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휴가기간과 활협전하는 기간이 겹쳐서 일주일을 쉬었습니다.
역시 활협전은 재밌어요... 매번 내 가슴속을 휘저어요...
조울증 온거같이 막 좋다가도 슬픈 마음이 요즘 막 드네요.
여튼 서두는 이만하고... 이전에 말씀드렸다시피 활협전을 벗어난 독자노선을 확실하게 가도록 하겠습니다.
저는 연재소설 게시판에서 개인작을 쓰고 있습니다.
관심 부탁드려요~
https://ruliweb.com/family/212/board/300068 (연재소설 게시판)
https://ruliweb.com/family/212/board/300068?search_type=member_srl&search_key=574330
링크 남깁니다!
월영전은 루리웹 활협전 게시판에서만 연재되고 있는 2차창작, 팬픽입니다. 본작의 스토리에서 따와 개인이 만든 것이니 본작과는 아무런 연관관계가 있지 않습니다. 별개의 작품입니다. 월영전은 활협전이 아닙니다.
저는 활협전의 본 스토리를 존중합니다.
계속 정진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
묵령은 묵묵히 그녀들의 대련을 지켜보고 있다. 차갑고 뜨거운 기운이 퍼져나오면, 반대쪽에서는 그것을 더욱 강한 기운으로 반사시키는 양상이 펼쳐졌다. 비파를 튕기는 음파가 들려오면 살짝 꺼림칙한 기분이 들었지만, 그나마 조절해서 이정도라는 것을 감안한다면, 위국이 부족한 내공대비, 엄청난 무공을 펼치는 중이라 생각되었다.
저벅. 저벅.
"......"
출처를 알 수 없는 발소리가 묵령의 뒤편에서 들려왔다. 하지만 묵령은 뒤돌아보지 않는다. 묵묵히 대련장을 흐린 눈으로 바라보고 있다. 옆에서 그녀를 지키던 조운은, 아무런 말없이 쳐다보는 상대를 보고 어쩔 줄 몰라했지만 묵령의 차가운 손짓에 잠시 자리를 비울 수밖에 없었다.
조운은 고개를 숙여 그녀에게 인사를 하고는 자리를 서둘러 떠났다. 대회장에는 갖은 무공과 격한 싸움의 소리가 쩌렁쩌렁했지만, 묵령을 포함한 둘이 머문 자리에는 고요함 만이 가득했다.
가면이 떨리며 묵령에게 한마디가 건너갔다.
"그..."
들렸지만 들리지 않았다. 가면은 묵령이 아는 그녀가 아니었다.
"......"
"......"
침묵과 고요함이 그녀들을 감싸는 것이 최선이었다. 당장에라도 무슨 일이라도 생길 것 같지만, 익숙하지 않다. 심장소리가 너무나 격렬하지만 서로에게 들리는 것은 대회장의 소리 뿐이었다. 가면은 표정이 보이지는 않지만 망설임이 가득했다. 알 수 있었다. 묵령이 가면을 줄곳 쳐다봐서 안 사실이었다. 미세한 떨림이 가면에 의해 머리카락까지 전달되고 있는 것을 눈으로 볼 수 있었다.
"본녀에게 볼 일이 있으신가요?"
심장이 멎는 듯 했다.
꾸우욱.
주먹에 자신도 모르게 힘이 들어가 쥐어버렸다. 힘이 들어간 것이 대놓고 부들부들할 정도였으니, 가면은 크게 긴장하고 있음을 짐작할 수 있었다. 묵령은 그녀의 떨림에 지난 날을 회상하고 있었다.
"저에겐 아주 친한 친구가 있었습니다. 제 인생, 하나 뿐이었던 아주 친한 친구가요. 그녀는 할 말도 다 하고, 장난이란 장난에는 도가 튼, 제 인생에서 두 번은 볼 수 없었던 친구였지요."
가면의 시선은 어느새 땅으로 향해있었다.
"저에게 언제나 솔직 담백하게 이야기하고는 울고 웃고를 했지요. 그런 아이는 처음이었습니다. 저는 오로지 그녀가 잡은 손에 이끌려 다닌 것이 전부였고, 웃어도 같이 웃고, 울어도 같이 울고, 꾸중을 들어도 같이 꾸중을 받는, 그런 친구였습니다."
가면은 그저 경청할 뿐이었다.
"그녀에게는 병이 있었습니다. 주변의 용하다는 의원님의 약으로 연명하다가 이사형인 당쟁 사형 덕분에 그나마 진전이 있었지요. 피를 토하고, 현기증으로 쓰러져도 억지로 쓴 약을 마시며 어떻게든 나으려고 했지만, 너무 어려웠지요. 그러다 엎친데 덮친격으로 광주의 당문을 자칭하는 배신자들에 의해 아버지께서 쓰러졌습니다. 동시에 이사형은 배신을 하여 도망쳤구요."
묵령은 말을 하다가 그날의 충격이 떠올라 고개를 떨궜다. 그녀의 눈동자는, 소나기가 그쳤지만 안개가 자욱한 회색빛 세상처럼 뚜렷하지 못하고 흐릿했다.
"절망적이었습니다."
가면도 그녀의 이야기에 가슴이 철렁내려 앉은 듯 무거웠다. 어느새 자신도 모르게 몰입해버려 떨리던 손이 겨우 서서히 펴지기 시작했다.
"친구의 병이 완치의 마지막 단계라는 사실을 알았을 때는 기분이 천상에 떠오를 듯, 너무나 좋았습니다. 마치 몸에 선녀의 날개옷을 입은 듯 가벼웠고, 평소보다 경공을 놀리는 발걸음이 신기하게도 바람 위를 걷는 듯 했습니다. 하지만 '그날' 이후로 모든 것이 무너졌습니다. 아버지는 사경을 헤메이고, 이사형이 배반했다는 부군의 절규에 지탱하고 있던 모든 것이 깨져 버렸습니다. 그리고... 어느 날 친구의 오라버니이신 소협께서 오셨습니다."
묵령은 입술을 굳게 깨물었다. 그날을 떠올리기가 너무 고통스러웠다. 하지만 이야기 하고 싶었다. 가슴 속에 응어리진 혼자만의 고통을 나누고 싶었다.
' 동생의 병이 악화되고 있습니다. 본협은 이만 그녀의 병을 고치기 위해 길을 떠나야 할 것 같습니다, 당 소저. 미안합니다. 그간 당문에서의 보살핌은 평생 잊지 않겠습니다. 본 모도 부디 장문인께서 깨어나시길 빌겠습니다. '
꾸우욱.
묵령의 주먹은 어느새 힘이 들어가 그날의 상황을 분노하듯 부들부들 떨며 쥐었다.
"올 것이 왔었습니다. 이사형의 부재는 그녀에게 겉잡을 수 없이 컸고, 피를 토하고 기절하는 횟수가 날이 갈 수록 늘어감에 따라 고통스러워하는 친구의 얼굴을 뒤로 한 채, 엽 소협의 이야기를 따를 수 밖에 없었습니다. 뭐라고 할 말이 없었습니다. 붙잡자니 계속해서 고통스러울 것이 당연했고, 보내자니 그녀를 다시는 볼 수 없을 것 같아 마음이 혼란스럽고, 가슴에 대말뚝이 박힌 듯 아프고 답답했습니다. 그녀를 고통 속에 두기 싫었습니다. 진작에 의술을 배우지 못한 것을 한탄했지요. 본녀가 어리석었습니다. 그저 의지할 줄 밖에 모르는 자신이 원망스러웠습니다."
힘을 주던 주먹은 어느새 스르륵 풀려 손끝은 땅바닥을 향하고 있었다.
"안부를 묻는 편지를 보냈지만 기별조차 없었습니다. 하루하루를 무엇을 하며 지낼까...라는 생각으로 가득찼고, 어느덧 오늘까지 왔습니다. 그녀는... 운상(雲裳)은 정말 죽은 것일까요?"
묵령은 가면을 흐린 눈으로 쳐다보았다.
"당신은 누구십니까? 누구신데 상아(裳兒)를 따라하시는 거죠? 어째서 당신에게 상아가 비쳐보이는 거죠? 어째서?"
가면은 말이 없다. 그러나 묵령의 마지막 말에 떨군 시선을 조심스레 그녀를 향하고는 가면을 잡고 다가갔다. 묵령은 가면을 조용히 응시했다.
그리고 한마디를 남긴채 그녀를 뒤로하고 유유히 바깥으로 나갔다.
"이 대련대회의 끝에, 완벽한 몸 상태로 다시 한 번 대련을 청합니다. 부탁드리겠습니다. 그 때, 제 모든 것을 밝혀드리겠습니다."
.
.
.
.
.
"비연, 당신은 대체 누구인 거야... 어째서..."
ㅡㅡㅡㅡㅡㅡㅡㅡㅡ
화려하고 격한 기운과, 미려하고 부드러운 기운이 한데모여 태풍을 이루니, 이것이야말로 진풍경(珍風景)이다.
뜅!
위국의 가녀린 손가락으로 긁은 비파의 현이, 짧게 튕김과 동시에 날카로운 풍압이 우소매를 향해 쏘아진다. 우소매 역시 그것을 보고 경공을 사용해 아슬아슬하게 피해냈다.
우소매가 손을 들어 허리 뒷춤에서 암기를 쥐고 그대로 집어던지자, 위국은 재빨리 비파를 양손에 쥐고 휘둘러 암기가 가려던 길을 끊어버린다. 우소매는 그 짧은 찰나에 위국의 근처까지 다가와 공력을 담은 손을 펴고 뿜어낸다.
"!!"
콰아아아아!!
뜨겁게 타오르는 굵직한 열장이 위국을 덮쳤다.
티리링
가볍게 비파의 현을 튕기니 맑은 음색이 무지개가 흩뿌리는 비단의 색처럼 다채롭게 퍼져나갔고, 자신을 주변으로 감싸 그녀의 강고한 작열을 그대로 퍼뜨려 와해 시켜버렸다. 자신의 공력을 마치 부드럽게 흘려보내는 위국의 철비파공의 신기에 더욱 미소를 감출 수가 없던 우소매.
' 재, 재밌어... 이게 바로 현공문의 장문인이라는 거야? 내력이 종지그릇에 담긴 물 양 만큼이나 적을텐데 비파에 내력을 싣는 것이 얼마나 효율적인 거지? 저게 진정 철비파공(鐵琵琶功)의 진수라는 거야? '
위국도 미소를 띄며 우소매를 쳐다보았지만, 그녀 역시 긴박한 상황이라는 것은 마찬가지였다.
' 소매를 속이기 위한 것이라지만, 이제 슬슬 미소 짓는 것도 버거워. 내력이 완벽하게 돌아오지 않은 것이 맞긴하구나. '
튕!
짧고 굵게 비파가 울려퍼졌다. 위국은 짜릿하게 울려퍼지는 음결을 따라 비파에 내력을 심었고, 비파의 목을 붙잡고 마치 몽둥이를 휘두르려 하는 자세를 잡았다.
' 철비파(鐵琵琶)의 형(形). 현공비격세(玄功琵擊勢)! '
우소매는 본격적으로 들어오는 위국의 손놀림에 두 팔을 겹쳐 내려쳐지는 비파를 막았다.
투쾅!!
"윽!! 무, 무게감이...?!"
그저 내력을 실어 내리쳤을 뿐인데 사방으로 비파의 둔탁하고 무거운 파동이 울려퍼졌고, 우소매의 청력기관을 뒤흔들며 가벼운 뇌진탕을 일으켰다.
"우욱...!!"
급격히 속이 울렁거림을 느끼고 헛구역질이 나올 정도로 타격을 받았고, 가벼운 두통마저 우소매를 감쌌다. 위국은 고통스러워하는 우소매의 겹쳐진 두 팔을 가볍게 즈려밟고 공중으로 뛰어올라 다시 비파를 고쳐잡았다.
' 철비파(鐵琵琶)의 형(形). 현공비연세(玄功琵演勢)! '
그리고는 비파의 현을 비단을 어루만지듯 여러번 튕겨 미려한 음색을 흩뿌렸다.
"현어봉음곡(玄魚封音曲)."
비파의 음색을 따라 그 끝으로 음파가 모여 구슬같은 형상이 바람을 찢으며 나타나기 시작했고, 그것은 주변의 공기를 극한까지 끌어모아 요동치기 시작했다.
휘오오오오!!
휘몰아치는 바람에, 힘겨워하는 우소매마저 그것에 빨려들어가기 시작했고, 속수무책으로 어지러움에 정신을 빼앗겨 눈만 겨우 뜨고 그 광경을 지켜볼 수 밖에 없었다. 바람을 부려 비파의 음을 퍼뜨리고, 파동을 일으켜 강고한 기운으로 전신을 감싸면 무적의 거울이자 방패막인 철비파공의 진수를 당해내는 데는 익숙치 않는 우소매였다.
"현공문 사제들은 이정도로 심오한 내력을 부릴 줄 몰랐는데, 과연 일자전승 무공에 쌓인 세기의 정수가 이토록 맑고 강고한 것이었다니... 괜히 장문인이 아니구나. 하지만 철비파공은 분명 한번 빼앗겼을 터인데, 이토록 강력하다니. 대체..."
우소매의 의아함은 비단 그녀만 느낀 것은 아니었다. 위국도 분명하게 이상하다고 느끼고 있었다.
' 처, 철비파공의 내력을 빼앗긴게 맞는 건가? 이거 어쩐지 본녀의 내력만 부족할 뿐이지, 위력은 이전 그대로인거 같은데? 철비파공 비전서에 내가 놓친게 있는 것인가? '
우소매는 당연히 사실을 알지 못 했고, 이는 의외로 위국도 마찬가지였다. 내력이 얼마 회복되지 않은 빈 껍데기의 몸 일텐데, 교묘하게 적은 내력을 효율적으로 사용이 가능했다. 사실, 철비파공에는 일자전승의 족쇄가 한가지가 존재했는데, 내력을 빼앗긴다고 한들 철비파공의 내력은 본능적으로 장문인의 곁을 지켜 스스로가 보전이 가능하다는 것이었다. 일자전승의 과정을 밟지않고 강제적으로 가져간다면 내력만 뽑혀나갈 뿐, 스스로가 봉인하기에 이르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 봉인이 이번 욱죽의 힘과 동화하여 풀려버린 것이었으니 언제고 회생이 가능한 영역이었다. 그것을 깨닫지 못한 위국은 의아할 뿐이었다.
' 신기하구나. 본녀의 내력이 이리도 쓸만했었다니. 하지만, 여전히 내력은 부족한게 사실이야. 앞으로 두 세번의 무공이면 바닥나겠어. '
위국은 생각하는 것을 뒤로한채 현어봉음곡의 기운이 가득찬 것을 확인하고는 짧게 튕겨지는 비파의 현과 함께 소리쳤다.
"파(破)!!"
휘오오오... 콰아아아...!!!
"꺄아앗!!"
현어봉음곡의 기운이 위국의 외침에 깨지면서 서서히 돌개바람이 소용돌이쳐 우소매를 덮쳤고, 그대로 그녀를 저 멀리 튕겨내버렸다. 속수무책으로 빙글빙글 돌아 지면에 다리 끝부터 떨어져 자세가 잡기가 버거웠다. 우소매의 발목이 충격에 부들부들 거렸지만 아주 움직이지 못 할 정도는 아니었기에 곧바로 이를 악물고 지면을 박차올랐다.
"드, 등운답(騰雲踏). 망월(望月)!"
통증이 남아있는 발목을 가볍게 흔들고 허공을 딛으며 곧장 위국이 있는 곳으로 경공을 펼쳤고, 이제 얼마 남지 않은 내력에 창백해진 그녀의 메마른 미소가 눈에 띄었다. 하지만 대련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우소매는 번개같이 손을 내질러 뜨거운 열기를 담은 공력을 위국에게 뿜어냈다.
"화도난장(火導爛掌)!"
투콰아아!!!
"윽! 소매, 너!"
위국은 잠시도 쉴틈없이 다가오는 우소매의 반격에 비파를 방패삼아 막아냈다. 겨우 막는가 싶더니, 우소매는 음파공을 어떻게든 피하기 위해 달라붙을 필요가 있었다. 위국은 현어공답(玄魚恭踏)하여 피하기 바빴고, 공격과 경공을 섞어 뛰어드는 것이 우소매가 할 수 있는 최선이었다.
설산무공이 차가운 냉기와 열기가 뒤섞여 뿜어내는데 남들이 보건데, 이질감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우소매를 보다가 대견스럽다가도 알 수 없는 생각에 미간이 찌푸려지는 듯한 하후란은 복잡한 마음 뿐이었다. 팔짱을 낀채 손가락이 가만히 있질 않는 그녀를 보자 제자 소천이 물었다.
"사부님, 혹시 불편한 것이라도...?"
"아, 아니다. 소매가 잘 싸워주는구나. 기특하군. 기특...한데... 이 장면을 이런식으로 마주할 줄은..."
그녀의 마음을 헤아린 듯, 소천이 머슥하게 웃으며 말했다.
"헤헤... 역시 설산무원화인공(雪山霧源火人功) 이라니. 좀 이질감이 들기도 하지만, 그걸 넘어서 경악스럽기까지도 하네요."
"......그건 무슨 말이더냐?"
"사실 그렇잖습니까? 설산무원공(雪山霧源功)에 스스로가 화인(火人)이 되어 뜨거운 기운과 차가운 기운을 뒤섞다니 말이죠. 이질적인 둘의 기운이 합쳐져 강렬하게 눈앞에 펼쳐지니 괴리감도 같이 딸려오는게 의미심장하네요. 게다가 그걸 더욱 심화시켜서 오히려 극과 극의 상성을 음양결(蔭陽結)이란 경지로 극복하고... 설산심심결(雪山沁深結)과도 궤를 달리하니 이게 과연 설산의 정수가 맞는지가 보기만 하기에는 제자는 의문이 들긴합니다."
하후란은 소천의 느낌을 듣고는 어찌 답문을 해야할지 고민이 되었지만 곧바로 핵심을 찌르기 시작했다.
"설산무공의 모든 것은 설산심법으로부터 뿌리내려 가지가 퍼져 진화하는 것이 기본이다. 설산심법은 냉기가 근본인 심법이지. 평소에도 우리는 주변 공기를 응결시켜 기운을 폐 속으로 끌어모으지 않겠느냐?"
무언가 자신이 놓치고 있는 것이 느껴진 것인지, 소천은 스승의 설명에 귀 기울이기 시작했다.
"그야 그렇습니다만, 제자가 놓친 가르침이 있을까요?"
하후란은 소천의 그런 행동에 귀여워서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을 이었다."
"설산파의 무원공(霧源功)은 말그대로 냉기로 발생한 차가운 안개의 힘이 근원이지. 공기에 냉기를 더해 그것을 응결시킨, 무수히 작은 물방울을 일으켜 안개를 이용한 정수가 무원공이니라. 이건 너도 잘 알고있지 않더냐?"
"그, 그렇지요. 그렇지만 소매 사제께서 펼치는 화인공은..."
"무원화인공(霧源火人功) 역시 근원(源)은 안개(霧)이다. 보거라. 냉기와 열기가 맞부딛혀 증기를 뿜어내지 않느냐? 증기라는 것이 비록 뜨거운 기운이 서려있긴 하지만 안개(霧)라는 단어에 더욱 부합하지 않더냐? 그러니 딱히 우리가 쓰는 무원공과 다를 것은 없다. 나도 이런 사례는 지난 날 소천, 너와 소매의 대련 이후로 처음 본다만, 역시 다시 생각해보니 설산의 근본을 잃지 않은 것이라면 화인공도 비로소 설산의 무공이라고 보여지는 구나."
소천은 스승의 이야기에 그저 근원적인 부분을 한번 더 생각하게 되었다. 애초에 설산파는 냉기에 기초를 가지고 있었지만 무원공이라는 이름이 그저 냉기만을 말하는 것은 아닐 거라고 되짚었다. 안개(霧)는 일반적으로 비온 뒤 자연적으로 퍼지는 수증기다. 설산파 무공의 시작은 냉기가 뿜어내는 냉연(冷煙)이 정석이지만 이는 착각하기 쉬운 것이었다. 원론적으로 안개가 있는 그곳이야말로 설산파의 진수이자 절대영역인 것이었다.
"단지 설산의 기운이 차가움 이라고만 치부해버리면 무원(霧源)이라는 이름이 그것에 집중되어 변질되기 쉽지. 소매는 오히려 본론을 잘 파고든 편이라 보이는 구나. 설마 분심화인을 이렇게 사용하다니... 임시방편이라 생각했거늘, 오히려 무원공의 진리로 파고들어가 자신의 무기로 만들어버리는 것은 타고난 기지 인것인가? 신기하군. 그나저나..."
이제는 위국에게로 시선이 넘어갔다. 진땀을 흘리며 우소매의 공격에 어떻게든 대응하는 것을 보고는 더욱더 생각이 많아졌다.
"현공문 장문인의 자리는 허투루 있던 것이 아닌 것은 확실하군. 과거, 호연국과 놀랄만큼 닮았다는 것 빼고는 오히려 더 강고한 기운이 가득하다. 그 염라생도 책벌레였건만 무공의 견고함은 남들 견줄 정도는 아니었는데, 이건 그를 이미 뛰어넘은 것 같군. 내력만 완벽하다면 철지성녀(鐵之成女)라는 말이 그녀를 말하는 이명이 되겠지."
"스승님, 그런데 그 염라생이라 하심은...?"
하후란은 소천의 말에 하늘을 쳐다볼 뿐이었다.
"뭐, 됐다. 지난 일이 떠올랐구나. 염라생을 떠올리자니 그녀가 떠오르지만 뭐, 잊어야지."
그리고는 위국을 쳐다보았다. 하후란은 자신도 모르게 손을 무언가를 쥐는 듯, 꼼지락 거리자 소천이 그 모습을 보고는 조심스레 강골산을 넘겨주었다. 소천이 눈 앞에 보여주는 강골산을 보고는 나지막히 쓸쓸한 미소를 띄며 바라볼 뿐이었다.
"후후. 괜찮다. 이젠 호연국이 아니라 위국이면 충분하구나."
"스승님..."
"이미 지나간 과거다. 그녀를 놓아줘야지. 나도 한발짝 앞으로 가야겠구나."
투확!
입가에 증기를 뿜어대며 위국을 향해 돌진하던 우소매에게 갑자기 알 수 없는 음파가 머리 속을 강타하며 그대로 굳어버렸다.
"윽...?! 뭐, 뭐지? 시, 시야가 점점 사라져...? 우욱...! 가, 갑자기 다시 헛구역질이...??"
.
.
.
.
.
.
비파의 음색이 대회장에 짙게 깔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나지막하게 우소매의 귓속에 위국의 평소와는 다른 섬뜩한 목소리가 들려왔고, 안개처럼 천천히 꺼져가는 시야에 결국 천천히 떨어지는 식은 땀과 발걸음이 지면에 굳어버렸다.
.
.
.
.
"현현일파곡(玄玄日破曲). 제 일장(一章). 적귀난여음(赤鬼亂呂音)."
비파의 음색에 흘러가던 현의 파동이 그대로 우소매를 향해 퍼져 그녀의 고막을 건드렸다. 순간, 그 소리에 사방이 어두워졌고 아무것도 볼 수가 없었다. 너무 놀란 우소매는 그대로 자리에 굳어 주변을 살핀다고 고개를 돌렸지만 시야에는 온통 새카만 세상만이 반기고 있었다.
"뭐, 뭐야?? 시, 시력이 차단당했다고?? 우욱...! 토, 토할 것 같아... 욱...! 어, 어지러워... 전정기관을 건든건가...?"
그때 전음술(傳音術)을 사용한 위국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 적귀는 어두운 세상을 좋아한다. 모두가 눈을 뜨고 있으면 붉은 원혼이 튀어나와 당신의 두 눈을 먹어치우리라. ]]
"무, 무슨 이야기야?? 이, 이래서 음파공이 싫어...!!"
[[ 현현일파곡(玄玄日破曲). 제 이장(二章). 원혼지오곡(怨魂地汚哭)... 아앗...! ]]
위국의 놀라는 목소리가 전음술에 의해 울려퍼졌다. 방금전까지만 해도 섬뜩한 목소리가 들려왔는데 무슨 일이라도 난듯 놀라는 목소리가 뒤섞여 헛구역질을 하면서도 의아함을 보이는 우소매였다. 잠시 뒤, 우소매의 시야가 서서히 돌아오기 시작했고 어둠을 뚫고 들어온 밝은 햇살에 눈쌀이 찌뿌려져 적응하기 시작했다.
"끄으으응... 무슨 일이에요? 구, 국 언니?"
"아... 하하. 내력이 다 떨어졌어. 이제 서있는... 게 전부...야......"
위국은 그리말하고는 지쳐서 앞으로 쓰러져버리고 말았다.
"구, 국 언니!?"
우소매가 놀라서 그녀에게 다가갔고, 이를 보고 뒤 따라서 양유시가 달려와 위국의 위중을 살펴보았다.
"괜찮습니다. 내력이 없는 상황에서 갑자기 큰 기술을 사용해 지치신 겁니다. 의식은 있으시죠, 위 소저?"
위국은 겨우겨우 입만 열어 답할 뿐이었다.
"헤... 괜, 괜찮습니다... 어, 어땠어? 소매?"
소매는 안도의 한숨을 쉬며 그녀의 말에 답했다.
"후우... 마지막에 음파공은 진짜 위험할 뻔 했어요. 이래서 음파공을 사용하는 사람들을 주의해야 한다니까... 우욱... 아직도 헛구역질이..."
"후후. 잘봤다. 불초제자 소매."
하후란과 번소천이 둘을 확인하러 달려나왔다. 우소매가 머리를 긁적이며 헛구역질이 나오는 입을 가리며 둘을 반겼다.
"욱! 자, 잘 보셨어요?"
"굉장했었어요! 소매 사...제! 화인공의 진수를 멀리서 다시보니까 다시 한 번 대련해보고 싶어졌어요!"
"윽... 소천 사매, 나도 다시 소천 사매의 무원공과 싸워보고 싶네요. 그리고 스승님의 설산심심결과도 대련해보고 싶긴하지만, 오늘은 그럴 수 있을 지가 문제네요."
"후후. 슬슬 오시(午時)란다. 식사시간이 있을 법한데..."
그때 뒤에서 묵령과 사사형 당유원이 그녀들에게 다가왔다.
"네. 오시이니 이제 식사 하시고 휴식을 갖고자 합니다. 아침시간동안 고생 많으셨습니다."
"당문 상회가 식사를 마련했으니 다들 많이들 잡숫고 보양하시오들! 대회의 관람자들에게도 식사를 마련했으니 쉬는 시간을 가집시다!"
대회장은 다시 시끌벅적해지기 시작했고, 모두가 휴식과 더불어 식사시간을 가지게 되었다.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당포의... 그대..."
즐거워야 했을 터인 식사시간에 기다렸던 소식을 그의 입으로 접하게 되었다. 그다지 좋은 소식은 아니라서 잠시 침묵이 돌았지만, 분위기를 망친 것 같아 뻘쭘한 당포의였다. 애써 웃어보며 말을 꺼내보지만 분위기가 무거워진 것은 어쩔 수 없었다. 그럼에도 누군가는 입을 열고 말해야 했다.
"어허! 그래도 아직 괜찮소. 우리가 쳐들어가려는 곳에 방법이 있을 것이오. 그들은 극락의 무리들이니 내가 찾고자하는 것은 필히 그곳에 있을 것이오."
용상이 당포의의 옷자락을 잡아당기며 걱정을 표했다.
"당포의, 허나 그것을 찾지 못한다면... 그대는..."
"반드시 괜찮을거요. 극락교주 이인우가 그곳에 있다면 분명히 방법을 찾을 수 있을거요. 비록 추측이긴 하지만... 그사람 역시 구전윤회하여 되살아난 작자 아니겠소? 방법은 분명히 있을 것이오."
어떻게든 이 자리를 빛내려 말하고 있는 당포의의 손목을 양유시가 잡고 맥을 확인하고는 고개를 저으며 한마디를 꺼냈다.
"구전윤회의 맥은 당 비협께 들어서 그 원천은 알겠으나, 확실히 그것의 힘이 약하게 뛴다는 것을 느낄 수 있습니다. 어째서 반쪽짜리 구전윤회라고 하는지 알 것 같군요. 비협께서는 살아있지만 살아있지 않은 몸 이십니다. 이런 경우는 본녀도 처음이라 난감스럽군요."
"부인... 그럼 대사형은..."
양유시는 고개를 저으며 불가능을 시사했다.
"본녀도 어쩔 도리가 없습니다. 송장을 진료한다니요. 해부해볼 수는 있겠지만, 치료는 불가합니다. 심장이 뛰고있는 것 조차 대사형께서는 기적의 영역에 계신 것 입니다."
"해, 해부? 무서운 소리를..."
당포의가 설명한 자신의 상황은 그리 좋지 못했다. 과거 극락좌사를 토벌하고 얻은 구전윤회의 서는 마지막 부분이 소실된 상태였다. 비록 죽은 상태에서 윤회하여 몸이 제 기능을 찾았지만, 꾸준히 관리해야 하는 부분을 알 도리가 없어 그의 신체는 반 송장인 상황이라 할 수 있었다. 그래서 내력을 사용하면 할수록 억지로 뛰고 있던 심장에 무리가 오던 상황이었다.
"대사형..."
묵령이 자그맣게 걱정섞인 목소리로 그를 불렀다.
"소사매까지? 괜찮다니까? 대사형은 죽지않아. 이번에는 정말 죽지않을 거야. 다른 것은 모르겠지만, 이제 곁에는 용 소저도 있으니까. 어떻게든 살 방법을 모색할 거야. 그렇지요, 용 소저?"
"......"
그렇게 자신감 있게 이야기를 한다 하더라도 있던 걱정이 사라지는 법은 없었다. 현실이라는 무게는 그렇게 가볍지 않았다. 악착같이 살아 돌아왔지만, 아직까지 뾰족한 수가 없다는 것은 분명했다. 그 말대로 무작정 부딪히는 것 말고는 방도가 없는, 그저 막연한 계획일 뿐이었다. 불확실성의 의미 없는 아우성일 뿐이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한 걸음, 내딛을 수 밖에 없다. 고민이 가득한 자리에서 갑자기 사내의 목소리가 들렸다.
"당 비협 대사형의 말씀이 지당하십니다! 우리는 분명히 극락 무림맹을 부수고 당 장문대리인의 부군, 그리고 혼돈 속 무림계에 광명을 되찾을 것입니다! 그렇지 않습니까? 우리는 무림인입니다. 강호의 평화를 추구하고 균형을 모색해야 하지요! 그리고 비협의 신체도 구조할 것입니다! 말씀대로 방도가 있을 것입니다! 확신합니다!"
그때 당포의를 전폭적으로 지지해 준 것은 다름아닌 모용비였다. 그의 자신감 넘치는 외침에 다들 당황해 했지만 가슴 속에 미세한 불꽃을 지피기에는 충분했다. 그의 옆에 있던 팽소월은 그를 아주 잘 알고 있었기에 눈을 감고 암묵적으로 지지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당포의는 다행이라고 생각한 듯, 다시 얼굴에 생기가 돌기 시작했다. 모두들 하나같이 걱정 가득했지만 그의 자신감 넘치는 얼굴표정에 무언의 안도의 한숨을 쉬고는 먼저 입을 연 것은 당문의 소사매, 당묵령이었다.
"맞습니다. 대사형의 언행은 매번 가볍고, 별것 아닌 것에 가깝지만 말이지요."
"소, 소사매. 너..."
그녀가 당포의에게 당한 지난 날이 불현듯 머리속을 스쳐 지나갔지만 무작정 그렇지만은 않았다. 자신의 부군이 외성사제인데도 불구하고 친구처럼 대하며 알게모르게 도움의 손길을 주고 보살펴준 것에 나름 고마움을 가지고는 있었다. 본인은 그저 공중을 날아다니는 축국의 공 신세가 되어버린 쓰라린 과거가 있었지만, 이제는 부군의 일을 생각한다면 그것은 그저 아무 것도 아니었다. 언제나 덤벙거리며 사고를 안고다니는 대사형이었지만, 그는 부군의 뒤를 항상 지켜주던 버팀목이었다. 그 사실을 당문 지붕위에서 지켜보고는 늘 고마워하고 있었다.
"본녀는 부군을 더불어 대사형도 잃지 않을 것입니다. 그 누구도 잃지 않을 것입니다. 할 수 있는 최소한의 방법이 눈앞에 있는데 돕지 않을 수는 없습니다. 만약 죽는다고 해도 지옥 끝까지 가서 그 영혼을 취해 가져올 것입니다. 본녀는... 꼭 그럴 것입니다. 그러니 모두들 힘을 보태주시기 바랍니다. 우리가 비록 거대한 무림맹 앞에 작은 미물일지언정 모두의 힘을 모아주었으면 합니다. 작은 균열이 있다면 그것을 꿰뚫고 나갈 힘을 보태주시길 청합니다. 부디."
당포의는 묵령의 말에 그저 고마울 뿐이었다.
' 소사매... 분명 몇 년 전만 해도 아직 말 수도 적고, 수줍기만 하며, 동문 사형제들에게 보살핌 받는 작고 어린 소녀일 뿐이었건만. 점점 성정이 강해지고 곧은 기개는 날이 갈수록 장문인을 닮아가는구나. 키도 좀 컸나? 그나마 입에 욕을 달고 있진 않아서 다행이지만, 그 여리던 꼬마가 이토록 성장하다니... 장문인께서 보신다면 기특해하시겠군. 나도 감개무량하다는 것을 다 느끼는군. 나이도 얼마 안 먹었건만... '
그자리에 있던 모두가 묵령을 바라보았다. 용상, 하후란, 번소천, 당포의, 당유원, 엽운주, 양유시, 위국, 우소매, 욱죽, 상관형, 조운, 모용비, 팽소월. 그리고 비연.
"부디 힘을 부탁드리겠습니다."
묵령의 공손어린 목소리와 몸짓이 그자리의 모두를 마음먹게 만들었다.
자신들의 다짐을 뒤로한 채 식사 이후의 일정으로 하후란이 입을 열었다.
"그나저나 이후에는 다들 체력이 괜찮으십니까? 의외로 체력을 많이 쓴 모양인지라 여부나 한번 들어보는건 어떻겠습니까?"
당포의를 제외한 나머지는 몸 상태는 괜찮았다. 당포의는 눈치를 안보고 일단 바로 참여하려 손을 들까 했지만 용상이 그의 손을 억누르고 있었다. 송장의 완력으로는 그녀를 이기지 못했다. 용상은 기절의 후유증이 있었는지 포기를 선언했다.
모용비가 고개를 돌리며 자신의 상태를 확인했지만 본가에서도 몇번 없던 대련에 피곤함이 그리 쉽게 사그러들지 않은 모양이었다. 팽소월이 그를 쉬라 하자 만족의 미소를 띄며 기지개를 펴고 그녀의 허벅지를 베개삼아 누웠다. 그녀가 말없이 모용비의 머리를 쓰다듬자 당포의가 그를 보고는 따라하려 용상을 봤지만, 그녀는 얼굴을 붉힌채 그의 얼굴을 밀어버릴 뿐 이었다. 그들이 그러거나 말거나 소월은 힘이 남아 더 할 의향이 있었으니 대진을 기다리기로 했다.
위국은 본인의 내력회복과 상관형, 당유원, 조운과 함께 당문 운영에 관하여 의논하며 내실정리에 무게를 두기로 했고, 욱죽도 모두의 무기를 수리하고 벼리는 것에 도움을 주기로 했다.
엽운주는 모용비와 진지하게 겨뤄보고 싶었으나 그가 빠지자 흥을 잃었었다. 그리고는 같은 검을 사용하는 팽소월과의 대련을 자연스럽게 생각하게 되었다. 이전 용상과의 시합에서 보았던 힘을 흘리는 방법을 생각해보니 제법 해봄직 할 것이라 여겼고, 둘의 시합이 가장 먼저 성사되었다.
번소천과 우소매는 하후란과 스승과 제자 간의 대결을 하고 싶었다. 하후란은 자그맣게 웃고는 제자들에게 조건을 내걸었다. 제자들은 한꺼번에 자신과 싸우며 무원공 만을 사용할 것. 자신은 설산심심결(雪山沁深結)을 사용하겠으니 각오를 다질 것을 염두했다. 하후란 역시 내력이 완벽히 돌아온 것이 아니라 모두가 심심결의 사용을 염려했지만 스승으로서 그럴 수는 없다며 전력을 다할 것이니, 그 이후로는 요양하며 지내야 할 것이라 못 박았다.
남은 것은 예정대로 묵령과 비연.
"......"
"......"
둘은 긴장감에 서로가 말이 없었다. 둘의 대련은 한번 치뤄졌으나 비연의 희망으로 전력의 묵령을 맞이하고자 가장 나중의 시합을 약속받았다.
하후란은 그 둘을 이전부터 이상하게 보고는 있었다. 둘다 이상할 정도로 서로를 집착하는 느낌이 강했다. 비연의 경우, 처음은 그런 모습을 보이지는 않았지만, 둘의 첫 대련에서 분명히 각별함을 느끼고 있었다. 묵령은 모르는 눈치이지만 비연의 경우는 그녀를 아는 듯 한 행동이 몇 번 눈에 띄어 아마도 그녀의 정체가 공개가 되지는 않을까 예상이 되었다.
"이번에는... 가면이 벗겨질 예정인가."
"......"
"?"
엽운주가 걱정어린 눈빛으로 바라보고 있었고, 뒤를 돌아 양유시에게 다가가는 그의 모습에 문득 쓸쓸함을 읽었다. 그때 그녀는 뜬금없이 어떤 소녀를 떠올리게 되었다. 하후란은 고개를 갸우뚱하며 생각에 잠겼다.
' 그러고보니 당문에 있을 적, 수시로 본녀에게 장난을 걸던 아이가 있었는데... 엽 소협을 보고 있자니 그녀가 떠오르는 군. 분명 동생이었던 것 같은데... 그녀는 지금 어디에 있는거지? '
하후란이 알고있는 엽운주의 동생을 떠올리며 비연을 쳐다보았지만, 겉모습만 봐서는 딱히 이상함을 느끼지 못했다. 아무리 그녀가 살아서 성장했다고 해도 무공을 쓸 수 있는 골격과 체격이 아니었다. 게다가 병을 앓고 있었던 것이 마지막으로 본 그녀의 모습이었으니 더더욱 가늠이 가지 않았다. 단지 자신의 촉으로는 이상하다고는 느끼고 있었다.
우소매가 다가왔다.
"란 언... 아니 스승님. 가면의 여협이 신경쓰이십니까?"
"그렇지. 소매, 너라면 알려나 모르겠구나. 엽 소협의 동생의 이야기를 들은 것이 있느냐?"
우소매는 그녀의 물음에 잠시 생각에 빠졌지만 그녀가 당문에 마지막에 있던 때는 마침 엽 남매가 길을 떠난 뒤라는 것을 기억할 수 있었다.
"엽 소협의 동생 운상(雲裳)이라면... 당쟁 이사형이 당문을 배반하고나서 곧바로 그녀의 병을 고치려 길을 떠난 것까지는 기억합니다. 그 후로는 본적이 없습니다. 왜 그러십니까?"
"그녀가 무슨 병이었는지는 알고?"
"글쎄요. 그냥 몸을 움직이다보면 코피를 흘렸고, 구토를 했으며, 기절하고, 금방 기력이 쇠하는 것을 보긴 했지만 정확한 병명은 듣지를 못했습니다."
하후란은 팔짱을 껴고 생각에 잠겼다.
' 움직이다가 코피를 쏟고 구토를 하고 기력이 쇠하는데 그렇게 힘이 넘치게 돌아다녔단 말이지? 뭐지? 무공을 쓰지 못하는 몸 일텐데... 마치 내상이라도 입은 느낌인데... '
그러고는 비연을 쳐다보았지만 여전히 엽운주의 동생과는 겹쳐보이지 않았다. 단순하게 그녀의 몸 버릇을 보려 유심히 관찰해봤지만 딱히 이상한 점은 없었다. 오히려 얌전하게 있어 더욱더 의심만 사그러들 뿐이었다. 딱 하나의 의문만이 하후란의 머릿속을 휘저을 뿐이었다.
' 이상한데... 대체 저 가면은 누구지? '
월영전(月鍈傳) (33).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