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매번 늦는 접니다.
간만에 월영전 올립니다.
내용을 까먹어서 중간중간 살펴보느라 늦었습니다.
될 수 있으면 망우협려전하고 교차연재하려 합니다.
게다가 요즘 추워서 정신도 다 까먹었습니다.
몽롱하네요. 전 겨울이 되면 나약해지기 때문에 걱정입니다.
기타 공지는 글 끝머리에 올리니 참고바랍니다.
추위 조심들 하세용.
감사합니다.
만년설같이 차갑고 거센 칼바람이 대회장을 가득 메우자 사람들은 저마다의 방법으로 추위를 피하기 시작할 정도 였다. 하후란의 한빙(寒氷)의 기세는 꺾일 줄을 모르고 쉴새없이 휘몰아쳐 제자들을 덮쳤고, 그것을 피하느라 진땀 깨나 흘리고 있었다.얼마나 차갑고 깊은 기운이었으면 무한영(無限嶺)이 뿜어내는 칼바람은 말그대로의 광경(狂境)이었다. 조금만 영향권에 들어가면 곧장 피부가 곤두서고 베이는 것같은 격통이 느껴질 정도였으니 과연 설산의 모든 정수가 담긴 비기임에 틀림없었다.[[ 아직 멀었다. 무원공의 의미를 백번이고 되새기고 덤비거라. 무원공은 너희가 사용하는 정도보다도 깊고 설산같이 드높다. 더욱 너희들의 기운을 끌어올려라. 한계를 뛰어넘어라. ]]제자들은 스승의 매몰찬 가르침에 치를 떨었다."마, 말은 쉽게 하시지...!!""으윽...! 기운을 더 안으로 축적해야...!!"어떻게든 제자들은 스승의 곁으로 다가가 한 방을 먹여드리고 싶었지만 절대방어과 공격이 공존하는 영역에서는 무원공만으로는 벅차다 여겼다. 하지만 스승의 명령이 거둬지기 전까지는 받아들이고 무원공의 기운을 더욱 끌어올리는데 집중할 필요가 있었다."윽!""핫!"잠시도 쉴틈을 주지않고 뿜어져 나오는 스승의 설화장(雪花掌)은 소매와 소천을 무자비하게 덮쳤고 모습이야 어떻든 요리조리 교묘하게 피하는 모습을 보면 기행이 따로 없다. 날이 갈수록 정교하고 깔끔해지는 제자들의 모습에 스승은 만족의 표정을 지었다.' 나쁘지 않다. 오늘 너희들을 몰아붙이는 것은 좀 더 무원공의 심도를 높이기 위함이며, 앞으로 다가올 전쟁같은 땅에서 생존률을 더욱 끌어올리고자 하는 나의 교책이다. 만약에 나를 이기고 싶다면 그게 무엇이든 좋다. 그러니 나에게 보여다오. 너희들의 각오를. '사실 하후란의 무한영은 이미 서서히 풀리기 시작하고 있었다. 미세하지만 자신을 제외하고는 느낄 수 있는 사람은 극히 드물었다. 하후란은 쓴 미소를 지으며 자신의 덜 회복한 내력을 한탄했다.' 무한영에 슬슬 금이가는 군. 내력도 이제 한계다. 기세를 조금씩 줄여야겠구나... 하지만 그전에 부디 이 아이들이 길을 찾아내기를. '휘오오오오!계속되는 칼바람에도 쉬지않고 스승에게 달려드는 두 제자는 서로가 서로를 의지하며 어떻게든 무한영을 뚫기를 포기하지 않았다. 살을 에는 바람에도 이를 악물며 스승에게 다가가려 하지만 결코 쉽지않다. 그때 우소매가 소천을 불러 다음 계획에 대해 이야기했다."사저!! 지금 내가 직접 그 방도를 시작하려는데 괜찮겠어??"소천은 놀라 되물었다."어?! 그걸 직접하시렵니까?? 제, 제가 하려고 했는데!!""내가! 할! 거야!"소천은 걱정하는 표정을 지었다. 사실상 무원공만을 익힌 소매에게는 너무나도 무모한 방법이라 여겨 자신이 직접하려했는데, 무한영을 잘 모르는 그녀가 직접하려한다니 걱정이 앞섰다."괜찮겠습니까!?"소매는 엄지를 치켜세우며 답했다."괜찮겠지!!""알겠습니다!! 무운을!"그리고서 둘은 하후란을 중심으로 주변을 둘러싸 경공을 펼치기 시작했다. 돌고 돌고 돌고 돌아 무한영이 뿜어내는 냉기를 그 안에 가두고나니 안개처럼 뿌옇게 짙어져 시야가 흐려졌다. 그러나 그녀들의 수고에도 하후란은 당황한 기색없이 눈으로 그녀들의 행동을 따라갔다. 속으로는 무슨 일을 작당했기에 그리 큰 소리로 들어라 싶었지만 그녀들이 어떻게 무한영을 깰 것인지가 궁금했다. 내심 불안하기도 했지만 그녀들의 각오를 헛되이 하지 않기위해 떨어져가는 내력을 부여잡고 더욱 기세를 강고히 다졌다."예상대로 입니다, 사매!!"소천이 외쳤다."그래! 부탁해!"소매의 말을 듣고 소천은 하후란의 주변을 도는 것을 멈춘 뒤, 땅을 박차고 높히 뛰어 올랐다. 그리고 곧바로 두 손에 기운을 모아 사방으로 흩뿌렸다."설파화무(雪波化霧)!!"안그래도 차가운 안개가 가득했는데 또다시 사방을 찬 기운으로 뒤덮었다. 냉기의 안개를 흩뿌려 더욱 시야를 차단해 버린 것이었다. 하후란은 그래도 평정심을 잃지 않았으니 모든 것은 그녀들의 연막을 위한 작전임을 진작에 알았다. 하후란은 천천히 손을 휘둘러 안개를 뿌리쳐냈다.휘이이잉!한번의 손짓으로 주변의 안개를 속수무책으로 날려버리고나니 그제서야 시야가 말끔해지고 주변의 모습이 시선에 들어왔다.[[ 스승의 시야를 차단하려한 방법은 탁월하나, 이제는 어쩔 것이냐? ...응? ]]휘이익! 쩌어어억!!하후란의 주변에 수많은 빙옥장(氷玉掌)이 공중에 열매를 맺힌 것 마냥 하늘에 걸려있었다. 아니, 공중에서부터 그것들은 이미 하나 둘 씩 떨어져 내려오고 있었다. 연막 걷어낸 뒤에는 수 많은 암기들이 하후란을 기다리고 있었고, 그녀는 그저 무덤덤히 그것들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생각보다 잔꾀를 썼구나. 자신들이 아무리 하나씩 공격한들 별 의미가 없으니 물량전으로 내 정신을 쏙 빼놓겠다니. 훌륭하군. 잠시 집중이 흐려지겠지만 저것들을 주변에 피해가 가지 않게 잡아두어야... '마른하늘에 우박(雨雹)비가 사방에서 몰아치는 것 같이 빙옥장들이 몰아쳤지만 하후란에게는 가벼운 것이었다. 그녀는 단지 눈빛만으로 떨어지는 빙옥장들을 무한영의 결계에 잡아 가두기 시작했다. 물론 제자들의 움직임도 확인하며 행동했지만 시선과 집중이 흩어진 시점에서 사람은 완벽할 수 없었다."간다!!"그때 자신의 시야 바로 뒤에서 우소매의 목소리가 쩌렁쩌렁 들려왔고, 그녀를 막기위해 고개를 뒤로 돌렸다.[[ 어설퍼! 너희는 절...대......? ]]우소매는 공격의 초식을 펼치지 않았다. 그저 공중에서 높이 뛰어올라 그대로 하후란에게 날아가고 있을 뿐이었다. 하지만 지금의 문제는 그녀가 다가오는 것이 아니었다. 무한영의 공간은 매우 위험하다. 살아있는 것을 순식간에 얼려버리고 칼바람을 내세워 모든 것을 찢어버리는 위협적인 무공이었다.절대영도의 방어.이것이 무한영의 진리다. 하지만 앞서 말했다시피, 무한영은 대상에 따라서는 양날의 검이었다. 그 누구도 들여보낼 수 없게 만들어 놓지만, 의도적으로 누군가가 위험을 무릅쓰고 들어오는 무모함을 보인다면?[[ 자, 잠깐!! ]]"하아앗!! 심법 최대로!! 설산무원심중(雪山霧源心仲)! !"우소매는 그 금기 중의 금기를 깨버린 최초의 사례가 되었다. 하후란은 그녀의 모습을 보고 너무나 놀라 소리쳤다.[[ 우, 우소매!! 그만!! 들어오지마라!! 제 아무리 설산심법으로 무한영을 상쇄시킨다고 한들 절대 무사하지 못해!! ]]"그런 것!! 신경 안쓸테야!!"우소매도 어렴풋이 알고 있었다. 스승의 무한영은 바깥에서 보아도, 아무리 대적하려 애써도 목숨을 걸어야 하는 극한냉빙(極限冷氷)의 진수라는 것을. 하지만 그런 스승의 경지에 감히 도전해보고도 싶었다. 자신이 갑자기 얻은 힘이 그녀의 깊은 내력과 얼마나 격이 다른지 깨닫고 싶었다. 그래서 무모하고 싶은 마음에 그녀의 경지 속으로 스스로 몸을 던진 것이었다.비단 그녀가 무한영에 몸을 던진 이유는 그것 뿐이 아니었다. 자신의 과거. 하후란이 지금의 모습을 하게 된 이유는 자신에게도 있었다고 변함없이 책임을 느끼고 있었기에 그것에 대한 벌을 받고자 늘 염두해놓고 있었다. 그리고 소천이 내놓은 양동작전으로 그녀에게 스스로 몸을 던지겠다 마음먹고 뛰어든 것이었다.무한영에 닿기 시작한 우소매의 전신은 먼저 뻗은 양 손부터 천천히 냉기를 뿜으며 얼어가기 시작했다. 그 차가운 기운이 어느덧 얼굴까지 닿았고, 입에서는 냉기를 뿜어가며 잇몸 전체가 떨기 시작했다."흐으으읍!! 추, 추워 주, 죽을 것 같아...! 하지만 언니를, 언니에 대한 내 잘못을 제대로 마주해야...! 벌을 받겠다고 다짐했어! 언니가 이지경이 된 것은... 내 탓이야...!"일반적인 상황이었다면 급속도로 온몸이 얼어붙어 이미 절명했어야 할 운명이었다. 하지만 그녀로부터 받은 설산의 내력을 배우고 이어받았기에 소매는 참으로 오랫동안 버틸 수 있었다. 하후란은 소매의 무모함과 그것에 반영된 미안함에 감싸진 표정을 보았고, 고통에 몸부림 치지도 않는 움직임에 넋을 잃었다.휘웅!......하후란은 잠깐의 스쳐지나가는 한 줄기 바람의 선율과 동시에 무한영을 거두었다.그리고 자신을 향해 천천히 다가오는 꽁꽁 얼어붙은 우소매를 얼른 잡아다 자신의 곁으로 껴안았다.둘은 말이 없었고 소천은 지금 당장 달려들어가야 하나 고민했지만 차마 그 모습을 보고 그럴 수가 없었다. 이는 소천도 몰랐다.분명 양동작전은 이랬다. 무모하게 무한영으로 들어가 스승이 당황하게 만들어 기운을 약하게 하고, 빈틈을 찾아 공격하는 작전이었다. 그녀의 내력이 부족해질 상황이란 것은 애초에 계산하고 있었지만 상황이 이런 모습으로 눈에 비춰질 줄은 계산 밖이었다. 즉, 작전은 반은 맞고 반은 예상 밖이었다."춥느냐?""으으... 콜록, 콜록!""바보같은..."하후란의 품 속에 안긴 소매는 어린아이처럼 오들오들 떨고 있었다. 그녀가 설산심법을 최대한으로 끌어올려 무한영의 추위를 나름 상쇄했지만 하후란 본연의 내력을 그대로 이어받은 소천의 것과는 결이 다른, 배운지 얼마 되지않은 수준이었기에 상쇄시킨다 한들 고작 몇 초의 시간을 버는 것 뿐이었다."추, 추, 추, 춥지 않, 않... 않......"하후란은 떨고있는 소매의 머리에 손을 가져다대고 이야기하는 그녀를 막았다."그만 말하거라. 천천히 화인공(火人功)을 운공하거라."언니의 이야기에 동생은 슬쩍 미소짓고 말했다."화, 화인공이 나, 나오지 않, 않아..."하후란은 추워서 떨고있는 그녀의 손을 꼬옥 잡아주었다."......바보같은 것. 아직도 그날의 일을 잊지 않았더냐? 나는 강골산(鋼骨傘)을 소언에게 물려주면서 까지 호연국을 잊었건만... 너는 어째서...""으, 으, 으...""......잠시 입을 닫거라."부우우웅...하후란은 쓰러져있는 우소매의 단전부근에 손을 사뿐히 얹었다. 그리고 이제는 다 새어버린 은빛 머리칼을 잠시 다가온 따스한 바람에 맡기고 휘날리며 보랏빛으로 물든 입술을 뗐다."설산심중(雪山心仲). 교(矯)."하후란의 공력으로 인해 우소매에게 엉겨붙어 얼어버린 모든 기운이 살살 아지랑이를 피우며 안개처럼 주변으로 흩어졌다. 이윽고 그 모든 것이 하후란이 들어올린 손아귀에 모여들어 구슬의 형태를 갖추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것을 하늘을 향해 높이 올려보냈고, 어느정도 시간이 지나자 팍! 하고 터졌다. 그 불안정하고 차가운 기운이 눈꽃처럼 사방으로 퍼져나가 마치 겨울도 오지 않은 날씨에 진눈깨비 내리듯 떨어지다가 지면으로 닿기도 전에 녹아 사라졌다."하아..."짧게 탄식하고 겨우 정신을 차리게 된 우소매는 하후란의 부축을 받고 앉을 수 있게 되었다. 그때 소천과 밖에 있던 위국과 욱죽이 뛰어들어와 둘을 감쌌다."이것이... 설산심심결(雪山沁深結)... 아름답다...""소, 소매, 괜찮은거야? 란 언니?""아서라. 소매에게 해가 되는 기운은 모두 날렸으니 이제 괜찮다."소매는 머슥한 표정으로 하후란을 바라보았다."란 사부..."하후란의 표정은 그녀에게 보이지 않았다. 그저 낮은 음의 목소리가 소매에게 답할 뿐이었다."......지금은 언니라 하거라. 그리고...남들이 들으면 무덤덤할 것이라 느끼겠지만, 마음 속은 전혀 그렇지 않은 뒷 말이 우소매에게 들려왔다."다시는 이런 무모한 짓은 하지 마라. 가자, 소언아.""스, 스승님! 네, 넵!"하후란은 자리에서 일어나 뒤를 돌고는 번소천의 부축을 받으며 천천히 걸어나가다 미련이 남은 듯, 자리에 멈추고 그녀들을 등진채 고개를 돌려 나지막히 입을 떼었다."나는 너에게 충분히 벌을 줬다. 그러니 이제 그만 죄책감에서 벗어나라. 호연국과 장파인은 없다. 이제 되돌아갈 수 없다. 그러니 너도 앞을 보거라. 나도 강골산의 그늘에서 벗어난 것처럼, 너도 이제 그만 하후란의 그늘에서 나오거라. 그리고 다시 한 번 그날의 언니 동생을 넘어 진정한 사제지간이 되자꾸나. 너에겐 아직 가르칠 것이 많다."그 말을 남기고 유유히 자신의 자리로 들어갔다.이기고자 했지만 결국 이겼다는 결과 없이 그녀들의 대련이 끝났다. 씁쓸했지만 아직 남은 응어리가 마저 풀려 다행이라 여겼다. 세월은 흐르고 계절은 여러 해가 바뀌었더라도 결코 잊어버리는 일이 없었다. 그게 문제였고, 그 문제는 오늘 가까스로 풀리게 되었다.위국이 불렀다."소매. 너..."우소매가 나름 밝은 표정으로 말했다."...이제 됐어. 란 언니의 앞에서 그만 망설일래. 고마워, 둘 다."후련한 듯한 표정을 마주하자 그제야 걱정거리가 눈 녹듯 사라진 위국, 욱죽은 우소매의 등과 어깨를 토닥이며 부축했다. 그녀들은 아무 말이 없이 대회장의 자기 자리로 돌아가기 시작했고 지난 날의 기억이 다시금 떠올랐다. 지난 날은 기분이 흘러가는 느낌으로 아무런 거리낌 없이 행동했지만, 이제와서는 과거는 아무래도 좋았다. 이제는 앞으로 걸어갈 일만 생각했다.모두가 다 같이.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마지막 대련의 시간.어느 덧, 시간도 해가 슬슬 저무는 때가 왔다. 대회장에는 묵령과 비연이 서로를 마주보고 있었다. 이전과는 다르게 제법 차분하고 은은한 파장이 주변을 머물고 있었다. 두 눈을 감고 명상에 잠겼던 묵령은 서서히 눈을 뜨고는 비연을 바라보았다. 비연도 묵령을 바라보고 있었는지, 아니면 명상을 하고 있었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럴 것 같았다."준비는... 되었습니까?"비연의 가면이 묵령의 물음에 흔들렸다. 주먹 쥔 두 손은 살살 떨리고 있었지만, 망설임은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비연의 손이 천천히 가슴 쪽으로 올라왔고, 따스한 기운이 점점 모여들더니 이상한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뚜둑. 뚝. 뚜두둑. 뿌드드득마치 전신의 뼈가 한꺼번에 으스러지는 느낌의 소리였다. 그 기괴한 소리와 함께 비연의 몸이 기형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비... 비연?"묵령은 그 기괴한 모습에 잠시 놀라 그녀를 불렀지만 비연은 그 변화가 익숙한 듯, 익숙하지 않은 듯 계속해서 받아들고 있었다. 그 모습은 마치 아무렇게나 만든 나무토막의 허수아비가 태풍의 용오름에 휘둘려 쉴새없이 삐걱거리며 움직이는, 전혀 사람같지 않은 모습이었다. 그 모습이 섬뜩하고 기괴했지만 시간이 어느정도 지나자 잠잠해지기 시작했고 비연은 안정을 되찾기 시작했다."아......"그때 묵령의 넋이 담긴 짧은 탄식이 들려왔다. 그리고 그 탄식에 답하듯, 비연에게도 짧은 심호흡의 소리도 들려왔다."후우... 역시 아파.""......!?"비연의 기괴한 변화가 끝이났다. 그녀의 몸은 묵령과 다른 사람들이 알던 모습보다도 작아져있었다. 마치 그 모습은 묵령과 같은 또래의 몸 크기로 보일 정도였다. 정말 괴상한 일이 아닐 수가 없었다. 뼈와 근육은 결코 변하는 일이 없을지언데, 모든 사람들의 눈 앞에서 그것을 직접 보였으니 누구하나 놀랄 사람이 없을 정도였다.' ......굉장하군, 체질의 변화와 탈태환골(奪胎換骨)에 저런 경지가 있단 말인가. 뼈와 근육이 뒤틀리는 고통은 남자들에게도 보통이 아닐텐데 그것을 아무렇지도 않게, 입 밖으로 소리를 내지도 않으면서도 견디는 여성이 있을 줄이야... 엽 공자, 진정 당신의 동생은... '섬뜩하면서 기괴한 장면을 눈 앞에서 보고있었던 당포의는 슬쩍 시선을 돌려 엽운주에게로 향했고, 그는 입술을 꾸욱 깨물고 있는 엽운주의 모습을 그저 바라만 보고 있었다. 그 고통을 옆에서 지켜보던 시간이 좀 되었어도 여전히 적응하지 못 한 표정을 하고 있었다.잘 모르겠지만, 왠지 알 것만 같았다.사경을 헤메다가 겨우 제정신을 차리고 완치했다는 결과를 듣긴 했지만, 그녀의 몸은 예전같은 상태가 아니었다. 병이 나았지만 특이체질이 생겼고, 난데없이 몸이 기괴하고 괴상하게, 온 몸이 부서지는 소리를 내며 변화했다. 결국 여동생은 자신이 알지 못하는 사람으로 변했을 뿐더러, 그 고통을 호소하는 모습을 옆에서 두 눈 뜨고 지켜보아야했기에 이전과는 전혀 다른, 생생한 고통을 겪고 있었다.이를 소사매에게 적용했다면...... 무슨 생각이 들지 감히 상상이 가지 않았다.당포의는 그저 덤덤한 표정을 일관하여 대회장을 바라보았고, 앞으로 마주하게될 그녀의 모습에 어떻게 반응할지 걱정이었다.' ......이 대련. 어찌 흘러갈지 궁금해지는군. 소사매. 넌 어떻게 그녀를 맞이하겠느냐? 그녀를... 제대로 마주 할 수 있겠느냐? '"비연. 당신, 그 모습은......"자신과 비슷한 키. 왠지 과거부터 알고 있었던 것 같은 신체와 목소리에 묵령의 입술은 부르르 떨고 있었다. 그러나 비연은 살살 움직이며 뒤틀렸던 몸을 풀기 시작했고 그 여파로 몸 이곳저곳에서 우직 거리는 뼛 소리가 들려왔지만, 고통에 익숙한 듯, 아무렇지 않게 움직이고 있었다.스릉.비연이 검을 뽑아 들었다."자."묵령이 비연의 짧막한 목소리에 급히 자세를 잡았고, 자신도 모르게 식은 땀을 흘리고 있었다."이번엔 본격적으로 상대해 드리겠습니다."그녀의 목소리를 들은 묵령은 눈이 휘둥그레졌다."자, 잠깐...!?"피이잉!!비연이 찌른 검으로부터 풍압이 순식간에 묵령의 머리카락을 꿰뚫고 지나갔다..........."상아격라(狀牙毄裸)."비연의 초식은 어느샌가 바뀌어있었고 그녀가 몸으로 운기하던 기운마저도 이전에 같이 대련했던 사람인가 싶을 정도로 바뀌어있어서 묵령은 혼란에 빠져있었다."긴장 빼지말고, 제대로 오세요. 당 소저.""......윽!"묵령은 그녀의 조심스럽고 단호한 어투에 겨우 눈을 뜨고 거리를 벌려 뒷춤의 검을 뽑아들고 눈을 제대로 떴다. 그제서야 비연의 가면이 웃는 듯, 아닌 듯 조용히 끄덕였고 비연도 그녀의 움직임에 화답하듯 자세를 잡았다.그녀들의 사이에 바람이 살살 불어오자 흐름을 읽은 둘은 거의 동시에 움직였다.챙!차가운 냉병기가 부딪혀 짤막하고 날카로운 쇳소리를 내며 사방을 울려퍼뜨렸다. 서로가 유려한 몸짓과 미려한 검날의 선이 흰 종이에 먹물을 흩뿌리듯, 아름답게 펼쳐졌고 서로가 서로를 바라보며 변화가 무궁무진한 악보마냥 다채롭게 이어졌다.비연이 한 걸음 물러서 휘두르던 검을 처음처럼 다시 찌를 듯한 자세를 잡자 묵령이 섬뜩한 기운을 느끼고는 검을 치켜 잡은 뒤, 그녀의 초식을 방어하기 위해 손바닥을 펼쳐 기운을 집중했다."상아격라(狀牙毄裸)."투화아악!!공기를 꿰뚫는 격한 파공음이 사방으로 울려퍼지면서 묵령을 덮쳤다. 마치 알 것만 같은 비연의 초식이 또다시 펼쳐지자 놀라긴 했어도 이를 악물고 이것은 사심을 드러내기 위한 자리가 아님을 되뇌이고는 재빠르게 그녀에게 접근했다.' 묵령보(默鈴步). 잔월(潺月)!! '묵령의 보법은 찔러들어온 비연의 초식을 물 흐르듯 사뿐히 피해 그 궤적을 따라 들어갔으니, 어느샌가 그 아무도 모르게 비연의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비연은 잠시 멍하니 있다가 자신 앞에 나타난 묵령의 모습에 귀신이라도 본 듯 소스라치게 놀랐다."......!? 윽!!"묵령은 아주 자연스럽게 비연의 앞에 손을 폈다."격공장(激功掌)!"뻐어엉!묵령의 손 안에서 공기가 압축되어 순식간에 터져나갔다. 비연은 간신히 양팔을 교차하여 그것을 막았지만 여파가 굉장했다. 적당히 힘조절을 했다고 하더라도 그 소리와 위력은 마치 자신의 앞에 뇌격탄(雷激彈)이라도 터진듯 했다. 비연의 두 팔은 충격에 부들부들 떨고 있었고 묵령은 어느샌가 모습을 감추었다.그녀의 특기.암습이 시작되었다.비연은 얼얼하게 떨리는 팔을 한 번 털어내고 검을 고쳐잡은 뒤, 조심스레 공기의 흐름을 느끼기 시작했다. 잔잔하다. 물 위에 아무런 방해물이 없어 파동조차 없는 것처럼 고요하고 은은했다. 묵령의 걸음은 언제나 조용하고 은밀했다. 장난치려고 다가가면 어느샌가 쥐도 새도 모르게 뒤에 있었다. 그때마다 놀랐고, 그때마다 가슴이 철렁거려 주저앉고 말았다.' 묵령! 또 뒤에서! 놀랐잖아! '' ......히히. '....."......!!"묵령이 놀랐다. 비연이 자신을 향해 시선을 뒤로 돌리더니, 조용히 뒤에서 덮치려는 모습을 보고도 놀라는 구색조차 없었다. 마치 알고 있었는 듯, 망설임없이 묵령을 향해 시선을 바라보고 있었다. 가면에는 표정이 없었지만 분명하고 또렷하게 자신의 눈을 바라보고 있었다.챙!검이 위에서부터 떨어지자 묵령은 황급히 검을 올려쳐냈고 거리를 벌렸다.' 뭐야... 이 감각... 그리고 심장은 왜이리 뛰는 거지? 대체 왜? '묵령은 검을 허리 뒷춤에 숨기고 암기를 뽑아들어 던졌다.휙휙!비연은 매우 태연하게 자신에게 날아오는 암기를 능숙하게 피하고 있었다. 익숙한 발걸음과 익숙한 몸동작. 묵령에게는 그녀의 움직임의 모든 것이 낯설지 않았다. 어디선가 본 적있는 모습이었다. 하지만 그것을 쉽게 받아들이지는 못했다. 본능이 거부하고 있었다.' 말도 안돼... '묵령은 재빨리 주먹을 쥐고 다시 한 번 묵령보를 사용해 순식간에 비연의 영역 안으로 들어갔다."...!!""윽...!"주먹을 뻗어 공격을 들어가려해도 뭔가 이상했다. 비연의 놀라는 모습이 어디선가... 어디선가...비연은 그런 묵령의 흔들리는 눈빛을 바라보았고, 자신조차 흔들릴까 두려워 더욱 무겁게 입을 떼었다."......멈추지마."비연은 그대로 공중으로 뛰어올라 검을 휘둘러 묵령에게 검기를 쏟아냈다."상아연기(狀牙漣氣)!"한 가닥의 넓게 깔리는 풍압을 담은 검기와 그 뒤를 따라오는 옅은 검기가 연속적으로 묵령을 덮쳤다. 묵령은 놀랄 틈도 없이 계속해서 뿜어져 나오는 초식에 피하기를 반복했고, 그러다 어느샌가 비연은 묵령의 코 앞까지 다가와 시선을 마주했다."다, 당신...!""......"비연은 말이 없었다.퍼억!!"윽!!"묵령은 놀랄틈도 없었다. 속수무책으로 비어있는 배를 허용시켜 버렸다. 비연의 주먹은 묵령의 배를 깊숙이 찔러넣었고 굽어버린 허리와 고통으로 일그러진 얼굴 표정을 보자 그만 마음이 약해져 버렸다."후우..."짧게 한숨을 내쉬며 두 손을 묵령의 어깨에 가져다댔다......' 우리... 다시 만날 수 있겠지? '' 울지마, 령아. 나, 반드시... 반드시 다 나아서... '....비연의 두 손은 묵령을 뿌리쳐 밀어냈다. 거리를 벌린 비연은 마지막 일격을 쏟기위해 오른손에 쥔 검 끝에 공력을 모으기 시작했다.' 천천히 살살... 그리고 검을 뻗으면 이길 수 있겠지? 이정도면 나도 굉장히 강해진 것 같지? '...."상월초검기(狀月超劍氣)...! 어?"휘이이잉....비연의 절초가 검으로부터 뿜어져 나오기 직전에 순간 얼굴에 시원한 바람이 불어왔다.정말 간만에 맞는 시원한 바람이었다. 당문에 도착하고나서 절대로 가면을 벗은 적이 없었는데, 실로 깔끔하고 시원한 바람이 얼굴에 불어왔다. 비연은 상쾌한 바람에 기분이 좋아서 그만 눈을 감고 만끽하기 시작했다."그렇구나... 가면이 벗겨졌구나."묵령은 그 아무도 알아채기 힘든 빠르기로 경공을 펼쳤고, 비연의 가면을 손에 쥔 채 그녀의 뒤로 이동한 후 였다.주인잃은 가면은 이제 더 이상 가지고 있을 필요가 없어졌다.딸그락.가벼운 나무로 만든 가면은 그대로 묵령의 손을 벗어나 더 이상의 필요가 없다는 듯, 청명한 소리를 내며 바닥에 떨어졌다.묵령의 가슴은 두근거렸다.그리고뒤를 돌아보았다.하마터면 잊어버릴 뻔한 얼굴이 묵령을 반기고 있었다. 눈 앞이 흐려졌다. 아무 말도 나오지 않았다. 손은 살살 떨고 있었다. 마치 너무나도 그리운 얼굴을 마주해서 그랬을까? 가슴 속에서 치밀어 올라오는 울화를 가까스로 참아내고 있던 묵령은 비연의 얼굴만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었다."오래... 걸렸지, 령아?""......"묵령은 말이 없었다.엽운상(葉雲裳)은 그저 어색한 듯, 멋쩍은 웃음만 지을 뿐이었다. 그리고 운상은 마치 서로 헤어진 그날로 돌아간 듯한 기분에 괜시리 예전 버릇처럼 말이 많아졌다."히히... 사실 더 보여줄 초식이 많은데... 나 이전보다 엄청 강해졌어. 더 이상 코피 흘리고 다니지 않아. 오라버니가 그러더라? 나 제법 무공에 재능있는 것 같다고? 그래서 내가 점창의 검법에 당문 사형제들의 무공을 보고 외운걸 그대로 검법을 만들었는데 들어봐봐? 이름도 되게 그럴싸해! 들어봐봐?? 당문의 무공과 점창검보를 섞어서 만든 상아(裳兒)의 검법이라고, 당엽운상검법(唐葉雲裳劍法)이라고 이름도 지었......"묵령은 어느새 경공으로 운상의 곁으로 다가와 그녀를 껴안았다."령아......""......"운상은 자신을 안고서 어깨를 자그맣게 들썩이는 묵령을 내려다 보았다. 지나간 세월이 너무나도 길었는지 결국 눈물이 핑 돌아 묵령의 흐느끼는 머리 위에 떨어졌고, 자신을 감싸안은 그녀를 누구보다도 포근하게 안아주었다. 너무나 간만의 재회였기도 했고, 당문이 멸문하고 모두를 잃어 정신적으로 힘들었을 묵령의 등을, 과거에 묵령이 그리했듯 운상이 토닥였다.참으로 길고도 먼 길을 돌아왔다. 이렇게나 가까웠지만 서로를 붙잡지 못해 수십, 수백 번의 시간을 거슬러 이제서야 만나게 되었다.인생의 덧없고 연기처럼 소리소문없이 사라지는 부평초를 그린 한 폭의 풍경화에는 어느새 작은 난초가 한 조각의 작은 부평초를 예부터 지금까지 포기하지 않고 붙잡고 있었다. 풍경화는 마른 바닥에 곱게 곱게 잘 펴져 햇살 아래에서 따스하게 말라 더 이상 흩어지는 일이 없었다.어린 소녀였던 둘은 어느샌가 자라나 두 손을 잡고 기쁜 얼굴로 서로를 마주하며 드디어 만났으니, 남은 인생동안 영원히 친구로 남을 수 있었다.끈기가 강한, 붉은 실에 엮인 인연은 남들이 덧없고 흩어지는 운명의 부평초라 하여도 결코 이 둘의 사이를 끊어놓지 못했다.익살스럽고 장난스러운 운명은 그녀들을그렇게.다시 만나게 해줬다.
월영전(月鍈傳) (35). 끝.
이야기 완급 조절이 어렵습니다. 전 역시 아마추어...
이야기를 다시 보니 굉장히 판타지 스럽네요. 이게... 무협?
이미 만들었으니 이리 컨셉잡고 가렵니다.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정진하겠습니다.
* 저는 연재소설 게시판에서 개인작을 쓰고 있습니다.
https://ruliweb.com/family/212/board/300068 (연재소설 게시판)
https://ruliweb.com/family/212/board/300068?search_type=member_srl&search_key=574330 (모음)
개인작과 활협전 팬픽을 번갈아 연재중 입니다.
링크 남기니 관심 부탁드려요!
* 개인소설은 지금, 프롤로그부터 살짝 살짝 리모델링 중입니다.
수정하고 있으니 당분간 망우협려전하고 병행 연재합니다.
* 마이피도 운영을 시작했습니다. 천천히 내용물들을 마이피에
옮길 예정이니 관심 부탁드려요!
마이피에는 자작시도 쓰고 있습니다!
https://mypi.ruliweb.com/mypi.htm?nid=574330
정진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