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픽을 어떻게 올려야 할지 몰라서 잡담란에 올려봅니다
활협전하면서 스토리에 매료되어서 이런 이야기를 넣어보면 어떨까? 싶어서 쓴 2차창작 단편소설입니다
최대한 원작의 사건을 안 건드는 선에서 쓰려고 했구요
원작의 시간 선 어딘가에 있는 짧은 이야기를 지어봤습니다
글쓰기에 재주가 없어서 어떻게 보일지는 모르겠네요
잘 부탁드립니다
혼자서 검수를 해서 모자란게 많습니다 계속해서 검수 중이니 도중에 종종 추가되거나 수정될 예정입니다
틀린부분이나 이상한 부분 있으면 지적부탁드려요
※ 11.28 자체 검수 중에 이야기가 미흡한 부분이 있어서 추가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부족하지만 빠르게 추가해보겠습니다.
※ 11.29 전체적으로 어색해 보이는 문장을 고치고 새로 이야기를 추가했습니다.(활협전 기존 내용을 추가 및 창작 서술)
※ 12.10 이상한 문장을 삭제, 추가함. 추가한 문장 볼 수 있게 수정. 몇몇 간단한 문단 오류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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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사람을 괴롭히고괴롭힘이 도를 넘어신뢰가 나락으로 떨어졌을 때사람은사람을 더 이상 믿지 않게 되었지만어느 날저 멀리어느 못 생긴 놈이손 흔들며 반겨줬을 때는의심을 할 수 밖에하지만시간은 의심을친절이 의심을그의 어린 노력이 의심을연심으로 풍화하여어느덧그런 세상에서 살게 되었으니이제는여한이 없구나....."어딜가고 싶다고?"독한 약재냄새가 가득한 음침하고 어두운 연단방에서 알 수 없는 약을 조제하고 있는 못생긴 그는, 당문에서 소문이 자자한 혼세마왕의 그녀로부터 뜻밖의 장소에 가고싶다고 졸라대는 모습을 보고 잘 못 들은 것인지 싶어 다시 한번 되물어본 참이다."이전에 이야기했잖아. 령아랑 매번 갔다고했던 개울가."그녀 친구의 어릴 적 이야기를 들려준 것이 계기가 되어 궁금함이 최고조로 이르렀기에 졸라 대는 것 이었다. 딱히 싫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지금 하고 있는 일이 급한 나머지 못생긴 놈은 그녀에게 퉁명스레 물었다."갑자기 거긴 왜 가고 싶은 것이냐?"자신의 물음에 맞지 않은 대답을 들은 것인지 잔뜩 심술이나 더욱더 따지려고 했지만 이내 그런 짓은 관두고 심통 난 어조로 간단히 여부만 묻는다."됐고 갈거야 말거야."머슥하니 그녀를 보고는 뒤통수를 긁적이며 나지막히"거참..."잔뜩 부풀어오른 그녀는 어떻게든 가고자하는 생각을 굳히려 굳이 그의 약점을 드러내 긁으려 했지만 상대는 예상외로 강적이었다."승 할아버지한테 저번에 령아보러 여사제방 창 밖에서 매복한 거 이른다?""그거라면 벌써 소문이 쫙 났거든...""뭐?"의외의 반응에 그녀는 흠칫했지만 곧바로 이에 질세라"그, 그러면 연단방에서 이사형 후추 훔쳐서 만두 만들어 먹었다고 일러바친다?""그거라면 진작에 새로 개발된 독의 실험체가 됐었지...""뭐이리 당연하다는 듯이 이야기하냐 요괴야!"되로 주고 되로 받아치니 상대가 막힘이 없어 일사천리였다. 어떻게든 흠을 잡고 싶었지만 뜻대로 되지 않아 억지를 부리려 했지만 그마저도 통하지않자 더욱 두 볼이 부풀어오르니 금새 배가 고파졌구나."소병 내놔!""여기."막힘없이 주머니에서 소병을 꺼내든 못 생긴 짐승은 혼세마왕의 약점을 잘 알고 있었기에 언제나 구비해두고 시끄러울 즈음 건네주곤 했다. 연속되고 일관된 성격의 그녀라서 살펴보기 편했음이라."헤헤...소병이다."소병을 받고 어린아이처럼 좋아하는 반응을 보이는 것도 잠시... 자신이 꾀에 걸려들었음을 직감한 혼세마왕은 부끄러운 기색을 보였지만 도저히 자신의 부탁을 안 들어주는 못생긴 놈에게 억울한 감정이 가득하여 따진다."도, 도대체 안 데려다 주는 이유가 뭔데?"딱히 안 데려다 줄 이유도, 그렇지 않아야 할 이유도 없었지만 그에게도 나름 이유있는 일정이 있었다. 중요한 일정이. 최근들어 계속 바쁘다는 이유로 일상이 소홀해지긴 했다. 이를 알고는 있었지만 차마 조제에 손길이 끊어지지 않았다. 그래도 오늘은 쉬어야 할까? 고민을 하던 차에 결심을 했다. 그래. 일단 하던 건 마저하고 얼른 마무리나 짓고 가자.
"누가 안 데려다 준다고 하더냐?"오?""기다려보거라. 하던 것은 마저해야지 않겠느냐. 금방 끝내마."
하지만 일단 하던 일은 마무리 지어야 했기에 그녀에게 양해를 구하는 것이 먼저였고 그의 말에 혼세마왕의 눈은 말 그대로 동그래졌고 기대에 한껏 부풀어올라 눈가에는 애교살이 가득 했으니 이내 심술을 거두고 긍정하며 함박웃음과 함께 고마움을 표했다."히히. 조 오라버니, 고마워"그 말을 들은 건지 못 들은 건지 무감각해진 눈으로 이것저것 살펴보며 약의 조제를 이어갔다."음...이제 뭘 섞어야 하더라...저건가..."그러나 기다리는 시간이 생각보다 길어졌다. 폐쇄된 방과 같은 고요한 곳에서 울려퍼진, 약재를 절구질하는 소리가 콩콩콩콩, 갈아내는 소리가 질근질근, 무언가 알 수 없는 액체를 흘려내며 졸졸졸, 다시 콩콩콩콩 반복해서 들리는 소리는 그녀의 인내심이 깎여나가는 듯한 소리처럼 울려 퍼졌다. 기어이 인내심이 바닥이 나고 나지막하게 불러 세웠다."아직 멀었어?""흐음..."집중하는 바람에 그녀의 말은 들리지 않았으니 이는 조제 중에 갈피를 못 잡은 나지막하게 들리는 날숨소리. 혼세마왕은 역시 인내심이 바닥이 난 것이 틀림이 없었다."아직 멀었어??"혼세마왕의 노하는 소리를 듣더니 드디어 요괴가 얼굴을 들고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녀 뒤에 열려있는 입구 문 바깥은 해가 중천이었다. 시간이 생각 이상으로 흘렀음을 짐작케 했다."응? 아, 그래. 시간이 이렇게 됐나? 오늘은 여기까지 하고..."못생긴 놈은 일어나 소매, 바지를 툭툭 털고는 기지개를 펴면서 입구에서 들어오는 바람을 만끽하고 상쾌한 기분을 느꼈다."그래. 가자 가."그의 말을 듣고 기분이 너무 좋아진 그녀는 못생긴 놈에게 팔 벌려 다가가 가까이 붙기 시작했고 자신도 알고 있는 애교를 부리기 시작했다."히히. 조 오라버니 팔 내놔. 팔짱 껴줄게.""어허, 너무 가깝다. 저만치 멀리 떨어져."요괴는 기겁하며 저만치 떨어지라고 하곤 저만치 떨어졌다. 하지만 혼세마왕은 그간 기다린 시간이 아깝고 지루함이 하늘을 뚫었는지 한치도 양보할 생각이 없었고 더욱 더한 것을 요구했다."싫어! 업어줘.""어째 요구가 커지는군.""겨자 맛 좀 볼까?"결국 한숨 쉬며"...모셔다드립죠."ㅡㅡㅡㅡㅡㅡㅡㅡㅡ"오오...이곳인가, 묵령이 자랑했던 장소가."하늘은 쾌청하며 바람은 적당히 시원하게 부는 녹색 풀밭 사이로 작은 개울가가 맑고 투명하게 그들을 반겼다. 이는 그녀의 친구가 이르기를, 맑고 투명한 물가 속을 바라보면 갖은 생물들과 물고기들이 떼지어 춤을 추니, 마치 작은 용궁에서 용왕, 신하들, 백성들이 잔치를 벌이는 것과 같았다며 세세하게 설명 해주었고 과연 그녀의 말마따나 그런 세상이 펼쳐졌기에 넋 놓고 관찰하는데 집중해버렸다. 못생긴 놈은 그런 그녀를 보고는 지난 날의 기억이 눈앞에 되새겨져 감회가 새로웠다."그래. 이곳이 소사매 어릴 적에 자주 왔던 곳이지. 소사매가 장문인께 천지무성세를 익힌다고 하면서 다시 여기 오는데 소홀해졌지만..."물가에 앉아 손으로 물을 한 움큼 떠서 다시 흘려보냈다.마치 아쉬움을 덜어내듯."그래도 여전히 물이 맑구나."그런 그를 보며 장난스러운 표정으로 웃음 짓더니 대차게 선언하는 것이 아니겠는가."이제 여긴 묵령과 오라버니만의 장소가 아닌 것이 되었다!"그녀에게도 지난 날의 과거처럼 마냥 쫓기게 되는 장소가 아닌 그야말로 특별한 장소가 생기게 된 것이었다. 매우 기뻤고 안심이 되었다. 그녀는 신이 나서 못 생긴 놈을 부르고는"조 오라버니!""응?""이 물 웅덩이 좀 봐봐."그녀의 장난기가 발동했다. 피식 웃더니 그녀에게 발맞춰 반응을 해주려 물가 안을 바라보았지만 물 속은 여전히 맑고 투명해서 물 속 풍경만 보이니 비쳐지는 광경은 잘 보이지도 않았다. 안 그래도 작은 눈을 실눈을 떠가며 뚫어져라 보았지만 입에서 나온 건 짧은 탄식 뿐이었다."흐음...""뭐가 있는 것 같아?"물가 위로 소금쟁이가 톡톡 물결을 내며 그 물결이 태양을 비쳐 반짝반짝 물 속을 가릴 즈음 비친 모습이 보였고 감탄하며 탄식했다."오오...""히히 뭐 찾은 거 있어?"여전했다. 실망감이랄 것도 없이."여전히 못 생겼군."그녀는 장난기 가득 웃음을 지으며 반은 틀리고 반은 맞았다고 생각했고 다시금 그를 재촉했다."그게 아니야! 다시 봐봐!""응? 더 봤자..."다시 봐도 물이 비쳐준 것은 정말이지 못 생긴 얼굴을 가진 못 생긴 놈 뿐이었다. 하지만 그녀는 그런 그의 생각에 덧붙이며 명쾌하게 답했다."못 생긴 놈 하고 귀여운 여자애잖아~히히."예상 밖의 답이었다. 딱히 자신의 옆에 누군가가 붙어있다는 것을 느껴보지 못 했기 때문에 조금 벙쪘다. 그런 그녀를 바라보다가 다시 비쳐지는 물 표면을 바라봤지만 이미 반사되는 모습은 온데간데 사라지고 투명한 물 속만 보였다.혼세마왕은 다시금 장난기가 발동했는지 물표면을 바라보던 요괴를 향해 힘껏!"...에잇!"물 속으로 밀어버렸고 결국 다릿심이 그녀의 밀침을 못 이겼는지 묵직하게 첨벙소리를 내며 앞으로 고꾸라졌다.첨벙첨벙"으윽. 상아, 갑자기 그렇게 밀어버리면... 에...엣취! ...훌쩍."그리 차갑지는 않았지만 갑자기 물에 빠져 놀란 탓에 한기를 느껴 기침을 하고 말았다. 그녀는 그런 그를 보며 폭소하고 말았으니."하하핫! 못 생긴 놈이 물에 빠진 못 생긴 놈으로 진화했다!"그렇게 장난스럽게 그의 모습을 평하며 웃던 그녀에게도 갑자기 가슴 속 시원하게 물벼락이 덮쳤다.촤악!"꺄앗! 차가워!"음흉한 표정으로 그녀에게 복수하듯 물을 뿌려댔고, 이윽고 이 둘은 둘만의 특별한 장소에서 특별한 추억을 새기기 시작했다."밀어버린 복수다. 달게 받거라!"물에 떨어진 요괴가 마왕퇴치를 선언하여 물따귀를 힘차게 때리니 마왕이 크게 노하여 천마멸수공을 근엄하게 출수하고나니 기분이 좋아지고, 그 일대 사방팔방에 물이 흩뿌려져 장관을 이루니 그야말로 그 둘뿐인 전쟁터였다."헤헤 내가 질 줄 알아? 내가 바로 마왕이며 혼세의 왕이니! 촉중 사천당문의 못생긴 요괴따위, 용서없으리! 에잇!"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어느 덧 시간이 지나 실컷 물놀이를 하던 풍경이 슬슬 노을이 지기 바로 직전까지 왔다. 소녀는 물에 젖어 꼼짝 못하고 앉아 있었고 못 생긴 놈은 옆에서 모닥불을 피우며 여러가지 준비를 하고 있었다. 결국 적당히 시원했던 바람은 시간이 지나 젖은 옷을 만나서 차갑게 변해버렸다."으으으...추워.""모닥불 피웠으니 좀 만 참아보거라.""응..."솔직히 반신반의한 상황이긴 했다. 그녀는 평소에도 병을 달고 있었으니 차가운 바람은 그녀에게 해가 될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런 생각을 뒤로 한 채 걱정이 깊어진 마음에 그녀의 의중을 물어볼 수 밖에 없었다."모닥불 쐬니 좀 나아졌느냐."덜덜 떨면서 그의 걱정을 조금이라도 덜어 내려는 듯 장난 섞인 말로 답했다."...나, 밖에 오래 있으면 칠공분혈한다구? 히히...훌쩍."아직도 장난 칠 기운이 있는 것을 보고는 조금은 안심했다. 피식 웃으며 언제 잡은 것인지 모를 물고기를 모닥불에 노릇노릇 구워내 그녀에게 건냈다."옛다. 이거나 먹거라."언제 잡아 언제 구웠는지 모를 물고기를 잡아들며 감탄하며 물었다."생선은 언제 잡아 구웠대?"그녀의 물음에 그는 소사매와의 추억을 되새기며 노릇하게 구워진 물고기를 보며 이야기 했다."여기 오면 항상 구워주곤 했지. 소소하게 그 때가 생각나는구나. 소사매는 같이 오면 어느샌가 사라져서 길을 잃고, 나는 찾고, 그러다가 생선을 잡고, 굽고, 먹으면 기뻐했지."지나간 추억을 이야기하는 못 생긴 놈을 바라보며 경청하던 그녀는 그의 눈 속에서 자그마한 반짝임을 찾아냈다. 그의 눈 속은 그녀가 알기조차 힘든 깊이의 어둠과 그 어둠 속에서 미세한 빛이 밝게 빛나고 있었으며 마침내 그 미세한 빛이 그를 지탱하고 이끌어줬음이라 여겼다. 동시에 그 빛이 부러워지고 질투심이 자그맣게 타오르기 시작했다."그것은 내 인생의 유일한 낙이었지. 그 덕에 지금까지 버틸 수 있던거고. 지금껏 소사매 하나만 보며 버텨온거야. 사형, 사매들의 그 모진 행동들을, 오직 소사매 하나만 봐오면서 버틴거야."누군가가 자신을 금이야 옥이야 아껴주는 것을 생각 안 해본 것은 아니었다. 근데 막상 그런 상황을 눈 앞에서 겪으니 자신도 모르게 질투심이 생긴 것일까. 분한 마음이 마음 깊숙한 곳에서 비집어 나오기 시작한 것인지 그저 상대방의 마음을 긁고자 하는 생각 밖에 없었던 모양이다."일부러 데리고 나와놓고는 몰래 길 못 찾게 버려둔거 아니야? 그거 있잖아. 사심 채우려고..."하지만 그런 생각은 그에게 아무 것도 아니었다. 그런 건 그냥 어린 동생이 하는 장난기 가득한 한 마디일 뿐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라고 여겼기 때문이로다. 그는 그녀가 집은 노릇하게 잘 구워진 물고기를 향해 손짓을 했고, 경고했다."...식는다.""앗!"그 이야기를 듣고 놀라며 순간 손으로 잡고 있던 물고기를 베어 물어 삼키는 것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춥기도 했지만 그 시간이 지났으니 배가 고픈 것도 당연했었으니까. 따뜻한 것이 뱃속으로 들어가자 따스함을 느끼고 기분이 나아짐을 만끽했다. 그리고 자신의 질투가 순간 아무 것도 아니었구나 깨달았다. 하지만 여자의 질투심은 그리 쉽게 가시는 것은 아니었다."묵령의 어디가 그리 좋은 거야?"그에게는 너무 간단한 이유가 있었다. 정말이지 단순하고 가장 명확한 이유가."사모하는데 이유가 있겠니."남자의 간단명료함에 치가 떨렸지만 그는 여자라곤 동문에서 늘 괴롭히던 사매들 이외에는 묵령뿐 이었으니 무지한 것도 당연하다 여겼다. 이는 나름 마음 씀씀이가 넓기 때문이니 의외로 생각이 깊다는 것을 스스로가 짐작케 한다."이유는 중요하다구? 특히 여자한테는 말이지.""이유라..."그는 딱히 이유를 깊고 자세하게 생각해본 적이 없었고 또 그런 질문을 받아 본 적이 없어서 당황했다. 그만큼 섬세한 생각을 해본 적이 없었다. 본인의 생활, 당문의 살림만 생각 할 줄밖에 몰랐던 그가 진지하게 생각하기에는 무리가 있었다. 하지만 그가 늘 생각하고 보살펴주던 소사매 였기에 그런 생각을 안 해볼 수가 없었다. 분명히 눈이 가던 이유가 있었을 것 이라..."글쎄... 그런 것은 깊게 생각 해본 적이 없어서 어렵구나. 굳이 따지자면 나에게는 유일하게 친절하고? 이쁘고? 사랑스럽고?""너무 진부한데."진부한 대답에 그녀는 치가 떨림을 다시 느꼈다. 하지만 진부 할 수 밖에. 세세하게, 꼼꼼하게 좋아할 이유가 없었기 때문이다. 오로지 소사매 그 자체가 이유였기 때문에."소사매 그 자체가 좋은거지. 다른 이유가 더 필요하겠느냐?"그 말을 들은 소녀는 답답하지만 안타까운 마음이 더 강했던 것일까? 그 누가 그에게 관계라는 것을 진지하게 가르쳐줬을까 라고 한다면 마땅히 없었기에 두 눈을 감고 인내하며 무지하지만 따뜻한 요괴에게 두 손 벌려 가르침을 주고자 입을 열었다."여자는 말이지, 사소한거에 굉장히 민감하다구?""어떤 점이?"자기 자신을 대상으로 손가락으로 하나하나 가리키며, 은근슬쩍 자신의 매력을 뽐내는 듯이, 그를 마치 유혹 하는 듯이 자신의 얼굴선을 그리며 가르쳐주기 시작했다."예를 들어 눈이 이쁘다던가? 코 끝의 선이 아름답다던가? 손 끝이 매력적이다던가? 좀 자세한 특징들 있잖아."그러나 그는 소녀의 손짓에만 눈이 따라가며 대충 훑어보기만 했다. 물론 소녀는 아쉬웠지만 이런들 어떠하리. 이는 곧 한걸음이며, 시작점이라고 생각하면 충분할 지어다. 인내의 끝을 생각하며 가르친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한결 편해졌다. 그 모습을 보던 그는 소녀의 행동에 감탄하며 한 걸음 걸어간 듯 했다."생각보다 되게 자세하구나? 소사매도 좀 더 자세히 훑어봐야하나...""킥킥. 너무 그러다간 변태가 되어버릴걸. 콜록."그렇게 자기 자신의 매력을 간접적으로나마 뽐냈다고 생각했지만 여전히 소사매 뿐인 그의 한결같음에 감탄하며 고개를 끄덕였고 이와는 별개로 그의 발전에 기여했다고 판단되니 감개가 무량했다."이 정도는 되어야 좋아한다고 할 수 있지. 단, 너무 많이 특정하면 진짜 변태가 되어버린다? 딱 적당히 잘 섞으면 그것이야말로 진정한 사랑꾼이니!""하하. 기억해둘게.""히히. 그래야지...콜록콜록!"갑자기 그녀는 재채기가 아닌 거칠고 메마른 기침을 뱉더니 콧물이 나온 듯 그녀는 자연스럽게 그의 옷깃에 손이 갔고 흥! 하고 코를 풀었다."크응!"시원하게 코를 푼 그녀는 그의 일그러진 얼굴을 보며 즐거워했다. 마침 생각난 것이지만 돌아가면 여벌의 옷이 없다는 걸 깨닫자 머리 속이 새하얘 졌다."윽...여벌이 없는데.""히히. 어?"그런데 그런 아쉬움도 잠시. 뭔가 이상했다. 붉게 물든 옷깃, 그녀의 얼굴에 묻은 붉은 무언가. 깊은 불안감과 불길함이 그 둘을 덮쳤고, 당황한 기색이 짙어졌다."괘, 괜찮느냐? 각혈까지 하다니... 어서 들어가야겠다. 상아. 어서 채비를 하자. 이런... 이사형이 또 뭐라고 하겠네. 운주에게는 뭐라 말한담."돌아가자고 보챘지만 왠지 그녀는 요지부동이었다. 표정도 무언가 굳은 표정이었고 몸은 떨리고 있었다. 추워서 떠는 떨림과는 결이 달랐다. 불안함에 쌓인 떨림과 함께 식은 땀마저 흘리고 있었다. 평소와는 다른 분위기의 그녀는 붉은 핏자국을 보더니 갑자기 무서워졌다. 오한이 느껴지고, 여기서 일어서면 다음은 없을 것 같아서 두려웠다. 죽는 것이 두려웠다. 죽음에 대한 공포에 사로잡혀 버린 것이다."운상아?"나지막히 그녀를 불렀고, 어질해진 그녀는 가까스로 그의 목소리를 들었으니 이내 마음이 편해지기 시작하자 베시시 웃으며 그의 옆으로 다가갔다."...잠깐 좀 있어줄래? 추워.""얼른 가봐야 하지 않겠느냐. 이러다가 또 고열에 시달리겠다.""괜찮아. 이렇게 있어주면 돼요.""너..."그의 곁으로 들어가 마치 안겨있는 모양새를 하며 팔을 꼬옥 잡아 안았다. 그녀의 친 오빠의 품과는 다른 냄새가 났으나 무엇인가가 그녀를 편안하게 만들었을까. 연단방의 약재들 냄새라던가, 대장간의 쇠질 냄새라던가, 정심당의 향내라던가, 강경당의 책 냄새라던가, 주방의 맛있는 만두의 냄새라던가... 이제 그녀는 아무래도 좋았다. 따뜻해지니 몸이 나른해지고 정신이 몽롱해지니 마냥 기분 좋은 표정을 지었다."히히... 따뜻하다.""운상아..."그렇게 붙어있던 그녀는 무언가 생각이 난 것인지 그를 불렀다."조 오라버니.""왜?""있잖아. 대협이 되고싶지?"그녀는 그의 원대한 꿈을 알고 있었다는 듯이 물었다. 대협이라 함은, 모든 강호인들이 꿈꾸는 정도. 정의. 세상이 혼란스러울때 의와 협을 실천하고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려 별호를 가지고, 영웅이되고, 결국은 이야기의 중심이 되어 천하에 이름 날리는 것. 하지만 그것이 될 수 있을 지가 매일매일이 의문이었지만 결국 그것은 그에게 있어 꿈. 허상. 이룰 수가 없다고 생각하던 그였지만 사나이의 마음 속은 당찬 포부가 늘 존재해 왔다."...그래. 내 꿈은 만인이 알아봐주는 대협이지. 일개 외성제자가 아니라 비협 당포의. 날수상공 당쟁. 표일여풍 상무우, 점창파 점창쌍존, 전 무림맹주 영웅 용연. 그들보다 더 위의 명성을 지닌 위대한 대협. 말이 이렇지만 나에게는 그런 위업을 지닐 만한 역량이 한도 끝도 없이 모자라니 그저 꿈일 뿐이지.""응. 잘 알고 있어.""그런데 그건 갑자기 왜?"잠시 적막이 흐르더니 이윽고 그녀는 그의 눈을 마주치지 못해 피하고 있었다."남들이 다 알아주는 대협은 말이지. 부인을 여럿 데리고 있을 수 있다나봐?"..."...무슨 말이 하고 싶은 것이냐."소녀는 마냥 부끄러웠다. 어질어질한 기분 속에서 겨우 용기내어 이야기하는 것 이지만 지금이면 말 할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진심을 담아 자신의 생각을 말했다."내 병이 나으면 말이지. 령아와 오라버니가 잘 되든 안 되든, 나를 아내로 삼아주면 안돼?"소녀는 마치 발가벗은 듯한 기분에 휩싸였다. 자신의 모든 것을 보여준 것 같은 감정과 함께. 하지만 결코 착각이 아니었고, 머리 속이 어질어질해서 나온 헛 소리도 아니었다. 항상 그에게 하던 장난질 마저 아니었다. 그녀는 당문에 오기 전 과거부터 사람들을 의심 할 수 밖에 없었고, 그런 생활을 밥 먹듯이 하고 다녔다. 자신의 등에 새겨진 보물 때문에 그녀와 오빠는 천하의 목표가 되었고 그들을 피해 온갖 장소를 다녔지만 가는 곳 마다 억지스럽게도 자신들을 옥죄어 오는 사람들 뿐이었다."갑자기 그 무슨... 또 장난 하는 것이더냐.""운주 오라버니도 말했었지만 그때는 첩이 되는 거 싫었거든? 그런데 지금은 너무 좋아. 못 생긴건 못 생긴거고 사람은 사람이더라. 그러면 령아가 본처이고, 나는 첩이 되는 건 어떨까? 그게 아니면 내가 정실? 히히..."하지만 당문 근처에 오고, 그를 만났고, 아무 이유없이 큰 돈을 쾌척하여 단약을 사주고, 간만에 마음 편한 모습의 자신의 오빠도 보았고, 아무렇지도 않게 자신들을 거둬주고 병을 살펴봐 준 세상을 마주하니 세상이 온통 새로웠다. 의심하지 않아도 되는 세상이 되었다. 못 생긴 것은 아무래도 좋았다. 그는 아무런 보상을 요구하지도 않고 우리 남매를 보살펴줬다. 이는 크나큰 은혜이며 살아갈 이유를 만들어준 은인이라. 단순한 인연이 아님을 느끼고 있었다."점창파에 있을 때 모두들 그렇게 귀여워 해줬는데 결국은 악왕의 보물 때문에 쫓기는 신세가 되었고, 세상 모든 사람들이 우리를 그렇게 못 살게 굴고 믿을 수 있는 사람 한 명도 없었는데...세상은 믿을 수 있는 게 하나도 없었어."그랬다. 의심이 가득한 세상이었다."그랬는데 어느 날 운주 오라버니가 조 오라버니를 데리고 왔어."절망이 가득한 날이었다. 그날도. 고열에 정신이 혼미했으니. 하지만 그가 왔다."그런데 풉... 너무 못생겨서 요괴 인줄 알았어. 킥킥. 콜록! 콜록!"당시에는 드디어 죽을 날이 되어 날 잡아먹으려는 요괴가 온 것이구나! 하지만."그런데 아무런 보상도 바라지 않고 우리 남매를 당문에 머물 수 있게 해주고.""장문인이 거둬 주신 덕이지."이는 모두 그의 덕 이었다."내 병을 계속 돌봐주고.""이사형이 돌봐주셨지."이는 모두 그가 데려온 덕 이었다."그리고 이렇게 놀러 나오게 도와주기도 했어."그의 덕 이었다."나 있지. 세상 그 누구도 믿을 수가 없었거든? 그런데 조 오라버니를 만나고, 승 할아버지를 만나고, 령아를 만나고. 이렇게 마음이 편안할 수 있다는 건 정말 행복한 거였구나 라는 걸 알았어."정말이지 모든 것이 행복했다."이렇게 령아가 받았던 사랑도 똑같이 받아봤고. 더는 여한이 없었어. 그냥 이대로 죽어도 미련이 없을 줄 알았어. 그런데 말이지. 한 가지... 오직 한 가지가 마음에 걸려요."그녀는 당문에 오고 행복에 겨웠으니 그것은 모두 그의 덕분이오. 그러니 그녀에게 못 생긴 것은 아무 것도 아니었다. 그저 곁에 있기만 하면 좋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누가 내 병을 고쳐줄 건가. 이사형? 병이 호전하고 있지만 아직은 밖으로 나가 오래있으면 지금처럼 버티는 게 어려웠다. 코피가 나고 몸에 한기가 서려 부들부들 떨렸고 고열에 힘이 없었다. 죽을 것 같았다. 죽을 것 같지만 살고 싶었고, 만일 죽는다고 하면 여한이 없다고 생각했지만 이곳에 와서, 그를 만나서 딱 한 가지 걸리는 것이 있었다."그건... 바로... 조 오라버니...에...요..."한 맺힌 듯 한 이야기를 하고 소녀는 그만 겨우 잡고 있던 정신을 잃어버렸다."잠깐, 상아. 너 안색이... 어? 상아? 운상아!?"조활은 한시가 시급했다. 다급하게 그녀를 안아들고 무거운 몸으로 산을 올라가기 시작했다."젠장. 어서 연단방으로! 운상아! 정신차려!!"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처음 인연이 된 것은 당문 아래 약방 앞이었다. 삿갓을 쓴 어떤 아무개가 약을 건네 받고자 무릎 꿇고 있던 걸 발견 했지만 처음에는 대수롭지도 않았다. 그것은 생판 남의 일이었고 하등 상관도 없는 그런 사람이었으니... 그런데 그런 조활을 붙잡는 한 단어가 들려왔다."가족이 병으로 매우 위독합니다 의원. 그러니 이 보잘 것 없는 아무개가 감히 은혜를 청합니다. 오늘 고비만 넘긴다면 무슨 일이든 하여 의원께 은혜를 목숨을 담보로 갚겠나이다. 지금도 고열에 힘들어 하고 있을 가족이 애타게 기다리고 있습니다. 제발..."유난히 가족이라는 단어가 머리 속에 깊게 박혀 버렸다. 그에게는 가족이란 그리 좋은 뜻의 단어는 아니었지만, 어째서일까. 그 단어가 이토록 그를 끌어당긴 것 인지..."가족이라... 나에게도 한 때 그런 집단이 있었지. 하지만 못 생겼다는 이유만으로 그 얼마나 모진 수모를 겪어야만 했던가. 한동안 잊고 있었는데... 정말이지 싫은 과거구나... 하지만 이것은 나의 이야기일 뿐이지. 저 사내에게 가족이란 그토록 소중한 존재인 것 일까. 궁금하구나."조활은 그가 그토록 애원하는 이유가 무엇이었으며, 그에게 진정한 가족이란 무엇인지에 대해 물어보고 싶어졌다. 정말이지 단순한 이유로 엇나갔던 마음이 그에게 향했고 마침 사사형에게 받은 돈도 있겠다, 이는 운명이라고 느꼈다. 조활은 의원에게 단약을 부탁하니 이사형과의 친분도 있었고, 어깨넘어 배운 의술에 관련하여 배움도 받은 적이 있었으니 이는 마치 스승과 제자의 관계와도 같았다. 이와같은 인연 덕분에 할인까지 받아 단약을 얻을 수 있었고, 단약을 곧장 아무개에게 넘겨주었으니 몇 번이고 고개를 조아려 감사의 뜻을 표했다. 그리고 저녁 식사 초대를 받아 시장 근처 나루터에 정박한 배 위에서 여러가지 일들을 겪으며 그토록 아프다는 가족을 만났으니, 이 가족이 바로 강호에서 소문이 자자한 점창파 창송검객 엽운주와 동생 엽운상 이었다.엽운주는 조활이 외성제자임을 단번에 알아봤지만 그는 운상의 병에 대한 은인이었고 엽운주의 명예를 지켜가면서 몸소 자신의 동생을 괴한들에게서 지켜내는 용감한 모습을 보고 의심을 거두었으며, 감명받은 후로 그가 외성제자이든 아니든 더 이상 그 이름표는 엽운주에게 아무 것도 아니었다. 애초에 단약을 건네받은 시점부터 엽운주에게 조활은 이미 은인이었으니 제 평생 은혜를 갚을 사람으로 점 찍은 뒤 였다. 정중히 예를 올리고 성씨는 다르지만 형제가 되기를 자처했다."조 형께 오늘 은혜를 너무 많이 받았습니다. 귀한 단약에, 그리고 제 하나 뿐인 동생 상아를 목숨바쳐 지켜주셨으니 어찌 제 인생의 은인이 아니겠습니까. 아무런 보상도 바라지 않으시기에 운상을 넘보려 하는 것이 아닌지 의심하였으나 이는 분명 의심이 막심하여 일어난 일이니 부디 이에 대해 용서를 청하옵고 후에 조 형께서 어떠한 일이 생긴다면 언제든지 목숨바쳐 당신을 돕겠으니 사양말고 받아주시길 청합니다."조활은 그런 그의 행동에서 큰 부담을 느꼈다. 이럴 생각으로 그를 도운 것은 아니었지만 어떻게 생각해보면 당연한 것 임에도 이런 대접을 받아본 적이 없었기 때문에 잠시 인지부조화에 정신이 없었다. 그때 뒤에서 상황을 보던 엽운상이 나오더니 조활에게 예의를 차렸다."감사합니다 조 오라버니. 저를 위해 성심 성의껏 도움을 주셨으니 제 오라비의 은혜는 곧 저의 은혜입니다. 그러니 부디 사양마시고 제 절을 받아 주세요..."엽운상이 조활에게 절하며 고했다. 고개 숙이던 그녀는 잠시 뒤 옆에 있는 오라비를 슬쩍보며 나지막히 이야기했으니."...이렇게 하면 되는 거지 오라버니?"엽운주가 그 모습을 보고 어이가 없다는 듯 고개를 숙이며 골머리 아파하는데 그 모습이 장관이었다. 그리고 그 이후는 더욱 가관이었으니."조 오빠께서는 왜 이리 못 생기신 건가요?.""조 오빠께서는 당문에서 어떤 분이신가요?""조 오빠께서는 돈이 많나요? 운상은 소병이 먹고싶습니다.""조 오빠께서는..."마치 심문을 하는 것과 같았고 엽운주는 그런 동생을 통제하느라, 조활은 인내하느라 바빴다. 그렇게 그들은 인연이 되었고 엽운주가 정리를 하며 엽운상을 강제로 조활의 아내로 보내려 했지만 당시 조활은 오로지 일편단심이었기에 그러지 않았고 오라버니의 행동에 엽운상은 처음에는 기겁했지만 조활의 대처에 뭔가 지는 기분이 들어 오기가 생겼다. 그러자 둘은 오빠 동생 사이가 되었고 운주는 형제가 되었으니 이윽고 조활에게는 의도치 않은 가족이 생겼다."가족이라..."뭔가 이전에 가지고 있던 감상과는 사뭇 달랐다. 메마르고 고통스러운 것이 그의 과거의 가족이었다면, 이번 가족은."받아라!!!""커헉!"정신 머리가 없는 관계의 가족이었다. 조활은 엽씨 남매가 당문에 의탁하고 난 뒤로 운상에게 줄곳 휘둘렸고, 어쩌다보니 소사매와 운상은 친구가 되었으며, 조활을 가지고 노는 상황까지 와버렸다. 언제나 놀다가 조활이 난처해지면 소사매가 와서 중재하다가도 결국은 손해는 조활이 보고 운주가 와서 운상을 벌 주는 관계가 되었다. 조활은 왠지 그녀의 어리광이 그저 귀엽...기만 하지는 않았지만 하루하루가 정신이 건강해지는 기분이 들었고 엽운상은 그러한 조활의 모습을 보고 점점 특별한 기분이 간혹 드는, 그런 관계가 되었다. 그런 마음을 소사매는 아는지 모르는지 매번 무표정으로 일관하나 조활의 옷 소매를 무심코 잡을 뿐이었다. 운상은 그런 모습을 보며 자기도 질세라 소매를 잡았지만 무언의 압박만 받는 조활이라 눈을 둘 곳이 없었다.운상의 병은 당문 이사형인 당쟁이 맡았다. 처음에는 묵령을 대하는 태도로 임하려 했지만 그녀와는 정반대의 기질을 타고난 그녀였기에 당쟁도 상당히 애먹었다. 하지만 엽운주가 당쟁의 심부름꾼이 되었고, 이를 빌미로 운상을 제압하는데 성공. 그녀의 폭주를 어느정도 제어하는 경지에 이르렀으니 조활은 날이 갈수록 영문도 모른채 운상에게 휘둘리게 되었다.운상은 아침과 저녁. 두번의 진료를 보았고 차츰 나아지는 기미를 보였으나, 쉽게 증상이 사라지지 않아서 당쟁도 조활도 엽운주도 묵령도 걱정이 태산이었다. 그녀가 지닌 병은 진행이 빠르지는 않아도 현재진행중 이었으니 때때로 그들의 일상은 마무리가 좋지 않았다."아... 조 오라버니... 코피 난다.""음. 시간이 이리 됐나. 가자 상아. 업어줄게.""응. 훌쩍."그녀의 병세는 일시적으로는 완화는 되는데 차도가 보이지 않는다. 조활은 생각이 많아졌다."...가족인가."어느 덧 조활에게도 무언가 가슴 속에서 느껴지는 바가 있었다. 과거에 느꼈던 혐오스러운 가족애가 아닌, 소중한 가족애가 점점 차오르던 조활이었다. 운상은 늘 장난기 많은 동생이었지만 결국은 남남. 소사매 말고도 이상한 감정이 드는 여인으로 보이는 착각까지 들기 시작했다. 사람에게 감정선이란 한 가지만 있지 않다. 길은 어디에나 열려있고 이를 관철시키거나 변심하거나 욕심이 생기는 것은 오롯이 사람, 자기자신만이 무의식적으로 내리는 마음의 결정이기에 조활은 그로 인한 심상의 변화를 두려워했다. 그러나 결국 운상은 그에게 소중한 가족이었고 비록 성씨 다른 동생이지만 그 모습을 마냥 지켜만 볼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그래서 조활은 고민 끝에 결정을 내렸다."뭐? 엽소저를 위해 조제법을 전수해달라?""부탁드립니다. 상아는 저에게 처음 생긴 가족입니다. 가족의 아픔을 아무 것도 안하고 지켜만 보기는 힘에 부치니, 이사형에게도 도움이 되고자 제대로된 의술을 익히고 싶습니다. 이사형이 혹여나 부재 중이어도 안심 할 수 있게."조활이 이사형에게 굽어 요청했다. 당쟁은 어안이 벙벙해졌지만 무언가 생각이 난 것인지 갑자기 폭소를 했다."하하하! 네가 이렇게 나한테 부탁을 할 정도라니. 무슨 바람이 든 건지. 요즘들어 눈빛에 힘이 들어갔다고 느꼈는데 딱히 잘못 본 것은 아니었군. 좋다. 친히 조제법을 가르쳐주겠으나 내일부터는 진심으로 각오해야 할 것이다. 의술이란 것은 실로 무궁무진하고 다양하며 그 뿌리도 넓고 깊지. 이해하려거든 단약방에 있는 모든 약전들을 통달하도록 하고, 내 실험에 동참하여 연구하도록. 마침 실험 할 만한 약재들과 배합이 잔뜩있으니 기대해도 좋을 것이다. 필요하다면 내 너에게도 시험하겠으니 각오 단단히 해라."자신의 위험을 무릅쓰고도 조활은 이제 막 생긴 가족을 위해 무엇인가를 해야겠다고 생각한 것은 소사매를 위한 것 이외에 처음이었다. 엽운주도 저리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고, 이사형도 운상의 병에 대한 흥미때문에라도 움직이고 있지만 정작 자신은 아무 것도 안하고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었을까. 시간이 지날 수록 운상의 몸이 약해지는 것을 느낀 것인지 더 늦기 전에 자신도 최선을 다 해야겠다고 생각한 결과였다."조 오라버니? 바빠요?""그래."내 생에 글러먹은 이야기는 더는 싫다. 더 나은 미래를 실현해 보이겠다. 이렇게 어렵게 얻은 인연을, 소중하다고 느낄 수 있는 가족을 지켜내겠다고 다짐한 조활은 이사형의 모진 실험, 연구, 시험에도 불구하고 그들에게서 앞으로 나아갈 힘을 얻고 있었다. 과거와는 다른 가족의 의미를, 지금의 가족에게서."알았어. 조금만 더 하고나서."..."소병있어요?"피식 웃으며"여기."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어라?"따뜻한 방안. 독한 약재 냄새가 가득했다. 약재 냄새가 가득하다는 이야기는? 이곳은?"깨어 났느냐."아는 사람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여긴...연단방?"누워있다가 몸을 일으켜보니 옆에는 조활과 묵령이 같이 엎드려 자고 있었다."어? 조 오라버니? 령아도?"이사형이 약을 조제하다가 운상이 깨어나자 손목을 가져가고는 맥을 짚더니 이내 안심한 듯, 두 눈을 감았다 떴다."조활이 널 데려왔다. 소사매는 기다리다가 같이 잠들었고. 엽공자는 지금 자리에 없으니 이 일은 나중에 전해주마.""아...정신을 잃었었구나."이사형은 팔짱을 끼며 그간 일어난 일에 대해 설명 해주기 시작했다."슬슬 네가 올 시간이 됐다 싶었는데 기다려도 오질 않아서 직접 나가보려던 참이었는데 조활이 아주 사색이 되어서는 너를 업고 왔다. 조금만 늦었어도 정말 큰일 날 뻔했다.""그랬...구나... 그럼 이사형께서 저를 치료 하신 건가요?"이사형은 피식 웃으며 뒤로 걸어가더니 하던 조제 일을 다시 이어가기 시작했다. 콩콩콩콩, 질근질근, 졸졸졸, 콩콩콩콩. 어느정도 시간이 지나더니 이사형이 입을 열었다."몸을 잘 움직이는 거 보니 조활이 조제한 약이 효과는 있나 보군. 그간 연단방에 웬일로 죽치고 앉았더니 이런 약을 조제 할 줄이야. 이제는 나 없어도 문제 없는 수준까지 왔는가."..."그게 무슨 말씀이죠? 조 오라버니가 약을 직접 조제했다구요?""그래. 내가 조제한 약보다는 좀 더 간결해서 효과는 좀 떨어지긴 하겠지만 이 정도로 네 모습이 호전 된 걸 보면 확실히 잘 맞는 것 같군.""조 오라버니가...앗!"순간 연단방에 자주 드나들던 조활의 모습이 떠올랐다. 마침 오늘 밖으로 나가기 전에도 연단방에서 조제하는 모습을 기억해냈으니."그간 연단방에서 보지 못했느냐? 오늘도 계속해서 조제 하는 것 같던데.""그러고 보니 오늘 나가기 전까지 계속 뭔가를 하긴 했는데...""그럼 그것이겠구나."이사형이 살짝살짝 미소를 보이니 이는 무엇 때문에 기쁜 것인지 알 수가 없었다. 단약방 스승은 이사형이었으니 잘 버티고 따라와준 그의 성장에 기쁜 것이었을까? 아니면 앞으로 다가올 사건에 기뻐하는 것일까? 이사형은 음흉하지만 잘 알기 어려운 인물이었으나 어찌 생각하던 그는 그녀 생명의 은인일 뿐 이었다."조사제가 일어나면 고맙다 하거라. 나를 이정도까지 따라잡다니. 가소롭긴해도 그간 가르친 보람이 있군. 하하!"그는 또다시 소녀의 생명의 은인이 된 것이었다. 엎드려 곤히 잠든 그의 손을 보았을때 그동안은 잘 몰랐지만 붕대로 감겨있는 것을 발견했다. 벌겋게 달아오른 듯한 손가락 마디마디는 필시 최근 약을 달이다 화상을 입었거나 혹은 조제중에 독성성분이 발현되서 입은 독상이었을 터였다. 그런 그의 손을 보고있자니 자그마한 이슬이 눈에서 몽우리 맺어 뚝뚝 흘러내렸고 그녀의 손과 손이 맞닿았으니 조용히 흐느꼈다."오라버니...흑...흑..."소녀는 마치 구원 받은 듯, 비로소 해방감에 휩싸였다. 행복했다. 그리고 욕심이 생겼다. 이 몸이 닳고 닳아 없어지는 한이 있어도 살아남을 것이고 이 은혜, 평생 그를 위해 갚을 것이라고. 소녀는 그렇게 굳은 결심을 했다. 누가 그녀를 가녀린 부평초라 하였는가. 그 부평초마저 강하고 굳은 결심으로 강인해지겠다 마음먹었으니 이는 곧 질긴 생명력이 될 것이며 비로소 꽃을 맺을 기적이 일어나리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이몸, 오라버니를 위해서라면 반드시 낫겠어요. 그러니 지켜봐주세요. '....나는세상이 주는 시련에삐뚤어져세상을 믿지 못했지만이곳에이르러서또 다른 세상을 접하였으니이는 내가 알던 세상과는 다르더라세상에 대한 의심이 사라지고받아들이니행복이 찾아왔다지금 이 순간이내가 살아야 할 이유이니역경을 뿌리치고은혜에 보답하리라나 살아서그를 위한 꽃이되겠어요부평초 연가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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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합니다! 둘의 관계는 생각해둔 것이 있으나 제 팬픽의 끝은 열린 결말이기도 하고 실제 이야기 내의 비어있는 시간대를 이용한거라 현재까지의 활협전 엽운상 부평초 결말로 연결지어도 좋고, 앞으로 나올 운상루트의 이야기를 연결지어도 좋습니다. 실제 엽운상 루트의 마지막이 어떻게 나올지는 모르겠으나 필요하다면 if 스토리도 서술할까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 팬픽이 아직 미흡하다고 여겨서 새로 추가될 이야기를 준비중이니 이것도 봐주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 24.11.28 13:17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