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부는 아래의 링크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http://bbs.ruliweb.com/community/board/300261/read/30559259
W의 집은 신주쿠에서 조금 떨어진 누마부쿠로에 있기에 세이부신주쿠 선을 타고 신주쿠에 도착하면서 하루를 시작한다.
도쿄대학의 뒤편에 있는 네즈 신사, 일본서기에서 이름이 나오는 ‘야마토 타케루’가 1900여년 전에 창시했다고 전해진다.
동경십사 중 하나로 꼽히며 ‘모리 오가이’, ‘나쓰메 소세키’ 등 일본을 대표하는 대문호들이 근처에 살아 관련된 유적도 있다고 한다.
현재의 모습은 1706년에 갖춰졌다.
신사의 한쪽엔 토리이가 줄지어 서 있다.
‘후시미이나리 타이샤’의 센본도리이 보단 약간 모자른 느낌이지만, 머리가 닿을락 말락한 높이의 토리이가 줄지어 서있는 모습도 제법 신선하게 다가온다.
경내에는 매화가 손님들을 맞이하고 있다.
이 곳 ‘네즈 신사’는 건물 자체로도 아름다운 신사로 알려져 있다는데, 과연 본당과 로몬만 봐도 허풍이 아님을 알 수 있다.
규모 면으로도 부족함이 없는데, 건물의 작은 부분까지도 꾸며놓는 세세함도 놓치지 않았다.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작가인 ‘나쓰메 소세키’의 흔적을 찾아보고 싶어 신사를 여러본 돌아봤지만 그닥 눈에 띄는 건 없다.
자그만 기념비라도 바랐는데 없어서 아쉽지만, 그래도 그가 거닐었던 곳과 같은 장소를 다닐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꽤나 즐거운 일이다.
신사를 떠나기 전에 마지막으로 토리이 아래를 지나가 본다.
다음 목적지인 도쿄 대학교로 가기 전에, 근처에서 식사를 마치고 가기로 한다. 평범하게 오야코동을 시켰는데 기대 이상의 녀석이 나와 버렸다.
계란과 닭고기를 보니 이건 맛이 없을 수 없겠다는 생각이 든다. 든든히 먹고 움직이자, 오늘도 하루 종일 다녀야 되니까.
‘네즈 신사’에서 걷다가 캠퍼스 안으로 들어가는 쪽문을 발견하고 들어갔는데, 그곳은 도쿄대학 야요이 캠퍼스였다.
어쩌다보니 학교 밖으로 다시 나오게 돼서 다시 도쿄 대학 방향으로 걷던 중 페밀리마트 동대정문점을 발견했다.
일본 최고의 학부인 도쿄 대학이니 서울대학교의 ‘샤’ 마냥 거대한 문을 생각했는데, 의외로 정문은 평범하다.
바닥의 맨홀 뚜껑에는 아직도 제국대학의 흔적이 남아있다.
일본에서는 구 제국대학 유래의 대학교는 아직도 명문으로 이름이 높은데
전통의 라이벌인 도쿄대와 교토대 뿐 아니라 도호쿠, 홋카이도, 오사카, 나고야 등 각지에 자리 잡고 있다.
단순히 일본 뿐 아니라 식민 통치를 받았던 대한민국과 대만에서도 경성 제국대학의 후신은 아니지만 위상은 이어받은 서울대학교와
다이호쿠 제국대학의 후신인 국립타이완대학이 아직까지 해당 국가에서 최고 학부로 자리매김 하고 있다.
도쿄대의 역사는 메이지 직후인 1877년까지 거슬러 올라가지만 대부분의 건물은 관동 대지진으로 파괴됐다.
지금 전해지는 건물은 그 이후 지어진 것으로, 대부분의 설계를 당시 공학부 교수인 ‘우치다 요시카즈’가 했다고 전해진다.
내가 다니는 대학은 2000년대에 들어 캠퍼스를 옮겨서 전부 새 건물인데,
이용하는 입장에선 새 것이 편하긴 하지만 보는 입장에선 이렇게 세월이 묻어나는 대학의 건물들이 꽤나 부럽다.
도쿄대학교의 상징이라고도 할 수 있는 ‘야스다 강당’이다. 멀리서 보면 강당이 아니라 법원이 연상될 정도로 뭔가 엄격한 분위기의 건물이다.
도쿄 대학 투쟁 시절 400여명이 체포된 야스다 공방전의 벌어진 장소이기도 하다.
안을 들어가 보고 싶었지만, 방문객의 출입을 금한다는 표지가 보여 외관만 보고 떠나기로 한다.
본래 ‘心字池’, ‘신지이케’라 불리던 이 연못은 ‘나쓰메 소세키’의 ‘산시로’가 유행한 이후 ‘산시로 연못’이라 불리게 된다.
작 중 ‘산시로’와 ‘미네코’가 처음 만난 곳이 바로 이 연못이기 때문인데, 혹시라도 누가 앉아 있으면 좋은 그림이 나올 것 같았다만 아쉽게도 적막만 흐른다.
연못가에는 벤치가 딱 한 군데에 있었는데, 십중팔구 저 곳이 소설에 나온 그 곳이겠지 싶다.
멋진 문이 보여서 멀리서부터 걸어왔더니 대학 밖으로 나왔다.
어떻게 보면 이쪽이 더 정문 같이 생겼는데, 도쿄대의 정문보다 더 사랑받는 문인 ‘아카몬’이다.
본디 ‘아카몬’은 에도시대 고위 영주에게 시집간 쇼군 가문의 딸들이 기거하던 ‘고슈덴’의 문이다.
‘아카몬’은 한 번 무너지면 다시 재건하지 않는 관례가 있는데 그래서인지 현재까지 전해지는 ‘고슈덴몬’, 즉 ‘아카몬’은 이곳이 유일하다.
그렇다면 이 문은 에도 막부 시절에 지어진 것일 탠데, 도쿄 대학이 메이지 시대에 생긴 대학임을 감안하면 학교보다 더 역사가 깊은 장소인 셈이다.
어차피 우에노로 가는 가장 빠른 방법이 도쿄대를 관통해서 가는 길이기에 한 번 더 캠퍼스를 둘러보기로 한다.
사진을 얼핏 봐서 이곳이 종합 도서관인 줄 알고 연신 사진을 찍고 집에 와서 확인해보니 여긴 의과 대학 2호관이었다.
이 건물도 80년이 넘은 건물이지만, 그래도 한 대학에 가서 가장 큰 도서관을 못 보고 온 것이 조금 아쉽게 남는다.
실제 종합 도서관의 모습이다. 같은 건축가가 설계해서 그런지 건물 양식이 비슷해서, 돌아와서 봐도 헷갈릴 만 하다는 생각만 든다.
이러한 건축 양식을 전에 언급한 ‘우치다 요시카즈’의 이름을 따 ‘우치다 고딕’이라 부르기도 한다.
참고로 전의 종합 도서관은 관동 대지진으로 소실된 후 록펠러 재단의 기부를 받아 새로 지어진 뒤 지금에 이른다.
동쪽으로 난 문인 ‘이케노하타몬’으로 가던 중 도쿄 대학 병원이 보인다. 일본도 지금은 방학 중인지 캠퍼스 안은 새로 건물을 짓느라 분주하다.
그냥 도쿄 대학에 가보자 라는 마음으로 잠깐 들러서 그런지 돌아와서 글을 쓰다 보니 못 가본 건물들에 대해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
사실 안에 이렇게 볼게 많은 줄은 돌아와서야 알기도 했고, 가장 중요히 여겼던 ‘산시로 연못’과 ‘아카몬’은 보고 왔으니 초행치곤 나쁘지 않았다 정도로 덮어두려 한다.
아쉬움을 뒤로하고 우에노로 향하는 발걸음을 재촉한다.
생각보다 도쿄 대학과 우에노는 가까웠는데, 그냥 큰 길 하나 건너니 ‘시노바즈노이케’가 보인다.
일본의 선사 시대라 할 수 있는 죠몬 시대 때 이곳은 해안선이었다는데, 동경만이 후퇴하며 지금은 호수로 남아있다.
호수는 크게 연꽃 연못, 보트 연못, 가마우지 연못으로 나뉘는데 얼추 저기 보트가 잔뜩 있는 곳이 보트 연못이겠지 싶다.
아직 겨울이니 아무리 따스해도 연꽃은 없을 것 같고, 보트는 같이 탈 사람도 없으니 가마우지 연못으로 가본다.
새삼 도쿄가 항구도시라는 사실을 깨닫게 해주는 새의 조합이다.
그런데 내 기억 속의 가마우지는 되게 큰 새였던 것 같은데, 여기 잔뜩 떠있는 녀석들 그냥 오리 아닌가?
뭔가 꽥꽥 거리는 것 같기도 하고, 명색이 생명공학부이다만 이런 건 잘 모르겠다. 간균이랑 구균 구분은 잘 하는데...
말하기 무섭게 오리도 몇 마리 지나간다.
호수 안에는 ‘벤텐지마’라는 이름의 섬이 있다. 예전에는 섬으로 들어가야 했지만 이제는 다리로 이어져 있어 그냥 공원을 걷다 보면 자연스럽게 들어가게 된다.
안에는 변재천을 모신 ‘벤텐도’가 있는데 17세기에 지어진 것으로 추정된다 한다. 주위에는 많은 비석이 있는데 그다지 살펴볼만 한 건 없는 것 같다.
뭔가 어르신이 쌀을 주면서 한 번 해보라고 권유하시는데, 그냥 옆 사람 하는 거 찍는 걸로 만족해야겠다. 참새가 이렇게 낯을 안 가리는 새던가?
마지막으로 새를 한 장 더 찍고, 나가는 길에 있는 노점의 달콤한 유혹을 뿌리치며 우에노 역으로 향한다.
우에노 역에 도착하니 갑자기 확 피곤해진다. 잠깐 쉴 곳이 없을까.
피로 회복엔 열량, 열량엔 당분이다. 근처 카페에서 파르페를 하나 시키고 잠깐 앉아있는데, 앉은 채 잠들었다.
이놈의 식곤증은 평소에도 심한 편인데, 피로까지 겹치니 거의 기절 수준으로 잠들어 버린다.
정신을 차리고 카페를 나오니 어느덧 해가 뉘엿뉘엿 지고 있다.
어차피 한 겨울에 공원에 가도 별 볼거리도 없을 것 같아 근처의 ‘아메야요코초’를 걷기로 한다.
흡사 우리나라 남대문 시장이 떠오르는 풍경, 이곳저곳에서 안파는 잡동사니가 없다.
상인들은 큰 소리로 손님을 모으기 바쁘고, 간간히 지나가는 기차 소리가 거리에 울려 퍼질 땐 이마저도 들리지 않을 정도로 왁자지껄한 거리다.
해가 완전히 지기 전에 ‘오다이바’로 가야겠다. 야경을 위해 삼각대까지 들고 나왔는데 그냥 돌아갈 수는 없으니 말이다.
택시를 제외하고는 ‘오다이바’로 가는 가장 비싼 방법, ‘유리카모메’를 이용하기 위해 신바시 역에 왔다.
여행객이라도 이용하지 않으면 안 되겠다 싶을 정도로 사람이 없다.
신바시 역에서 오다이바카이힌코엔 역까지 13분 정도 걸리는 거리에 운임은 320엔이니 확실히 만만한 요금은 아니다.
생각보다 승차감은 별로였다. 고무 차륜 차량이라 그런지 그냥 버스타고 도로 달리는 느낌이다. 어쩌면 그 이상으로 흔들리는 것 같기도 하다.
그래도 무인운전이라 맨 앞과 맨 뒤가 트여있어 전망은 괜찮은 편이다만, 그냥 ‘레인보우 브릿지’를 직접 건넌다는 느낌이 강하게 오는 것 말고는 별 감흥이 없다.
어쩌다 보니 안 좋은 말만 가득 썼는데, 뭐 사실 아직도 뭐가 좋은지 잘 모르겠다.
근처 편의점에서 도시락을 하나 사먹고 해안가에 도착하니 저 멀리 빌딩 사이로 해가 지고 있다.
‘오다이바’, 이 곳 도쿄에 있는 것은 ‘시나가와 다이바’로 불리며 흑선 내항 사건 이후로 서양 함대에 대항하기 위해 에도 막부가 만든 포대이다.
총 7 곳의 ‘다이바’를 만들었으나 현재에 제대로 남아있는 건 이 곳, ‘제 3 다이바’와 여기서 보이는 ‘제 6 다이바’가 전부다.
이곳에 온 이유는 단연 도쿄의 야경을 담기 위해서다.
도쿄의 상징인 ‘레인보우 브릿지’와 저 멀리 주황색으로 빛나는 ‘도쿄 타워’를 함께 찍을 수 있는 장소이기도 하다.
사실 미리 알고 간 건 아니고 가서 보니 ‘도쿄 타워’도 보인거지만 말이다. ‘레인보우 브릿지’ 왼편에는 위에서 잠깐 언급한 ‘제 6 다이바’가 보인다.
시간이 지날수록 쪽빛으로 물드는 하늘과 함께 도쿄의 밤을 담아본다.
촬영을 마치고 마지막으로 ‘레인보우 브릿지’를 걸어서 건너보려 했는데, 야간에는 보도 통행이 금지된 모양이다.
한 번 걸어서 직접 건너보고 싶었는데, 갑자기 목표가 꺾여서 그런지 걸음도 무겁고 괜히 지친다.
친구 집이 있는 누마부쿠로 역으로 돌아가기 위해 터덜터덜 역으로 향하는데 저 멀리 ‘팔렛트 타운’의 대관람차가 보인다.
뭔가 혼자서 힘든 와중에 걷는데 멀리서 보기만 해도 행복해 보이는 관람차를 보니 외로움까지 찾아온다.
조금은 뒷맛이 쓰지만, 뭐 이것도 집에 들어가 W와 맥주 한 잔 하면 풀릴 기분이다.
교자랑 맥주나 사서 들어가야지, 그리고 어제 마신 ‘킨무기’는 맛없었으니 오늘은 빼도록 하자.
3부 / 지브리 미술관, 사이사이쇼쿠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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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합니다 ^^. | 17.05.14 22:15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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뭔가 식사하기에 애매한 시간에 우에노를 찾아서 근처 맛집은 가보지 못했네요. 타베로그에서 3.5 넘기 시작하면 대도시 기준으론 슬슬 웨이팅이 잡히더라구요. 4가 넘으면 이제 예약이 필수인... | 17.05.15 10:25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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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외로 아주 간단합니다. 구성을 통한 약간의 착시효과 일 수도 있겠네요. 모든 사진을 가로사진으로 구성하고, 세로사진은 가로로 2개, 혹은 3개로 잘라서 게시했습니다. 삼각대를 이용한 방법도 가능합니다만, 오히려 렌즈의 왜곡으로 접합부가 매끄럽지 않게 됩니다. 깔끔히 이어지는 사진을 원하신다면 세로사진을 찍고 가로로 자르시면 될 것 같네요. 경우에 따라 여러 장을 파노라마로 찍고 크게 합성한 뒤 컷팅을 하기도 합니다만, 일단 기본은 한 사진에서 자른다 입니다. | 17.05.15 20:04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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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답변 감사합니다. "로우 이미지를 그냥 크롭하신 사진이다." 이 말씀이신거죠? 루리웹에 사진을 올리시는 분들이 대부분 이미지 크기를 줄여서 올려서 이어진 사진들 원본이 한장일거란 생각을 못했습니다. 너무 복잡하게 생각했었네요. 즐거운 저녁되세요 ㅇㅇ | 17.05.15 20:07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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넵, 감사합니다 ^^. | 17.05.15 20:10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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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합니다 ^^. | 17.05.16 01:23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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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몬 시리즈는 안봐서 잘 모르는데, 오다이바를 말씀하시는 건가요? | 17.05.16 12:36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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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다이바를 말하는겁니다 | 17.05.16 12:39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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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장실은 그냥 앞의 페밀리마트에 신세 좀 졌습니다 ㅎㅎ. | 17.05.17 00:08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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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콘의 24-120 렌즈를 쓰고 있습니다. 이 전에는 20, 35, 85를 들고다녔죠. 최근엔 28mm와 50mm로 이원화하는 중입니다. | 17.08.19 20:41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