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 오브 파이널 판타지
출시 기종: PS4, vita
장르: 턴제 RPG
가격: 59,800원 [국내 PSN 기준]
출시일: 2016년 10월 25일 [국내판 기준]
시작하고 나서 대략 10분동안 JRPG 역사상 가장 나긋나긋하고 매력이 넘치던 남자 주인공이 남은 20시간동안 발작을 일으키며 호감도를 다 깎아먹는 게임입니다. 이 첫 문장에는 어떠한 왜곡도 없습니다. 주인공은 커피 전문점에서 알바를 하고 있는 평범하게 잘생긴 인물인데 여우가 일본말을 하며 공중에 떠다니자 그동안 나와서 가오잡은 시간만큼 으어어어!! 으어어! 으어! 거리면서 온몸을 벌벌떨며 발광을 합니다. 그렇습니다. 귀여운 SD 캐릭터와 함께 즐거운 판타지 라이프로 떠날 생각이었건만 제게 찾아온 현실은 간질 환자 수발이었습니다.
사실 주인공이 좀 과하게 오버하는 것만 빼면 나름 유쾌하다고 할 수 있는 캐릭터입니다. 정정하자면 개그 센스가 더러워서 지 혼자만 유쾌합니다. 작 중에 고려한다는 뜻의 고려란 단어가 나온다치면 주인공이 고려? 고오려? 이러더니 옆에 있는 여우 파트너를 보고 코를 막고 너 구려! 이럽니다. 이게 고도의 말장난이란 사실을 알아챘을 때는 이미 웃을 타이밍이 지나서 어떤 표정을 지어야 할지 알수가 없었습니다. 이 게임이 아무리 파이널 판타지 1세대부터 발 담그고 살아온 아재 중의 아재들한테 어필하는 게임이라지만 개그까지 아재 개그를 칠 필요는 없지 않았습니까 상것들아.
[월드 오브 파이널 판타지]는 몬스터 수집을 메인 컨텐츠로 내세운 RPG입니다. 그리고 이 몬스터 수집 요소를 제대로 활용하기 위해 새로운 시스템을 선보였으니, 바로 이 올려올려 시스템입니다. 필드에 돌아다니는 몬스터를 수집하여 동료로 만들고, 이 동료가 된 몬스터를 크기별로 S(작은) M(중간) L(큰)으로 나누어서 가장 큰 몬스터나 플레이어를 맨 아래 두고 그 위로 탑처럼 몬스터를 3층까지 쌓아올립니다. 이렇게 올려올려 상태가 된 주인공은 올려올려로 올라간 몬스터 스텟의 영향을 받아서 더 강해지고 몬스터 역시 자기들끼리 합쳐서 올려올려 상태가 되면 더 강해집니다. 이렇게 올려올려 상태가 된 캐릭터를 무너뜨리기 위한 특화 스킬을 가지고 있는 몬스터들이 있고 이런 몬스터들을 활용하여 상대의 올려올려를 무너뜨려서 공략하는 게 이 방식의 핵심입니다.
이 올려올려 시스템은 여러모로 다양한 방식으로 활용할 수 있을 듯 하지만 그 활용도는 생각보다 다양하지 않습니다. 일단 이 시스템으로 s자리에 새끼 초코보를 놓았다 친다면 이 초코보가 레벨업을 해서 어른 초코보가 되면 크기가 커져서 s 자리에 놓을 수가 없게 됩니다. 따라서 초코보를 계속 키우고 싶다면 어른 초코보의 액티브들을 포기하고 새끼 초코보로 쭉 키우거나, 매번 진화 때마다 올려올려 편성을 바꿔야 합니다. 어느 쪽이든 제가 원하는 자유로운 육성에 방해가 됩니다. 거기에 더해 적이 올려올려로 나온다치면 아군 올려올려가 적군 잡몹보다 압도적으로 강하고 포션이 남아돌기 때문에 전략적으로 상대를 파훼하는 것보다 그냥 두들겨패고 포션 먹는 게 시간상으로 이득이라 전략 면에서도 제대로 그 효용을 발휘하지 못합니다.
거기다 이 올려올려를 제외하자면 다른 턴제 RPG와 다를 게 하나도 없는 게임입니다. 오히려 요즘 대세인 실시간 턴제가 아니라 명령을 내릴 때까지 진행이 멈추는 고전 턴제 방식을 그대로 계승했기 때문에 속도감부터 떨어집니다. 스킬이며 공격 이펙트가 상당히 심심한 탓에 플레이하는 맛은 더 떨어지는 편입니다. 평타 공격은 제자리에서 휙휙 하고 팔을 휘두르는 동작으로 끝나는 데다 마법은 속성별로 두세가지 정도에 이펙트도 심심합니다. 마법을 사용할 자운인 ap는 최대 12포인트밖에 안주는 데다가 이마저도 턴당 1씩 차기 때문에 마법을 난사하는 플레이를 할 수 없습니다. 기본적인 게임 속도가 너무 느려서 2배감기가 없으면 플레이 타임에 큰 지장이 생길 정도 입니다. 특히 저 플레이 속도 너무 심각합니다. 프레임 드랍 수준으로 느립니다. 덕분에 이 게임을 하려면 빨리 감기 키를 계속 누르고 있어야 됩니다. 스토리 컷신에선 주인공이 개그를 치고, 전투는 너무 느리니까요. 이야!!
주인공 일행의 강화 요소를 전부 몬스터 육성에 의존한다는 것도 꽤 아쉽습니다. 이 때문에 주인공 캐릭터에게 장비템이 존재하지 않고, 장비템이 존재하지 않으므로 보물상자엔 소비템 밖에 없습니다. 숨겨진 장소에 들어가서 보물상자를 까면 얻는 것은 부활템, 하이포션, 운 좋으면 엘릭서입니다. 파밍 욕구를 뚝 떨어트리는 구조입니다. 몬스터 외에도 캐릭터 강화요소가 있다면 조금 더 좋았을 것 같습니다만 아쉬운 부분입니다.
게임 자체는 잘만들었습니다. 캐릭터들은 단역들 하나하나에도 개성이 넘치고, 게임 밸런스도 탄탄해서 레벨 격차를 못따라가거나 너무 쉬워 지루해질 일은 없습니다. 퍼즐 요소도 맵마다 다른 컨셉을 잡고 있어서 게임 스토리를 따라가면서 지루할 일은 없게 만들어져 있습니다. 턴제 게임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파이널 판타지를 좋아했던 사람이라면 한 번 사서 해볼만한 가치가 있는 게임입니다. 일단 개그감각이 별로라는 것만 빼면 캐릭터도 잘살아있고 게임성도 충실해서 재밌는 작품입니다. 하지만 지나치게 고전적인 턴제 게임 방식을 따른 듯해서 아쉽기도 합니다. 여러모로 파고들만한 요소도 많고 수집요소도 괜찮아서 재밌게 즐길만한 게임입니다.
장점
아기자기한 캐릭터
수집 요소
파고들기 좋은 게임성
단점
미니게임 노답
개그 감각 노답
전투 템포가 너무 느림
점수를 주자면 70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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