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종은 아내 최현정을 죽이기로 결심했다. 그러나 최현정은 김성종의 진짜 아내는 아니었다. 김성종과 최현정은 외국의 스파이로 한국에 건너와 부부로 위장하고 한국사람 행세를 한지 벌써 10년이 지났다.
김성종은 요즘 사랑하는 여자가 생겼는데 동거를 하고 있는 스파이 최현정이 문제였다. 조직은 두 사람이 서로 헤어져 임무에 차질이 생기는 것을 원치 않았다. 두 사람은 서로를 감시하고 있어 김성종이 조직을 배신하면 최현정이 곧바로 보고할 테고 그러면 조직에서 킬러를 보낼 게 분명했다. 때문에 최현정은 죽어야했다.
최현정이 죽어만 준다면 김성종은 지금까지와는 달리 자신의 삶이 행복해질 거라 믿고 있었다. 오래 전에 김성종은 형식상 부부인 최현정 앞으로 거금의 생명보험을 들어놓았고 살고 있는 집에도 거금의 화재보험을 들어놓았다. 최현정이 죽어 손에 거금이 들어오면 김성종은 그 돈을 들고 세상에서 영원히 사라진 뒤 새로운 인물로 태어나 애인과 함께 행복하게 살아갈 계획이었다.
'어떻게 하면 완전범죄를 저질러 한국의 수사기관을 속이고 보험금을 탈 수 있을까?'
다행이 김성종은 10년 동안 같이 산 최현정이 어떤 습관과 버릇을 가지고 있는지 너무나 잘 알고 있었다. 적을 알면 백전백승!
김성종과 최현정이 사는 집은 경기도 외곽에 있는 5층짜리 추리빌라였다. 추리빌라는 도시가스가 들어오지 않아 LPG가스를 사용하고 있는데 가스통은 빌라 뒤쪽에 놓여있었다.
놓고 간 시사회 영화표를 가지러 왔다는 핑계로 추리빌라에 도착한 김성종은 주위에 사람이 없는 것을 확인하고 빌라 뒤로 돌아가 몇 개의 가스통들 중에서 자신의 집 가스통을 찾아 밸브를 잠갔다. 1단계 준비 작업을 끝낸 김성종은 출입문으로 다가가 경비실에 앉아있는 경비원에게 평소처럼 인사를 건네며 감시카메라가 설치되어 있는 출입문을 통과했다.
김성종의 집은 2층이었다. 집안에 들어선 김성종은 서둘러 냉장고를 열었다. 역시 냉장고 안에는 냉커피가 준비되어 있었다. 최현정은 언제나 냉장고 안에 한잔의 냉커피를 준비해 두는 버릇이 있었다. 저녁에 집으로 돌아오면 최현정은 제일 먼저 차갑게 준비해 놓은 냉커피를 마시며 뉴스를 봤다.
장갑을 찾아 낀 김성종은 최현정의 방에서 몇 알의 수면제를 가져다 가루를 내어 냉커피에 넣고 잘 저었다. 수면제가 든 냉커피를 원래 있던 곳에 넣고 난 김성종은 창문을 활짝 연 뒤 조리용 가위를 이용해 가스레인지 옆쪽의 가스관을 잘랐다. 이어서 보조밸브까지 열었지만 관속에 있던 약간의 가스 이외에는 새어나오지 않았다. 가스통의 밸브를 잠가 놓았기 때문이었다.
김성종은 쌀을 씻어 전기밥통에 안치고 2시간 30분 뒤로 타이머를 조절해 놓았다. 비상용 뇌관이었다. 이제 모든 준비가 끝났다.
김성종은 열어놓았던 창문을 닫고 단단히 걸어 잠갔다. 출입문을 잠그고 나와 감시카메라가 설치되어 있는 빌라 출입문을 통과하며 그는 경비원에게 영화표를 흔들어 보였다. 이제 2시간 30분 뒤, 극장에서 조용히 빠져나와 빌라 뒤에 있는 잠가놓은 가스통만 열어 놓으면 되었다.
최현정은 김성종의 예상대로 2시간 뒤 집으로 귀가했다. 집안에 들어서자 버릇대로 출입문에 달린 두 개의 잠금장치를 모두 잠그고 방으로 들어가 옷을 벗었다. 속옷 차림으로 거실로 나온 그녀는 리모콘으로 텔레비전을 켰다. 그녀는 곧장 냉장고로 다가가 미리 타놓은 냉커피를 꺼내 마시며 소파에 자리를 잡고 앉아 뉴스를 봤다. 평소의 버릇대로 그녀는 커피를 마시고 뉴스를 보는 단계가 끝나야 세면도 하고 밥도 먹었다.
조은비요원은 퇴근을 하다 가스 폭발사고가 일어났다는 연락을 받았다. 외국의 스파이가 아닌가 의심되던 김성종과 최현정의 집에서 일어난 가스폭발사고였다. 조은비 요원은 마침 현장 근처를 지나고 있었음으로 곧장 현장으로 달려갔다.
폭발 때 깨진 창문을 통해 집안에 물을 뿌려 화재를 진압하고 난 소방관들이 집안으로 들어가기 위해 출입문을 열려고 했지만 안에서 보조잠금장치까지 걸려 있어 문을 부술 수밖에 없었다.
소방관들이 집안으로 들어가니 폭발과 화재, 물, 소화액 때문에 집안이 엉망이었다. 소방관들이 생존자가 없는지 급히 각 방을 뒤졌다. 그런데 침대에 검게 그을린 시체 한구가 누워있었다. 최현정의 시체였다.
후에 부검을 해보니 최현정의 몸에서 수면제 성분이 검출된 것으로 봐서 수면제를 먹고 침대에 누워있을 때 가스가 폭발한 것 같았다. 가스관이 잘려 있는 것으로 봐서 타살이 아닌가 의심이 되었지만 창문이 모두 잠겨 있었고 출입문은 밖에서는 열수 없는 보조잠금장치까지 걸려 있었다.
남편 김성종은 사고가 나고 몇 시간이 지난 뒤에야 허겁지겁 달려왔다. 조은비는 김성종이 집안으로 들어가려는 것을 만류하며 슬픔을 진정시킨 뒤 몇 가지 질문을 던졌다.
"어디 있다 이제 오시는 겁니까?"
"흐흑… 집에 불이 난 줄도 모르고 영화 시사회에 갔다 오는 길입니다. 휴대전화를 꺼놔서…"
"혹시 김성종씨나 최현정씨에게 원한이 있는 사람 없습니까?"
"아뇨. 없습니다. 그런데 왜 그런 것을 물어 보죠?"
"혹시 타살이 아닌가 싶어서요."
"타살요?"
"보험도 많이 들었던데…?"
"보험을 들었던가요? 아, 언젠가 아내가 우리의 미래 어쩌고저쩌고 하며 보험 얘기를 했던 것 같습니다."
"수면제를 먹은 것으로 추측되는데, 가스를 틀어놓고 수면제를 먹은 것도 좀 이상하고…"
"가스를 틀어놨다고요? 혹시 감시카메라 확인해봤습니까?"
"예."
"사고 당시 수상한 사람이 집안에 있었나요?"
"아뇨?"
"그럼 혹시 출입문이 안에서 잠겨 있지 았았나요?"
"그렇긴 했습니다만… 보조잠금장치까지… 누군가에게 협박을 당하고 있었거나 뭔가 불안했으니 열쇠가 있어도 밖에서 열 수 없는 보조잠금장치까지 잠갔던 것이 아닐까요?"
"그런 건 아닐 겁니다. 요즘 아내는 직상에서의 스트레스 때문에 수면장애와 우울증이 있었습니다. 아마도 그 때문에 남편조차도 들어오지 못하게 문을 단단히 걸어 잠그고 자살을 시도한 걸 겁니다. 수면제를 먹은 뒤 잠이 쏟아지자 가위로 가스관을 잘라 편안히 잠든 상태에서 가스에 질식되어 죽으려 했겠죠. 그런데 가스가 어느 정도 새어나왔을 때 누군가에게 전화가 걸려왔다거나 어떤 이유로 불꽃이 튀어 가스에 점화가 되어 폭발했겠죠."
"그 말씀을 들어보니 그런 것 같기도 하군요. 하지만 최현정씨는 분명 타살입니다. 그리고 범인은 바로 김성종씨 당신입니다!"
[문제] 조은비 요원은 무엇을 근거로 김성종이 범인이라는 것을 알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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