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하나 끄적인다.
알아주는 이 없지만 그저 삶의 일부가 되어 해대는 그림질.
재능있는 동생은 디자이너가 되었지만 난 씹덕이 되어 취미로 이어가고 있다.
어떤 의미에서는 계속 건드릴 만한 취미를 가진 게 축복이라고 할 수도 있겠다.
시골에 살면서 친구 만날 기회도 없는 사람한테는 이렇게라도 자기계발(?)을 할 게 있다는 게 큰 위안이 되니까.
집에 앉아 유툽 보면서 시간 날려먹는 것보다는 생산적이기도 하고.
재능이 있어 직업으로 삼은 동생은 그림은 손도 안 댄다는 거 보면 취미인 게 나을 지도 모르겠다는 생각도 든다.
다만 이런 생각도 든다.
9살때부터 그렸던 취미, 중간중간 잠깐 포기했던 적도 있지만 그래도 포기했던 연도만 빼도 15년은 계속 손을 댔는데
서른이 훌쩍 넘은 지금도 부족한 부분이 계속 눈에 띄니 답답하긴 하다.
하나하나 고쳐나갔지만, 지금도 부족한 부분은 계속 보이고 고쳐나가는 속도는 더디기만 하고 말이다.
언어영역 수능공부를 할 때 문제를 죽어라 풀다 돈오점수처럼 한 방에 깨달았던, 인생 최초로 3등급을 탈출했던 그 때를 생각하면
아직도 한참이나 먼 거라는 생각도 같이 들면서 얼마나 더 그려야 제대로 깨닫게 될까를 또 생각하게 된다.
오늘도 나는 그린다.
내일은 소설쓸거니까 쉬어야겠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