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 옛적에...
우리 세계, ‘린바움’ 과 린바움을 둘러싸고 있던 ‘이세계’모두가 얽힌 엄청난 전쟁이 벌어졌습니다.
참으로 어리석고도 슬픈 싸움이었지요.
너무나도 많은 피와 눈물이 흐른 끝에야 사람들은 자신들의 잘못을 깨닫고
망가져버린 세계를 하나로 합치고 새로운 인연을 쌓아갈 것을 맹세했습니다.
그 결과, 이윽고-린바움에 새로운 평화의 시대가 도래하였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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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 0 화 ☆
시작의 꿈(はじまりの夢)
- The beginning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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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 속]
엘스트 : 으으음...역시 이 시간에 숲에 오니 깜깜절벽이군. 야, 아르카. 정말 기프트가 이런 숲속으로 들어간 게 맞냐?
아르카 : 응...
엘스트 : 하여간, 걘 또 왜 그런 짓을 했대.
아르카 : 엘스트 오빠가 오랜만에 집에 돌아온다길래 그랬나봐. ‘오늘은 반드시 형이 날 인정하게 만들어야지’라고 했거든...
엘스트 : 인정하게 만들어? 날? 숲 속에서? 뭔 수로?
아르카 : 나도 모르겠는데, 그렇게 말했단 말야.
엘스트 : 나 참, 겨우겨우 휴가 좀 나와서 고향에 좀 왔더니만... 우리 불초 동생은 여전히 무슨 생각을 하는지를 모르겠구만.
아르카 : 그렇게 말하면 못써! 엘스트 오빠는 기프트의 자랑스러운 형이잖아!
엘스트 : 내가 그랬나?
아르카 : 응. 기프트가 맨날 나한테 얼마나 오빠 자랑을 하는데.
엘스트 : 흐음~...그렇단 말이지... 잘 지내고는 있냐? 너네 가족들한테 폐 끼치진 않고?
아르카 : 전혀 안 끼쳐! ...아, 사실 전혀까진 아니고. 그냥 좀 제멋대로이긴 하고 바로 욱하기도 하고... 어제도 자기가 못 이긴다고 몇 번이고 검을 들고 겨루려고 들었고. 그런 부분은 사실 좀 고쳐줬으면 좋겠어.
엘스트 : 으하하하, 다행이구만! 아르카 너한테 그녀석 맡기길 정말 잘 했어. 우리네 부모님은...애들 교육에는 딱 잘라 말하면 완전 무관심 주의니까...
아르카 : ???
엘스트 : 미안타. 아르카 너한테는 별 관계도 없는 얘긴데.
아르카 : 있지 엘스트 오빠. ‘소환사’ 일은 역시 많이 힘들어?
엘스트 : 그야 뭐...편하지는 않지. 특히 내가 일하는- ‘계경도시(界境都市) 세이발’에선 소환사가 할 일이 아주 많거든.
아르카 : 그래?
엘스트 : 세이발은 린바움에서도 특히 이세계와 교류가 활발한 곳이라서. 수많은 이세계 사람들이 당연한듯 살고 있고, 그만큼 서로 충돌하는 일도 잦지. 그런 트러블을 하나하나 해결하는 게 우리들의 일이거들랑.
아르카 : 그렇구나...
엘스트 : 그럼, 아무리 집 근처라 해도 한밤중의 숲은 애들한텐 너무 위험하니. 후딱 찾아서 끌고 돌아가고 싶은데... 이거 좀 어두워도 너무 어두운데. 좋아 그럼 그 녀석을 불러 볼까... 아르카. 위험하니깐 넌 좀 물러나 있어봐.
아르카 : 으, 응!
엘스트 : 여차할 때는 ‘크로스(響友)’에게 부탁하는 거지! 누가 뭐라해도 우린 생사고락을 같이 하는 사이니 말이야♪ 새로운 영지의 술법과 천안의 이끔에 기반하여 여기에 지금 소환의 문을 여노라...! 축북받은 서약의 이름 아래 소환사 엘스트가 바라노라...! 오라, 나의 파트너여!
가우디 : ...... 부르셨습니까, 엘스트.
엘스트 : 그랴, 불렀지. 어떻게 여기까진 쑥쑥 숲에 들어왔는데, 더 이상은 발끝도 안 보여서 말이야. 불 좀 켜주지 않을래?
가우디 : ...겨우 그거 때문입니까?
엘스트 : 응, 그것뿐.
가우디 : ...... 뭐, 좋습니다. 평소랑 다를 바도 없으니.
(찰칵)
엘스트 : 어이구 밝기도 하지~ 니가 크로스라 얼마나 좋은지 몰라.
가우디 : 고맙게 됐군요.
아르카 : 이게...진짜 ‘소환술’... 그림책에서 읽었을 때보다 훨씬 짱이야!
엘스트 : 그랴, 어때 진짜 멋지지?
아르카 : 응! 응응응응!
엘스트 : 그래 그렇겠지, 으하하하하.
가우디 : 하여간, 조금만 추켜올려줘도 바로 신나서는... 그래, 정말 랜턴 대신하는 용도로 절 소환한 것뿐입니까?
엘스트 : 아이쿠, 그렇지! 실은 말이야...
[숲 속]
기프트 : 헤엑, 헤엑, 헥...... 제기랄, 왜 일이 이렇게 되었지!? 난 그 종이쪽지에 써진 대로 하나도 안 틀리고 잘 했는데... 왜 저런 괴상한 놈들이 단체로 튀어나온 거야!? ......!?
가우디 : 찾고 계시던 동생분이 여기 있는 이 분이 맞습니까?
엘스트 : 그래, 잘 찾았다. 고맙구나 가우디.
아르카 : 기프트! 다행이야, 무사했구나!
기프트 : 아르카!? 그리고 형까지!?
엘스트 : 오랜만이다, 기프트. 하여간 오자마자 걱정이나 시키고 앉았어.
기프트 : ......
엘스트 : 뭐, 무사하니 다행이지. 응...? 너 키 좀 컸나보다?
기프트 : 으, 응! 미안해 형. 날 걱정해줘서 고마워.
엘스트 : 고맙단 소리는 나 말고 아르카한테 해야지. 일부러 나한테 알려주러 왔으니까 내가 이렇게 찾으러 온 거야.
기프트 : 아르카...
아르카 : 비밀로 해달라는 약속 못 지켜서 미안해! 하지만 나...기프트가 너무 걱정되서...
기프트 : 나도 알아. 화내는 거 아니니까 걱정 마. 고마워 아르카. 형한테 알려주러 가 줘서.
아르카 : 으, 응♪
기프트 : ......
(경계경보)
가우디 : ...경고합니다!
엘스트 : 왜 그래, 가우디?
가우디 : 거리 140, 수는 7. 종별과 위협레벨은 특정할 수 없습니다만...복수의 정체불명 개체가 이쪽을 향해 급속도로 접근중!
엘스트 : 정체불명이라니...뭔데 그래, 대체!?
기프트 : 놈들이야...
아르카 : 어?
기프트 : 도망치자, 형! 놈들이... ‘진흙’이 공격해 올 거야!!
아르카 : 뭐...? 진흙......?
??? : 그푸오오오오오오오!!
엘스트 : 뭐야...이 놈들은?
가우디 : 서치해봤습니다만 데이터베이스엔 존재하지 않는 생물입니다. 적어도 기존에 린바움에 존재하던 생물은 아니라고 판단됩니다.
엘스트 : 그 얘긴 즉...‘영계 서프레스의 악마’라던가 놈들의 영향을 받은 권속이려나?
가우디 : 단정할 수는 없습니다만, 아마도...
??? : 크푸어어어어어어!!
(공격해오는 덩어리들)
엘스트 : 얼쑤! ...출신은 몰라도 일단 한 판 뜰 생각인 것만은 확실한 것 같군.
가우디 : 아무래도 불키는 거 말고도 제가 할 일이 있을 것 같군요.
엘스트 : 딱 보니 꽤나 빡센 싸움이 될 것 같은데?
가우디 : 문제 없습니다. 그 쪽이 제 전문 분야니까요......!
엘스트 : 그거 참으로 듬직하구만!
(전투준비를 하는 엘스트와 가우디)
아르카 : 엘스트 오빠...
기프트 : ......형.
엘스트 : 둘 다 도망쳐.
기프트 : 하, 하지만!!
엘스트 : 괜찮아. 뭐 무서워하고 그러냐. 놈들은 우리들이 박살낼거야.
가우디 : 만에 하나를 위해서입니다. 엘스트가 안심하고 마음껏 싸울 수 있도록...이해하시죠?
아르카 : 그치만!
엘스트 : 날 믿으라니깐, 아르카. 네가 믿어주기만 하면 내가 왜 지겠냐. 이런 놈들쯤 식전 해장국마냥 치워버릴 수 있어.
아르카 : 엘스트 오빠...... ...알겠어, 나 믿을게.
엘스트 : 그래, 착하기도 하지.
??? : 그로로로로로오오......!!
엘스트 : 자, 서둘러!
??? : 크어어오어어어어어!!
기프트 : 형!?
아르카 : 가자, 기프트! 엘스트 오빠가 말한 대로 해야지!!
기프트 : 싫어!! 형!!? 혀어엉--!!
다 나 때문이야......
내가 그런 짓을 저질러서......
삼켜져 버릴 거야......
엘스트 형도, 틀림없이...
그런 건 죽어도 싫엇!!!
아르카 : 하아, 하아, 하아......이만큼 뛰어왔으니 이제 괜찮... 어? ......기프트......? 설마......중간에 떨어진 거야!? 기프트!!? 기프트으~!!
[숲 안쪽]
??? : 게프어어어어어어어오오!!
엘스트 : 끄악!?
가우디 : 엘스트, 괜찮습니까!?
엘스트 : 큭......아직 괜찮아. 한 방 먹기야 먹었다만... 이쯤 문제도 못 돼!
가우디 : 여전히 센 척 하는 거 하나는 인정할만한 레벨이군요.
엘스트 : 헤헤헤, 근성 지대로라 이거지.
가우디 : 솔직히 철수를 권하고 싶긴 합니다만... 동생분과 친구분을 위해서는 여기서 물러설 수 없다-맞지요?
엘스트 : 그래, 녀석들이 안심할 수 있게 마무리는 제대로 하고 가야지. 그렇게 폼도 잡아놨으니 말이야.
가우디 : 하여간에...
엘스트 : 기프트도 아르카도 날 믿고 가 줬어. 녀석들의 신뢰가 전투의 공포와 고통에서 날 지켜줄 힘이 되어줄 거야. 그렇다면 나도 거기에 응해야지. 더 뭐가 있겠냐!
가우디 : 그렇다면 전...그런 당신이 최선을 다할 수 있도록 서포트를 하지요. 당신의-‘크로스’로서!!
[숲 외곽]
아르카 : 대체 어딜 가 버린 거람, 기프트. 엘스트 오빠랑 약속했는데...
아르카 : (가끔 이런 일이 있긴 했어. 잘 놀다가 갑자기 훌쩍 없어져버리고. 약속했으면서 빵 차버리고. 정말 자기 멋대로라니깐...)
아르카 : ...앗차, 이런 생각 할 때가 아니지! 리 기프트를 찾아서 숲 바깥으로 나가야... ...응?
아르카 : (뭐지...지금 이 소린......? 저쪽 수풀 속에서 들린 것 같은데)
(빛이 퍼져나간다)
아르카 : !? 뭐야 이게? 땅에 구멍이 일렁일렁거리네... 막 빛을 내면서 흔들리고 있어... 무슨 바닥 없는 늪같아... ......에잇!
(돌을 던져보는 아르카)
아르카 : (뭔지는...잘 모르겠지만......이거, 가까이 가면 안 될 것 같아)
아르카 : 빨리 가자...
(다시 한번 빛)
아르카 : !? 부르고 있어...너머에서 누군가가... 기프트...혹시 너야?
아르카 : (설마 기프트 여기에 빠진 거 아냐!?)
아르카 : 그럼 그냥 가면 안되지! 기프트!! 얘 기프트!!? 대답 좀 해 봐, 기프... 아......!?
(풍덩)
뭘까......
이 느낌은......
물 속......?
아냐, 비슷하긴 한데, 물속은 아냐...
숨이 쉬어져......아니, 오히려 따뜻하고 편안한 느낌이야...
반짝거리는 빛의 바다......
아아......가라앉는다......
끝도 없이, 가라앉아가...
.........
............
............끝도 없이?
[빛의 늪]
아르카 : ......꺄!? 뭐, 뭐야......이거......? 시커먼...진흙 천지야... 바다 밑에 잔뜩 깔려 있어......나......이대로...... 저 속에......빠져 버리는 거야......?
(빨려들어가는 아르카)
아르카 : 싫어어!!! 그런 거 싫어!! 살려줘! 아무나 좀 살려줘!! 제발 살려줘--!!? 엘스트 오빠!! 기프트!!! 아빠...엄ㅁ......웁!! 제발 꺼내줘!! 부탁이야!! 아무나 좀!! 누구라도 되니까......! 내 목소리 좀...들어줘어......!!
괜찮아---
여기---있으니까---
아르카 : ......어?
[???]
아르카 : ...... ......어, 얼라......? 여기......어디야......? 꺄악!?
??? : ............
아르카 : 혹시......네가 날 구해준 거야?
??? : .........♪
아르카 : 그렇구나...고마워! 넌 내 생명의 은인이야. 뭘로 사례하면 될까, 으응-
??? : ?
→ 보자...
멋진 머플러(かっこいいマフラー)
멋진 머리띠(かっこいいバンダナ)
멋진 꽃장식(かっこいい花かざり)
멋진 손수건(かっこいいハンカチ)
○멋진 손수건을 선택
아르카 : 응, 이거 줄게. 마음에 들었음 좋겠다. 자 이리로 와 볼래? 내가 매어 줄게.
??? : ♪♪♪
(모습을 드러내는 소환수)
??? : ............
아르카 : 그게 네 진짜 모습이었구나.
??? : 모습......? 이게......진짜......형태......?
아르카 : 응. ‘메이톨파’ 애였구나. 짱이다! 멋있다...
??? : 메이톨파?
아르카 : 응. ‘환수계 메이톨파’. 너 같은 동물이나 요정들도 살고 있는 세상이라고 책에서 읽었는데. ...아냐?
??? : 미안......나, 잘 몰라...... 나는......뭐야? 왜 여기 있어?
아르카 : 설마 다 잊어버린 거니?
??? : ......응, 아마...... ......
아르카 : 괘안아! 바로 다 생각날 거야! 그니깐 기운내!
??? : 고마워......응, 저기...
아르카 : 내 이름은 아르카라고 해. 있지, 네 이름은...
??? : ......
아르카 : 그... 에이, 그럼 페리에라고 불러도 돼?
??? : 페리, 에?
아르카 : 내가 제일로 좋아하는 그림책에 나오는 너무 멋진 환수계 메이톨파의 용사님이야. 거기서 따온 이름이지. 그 용사님도 지금 너처럼 귀여운 손수건을 몸에 차고 드넓은 초원을 내달렸대. ......싫어?
??? : 안 싫어! 왠지...너무너무 기뻐! 페리에......아르카가 지어준 이름. 너무나도...소중한, 이름......!
(잠시 뒤)
아르카 : 그럼 페리에 넌 정말 나랑 만나기 전의 일들은 전혀 기억을 못 하는 거구나.
페리에 : 응......미안......
아르카 : 사과할 거 없어. 사정이 있어서 그런 거겠지. 그리고 페리에는 날 구해줬잖아.
페리에 : ...난 잘 모르겠어. 누가 날 부른 것 같았어. 그래서 대답하려고 했더니 아르카가 눈앞에 있었고. ...그것밖에 기억이 안 나.
아르카 : 틀림없어! 사실 내가 살려줘-하고 소리를 쳤거든. 페리에가 그걸 듣고 날 구해주러 온 거야. 정말 고마워, 페리에.
페리에 : 응...에헤헤. 왠지 좀 쑥스러워.
아르카 : 아하하하하-
페리에 : 아르카, 이제 어쩔 거야?
아르카 : 원래 세계로 어떻게든 돌아가고 싶은데. 엄마 아빠가 걱정할 테니깐.
페리에 : 으응...역시.
아르카 : 있지 페리에? 너만 괜찮다면이긴 한데, 나랑 같이 안 갈래?
페리에 : 으음?
아르카 : 이런 데 외톨이로 있어봐야 아무 것도 없고, 쓸쓸하기만 할 테니깐. 페리에 너만 괜찮다면 나랑 같이 린바움에 가자!
페리에 : 린바움......
아르카 : 모처럼 이렇게 친구도 됐잖아. 이대로 안녕이라니 썰렁해. 내가 계속 곁에 있어 줄게! 둘이 같이 여러가질 보고 듣고 계속 사이좋게 지내자 우리? 그게 혼자 있는 것보다 훨씬 더 즐거울 게 뻔해!
페리에 : 친구...... 계속......같이...... !?
??? : 게푸으어어어어어!!!
아르카 : (아까 숲속에서 봤던 검은 짐승들... 어떻게 여기에!?)
페리에 : 위험해!!
아르카 : 꺄악!?
(페리에를 날려버리는 덩어리)
페리에 : ......아욱!?
아르카 : 페리에!? 얘, 정신 차려! 페리에!?
페리에 : 도망쳐......아르카......
아르카 : 싫어!! 페리에를 버리고 어떻게 가!! 말했잖아! 계속 같이 있겠다구!! 사이좋게 지내자고 말이야!!
페리에 : 아......
아르카 : 날 믿어줘, 페리에! 네가 믿어준다면 아무리 아프고 아무리 힘들어도 아무것도 아닌 양 일어설 수 있으니깐! 페리에 넌--내가 지켜줄게!!
??? : 그어우어오어어어!!!
아르카 : 우으......!?
(초록색 빛...)
페리에 : 페리에도......똑같이 생각해...... 아르카를......지키고 싶어...... 아니, 그런 게 아냐... 지키고 싶어, 가 아니라... 죽어도---지킬 거야!!!
??? : !? 게푸어와아아아아악......!?
......
엘스트 : ...아르카!!
아르카 : 우......으응......
엘스트 : 아르카! 야, 아르카!!
아르카 : 얼...라...?
[숲 속]
엘스트 : 아르카!! 진짜 다행이다. 이제야 정신이 들었구나!
아르카 : 엘스트......오빠?
엘스트 : 이제 의식은 돌아왔지? 어디 아프고 그러진 않고?
아르카 : 응. 괜찮아......아직 좀 멍-하긴 하지만... 나, 대체 어떻게 된 거야?
엘스트 : 내가 묻고 싶은 질문이야. 그 뒤로 벌써 3일이나 지났다고.
아르카 : 사, 삼일이나!? 아니 왜!?
엘스트 : 마을 사람들 총동원해서 계속 널 찾아다녔단 말이야. 슬슬 이웃 마을 사람들한테도 도와달라고 해야겠다 말이 나오던 차에 이녀석이 갑자기 엄청난 마력을 감지해서.
가우디 : 서둘러 달려와 봤더니 당신과---
엘스트 : 옆에 이 쬐끄마한 녀석이 쓰러져 있더라고.
아르카 : 쬐끄마한 녀석이라니...
페리에 : ......
아르카 : 페리에!? 꿈이......아니었구나......
페리에 : 잠꾸러기 아르카. ...페리에가, 얼마나, 걱정했는데.
아르카 : 미, 미안해! 그치만 천만다행이야...
엘스트 : 네가 직접 설명해줄 수 있을까? 대체 무슨 일이 있었는지를...
(설명하는 아르카)
아르카 : ---이게 내가 아는 전부야. 나머진 정말 잘 모르겠어.
엘스트 : 파트너, 어찌 생각해?
가우디 : 상황으로 판단해 볼 때 필시 ‘게이트’에 빠졌던 거겠죠.
아르카 : 게이트?
엘스트 : 이세계로 이어지는 문 얘기야. 대부분 정해진 장소에 존재한다만 가끔씩 전조도 없이 나타나기도 해. 아르카 넌 거기 빠졌던 거야.
가우디 : 불안정한 ‘문’을 통과하면 시간의 흐름도 불안정해지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녀에게 있어선 짧은 시간이었는데도 이쪽에선 3일이나 지났던 건 그래서죠. 무사히 돌아오길 천만다행입니다. 경우에 따라선 통과하는 순간 사망할 가능성도...
엘스트 : 야 임마! 애를 겁줘서 어쩌려고!?
가우디 : 무슨 실례의 말씀을! 저는 있는 그대로의 사실을...
아르카 : 나도 알아. 엄청 위험했었다는 건. 페리에가 구해주지 않았더라면 난 지금쯤...
가우디 : 즉 그녀가 당신에게 있어서 생명의 은인이라 이거군요.
페리에 : 으음! ...근데 은인이란 게 뭐야?
엘스트 : 나도 잘 알지. 하지만 그건 그거고. 이세계 조정기구 ‘유크로스’의 소환사로서는 정체도 모르는 이계의 존재를 이대로 방치할 수는 없는걸.
(검을 뽑는 엘스트)
페리에 : 무으!?
아르카 : 관둬, 엘스트 오빠!? 이 앤 내 절친이란 말야!! 아무리 내가 오빠를 좋아해도 페리에를 괴롭히거나 그럼 저, 절교할 거니깐--!!
(초록색 빛이 퍼져나간다)
두 사람 : 아......!?
엘스트 : 이거, 설마하니......
가우디 : 예. 틀림없습니다. 이건 ‘향명석(響命石)’, 그리고 ‘서약’의 빛. 아까 전에 제가 감지했던 마력과 동질의 존재입니다.
엘스트 : 그럼 아르카랑 이 녀석이 ‘크로스’가 되었단 거야 뭐야!?
아르카 : 크로스?
가우디 : 즐거운 일도 괴로운 일도 모두 다 서로 나누는 최고의 ‘친구’를 말하는 것입니다. 저와---엘스트 같이 말입니다.
페리에 : 으음! 계속 같이!
엘스트 : 가우디, 너...
가우디 : 당신이 뭘 염려하고 있는지는 잘 알고 있습니다. 엘스트... 그녀는 데이터베이스에 일치하지 않는 정체불명의 존재. 그 검은 짐승들과 마찬가지로 말입니다.
엘스트 : 그렇다면!?
가우디 : ‘크로스’란 세계와 세계를 이어주는 소중한 가교---
엘스트 : 아......
가우디 : 그것을 지켜보며 올바르게 자라도록 키우는 것도 우리들 ‘유크로스’의 책무입니다. 제 말에 틀린 부분이라도 있습니까?
엘스트 : 그야 틀림 없지만, 하지만...이건 좀...
가우디 : 처음 만난 뒤로 틈만 나면 투닥거렸던 저와 당신마저도 지금은 서로를 이해하고 있잖습니까. 가능할 겁니다...저들도, 틀림없이...
(즐거워 보이는 아르카와 페리에)
엘스트 : 응......그렇지......네 말이 맞아. 나도 좀 더 강한 마음을 지녀야만 할 것 같군. 내 마음이 약했기 때문에...책임져야 할 것을 방기했기 때문에...
가우디 : 엘스트...
엘스트 : 아르카, 페리에. 너흰 앞으로도 계속 같이 지내고 싶니?
아르카 : 응!
페리에 : ...안된다고 해도 붙어 다닐 거야!
엘스트 : 그렇다면 너흰 지금 당장이라도 세이발에 가야 해. 거기 있는 학교에서 공부를 하고---정식 소환사가 돼. 그러면 너흰 계속 같이 지낼 수 있어.
아르카 : 내가 엘스트 오빠같은 소환사를...!?
엘스트 : 물론 쉬운 일은 아니지. 너만이 아니라 네 크로스도 서로 힘을 합쳐서 헤쳐나가야만 가능한 일이야. 그래도---할 수 있겠니?
아르카 : 응! 될 거야! 나 죽어도 소환사가 될 거라구! 엘스트 오빠같이 대단한 소환사가 꼭 되고 말 거야!
엘스트 : ......
아르카 : 우리 열심히 하자? 페리에!
페리에 : 귀찮긴 하지만...그래도 아르카를 위해서라면 열심히 할래!
엘스트 : 좋아! 결정 났으니 바로 준비를 해야지. 가우디, 본부에...아니, 진셀아 총수께 직접 연락 부탁한다. 사정이 워낙 특수한 애들이니, 정보가 새어나가는 건 달갑지 않아서.
가우디 : 잘 알겠습니다.
엘스트 : 부모님께는 내가 가서 설명 드릴게. 3일동안 돌아다니게 만든 것도 제대로 사과를 드려야 하니.
아르카 : 아......!? 그러고 보니 기프트는? 기프트는 무사해!?
엘스트 : 아아...그 부분은 이제 걱정 안 해도 돼.
아르카 : 어?
엘스트 : 기프트는 더 이상 여기 없어. 그 왜 이번 건도 있었고 해서. 가족 모두가 다른 동네로 이사갔거든. 나도 나중에 그쪽으로 갈 생각이고.
아르카 : 그럴 수가... 나, 작별 인사도 못 했는데...
엘스트 : 아니 뭐. 바로 만나게 될 걸. 걔도 널 많이 걱정했으니. 좀 조용해지면 편지라도 쓰겠지. 그러니 넌 아무 걱정 마.
아르카 : 으, 응......
엘스트 : 자, 그럼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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