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마음속 정리가 어느 정도 끝났기에 이렇게 글로 남겨 둔다.
당시 나는 대학 2학년 여름이었고, 우리 집에 불이 났다.
대학에서 강의를 듣고 있는데, 고향에 남아 알바를 하던 친구에게서 연락이 왔다.
“마미네 집 타고 있어.”
나는 강의실을 뛰쳐나와 서둘러 엄마에게 전화를 걸었다.
엄마는 근처 마트에서 장을 보는 중이라며, 불이 난 건 전혀 모르는 눈치였다.
다만 아까부터 소방차 사이렌이 몇 대나 들렸으니, 급히 돌아가보겠다며 전화를 끊었다.
강의가 끝난 뒤 나는 친구들에게
“집에 불이 난 것 같아.”
라고 짧게 말하고 서둘러 귀가하기로 했다.
대학에서 집까지는 자전거로 20분 거리. 자전거를 타고 10분쯤 달렸을 때, 우리 집 쪽 하늘에서 검은 연기가 솟아오르는 것이 보였다.
그냥 단순한 오해이기만을 바라며 빌었지만, 그런 바람도 허무하게 우리 집은 이미 치솟는 불길에 삼켜지고 있었다.
멍하니 서 있던 나를 엄마가 발견하고 달려왔다.
엄마가 무사한 것을 확인한 순간, 나는 그 자리에서 울음을 터뜨렸다.
“아빠도 언니도 회사에 가 있어서 괜찮아. 할아버지는 아직 연락이 안 되지만, 아마 늘 가시던 그 파칭코집에 계실 거야.”
내 손을 꼭 쥔 엄마의 손은 떨리고 있었다.
소방관 아저씨들이 필사적으로 진화해 준 덕분에, 불길이 옆집으로 번지지는 않고 겨우 진화되었다.
조퇴하고 돌아온 아빠와 언니, 그리고 생사가 확인되지 않던 할아버지도 파칭코점에서 돌아왔다. 그들을 맞이한 건, 새까맣게 타 버린 우리 집의 처참하게 변한 모습이었다.
그 광경 앞에서 우리 가족은 그저 멍하니 서 있을 수밖에 없었다.
“이제… 어떻게 하지…”
일단 경찰과 소방에서, 완전히 진화된 것을 확인한 뒤 현장 검증을 실시할 거라고 설명해 주었고, 그건 다음 날 이후가 될 거라고 했다.
하지만 완전히 전소된 집에 묵을 수 있을 리가 없다. 하필 근처에 의지할 친척도 없어, 우리 힘으로 어떻게든 해야 했다.
가족 모두 최소한의 갈아입을 옷 등을 사서, 그날은 역 앞 비즈니스 호텔에서 하룻밤을 보내기로 했다.
이런 일이 벌어지긴 했지만 그래도 가족 모두가 무사하다는 걸 불행 중 다행이라 여기며 기뻐했다. 집은 잃었지만, 가족은 있다.
수많은 추억이 담긴 집이 사라져도 소중한 가족이 있다는 사실이 나를 긍정적으로 만들었다. 결코 강한 척이 아니라, 정말로 가족의 존재가 내 버팀목이라고 느꼈다.
그때까지만 해도 나는 진심으로 그렇게 생각했는데…
어쩌다 그런 일이 되어 버렸을까….
다음 날, 소방과 함께 현장 검증을 진행한 경찰에게서 연락이 왔다.
검증 결과, 방화의 가능성이 높고, 부엌 근처의 손상이 특히 심한 걸로 봐서 휘발유 같은 것을 뿌린 게 아닐까 한다는 것이다.
그 뒤 경찰관이 말을 이었다.
타다 남은 잔해 속에서 최소한 신원 미상의 백골 시신이 네 구 나왔다고 했다.
거실 바닥 아래에서 발견되었는데, 모두 손상이 심해 현재로서는 성별조차 구별하기 어려운 상태라는 것이다.
집 바닥 밑에서 신원 미상의 백골 시신이 네 구나 나왔다는 사실은,
집에 불이 난 것 자체보다 우리 가족에게 훨씬 더 청천벽력 같은 소식이었다.
우리는 각자 따로 조사를 받게 되었고,
불이 났을 때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었는지, 그 백골들에 대해 짐작 가는 바는 없는지 같은 것을 질문받았다.
나는 정말 아무것도 몰랐고, 아무것도 알 수 없었다. 있는 그대로를 이야기했지만, 그 말을 믿어줄까 하는 두려움이 들었던 기억이 있다.
그보다 더 무서웠던 건, 이 일에 우리 가족이 관련되어 있는 건 아닌지, 어떤 사건에 휘말려 버린 건 아닌지 하는 걱정이었다.
그런 일이 있고부터 우리 동네에서는, 우리가 무슨 사건을 일으킨 게 아니냐는 소문이 끊이질 않았다.
주변의 시선도 곱지 않게 변해, 아빠는 조금 떨어진 곳에 있는 맨션을 하나 얻기로 했다.
여전히 경찰에서 불러 이야기를 듣는 일은 많았지만, 드디어 마음 놓고 지낼 수 있는 장소를 얻었다는 사실에 우리 가족은 안도했다.
최소한의 가구와 생활용품을 갖추고, 실제로 정착할 수 있을 때까지 한 달 정도가 걸렸지만, 겨우 생활의 안정을 되찾을 수 있었다.
언제나처럼의 일상이 돌아올 무렵, 나는 다시 경찰에 불려 갔다.
경찰에 가게 된 건, 화재 다음 날 백골이 나왔다는 이야기 이후 처음이라 조금 긴장했다.
경찰서에 도착하자 담당 형사님이 공손하게 나를 맞아 주었다.
내 긴장을 눈치챘는지, 형사님은 세상 돌아가는 얘기나 자기 얘기까지 섞어가며 “요즘 어때? 힘든 건 없어?” 같은 말을 건네며 분위기를 풀어 주었다.
나도 약간 가볍게 받아 치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는데, 형사님의 표정이 조금 굳어지더니 가족에 대해 묻기 시작했다.
“아버지는 어떤 일을 하시는 분이야?
어머니는 어떤 분이시고?
언니는?
할아버지는?”
쉴 새 없이 질문이 이어졌다.
나는 하나하나 대답해 나갔지만, 가족 중 누군가가 의심받고 있는 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질문이 계속되자 불안이 커졌다.
한바탕 질문이 끝난 듯, 형사님이 한숨을 고르고 나에게 충격적인 진실을 털어놓기 시작했다.
“네 집에서 발견된 백골은 모두 네 구야.
오랜 세월이 지난 데다 화재 피해까지 겹쳐 상태는 절대 좋지 않았지.
경찰로서도 신원 확인을 위해 전력을 다해 감정을 진행했는데, 발견된 장소가 바닥 밑이었다는 게 다행이었어.
네 구 중 두 구는 어떻게든 감정할 수 있었거든.
그리고… 여기서부터는 침착하게 들어줬으면 한다.
결론부터 말할게.
너의 DNA와 대조한 결과, 감정에 성공한 두 구는 네 혈족일 가능성이 높다는 결과가 나왔다.”
“게다가 네 가족과 네 DNA를 조사해 본 결과,
혈연 관계가 전혀 없는, 완전히 남이라는 것이 밝혀졌다.
그 점을 전제로 다시 묻고 싶어.
너와 ‘가족’이라는 사람들 사이의 관계에 대해, 알고 있는 걸 모두 이야기해 줬으면 한다.”
나는 형사님의 설명을 전혀 이해할 수 없었다.
아니, 무슨 말을 하고 있는 건지조차 머리에 들어오지 않았다.
설명을 듣고 한동안 멍하니 있었던 것 같다.
그 사이 형사님의 말을 머릿속에서 몇 번이고 되새기고 나서야, 겨우 말의 의미가 따라잡혔다.
“그건… 뭔가 잘못된 거죠?”
형사님을 똑바로 바라보지 못하고, 바닥만 보며 되물었다.
“결과를 좀 더 자세히 설명하자면, 두 구의 DNA는 네 어머니와 자매 관계라는 결과가 나왔어.
이게 무슨 의미인지… 우리 경찰도 심하게 당황하고 있는 상황이다.
다시 묻지만, 가족에 대해 무엇이든 아는 게 있다면 사소한 일이라도 좋으니 솔직하게 이야기해 줬으면 해.”
형사님의 담담한 말투에서는 전혀 실감이 나지 않았다.
아빠도 엄마도 언니도 할아버지도…
나와 피가 이어져 있지 않다고?
가족이 아니라는 말이야?
어릴 때부터 언제나 곁에 있던, 말수 적지만 다정한 아빠, 밝고 활기찬 엄마, 잔소리가 좀 많지만 상냥한 언니, 농담만 달고 살던 할아버지가 사실은 ‘가짜 가족’?
그럴 리가 없잖아요. 형사님, 분명 뭔가 잘못된 거예요.
다들 내 가족이에요… 정말 소중한 가족이라고요.
그게 아니라는 건가요?
하고 싶은 말이 너무 많은데, 말이 나오질 않았다.
나는 눈물을 주르르 흘리며 울고 있었다.
보다 못한 형사님이 다정하게 말했다.
“혼란스러운 것도 당연해.
다만 우리도 이 사실을 어떻게 전해야 할지 많이 고민했어.
네가 이미 성인이기도 해서, 있는 그대로를 전하기로 했지만…
솔직히 우리도 너만큼이나 당혹스럽다.”
“혹시라도 떠오르는 것, 알게 된 게 있으면 언제든 연락해 줘.”
그렇게 말하는 형사님에게 배웅을 받으며, 나는 경찰서를 나섰다.
집에 돌아가니 아빠와 언니가 평소보다 일찍 일을 마치고 거실에서 쉬고 있었다. 가족이 모두 모여 있었다.
“늦었네, 마미. 어디 갔다 온 거야?”
아빠의 물음에 나는 무심코
“친구 만나고 왔어.”
라며 거짓말을 했다.
“자, 다들 밥 먹자, 밥. 얼른 자리 앉으렴.”
엄마가 늘 그렇듯 밥상 앞으로 모이라 재촉했다.
각자 자기 자리에 앉아 밥을 먹기 시작했다.
언제나와 다를 바 없는 풍경을 눈앞에 두고, 형사님의 말이 다시 떠올랐다.
‘혈연관계가 전혀 없는 완전한 타인’
이 사람들과 피가 이어져 있지 않다?
그렇다면 이 사람들은 도대체 누구지?
무슨 목적으로 이토록 오랜 시간 ‘가족 노릇’을 해온 거지?
그런 생각을 하다 보니, 식욕이 한순간에 사라져 버렸다.
“미안. 입맛이 안 나.”
걱정하는 가족을 뒤로하고, 나는 방으로 돌아갔다.
‘지금까지 가족이라고 믿어온 사람들은 남이고,
바닥 밑에서 발견된 사람들이 진짜 가족이라는 말이야?
그럼 그 사람들은 왜 죽은 거지?
왜 시신이 바닥 밑에 있던 거지?
누가 죽인 거야?
죽인 건… 내가 가족이라 믿어온 사람들…?’
생각하면 할수록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토할 것 같을 정도로 머리가 뒤엉켰다.
“마미, 일어나. 학교 늦겠어.”
어젯밤 방으로 돌아온 뒤 그대로 잠들어 버린 모양이다.
침대에서 내려와 거울을 보니 머리는 산발이고, 눈 밑에는 검은 다크서클이 짙게 내려와 있었다.
너무한 꼴이라 진심으로 학교에 가지 말까 고민했지만, 엄마는 허락하지 않았다.
“얼른, 학교 갈 시간이야! 언제까지 그렇게 칠칠맞게 있니! 빨리 준비해!”
이렇게 나오면 엄마는 정말 무서웠다.
서둘러 옷을 들고 거실로 나갔다. 그대로 샤워를 하려고 욕실로 가는데 언니가 말을 걸어왔다.
“마미, 너 언제까지 엄마한테 깨워달라고 할 거야? 참나.”
언니는 못마땅한 듯 투덜거리며 잔소리를 했다.
나는 맞받아치듯 혀를 쭉 내밀어 보였다.
아빠는 그런 우리 모습을 웃으며 보고 있었다.
나는 서둘러 샤워를 했다.
몽롱한 정신 속에서 형사님의
“진짜 가족이 아니다”
라는 말이 마음 한구석을 계속 건드리고 있었다.
하지만 언제나와 다를 바 없는 평범한 아침 풍경을 지나며,
‘역시 내 가족이야.’
라고 다시금 확인하고 싶어했던 것 같다.
‘이제 잊자.’
샴푸 거품을 씻어 내리면서, 마음속 의심의 거품도 함께 씻어 내려 보내려 애썼다.
수건을 두르고 거실로 돌아가니, 엄마만 혼자 서 있었다.
“아빠랑 언니는? 그리고 할아버지는?”
머리를 닦으며 묻자, 엄마가 못마땅하다는 듯 말했다.
“아빠랑 언니는 벌써 출근했어.
할아버지는 근처 파칭코집 추첨 줄 선다고 나가시고.
넌 그렇게 태평하게 굴면서 시간 좀 챙겨!”
엄마의 말을 듣고 시선을 시계로 옮겼다.
시간은 8시 10분 전.
나는 서둘러 준비를 하기 시작했다.
“다녀오겠습니다.”
현관 문고리를 잡고 밖으로 나가려던 그때였다.
“마미.”
엄마가 불쑥 나를 불러 세웠다.
“왜, 엄마?”
“…….”
엄마는 고개를 살짝 숙이며 말했다.
“조심해서 다녀와. 너 덤벙대는 데가 있으니까…”
“괜찮아. 나도 이제 애는 아니거든.”
“그래도 부모라는 건 언제까지나 자식을 걱정하는 법이야.
언젠가 네가 부모가 되면 알게 될 거야.”
“네, 네, 조심해서 다녀올게요~”
“잘 다녀와, 마미…”
무언가 말로 할 수 없는 표정을 지으며 나를 배웅하는 엄마의 모습에, 나는 묘한 위화감을 느꼈다.
학교에 도착하고 나서도 나는 엄마 생각뿐이었다.
왠지 다시는 못 보게 될 것 같은…
그런 불안이 마음 한구석에서 꿈틀거렸다.
1교시가 끝나고, 2교시가 지나고…
시간이 지날수록 불안은 점점 커졌다.
결국 나는 더는 버티지 못하고, 3교시 수업 중간에 집으로 돌아가기로 했다.
자전거를 미친 듯이 밟아 집으로 향했다.
맨션 현관을 지나 엘리베이터에 올라탔다.
1층… 2층… 3층…
느릿느릿 올라가는 엘리베이터가 답답해서 어쩔 줄 몰랐지만, 기다리는 수밖에 없었다.
우리 집이 있는 5층에 도착했다.
문이 열리는 동시에 나는 뛰어나갔다.
현관 앞까지 전력 질주해, 열쇠를 꽂았다.
‘찰칵’ 하는 소리와 함께 문이 열리는 것을 확인하고, 재빨리 문고리를 돌려 안으로 들어갔다.
“엄마!”
나는 큰 소리로 엄마를 불렀지만, 아무 대답도 없었다.
현관에서부터 희미하게 카레 냄새가 풍겨왔다.
거실에 가 봤지만 엄마는 없었다.
부엌을 보니, 가스레인지 위에 빨간 냄비가 하나 있었다.
카레 냄새가 집 안 가득 퍼져 있었다.
엄마가 아끼던 빨간 냄비 뚜껑을 열어 보니, 방금 막 끓인 것 같은 카레가 들어 있었다.
냄비는 아직 약간 따뜻했다.
아침에 느꼈던
‘다시는 못 볼지도 모른다’
라는 불안이, 한층 더 커져 갔다.
정말로 장을 보러 나간 거라면, 역 앞 슈퍼에 있을 거라고 생각한 나는 집을 뛰쳐나왔다.
자전거를 타고 역 앞 마트로 향했다.
가게 안까지 둘러보았지만 엄마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찾으면 찾을수록 불안은 더 커져 갔다.
필사적으로 찾으면 찾을수록, 그 불안이 마치 현실이 되어 가는 것처럼 느껴졌다.
엄마에게 전화를 걸지만, 신호음만 울릴 뿐 받지 않았다.
신호음과 뒤섞여 형사님의 말이 플래시백처럼 떠올랐다.
“진짜 가족이 아니다.”
그 말에 짓눌릴 것만 같았지만, 지금은 그저 엄마 목소리를 듣고 싶었다.
단 한마디라도 좋으니, 엄마의 목소리를 듣고 싶었다.
그러나 무정하게도, 엄마가 전화를 받는 일은 끝내 없었다.
집으로 돌아왔을 때, 베란다 밖으로 아름다운 석양이 보였다.
주황빛으로 물든 예쁜 노을을 잠시 바라보곤, 거실을 천천히 둘러보았다.
나 혼자 있으니 집이 이렇게 넓게 느껴지는구나, 싶어 괜히 서글퍼졌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눈물은 나오지 않았다.
방 안에 남아 있는 카레 냄새를 맡자, 문득 배가 고파졌다.
“이런 때도 배는 고프네…”
나는 냄비의 카레를 데웠다.
피어오르는 카레 냄새에 오히려 식욕이 더 자극되었다.
적당히 데운 뒤, 나는 혼자 식탁에 앉았다.
“잘 먹겠습니다.”
두 손을 모으고 카레를 한 입 떠 넣었다. 엄마가 늘 해 주던 그 카레 맛이었다.
매운 카레를 먹고 있는데, 갑자기 눈물이 터져 나왔다.
이번이 마지막이 될 엄마의 손맛이라는 생각에 눈물이 멈추지 않았다.
다시는 맛볼 수 없을 이 맛을 곱씹으면서,
엄마도, 아빠도, 언니도, 할아버지도…
이 집으로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거라는 사실을 나는 어렴풋이 이해하고 있었다.
그리고 혼자서 먹는 밥이 이렇게까지 맛이 없고 쓸쓸한 것이라는 걸, 그날 처음 알게 되었다.
“당신의 가족…이라고 불러도 되는지 모르겠군요.
그분들의 행방은 지금도 전혀 파악되지 않고 있습니다.
자택 방화 사건, 그리고 네 구의 시신에 관해서 어떤 사정을 알고 있는 것은 틀림없으니, 경찰로서는 전력을 다해 수색 중입니다!”
경찰의 높은 사람인 듯한 중년 남자가 나에게 그렇게 힘주어 말했다.
“그래서… 그 후로 연락은?”
담당 형사님이 이어서 물었다.
“다들 사라진 날, 저는 엄마뿐만 아니라 아빠랑 언니한테도 전화했어요.
하지만 누구와도 연결되지 않았고, 다시 걸려오는 일도 없었어요.
지금은 걸어 봐도 ‘없는 번호입니다’라는 안내만 나와요.”
내 대답을 들은 형사님의 표정에는 희미한 실망이 비쳤다.
나는 모두가 사라진 다음 날, 경찰서에 갔다.
결국 엄마도, 아빠도, 언니도, 할아버지도 단 한 명도 돌아오지 않았다.
갑자기 사라진 사실을 나는 숨김없이 모두 털어놓았다.
하지만 형사님이 만족할 만한 이야기는 하나도 없었을 것이다.
그래도 경찰은, 한때 내 가족이었던 네 사람을 전력을 다해 찾겠다고 약속해 주었다.
그로부터 20여 년이 흘렀다.
그 ‘가족이었던’ 사람들 중 어느 누구도 찾지 못했다.
그 후에 새로 알게 된 건, 내가 두 살 때 불타 버린 옛집으로 이사 왔다는 사실이다.
그전에는 도호쿠 지방에 살고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고향 근처에는 친척이 있었지만, 당시부터 왕래는 거의 없었고 이사한 뒤로는 완전히 연락이 끊겼다고 한다.
그리고 그 이상은 아무것도 알 수 없었다고 했다.
그날 모두가 홀연히 사라지기 전까지는 정말 평범한 가족이었다.
아빠는 평범한 회사원이었고, 관리직으로서 부하 직원들의 신망도 두텁고, 상사들 평가도 좋았다고 한다.
언니는 어학 능력을 살려 무역 관련 일을 하고 있었다.
엄마는 전업주부였지만, 동네에서의 평판도 좋았고,
할아버지는 단골 파칭코집에서 유명한 단골손님이었다는 것까지는 알게 되었다.
형사님은 말했다.
“알면 알수록, 당신네 가족은 정말 평범한 가정이었어.
그렇기 때문에 이 사건은 미궁이 너무 많아.
조사해 본 결과, 네 ‘진짜 가족’ 역시 아주 평범한 가정이었던 것 같아.
특별히 부유했던 것도 아니고, 별다른 문제를 안고 있었던 것도 아니고, 사건에 휘말릴 만한 요소는 없었지.
만약 그들이 ‘진짜 가족’에게 손을 댔다고 가정하면, 왜 너 혼자만 살려 두었는지 알 수가 없어.
또, 왜 널 데리고 와서 가족 행세를 했는지도 이해가 되지 않고.
20년 가까운 세월 동안 다른 사람으로 둔갑해 ‘가짜 가족’을 연기해 온 셈인데, 도저히 납득이 가지 않네.
그리고 방화 역시 그 네 사람이 벌인 짓이라고 가정하면, 왜 이제 와서 사건이 드러나게 만들었는지도 알 수가 없지.
그 이전에, 그들이 누구인지조차 전혀 알 수 없고 말이야.
모든 것이 이해 불가능해. 이런 사건은 처음이다.”
내가 이 이야기를 남겨 두고 싶다고 생각한 건, 최근 영상 사이트에서 옛날 텔레비전 프로그램 하나를 보게 된 것이 계기였다.
‘세상에서 가장 기묘한 이야기 〈시끌벅적한 식탁〉.’
그 작품을 봤을 때, 마치 내 이야기인 것 같아서 충격을 받았다.
그 이야기는, 마지막에 주인공이 자기 가족이 ‘렌탈 가족’이었다는 사실을 알고, 계약 만료와 함께 가족이 떠나버린다는 내용이다.
나도 마찬가지다.
어디서 온 누군지도 모를 사람들이, 어느 날을 기점으로 내 ‘가족’이 되어 있었다.
나에겐 ‘진짜 가족’에 대한 기억은 없다.
‘가짜’라고 불린 그 사람들과의 추억만 남아 있을 뿐이다.
그래도 나는 이렇게 말하고 싶다.
‘진짜 가족은 그 사람들뿐이다’라고.
형사님이 뭐라고 말하든, 나에게 가족은 그 사람들뿐이라고.
나는 지금 새로운 가족과 함께 살고 있다.
하늘 아래 혼자가 되어버린 나였지만, 10년 전에 결혼했다.
어디서 온 누구인지도 모를 나 같은 사람을 소중히 대해 주는 남편이 있다.
그리고 다섯 살 된 딸이 한 명 있다.
새로운 가족들과 함께, 나는 정말 행복하게 살고 있다.
이렇게 행복해도 되나 싶을 만큼, 행복하다.
나와 딸을 진심으로 사랑해 주는 남편이 있다.
내 뱃속에서 낳은 사랑스러운 딸이 있다.
하지만 말이지…
이렇게 행복한 지금의 가족조차,
어딘가 ‘가짜’는 아닐까 하고 의심해 버리는 내가 있다.
남편을 마음 깊은 곳에서부터 전적으로 신뢰하지 못하고,
뱃속에서 낳은 딸조차 정말 내 아이가 맞는지 의심하게 된다.
나는 이제, ‘가족’이라는 것을 그 어떤 것도 믿을 수 없게 되어 버렸다.
(IP보기클릭)223.38.***.***
진실은 알 수 없는거네요
(IP보기클릭)223.38.***.***
진실은 알 수 없는거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