가 아닌 칸다역 근방에 호텔을 잡은 이유는 야마노테선 역이기도 하고, 회사건물들이 많은 역이기 때문에 출퇴근시간 외에는 유동인원이 적은 조용한 지역이기 때문입니다.
2월1일~ 4박간 숙박료 삼만팔천엔.
칸다역 근방은 조용한 곳이기도 하지만 회사원이 많다보니 외식업이 잘 되는 지역입니다.
역 앞으로 뻗어 올라가는 고가도로의 이미지가 제일 크네요.
호텔에 도착하니 이미 오후 3시입니다.
시간이 어설프니 어디 갈만한데가 없어서 바로 옆 역인 아키하바라에 갑니다
바로 옆역인데도 불구하고 그걸 못찾아서 또 역무원을 붙잡고 물어봅니다.
앞으로 자주 타게 되는 야마노테선 전동차. 서울 지하철 2호선같은 순환선입니다.
사실 야마노테선만 타도 웬만한 관광지는 다 갈 수 있습니다.
마굴에 도착했습니다.
인간이 너무 많아서 짜증이 나기 시작합니다.
아키바는 덕질의 총본산이기도 하지만 사실 유동인원은 회사원이 3할, 덕이 3할, 관광객이 3할 정도 됩니다.
사진을 많이 찍으면 좋았겠지만 인파에 밀려서 그럴만한 여유가 없습니다.
애니메이트 건물에 들어가서 건진 몇장의 사진입니다.
인파에 밀려서 핀트도 못맞추고 대충 찍어서 화질도 별로고, 찍고보니 촬영금지인 것들도 있네요. 반성합니다.
각 층마다 테마별로 상품을 진열해 뒀는데, 시기별로 전시물이 달라집니다.
애초에 이번 여행에서는 캐릭터 상품을 일절 사지 않기로 했기 때문에 구경만으로 만족했습니다만, 지갑을 열 작정으로 갔다면 파산하고 돌아왔을 것입니다.
가수 부분 상품진열에서는 토우야마 나오를 팍팍 밀어주더군요.
나오보는 3일 저녁 무도관에서 공연참관 예정인데, 기대감이 생깁니다.
갑자기 비가 오기 시작하기도 했고, 어차피 또 올 일이 있으므로 저녁 다섯시경 아키하바라 던전 탐색을 중지하고, 이번 여행의 목적 중 하나인 문화방송을 향해 갑니다.
하마마츠쵸 출구로 나오면 바로 보이는데, 생각보다 건물이 거대합니다.
내 기억속의 문화방송은 항상 자금난에 쩔쩔 매는 곳이었는데, 다시 보게 됩니다.
문화방송 구경도 하고 치카큐에서 CD를 두어장 살 생각이었는데, 도무지 치카큐가 어디있는지 알 수 없어 무작정 정문 안내데스크로 쳐들어갑니다.
안내양 두명이 앉아있고 그 옆에 보안이 한명 서 있는데, 보안이 저놈은 또 뭐야 하는 눈빛으로 날 계속 쳐다봅니다.
... 음 알고보니 치카큐는 토요일 일요일만 영업하는군요. 헛발질 했습니다.
당연히 내부 구경은 불가능하다는 말을 듣고, 보안 아저씨의 눈총에 뻘쭘해서 그냥 건물을 나옵니다.
이 아저씨야 나도 동종업계 사람인데 너무 그렇게 보지 말라고.
그리고 너희 관리자가 짝다리 짚고 근무 서라고 하더냐?
우리나라에서는 다리가 아프면 조금 옆으로 왔다갔다 하더라도 짝다리는 절대 짚지 말고,
열중쉬어 자세는 위압감을 주고 자칫 잘못하면 뒷짐 진것 같아 보이기 때문에 가급적 차렷 자세로 근무를 섭니다.
여기서는 꼼짝도 않고 그 자리를 지키고 서있는게 근무 매뉴얼인가 봅니다.
문화방송에서 헛다리를 짚고 그냥 돌아가긴 뭣해서 근방의 조조사를 갑니다.
미남 알바가 있다는 문화방송 1층 로손에서 비닐우산을 하나 샀습니다. ... 도대체 어느 알바가 미남이라는거야? 다 못생겼는데?
이번 여행에서 맑은 하늘 아래 관광한 날은 하루도 없습니다.
뒤에 도쿄타워가 보이지요.
건물 옆쪽에 알로에의 일종으로 보이는 식물이 꽃을 피우고 있습니다.
저는 알로에꽃을 처음 봅니다.
허 참... 명승 옆구리에 필로티 공법 주차장이라... 뭐라 말하기 애매한 광경입니다.
지하에 보물 전시실이 있는데 여기부터는 유료입니다. 삼백엔이었던가 사백엔이었던가...
제가 관람해 본 결과, 역덕이 아니라면 굳이 그 돈을 내고 볼만한 곳은 아닌 것 같습니다.
비오는 평일 저녁 오후라서 그런지 손님도 저 뿐이었습니다.
피로에 쩔어 숙소로 돌아옵니다.
그러고보니 오늘 하루종일 아무것도 먹은 것이 없었다는 사실을 깨닫고 숙소 근방의 경양식집에 가서 제일 비싼 메뉴를 시킵니다.
햄버그 B세트. 천엔.
햄버그 두조각, 새우튀김 두개, 샐러드, 스파게티, 계란 후라이 구성.
할아버지가 오리하고 할머니가 서빙하는 테이블 4개짜리 작은 가게였는데, 맛은 그냥 평범했습니다.
애초에 저는 살기 위해 먹는 스타일이기 때문에 사실 음식맛은 아무래도 상관없습니다.
아홉시경 객실에 돌아와서 이번 여행 관광의 메인이 될 카와고에 코스를 점검하는 둥 마는 둥하다가 쓰러져 잡니다.
남들은 반나절만 구경하면 충분하다고 하지만, 저는 "달이 아름답다" 의 성지순례가 목적이기 때문에 하루를 다 할애합니다.
2일차 수기 (카와고에) http://bbs.ruliweb.com/hobby/board/300261/read/30560660?cate=441
3일차 수기 (토우야마 나오 라이브) http://bbs.ruliweb.com/hobby/board/300261/read/30560678?cate=441
4일차 수기 (이토 카나에 라이브) http://bbs.ruliweb.com/community/board/300261/read/30560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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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합니다. 공항만 좀 가깝다면 좀 더 자주 나가고 싶습니다 | 18.02.06 22:55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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