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제가 몰살엔딩을 보기 위한 과정에서 실패를 겪고 남기는 글입니다.
다른 분들은 부디 저와 같은 삽질은 하지 마셨으면 하는 바람에서 써봅니다.
추가로 제목에서 밝혔듯이, 이 글은 글의 특성상 치명적인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아직 1회차를 마치지 않으신 분들은 절대 이 글을 읽지 마시기 바랍니다.
무엇이 몰살을 까다롭게 만드는가?
게임을 맨 처음 시작했을 때만 해도 불살 엔딩이 제일 어려울 줄 알았습니다. 유일하게 난이도 제한이 걸려있었으니까요.
똥손임에도 불구하고 억지로 노멀 난이도로 불살 엔딩을 비롯하여 나머지 엔딩들을 정복한 저는 들떠있었습니다.
몰살엔딩루트만큼은 쉬운 난이도 + 대량 흡혈로 무쌍을 찍어주겠다는 생각으로 말이죠. 하지만 막상 게임을 해보니 그건 제 착각이었습니다.
막상 플레이하다보니 이 엔딩이 4개의 엔딩 중에서 제일 달성하기 까다로운 엔딩이라는 것을 깨달았죠.
그렇다면 왜 까다로운지 하나 하나씩 살펴봅시다.
(1) 흡혈 자체가 상당한 노가다다.
일단 흡혈 자체가 엄청 귀찮은 작업입니다. 최면으로 NPC를 현혹해서 지정된 장소로 끌고 가는 것도 생각보다 꽤 오래 걸리죠.
이렇게 흡혈해야 하는 사람이 총 60명입니다. 예상보다 많죠?
(부두에 16명, 펨브로크 병원에 15명, 화이트채플에 14명, 그리고 웨스트 엔드에 15명)
여기까지는 괜찮습니다. 귀찮은 거지, 어려운 것은 아니니까요.
(2) 중심인물 흡혈 시 치뤄야 하는 대가가 생각보다 크다
위의 60명만이 시민이 아닙니다. 각 지역의 중심인물 또한 시민이죠.
이들이 흡혈로 인해 사망할 경우, 지역 건강상태가 악화되고 해당 지역의 주민들이 더욱 자주 병에 걸리게 됩니다.
그나마 피로, 감기, 두통과 같은 가벼운 질병의 경우 치료제 제작에 필요한 재료가 적게 들어가는 편이라 큰 부담이 안되지만,
만약 상태가 '치명' 밑으로 떨어지게 될 경우 시민 NPC들이 사망 또는 실종됩니다. 적들이 더 많아져서 귀찮아지는 건 덤이고요.
많은 사람들이 너무나 잘 알고있으면서도 쉽게 간과하는 사실인데, 이러한 변화는 100% 랜덤하다는 것입니다.
분명 중심인물을 죽일 때만 해도 '안정' 이상의 등급이었는데, 침대에서 자고 일어나보니 순식간에 '최악' 으로 바뀌는 사태도 벌어지죠.
이는 플레이어의 노력 뿐만 아니라 운의 요소도 작용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결국 이런 운의 영역에 맞서 싸울 방법은 수동으로 세이브데이터를 백업하는 것 뿐입니다.
(3) 시민들의 건강관리에 더 신경써야 한다.
게임 내에서 스킬을 업그레이드하고 레벨업을 하려면 무조건 침대에서 잠을 자야 합니다.
잠을 자고 일어나면 시민들의 건강상태에도 변화가 찾아오죠. 시민이 병에 걸리기도 하고, 최악의 경우 실종 혹은 사망하기도 합니다.
물론 시민이 병에 걸린다고 사망하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병에 걸리는 시민이 많아지면 도시의 건강상태가 악화되고,
이 상태가 '최악' 단계에 도달할 경우 실종 또는 사망하는 시민들이 발생하기 때문에 이들의 건강관리에 더욱 철저해야 합니다.
흡혈해서 죽이려고 했던 시민이 내 의지와 관계없이 사망해버린다면? 답이 없는 겁니다.
정리해보면 위의 세 가지 요인이 몰살 엔딩을 보기 어려운 엔딩으로 만드는 요인들입니다.
60명 흡혈하는 것? 귀찮을 뿐이지, 못할 짓은 아니죠.
주민들이 갑자기 사망하는 문제는 세이브데이터 백업을 통해 얼마든지 커버할 수 있는 영역입니다.
저도 게임을 진행하던 도중에 숀 햄프턴을 죽이고 난 다음 날, 부두 구역 주민 전체가 사망하는 사태가 벌어졌는데,
그나마 예전에 백업해둔 세이브데이터가 있었기 때문에 챕터2 끝무렵부터 다시 시작해서 복구할 수 있었죠.
하지만 제가 게임을 포기한 이유는 따로 있었습니다.
수습 불가능한 대형 함정
챕터3에서 메리와의 보스전을 마치고 챕터4가 시작될 무렵이었습니다. 이제 주인공 조나단의 자택이 있는 웨스트 엔드로 갈 차례였죠.
여유있게 집에 도착했을 때 뭔가 이상한 점을 발견했습니다. 2층에 있어야 할 에믈린(조나단의 어머니)이 안 보이더군요.
1층에 내려갔나 싶었는데 거기에도 없었고, 집에는 집사 에이버리 코크 뿐이었습니다. 이 때만 해도 그냥 버그인가 싶었죠.
그런데 에이버리와 대화를 나누고나서야 알아차렸습니다. 챕터3에서 메리가 어머니를 죽였다는 사실을 말이죠.
컷신을 스킵하고 곧바로 보스전에 들어갔기 때문에 해당 컷신에서 메리가 어머니를 죽이는 장면을 아예 놓쳐버린 겁니다.
1회차는 100% 불살, 2회차도 최종보스 직전까지는 100% 불살로 플레이했으니 이런 일이 벌어질 거라고는 예상을 못했던 것이죠.
정확한 원인을 살펴보기 위해 인터넷을 찾아보던 도중 공략사이트가 아닌 위키 페이지에서 답을 찾았습니다.
(이 중요한 정보를 도대체 왜 공략 사이트에서는 죄다 안 다루고 있는 건지...)
다음은 해당 위키에서 에믈린 리드의 인물 정보 중 일부를 인용한 것입니다.
Whether or not Emelyne survives past Chapter 3 depends on how many citizens Jonathan Reid has killed.
If Jonathan has killed more than two citizens, Mary will kill Emelyne during a cutscene, and Jonathan will be unable to stop her.
If Jonathan has killed no more than two or none at all, Mary will release Emelyne.
(챕터3 이후의 에믈린의 생사 여부는 조나단 레이드가 얼마나 많은 시민을 살해하였는가에 달려있습니다.
만약 조나단이 두 명 넘는 시민을 죽였다면, 메리는 컷신에서 에믈린을 죽이게 되고 조나단은 그녀를 막을 수 없을 것입니다.
만약 조나단이 죽인 사람이 두 명을 넘지 않거나 아무도 죽이지 않았다면, 메리는 에믈린을 놓아줄 것입니다.)
출처: https://dontnodentertainment.fandom.com/wiki/Emelyne_Reid
결국 제가 메리를 만나기 전부터 죽인 사람의 수가 2명을 초과한 것이 화근이었습니다.
시민 NPC만 해도 5명. 여기에다가 화이트채플의 중심인물인 도로시 크레인과 부두 지역의 중심인물인 숀 햄프턴까지...
이것은 세이브데이터 복구로도 해결이 안되는 문제라 결국 게임을 다시 하는 수밖에 없더군요.
제가 이 게임을 포기하게 된 것도 이 시점부터였습니다.
어떻게 공략해야 할 것인가?
대단한 공략법은 없습니다. 위의 글을 읽어보셨다면 충분히 상식적으로 생각해낼 수 있는 해결책들입니다.
(1) 챕터3 종료 전까지는 흡혈 금지
에믈린의 죽음을 막는 방법은 두 가지입니다. 두 명만 흡혈하거나, 혹은 아무도 흡혈하지 않거나.
하지만 몰살 엔딩을 택했다면 후자는 불가능하죠. 메리를 만나기 전에 생사분기를 결정하는 인물이 둘이나 있기 때문입니다.
한 명은 화이트채플의 중심인물인 도로시 크레인, 다른 한 명은 부두지역의 중심인물인 샘 햄프턴입니다.
이들 두 사람의 경우 생사결정분기가 딱 한 번 주어지고, 이것을 놓치면 영영 흡혈을 못합니다.
결국 챕터3 마지막 메인 퀘스트에서 메리와 재회하고 에믈린의 생사가 확정되기 전까지는 이 두 사람을 제외한 어떠한 누구도 흡혈하시면 안됩니다.
이들 이외의 다른 사람들을 죽일 경우 여러분이 에믈린을 죽일 기회는 날아가버립니다.
어차피 난이도가 그리 높은 보스는 아니기 때문에 흡혈에 너무 열을 올릴 필요도 없습니다.
챕터4까지 느긋하게 기다렸다가 흡혈하는 것도 나쁘지 않죠.
(2) 시민들의 건강관리에 힘쓸 것
앞서 언급했듯이 아픈 시민이 늘어나면 도시의 건강상태가 하락하고, 도시의 건강상태가 '최악' 에 도달할 경우 사망 혹은 실종되는 시민들이 발생합니다.
귀찮더라도 자기 전에 환자들에게 약을 먹여서 시민들의 건강상태를 좋게 유지하시는 걸 추천드립니다.
그리고 초반에는 약재가 부족합니다. 패혈증, 폐렴, 신경통과 같이 약재가 많이 들어가는 약을 만들려고 보면 막상 재료가 없어서 못 만드는 경우가 많죠.
다른 약재들은 비교적 상점을 통해서 쉽게 구할 수 있는데, 파란색으로 표시되어있는 약재들(퀴닌, 정향 에센스, 살리신)의 경우 상점에 거의 잘 안파는 경우가 많습니다.
(3) 흡혈에도 타이밍이 있다.
사망한 시민이 많아질수록 해당 지역의 건강상태는 악화됩니다.
지역붕괴로 인한 사망자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는 초반부터 욕심을 부려서 좋을 것은 없습니다.
일단은 챕터4가 시작되는 지점에서 지역 별로 소수만 흡혈하고, 나중에 레벨이 5를 찍었을 때까지 기다리십시오.
그리고 나중에 최면 레벨 5를 달성하면 지역 단위로 흡혈로 전멸시켜주시면 됩니다.
어중간하게 이 지역에서 몇 명, 저 지역에서 몇 명 흡혈했다가는 해당 지역이 붕괴되고 사망자가 나오게 됩니다.
(4) 백업...또 백업할 것
마지막으로 가장 중요한 것...세이브데이터 백업입니다. 주기적으로 백업하시고, 그걸 PC에 옮겨놓으세요.
귀찮겠지만 돌이킬 수 없는 결정을 했을 때 매우 유용한 방법입니다.
마치며...
마음같아서는 재도전하고싶지만 이젠 좀 지쳤습니다. 재도전하게 되면 4회차네요. (3회차는 챕터4에서 중도포기하긴 했지만)
일단 저는 며칠 더 쉬면서 너덜너덜해진 멘탈을 수습하면서 생각해볼 생각입니다. 다시 도전할지, 아니면 이대로 GG치고 유튜브에서 엔딩볼지 말이죠.
아무튼 다들 저처럼 뻘짓하지 마시고 꼭 무사히 엔딩 보시길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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