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초등학교 5,6학년 때 사촌형 어깨 너머로 영웅전설4 하는 걸 보면서 처음 이 시리즈를 알게 되었으니
올해로 17,18년째네요.
이 게시판을 최근에 알게 되었는데
여러 영웅전설 팬분들과 감상을 공유하고 싶어 이렇게 올립니다.
블로그에 올린 글이라 게시판 분위기와 잘 맞지 않을 수도 있으나 잘 부탁드립니다.
섬의 궤적의 제약들
지금까지의 궤적시리즈의 추이를 살펴보면
하나의 궤적타이틀의 첫번째 작품에서는 인물과 배경, 그리고 본격적인 갈등의 전조를 보여주고
두번째 작품에서는 첫번째 작품에서 깔아놓은 밑그림을 가지고 본격적인 채색을 하여
하나의 궤적타이틀을 완성하는 면모를 보여줬습니다.
이번 섬의 궤적2 또한 그런 기조에서 크게 벗어나 있지 않습니다.
인물들의 관계는 이미 정립되어 있고 배경은 제시되었습니다.
중심이 되는 7반과 토르즈 사관학교와 관련된 주변 인물들,
그리고 에레보니아 제국이라는 거대한 나라와 그 안에 여러 도시들의 모습은 이미 전작에서 볼 수 있었죠.
다만 다른 궤적시리즈들과 한가지 부분에서 차이를 가지는데요.
다름 아니라 미래가 이미 결정되어 있다는 것입니다.
사실, 막상 플레이 하면 7반들에게 몰입되어 정해진 미래를 망각하기 십상입니다.
게다가 벽궤가 나온 것이 2011년이니 섬궤를 거쳐 섬궤2에 이르기까지 3년의 시차를 가지고 있고,
섬궤에서 쌓인 이야기도 많아서 플레이어들은 사실상 벽궤의 에필로그를 막연한 미래로 치부하기 십상이었을 것입니다.
또한 영웅전설 시리즈의 오랜 팬들에겐 미래가 결정된 이야기로 이미 바다의함가의 전례가 있습니다.
바다의함가는 시리즈를 마무리 하는 역할,
그리고 어떤 과정을 거쳐 가가브의 세계가 마침내 하얀마녀로 이어지는가에 대한 가교 역할을 동시에, 훌륭히 수행했습니다.
여담이지만 저는 영웅전설4로 이 시리즈를 처음 접했고,
주홍물방울을 가장 많이 플레이했을 것이지만 지금은 가가브 3부작 중 바다의함가를 가장 높게 치고 있습니다.
하얀마녀와 주홍물방울은 각자 자신들이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하면 되었지만,
바다의함가는 그 둘을 끌어안아야 할 의무감을 짊어진 채로 그 둘에 뒤지지 않는 목소리를 내고 있기 때문입니다.
미래가 정해진 이야기로서 바다의 함가라는 전례가 있었기에 플레이하는 유저는 암울한 미래가 기다리고 있다는 걸 알면서도
혹시... 라는 기대를 품기에 충분했습니다.
그런데 그 바다의함가보다 이번 섬의궤적2가 안고 있는 짐이 훨씬 더 큽니다.
바다의함가는 그나마 수십년의 시차, 다른 대륙, 그리고 고전 왕도의 롤플레잉 게임이라는 자유를 허용받았습니다.
물론 이러한 것들은 추후에 덧붙여질 이유겠지만, 바다의함가가 주홍물방울 이후의 기획인 것은 사실이겠죠.
그러나 2004년부터 시작된 궤적시리즈는 처음부터 단 몇 작품으로 이야기를 끝내지 않겠다는 듯 촘촘한 타임테이블을 마련해두고
무려 10년, 일곱 작품이라는 방대한 이야기를 이끌어가고 있습니다.
이 시리즈를 플레이하고 있는 우리들은, 시리즈 속의 인물들보다 나이를 빨리 먹고 있네요.
이야기를 진행하면서 뭔가 위화감이 생기지 않으셨나요?
이 길고 길 수 있었던 이야기가 고작 한달 동안 이루어지고 있다는 것을.
전작인 섬궤까지만 해도 한달 단위로 날짜가 넘어가긴 했는데, 섬궤2에서는 한번에 날짜가 많이 넘어가봤자 3일입니다.
다른 시리즈 같으면 몇날 며칠에 걸려서 했을 서브퀘들을 하루만에 모조리 쓸어담게끔 하는 모습을 보면서
'아니, 지금 일이 이렇게 시급한데 마을 사람들 부탁 들어줄 타이밍인가?' 싶은 장면도 꽤 있었습니다.
한달은 이야기의 주인공들이 어떤 성장(변화)을 이루기엔 너무 짧은 시간입니다.
그러나 팔콤의 궤적시리즈 타임테이블은 여유가 없었고 인물들이 충분히 흩어지기 위해 한달,
그리고 사람들을 모으는 한달만에 모든 이야기를 수습할 수밖에 없게 되었습니다.
장황하게 설명하긴 했지만...
이런저런 제약들에도 불구하고 팔콤이 기존 왕도물처럼 결말을 내려고 했다면 얼마든지 낼 수 있었을 겁니다.
그런데 팔콤은 '일부러' 그렇게 하지 않았습니다.
여기에 대해선 나중에 나올 궤적시리즈의 전반적인 밑그림이라는 형식으로 추후에 언급하고 싶군요.
전조들
영웅전설들의 전작들을 따라온 분들은 팔콤이 결코 인물들을 쉽게 죽이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고 계실겁니다.
게임이 진행되는 시점보다 과거에 이미 죽었던 인물들은 매우 많지만
게임을 진행하면서 만나게 되는 인물들은 아무리 심각한 범죄를 저질러도 쉽게 죽이지 않았고
특정 시퀀스에서 총알받이가 되는 동료도 시간이 흐르면 다음 순간에 다시 조력자로 나타나줬습니다.
어쩌다가 한명 죽기라도 하면 작품 하나에 빈공간을 할애해서 명복을 빌어줬죠.
궤적 시리즈를 통틀어서 죽은 주요 인물이 한손에 꼽을 정도는 될까요.
이런 경향은 영웅전설 시리즈 전반에 흐르는 주제의식 혹은 인간관과 밀접한 연관을 지닙니다.
이걸 풀어내려면 좀 복잡하지만 한 문장으로는
'모든 편견은 극복될 수 있다', '모든 사람 사이의 벽은 허물어질 수 있다.'
정도로 표현할 수 있을 것 같네요.
섬의 궤적1 후기에도 적어놓은 것이지만,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생득적인 부분으로 말미암아 생겨난 갈등에 대해
영웅전설의 서사는 매우 관대한 태도를 취하고 있습니다.
누군가가 누군가를 미워하는 것에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는데
그 '그럴 만한' 이유는 자신이 자라온 환경, 그리고 그로부터 비롯된 편견으로 말미암은 것이고
이러한 편견의 '벽'은 그런 편견을 가지고 있는 인물들이 함께 어울리며 어려운 사건들을 함께 극복해 나가면서
허물어지게 되는 이야기가 지속적으로 다뤄지고 있습니다.
당장 하얀마녀부터 이번 섬의 궤적2에 이르기까지 메인스토리들과
소위 npc들 이야기들의 방향성을 살펴보면 거진 다 그러한 것들입니다.
사관학교의 면면들을 들여다봐도
패트릭 하이암스의 린에 대한 감정, 폴라의 유시스에 대한 감정, 패리스 플로랄드와 아리사, 휴고와 베키,
엘런과 브리짓 기타 등등 기타 등등
모두 알고보면 상대방에 대한 부정적인 감정은 우리의 '편견'으로 말미암은 것이고
함께 지내는 동안 그러한 벽이 허물어질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지요.
이러한 영웅전설의 인간관은 적은 사망자 수와 밀접한 관련이 있습니다.
사람들 사이에 벽이 허물어질 수 있다고 믿기에, 사람을 함부로 죽이지 않습니다.
죽으면 용서도 속죄도 이해도 불가능해져 버리니까요.
그런데 벽의 궤적에서, 테러리스트 리더가 매우 참혹하게 죽어버렸습니다.
사실 전 일본어가 약해서 이 부분을 온전히 몰입할 순 없었습니다만
저만이 팔콤이 이런 묘사를 하다니! 하고 생각한 것은 아닐겁니다.
테러리스트 리더의 죽음은 더 큰 서사를 위한 버림말인데, 여태까지 팔콤의 스토리텔링에 있어서
무언가를 버림말 비슷한 것으로 쓰더라도 죽음에까지 이르게 한 적은 없었습니다.
그런데 테러리스트 리더는 죽었고, 벽의 궤적은 그 후로 무수히 많은 사람들이 다쳤지만
더 이상 특별한 사망자를 낳지는 않고 나름의 결말을 맞이합니다.
그리고 섬의 궤적.
노르드 고원에서 감시탑이 폭파되며 제국과 공화국의 긴장감이 조성되죠.
감시탑 병사 로안은 아마 전작들이었다면 절대 죽지 않았을 겁니다.
전작들의 스토리텔링을 따른다면 이 병사가 죽지 않고 크게 다치기만 해도 이야기를 이끌어나가는데는 차이가 없습니다.
그리고 갈레리아 요새의 군인들, 그리고 제국해방전선 수하들도 가차없이 죽여버리더군요.
하늘의 궤적부터 해오신 분들은 이 차이를 분명하게 인식하실 수 있습니다.
만약, 하늘의 궤적이었다면 V, 오토 대표, 그리고 그 녀석이 죽었을까요.
사망자 발생을 기준에 놓고보면
영웅전설6 SC 5장의 보스, 라벤느 마을와 섬의궤적2 2부 파트3의 켈딕은 좋은 비교대상이 됩니다.
엔피씨 마라톤을 열심히 뛰신 분이라면 오토 대표가 켈딕 마을 사람들에게 있어서 어떤 존재였는지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저는 켈딕이 참변을 겪었을 때, 두번째로 말을 건 엔피씨가 오토 대표가 죽었다고 했을 때 눈을 의심했습니다.
아, 뭔가의 착각이겠지. 생각했는데 마을 중앙 광장에서 다른 엔피씨가 또 오토대표가 죽었다고 하는 겁니다.
공방에 옛날 것이 좋다는 무기점 할아버지는 없고 오브먼트 청년만 있고, 풍향정에서는 카운터 보는 아주머니가 접대하는 아이가
머리에 돌을 맞았다면서 흐느끼고, 예배당 앞에서 맨날 놀리고 놀림받던 꼬마애들은 없고 고양이만 있는데.
지금은 시일이 꽤 흘렀지만 오토대표의 집에 사람들이 머리 숙이고 있고, 예배당에 환자들이 누워 있는 모습을 보면서
제가 화가 나고 눈물이 나더군요.
트위터 계정을 따로 파서 플레이기록을 남기면서 해서 그런지 몰라도
엄청나게 몰입해서 7반의 이야기를 온전히 제 이야기로 받아들일 수 있었습니다.
게임 내의 인물을 죽이는 것에 대해서 이야기 하고 있었지요.
이런 분석하는 글이 무슨 의미가 있을지 모르겠습니다만,
여튼 팔콤은 여러 죽음들을 전조로 삼아 시리즈 최초로 플레이어블 캐릭터를 죽음에 이르게 합니다.
이상한 이야기
세번째 파트의 제목을 뭘로 정할까 고민했는데, 이게 가장 적절할 것 같군요.
소설, 만화, 애니, 영화를 통틀어서 어떤 이야기가 그저 잘 만들어진 '수작'을 넘어서
시대에 한 획을 그을 '걸작'이 되려면 그 작품은 '이상한 이야기'여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비근한 예로 TV판 신세기 에반게리온이 있습니다.
쉽게 알기 어려운 은유로 가득한 전문 용어들, 도무지 왜 싸워야 하는지 알기 어려운 적, 불친절하고 폼만 잡는 어른들로 가득한
이 작품은 주인공 이카리 신지의 내면 세계로 이상함의 정점을 찍고 있습니다.
세간에서는 이카리 신지를 중2병 찌질이라고 흔히 말하지만
이카리 신지로 인해서 많은 사람들이 성장기에 겪는 불안정한 내면 세계를 중2병이라 치부할 수 있게 되었는지 모릅니다.
(이런 말이 허락된다면)성장기의 불안, 고독, 절망을 그토록 치열하고 집요하게 애니메이션이란 매체에서 드러내면서
얼마만큼의 제작진의 광기가 있었을까요.
이는 웰메이드를 지향하는 작품은 다가설 수 없는 세계입니다.
근년의 콘도 사장의 인터뷰를 보면 자신들의 처녀작인 하늘의 궤적을 미숙한 작품이었다며 부끄러워하더군요.
무건가를 만드는 사람이 자신의 과거작들을 부끄러워하는 것은 으레 있는 일이지만,
하늘의 궤적은 웰메이드를 지향하는 작품이었고 그저 웰메이드를 넘어선 작품이었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기존의 RPG 서사 양식을 그대로 따르면서 자신들의 목소리를 부족하지 않을만큼 섞어 넣었고,
가가브로부터 이어지던 영웅전설이라고 할 만한 것들도 담고 있었죠.
섬의궤적2를 플레이 하는 중 아는 지인을 만나서 이런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나 : 이번 작품 굉장히 좋네요. 역대급인 것 같습니다. 판매량도 꽤 나오는 것 같아요.
지인 : 왕도물이 스토리가 괜찮게 뽑히면 많이 팔리는 법이죠. 팬들도 굶주려 있으니까요.
나 : 왕도물이 뭘까요?
지인 : 우정, 사랑, 용기 으쌰으쌰 해서 세계는 구원받았다고 하면 왕도물 아니겠어요.
게임을 하면서 아마 저를 포함하여 대부분의 사람들은 왕도물적 전개를 기대하셨을 겁니다.
그런데 이미 팔콤은 놀티아 영방군이 1:1 대결이라는 어찌 보면 얼토당토 않은 방법으로 중립 선언을 하게 만들어놓고
바로 다음 시퀀스에서 켈딕 참변을 배치하여 뒤통수를 후려갈기며 경고를 하고 있었습니다.
지금 제국에서 벌어지고 잇는 것은 애들 싸움이 아니라 '전쟁'이라는 것을요.
작품 전개를 차치하고라도 이미 게임 내 많은 어른 캐릭터들이 지적하고 있었던 부분이죠.
그런데 켈딕에서 눈물 쏟고 분노하면서 그런 부분을 충분히 인지하고 있었음에도
학생들이 하나둘 카레이저스에 합류하고 트리스타를 해방하여 토르즈 사관학교를 되찾았을 때,
저도 모르게 뜨거운 것이 가슴속에 들어와 작품이 안고 있었던 제약들과 전조들, 경고에도 불구하고
린들과 마찬가지로 테러리스트 C를 학교에서 졸업시킬 수 있다고 믿게끔 되었습니다.
왜냐하면, 팔콤이고 영웅전설이고 두번째 작품이잖아요.
그러나 그 결과는 이미 여러분들이 아시는 바와 같습니다.
종장이 끝나고 멍한 상태로 외전을 진행하면서부터는 게임에 막 짜증을 내고 있었습니다.
크로스벨 친구들 얼굴을 비추는데 하나도 반갑지 않더군요.
게다가 던전은 어찌나 지루하게 복잡한지 보물상자가 보이는데도 무시하고 그저 앞으로 앞으로 진행했습니다.
다른 분들은 리샤 엉덩이 어쩌고 하시는데, 정말 그런 거 하나도 눈에 들어오지 않더군요.
그리고 청년들의 대면.
그때부터 배경음 블루 데스티네이션이 흘러나오는데
아, 이 장면을 얼마나 그리고 싶었을까. 하는 생각과 더불어
왜 이 게임을 이렇게 만들어야 했는지, 어떤 마음으로 만들었을지 나름대로 납득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같은 동네에서 태어났으면 친한 친구가 되었을 두 사람을
다른 국적으로 설정하여 비극적인 드라마로 연출하는데, 영벽궤에서 무수히 되풀이어 되었던
'벽을 넘어서자'는 대사가 여태까지 내가 플레이한 캐릭터에게 적용될 때 아이러니의 극치더군요.
이 게임은 정말 이상한 이야기입니다.
게임 내내 주인공이 한 일은 고민하고 갈등하고 사람을 모으는 것밖에 없습니다.
중간중간 로봇들도 때려부수고 사람도 구출하고 하지만 이 이야기가 RPG라는 공간에서 진행되는 걸 고려하면
게임으로서 구색을 갖추기 위한 안배에 불과합니다.
그나마 이루어지는 액션들도 '힘을 보여줬다.', '제압했다.' 혹은 '제압당했다.'에 그치고 있죠.
내전 상황이고 지금 벌어지고 있는 것이 '전쟁'이라는 것을 끊임없이 보여주고 있는데도
기신과 카레이져스라는 '힘'을 가지고 있는 주인공은 고민하고 갈등하고 본인이 온전히 납득할 수 있는 일만을 합니다.
그래서 주인공들이 말하는 제 3의 길이 뭐냐.
그토록 고민하고 갈등했는데 같은 걸로 또 고민하는 주인공이 한심스럽다고 하실 분도 계실지도 모르겠어요.
하지만 스스로의 소년과 청년 시절을 돌이켜 보면, 어두컴컴하고 한줄기 빛도 보이지 않는 암울함 속에서
똑같은 고민을 매일 반복하는 날들이 있었을지도 모릅니다.
이번 작품의 의도와 메시지는 주요 어른들의 대사로 명확하게 드러납니다.
올라프 크레이그, 이리나 라인폴트, 빅터 알제이드 등 주인공들의 부모들부터
클레어, 사라, 토발, 샤론과 같은 선배 세대의 조력자들,
하이델 이사, 카이엔 공작, 비타 클로틸드, 서풍의 여단들 같은 '적'들까지
각자 자기 입장에서의 '젊음', '청년시절'을 이야기해요.
누군가에게 '젊음'은 미숙한 열정으로 가득한 한심한 시절이고, 다른 누구에게는 현재의 나를 만든 성장의 시간이기도 합니다.
어른들의 입장에서 이미 세계의 질서는 형성되어 있고 그 질서의 축을 자신들이 담당하고 있습니다.
이는 섬궤1 6장 이리나 라인폴트와 알리사 라인폴트와의 대화에서 직접적으로 드러나지요.
아마 어른들도 '젊은이' 시절에 어떤 선택을 하고 지금과 같은 세계의 질서를 형성하고 있는 것이겠지요.
그런 입장에서 지금 젊은이들의 목소리는 떼를 쓰는 것으로밖에 들리지 않겠죠.
또 귀족파의 힘과 혁신파의 힘이 부딪히며 에레보니아 제국 자체를 내전으로 이끌고 가지만
그들과 상관없이 살아가는 마을 사람들도 무수히 많이 보입니다.
켈딕과 루르, 바레아하트 등은 다양한 배경의 사람들이 이 세계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들을 어떻게 보고 있는가를
묘사하게 위해서 의도적이고 계획적으로 만들어졌습니다.
이번 작품에 한해서 엔피씨 마라톤 선택이 아니라 필수입니다.
엔피씨 마라톤을 제대로 달리지 않았다면 게임에 대한 감상이 달라질 수밖에 없습니다.
그리고 자라나는 학생들이 있습니다.
학생들은 각자 다른 배경을 가지고 성장했지만, 이 세계의 질서에 기여한 바가 없이 그저 휘둘리고 있습니다.
마치 현실의 자라나는 아이들에게 의무교육과정, 법질서, 기타 해야만 하는 일들이
본인들의 선택과 무관하게 그저 주어진 것이고 따라야만 하는 것이듯이요.
그 학생들에게 팔콤은 작품 하나를 통째로 들이부으며 고민할 수 있는 시간, 그리고 세상의 질서와 무관하게
본인들이 납득할 수 있는 선택의 기회를 주고 있습니다.
이제는 팔콤의 오너캐나 다름없는 올리발트가 학생들에게 카레이저스를 넘겨줄 때 이런 말이 떠오르더군요.
'어른들의 방식으로 말미암아 점점 세계가 어려워지기 때문에 자라나는 학생들에게 기대를 건다. 우리는 우리에게 익숙한 방식으로밖에 살 수 없지만, 너희는 우리가 상상할 수 없는 방식으로 이 세상을 살아낼테니까. 설령 그게 실패로 끝난다고 할지라도 앞으로 살아갈 너희들의 양식이 되겠지. 그리고 나중에 너희가 어른이 되었을 때 달라졌을 세상을 기대한다.'
카레이져스를 인계받았을 때 학생들은 가장 우선하는 방침으로 토르즈 사관학교를 탈환하겠다고 합니다.
우리를 성장시켜준, 우리들이 사랑하는 공간을 되찾자는 것이죠.
그리고 같은 학교의 학생들을 모으며 본인들이 고민하고 갈등을 한 후 내린 길을 걷습니다.
작 중에서 클레어가 이 모습을 보며 부럽다고 합니다.
저도 정말 제 학창 시절을 돌이켜 보면 7반 아이들이 부럽더군요.
어떤 이야기에서 이토록 치열하게 젊은이들의 이야기를 했을까요.
세간에 떠도는 젊은이들에 대한 이야기는 많지만 각자 자기 입장에서의 젊은이들의 나아갈 길을 논할뿐,
이렇게 젊은이들을 중심에 놓고 그들의 고민과 선택을 존중하는 이야기는 정말 찾아보기 어려울 겁니다.
이야기가 마무리되고 결국 이번 작품에서의 젊은이들의 고민과 결론은 실패로 끝나지만,
이번 작품의 제목이기도 한, 아이가 어른이 되기 전, 번뜩이는 찰나의 순간의 궤적은
최후의 전투에 대한 설명처럼 그저 공허한 시험이 아니고 이 영웅전설 시리즈 전체를 놓고 봤을 때,
그리고 어려운 시간을 최선을 다 해 달려갔던 젊은이들에게 반드시 필요한 순간이었다고 생각하게 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이 작품에서 묘사되고 있는 '젊음'은 어린시절 영웅전설을 하고 지금은 사회인이 된 사람에게도
이제 막 영웅전설을 새로 접한 사람들에게도 소중하고 의미가 있는 것이 되지 않을까요. 작은 기대입니다.
어떤 분들에게는 그저 좋은 영화 한편 봤다,로 끝날 이야기가 될지 모르겠습니다만
저한테는 이런 이야기가 매우 큰 의미가 있는 것이고, 단순히 게임 속 세계를 넘어서 현실에서도 유의미한 것이라 느껴집니다.
그리고 이글을 마무리 하는 지금은 그저 팔콤에게 고마운 마음 뿐이네요.
이런 작품을 만들어줘서 감사하다고요.
올리발트의 편지로 소감을 마무리 하겠습니다.
-여어 린 군.
무사히 학교로 돌아가게 되어 다행이다.
실은 나도 그곳으로 찾아가려 했다만 급한 일이 생겨서 말이야.
이 편지를 알핀에게 맡기고 떠나게 되었다.
...자 고지식한 린군.
지금 자신의 입장에 대해 필시 여러모로 갈등하고 있을테지.
내가 거기에 대해 해줄 수 있는 말은 딱히 없는 것 같다만...
다만 한가지 말하자면-
이 세상에 '영웅'은 없다는 것이다.
사자심황제도, 창의성녀도...
현재 국민으로부터 열광적인 지지를 받고 있는 재상 각하 역시...
우리들과 마찬가지로, 고민과 갈등을 품은 한명의 인간에 지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너도 마찬가지다.
너는 결코 '영웅' 같은 것이 아니야.
한 명의 젊은이로서, 학생으로서 많이 고민하고 방황하고 괴로워하고...
허세를 부리고, 때로는 약한 소리도 하고, 우정을 나누고, 사랑에 애태우며-
'영웅'도 아닌 '너 자신'으로서 앞으로도 성장해 줄 것이라 믿는다.
-다시 만나자.
해후하게 될 날을 기다리고 있겠다.
올리발트 라이제 아르노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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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 팔콤이 의도했던 메시지와 바라고 있던 팬들의 반응이 이런 내용이었겠지요. 하지만 죄송합니다. 이글과 팔콤의 의도에 전혀 공감을 못하겠습니다. 때문에 부럽습니다. 제가 이리도 실망한 게임을 이렇게 즐겁게 플레이하셨다는 사실이... 정말 부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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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날 며칠에 걸쳐 쓴 소감이라 처음엔 분석의 비중이 높았는데 나중엔 뭔가 뜨거운 것을 담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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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사람에게 큰 상처를 입혀본 사람이 그걸 잘못이라고 생각하게 되었을 때, 다른 사람에게 지나칠 정도로 배려하게 되기도 하는데 린도 그런 캐릭터로 만들어진 것 같습니다. 다른 사람을 배려하지만, 어딘가 강박이 섞여있고 본인 스스로를 돌보지 않는 배려이기 때문에 섬궤1 2장에서 유시스도 일침을 놓았었죠. 린의 그런 '두려움'은 섬궤2 서장에서 동생과 그 부분에 대한 대화를 나누는 장면에서 다시 한번 다뤄지고 막간에서 그런 상당부분 해소되는데, 에필로그에서 선배 포스 푹푹 풍기는 사진을 보면서 린에게 그런 걱정은 더 이상 안 해도 되겠구나 생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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떡밥 덜풀린게 설사 의도되었다 하더라도, 그 의도를 관철시키기 위해서 스토리가 매우 엉성해지고 설득력이 없어진 점을 부정하기가 힘들어요. 그럼 어떻게 보면 의도하고 단편으로서 스토리 퀄리티를 낮췄단건데, 이건 이거대로 용서할수가...기본적으로는 떡밥 이전에 인물들 행동이 너무 몰입이 안되는 문제가 주였던지라. 저도 이 댓글단 분에게 공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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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가 아니라 가슴으로. 그 말씀 저도 무척 동의합니다. 섬의 궤적의 섬이 '빛날 섬'이 아니라 찰나의 '번뜩이다'를 나타내는 섬이라는 걸 알았을 때 정말 여태까지 시리즈중 가장 탁월한 네이밍이라고 생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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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 팔콤이 의도했던 메시지와 바라고 있던 팬들의 반응이 이런 내용이었겠지요. 하지만 죄송합니다. 이글과 팔콤의 의도에 전혀 공감을 못하겠습니다. 때문에 부럽습니다. 제가 이리도 실망한 게임을 이렇게 즐겁게 플레이하셨다는 사실이... 정말 부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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떡밥 덜풀린게 설사 의도되었다 하더라도, 그 의도를 관철시키기 위해서 스토리가 매우 엉성해지고 설득력이 없어진 점을 부정하기가 힘들어요. 그럼 어떻게 보면 의도하고 단편으로서 스토리 퀄리티를 낮췄단건데, 이건 이거대로 용서할수가...기본적으로는 떡밥 이전에 인물들 행동이 너무 몰입이 안되는 문제가 주였던지라. 저도 이 댓글단 분에게 공감. | 14.10.14 06:45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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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콤이 간접적으로 표현한것 같지는 않습니다. 다만 기존 팬들이 보고싶었던게 아니였기때문에 그냥 지나쳐버린거죠. 항상 대사에서 오글거리게도 말해주지않습니까 "벽을 부수자" "앞으로" 어쩌면 산을 오를때 꽃이 보이지않지만 내려올때 그 꽃들이 보인다고 하듯이 차기작들을 플레이해보고나서야 섬궤를 다시 평가하게 될지도 모릅니다. | 14.10.15 22:58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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