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부 / 출국, 신주쿠, 요츠야, 하라주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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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부 / 네즈 신사, 도쿄 대학, 우에노, 오다이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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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부 / 지브리 미술관, 사이사이쇼쿠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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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하루를 누마부쿠로에서 신주쿠로 가며 시작한다. 평일이기도 하고, 출근시간과 겹쳐 역은 복잡하기 그지없다.
그러고 보니 어제 꽤나 과음했는데, 양갱이 숙취해소에 효과가 있던가? 거짓말처럼 몸이 가볍다.
오늘의 목적지는 ‘메이지진구’다.
사실 일본 여행을 자주 다니지만 국가신토의 영향을 크게 받은 신사는 찾지도 않고 평범한 신사를 가더라도 참배는 하지 않는데,
국가신토의 중심이라 할 수 있는 신사 중 하나인 ‘메이지 신궁’에 찾는 것은 꽤 많은 고민을 했던 일이다.
신사의 이름대로 ‘메이지 덴노’와 그의 황후인 ‘쇼켄 황후’를 모신 신사로, 사후 그를 기념하기 위해 세워진 신사이다.
신사 안은 일본 국내 각지에서 가져온 나무로 숲을 이뤘다. 참고로 이 신사가 건립된 것은 1920년으로 당시의 일본 국내라 함은 조선과 대만, 만주를 포함한다.
즉 이곳에도 조선에서 뽑혀온 나무가 심어져 있다는 뜻이다.
뿐만 아니라 입구의 거대한 ‘도리이’도 대만에서 가져온 목재로 만들었다 하니, 이 신사를 지은 시대가 어떤 시대였는지 새삼 느끼게 된다.
맹목적인 민족주의는 싫어하지만, 왠지 가슴 한쪽이 불편해지는 것도 사실이다.
본전은 복원 공사가 한창이었다. 참고로 이곳은 일본의 새해 참배지로 유명한 곳인데, 새해 첫 날에는 하루에 300만 명이 몰릴 정도라 한다.
‘에마’가 잔뜩 걸려있는 신목을 뒤로하고 신사의 나머지 부분을 둘러보기 위해 ‘본전’을 떠난다.
이곳에도 커다란 ‘도리이’가 서있다.
본전 근처에는 공물로 바친 술들이 줄지어 쌓여있고 ‘메이지 덴노’와 그 시대의 총리였던 ‘이토 히로부미’의 업적에 대해 소개하고 있는데,
온통 미화뿐인 내용이라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린다.
일본인이 메이지 시대에 갖는 향수를 이해할 수 없는 건 아니지만, 그 시대에 가장 고통 받았던 사람들이 누구였는지를 생각한다면 쉽게 납득할 수 없는 소개일 뿐이다.
써놓을 거면 일본어로만 써놓던지, 쓸데없이 영어, 중국어, 한국어로 써놓는 공까지 들였다.
괜히 자세하게 들여다봐야 기분만 착잡해지기에 신사 내의 ‘교엔’에 들어간다.
신주쿠에 있는 ‘교엔’과는 다른 장소로, 신궁 내에 위치한 정원이다.
‘메이지 덴노’가 ‘쇼켄 황후’를 위해 지었다는 ‘카쿠운테이’를 지나 ‘교엔’의 안쪽으로 향한다.
오두막을 찍고 잠깐 앉아서 쉬다보니 갑자기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한다.
꽤 매섭게 내리는데 기다리면 잠잠해질 것 같아 조금 더 앉아있기로 한다.
빗줄기가 제법 약해졌기에 다시 몸을 움직인다. 조금 걷다보니 창포밭이란 뜻의 ‘쇼우부다’가 보인다.
본래 창포가 잔뜩 심어져있다는 밭이지만 아직 한겨울이라 그런지 텅 비어있다. 그래도 비가 와서 그런가, 이건 이것대로 느낌이 좋다.
안에는 ‘키요마사노이도’가 있다. 저 ‘키요마사’라는 글자가 왠지 익숙하다 했더니 ‘가토 키요마사’의 ‘키요마사’였다.
이 근방은 그와 관련된 전승이 많은 모양인데, 이 우물도 ‘가토 키요마사’가 직접 팠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고 한다.
이 우물을 마지막으로 길이 끊기기에 다시 왔던 길을 돌아간다.
‘교엔’을 떠나며 다음 목적지로 향한다. 이번엔 또 다른 ‘교엔’, 신주쿠의 ‘교엔’으로 갈 차례다.
빗속에서 걸어 다녔더니 아직 점심시간도 아닌데 제법 배가 고프다. 마침 갈비덮밥을 싸게 파는 가게가 보여 끼니를 해결한다.
본래 번주였던 ‘나이토’ 가문의 저택이 있었던 이곳은 메이지 시대 때 농사시험장을 거친 뒤 황실의 땅이 된다.
이후 1906년, 황실 정원이 완성되고 전쟁이 끝난 뒤 시민에게 공개된다.
굳이 빗속에 이곳에 온 이유는, 아니 정확히 말하면 비가 내려서 이곳에 온 이유는 개인적으로 재밌게 본 에니메이션인
‘언어의 정원’의 배경이 되는 장소가 바로 이곳이기 때문이다.
비가 와서 일부러 오기도 했다만, 솔직히 공원에서 푸른 하늘을 못 보는 건 조금 아쉽다.
비가 많이 내릴 땐 잠시 앉아서 비를 피하며 사방에 퍼지는 빗소리를 듣는다.
‘우에노이케’를 배경으로 몇 장 담아본다.
이르게 핀 벚꽃이 참 아름답다. 좁다란 길을 따라 ‘코토노하노니와’로 향한다.
‘너의 이름은’이 흥행한 뒤 이름이 크게 알려진 ‘신카이 마코토’ 감독이지만, 개인적으로 그의 작품 중 가장 수작은 ‘언어의 정원’이라 생각한다.
1시간도 채 안 되는 짧은 에니메이션이지만 몇 번이고 돌려본 작품인데, 이렇게 배경이 되는 장소에 직접 오니 감회가 새롭다.
거기다 비까지 오다니, 장마철은 아니지만 기분은 충분히 낼 수 있으니 만족스럽다.
그러고 보니 같은 시간에 어떤 분이 이곳의 사진과 함께 ‘유키노 선생님 어디계세요.’라는 글을 써서 조금 놀랐는데, 아마 저기 앉아계신 분이려나?
흐드러지게 핀 벚나무 아래 사람들이 잔뜩 모여 사진을 찍고 있다. 나도 셀카봉이라도 가져올 걸 그랬나보다.
조금 걷다보니 탁 트인 들판이 나온다.
왠지 날만 좋으면 여기에 돗자리 하나 깔고 누워있어도 극락일 것 같은데, 다음에 좀 따스할 때 도쿄에 올 일이 있으면 추진해야겠다.
‘교엔’의 안쪽에는 온실도 있는데 들어가자마자 렌즈에 희뿌옇게 김이 서려서 사진은 찍지 못했다.
생각보다 안은 잘 꾸며져 있었는데, 폐장 시간이 가까워서 급히 보고 나와 아쉬움이 남는다.
빗속에서 즐거운 시간을 보낸 ‘교엔’을 뒤로하고, 이젠 맥주를 찾아 에비스로 떠난다.
그렇게 도착한 에비스 맥주 기념관은 비정기 휴일이었다.
건물 안에서 길까지 잃어서는 한참을 헤매다 겨우 찾은 입구에서 오늘은 쉰다는 표지판을 봤을 때의 배신감이란 이루 말할 수가 없다.
결국 허탈함에 신주쿠 역 근처에서 사진도 안남기고 타코야키와 치킨을 먹은 뒤 W의 집에 돌아간다.
하지만 우리에겐 미리 예약해 놓은 ‘헤이와엔’이 남아있다. 어제에 이은 ‘고독한 미식가’ 로케지 탐방이다.
고기를 불에 굽는다 = 맛있다. 세상에서 가장 확고부동한 진리다.
시작은 ‘호루몬’으로 간다. 원래 여기 오기 전에 먹은 게 많아 많이 못 먹을 것 같았는데 완벽하게 기우였다.
고기 익는 소리가 나니 바로 허기가 찾아온다.
영롱한 빛깔의 고기들, 정신을 차리니 수천 엔과 함께 고기도 사라져 있다.
뭐, 맛있는 음식 앞에서 돈 따위가 문제가 될 수 있을까? 아마 배만 안 불렀어도 더 시켰을 것 같다.
다시 W의 집에 돌아와 어제에 이어 오늘도 ‘쿨일라’와 양갱으로 뒤를 책임진다.
이미 오늘 아침에 그 영험한 효과를 경험했으니, 아마 내일 아침도 먹은 술에 비하면 멀쩡히 움직일 수 있겠지?
조금은 아쉬움이 남을 법도 한 여행의 마지막 밤인데 맛있는 음식과 술에 젖어 마치 여행 첫 날 밤처럼 보낸다.
5부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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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합니다 ^^. | 17.05.16 22:15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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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간 Yellow 톤을 많이 쓰는 편입니다. 마음에 드셨다니 감사합니다 ㅎㅎ. | 17.05.16 23:07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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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단합니다 ㅎㅎ, 세로 사진을 가로로 2등분 했다고 보시면 됩니다. 감사합니다 ^^. | 17.05.16 23:27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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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기는 사랑이죠, 굽는 사람에게 죄가 있을지언정 고기는 죄가 없습니다. | 17.05.17 10:54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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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루몬은 굳이 우리나라에서 비슷한 음식을 찾자면 곱창입니다 ㅎㅎ. 사실 여기도 조금 불편한 유래가 있긴 한데, 호루몬의 유래가 버리다 라는 뜻의 호루, 것 을 의미하는 몬의 합성어라는 추측이 있습니다. 소 도축업자들이 버린 창자를 당시 고생하시던 재일교포 분들이 얻은 뒤 구워서 먹은 것이란 말이 있죠. | 17.05.17 11:37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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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곱창이군요 그런 유래가 있는지 몰랐네요 부대찌개같이 애환이 있는 음식이군요 | 17.05.17 11:39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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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저도 얻어 들은거라 진위는 잘 모르겠습니다만 ㅎㅎ, 듣고나니 끄덕거릴 만 한 얘기여서 아직 기억나네요. | 17.05.17 11:40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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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합니다 ㅎㅎ. | 17.05.18 13:12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