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간만에 올립니다.
늘, 제 소설을 봐주시는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정진하겠습니다.
흰 구름 꽃과 푸른 창염의 꽃이 휘두르는 검은 서로 부딪힐 때마다 번개가 일고, 유려한 움직임으로 서로를 공격하는 모습은 말할 수 없이 아름다웠다. 그녀들이 만드는 곡선의 아찔함은 굳센 초식의 부딪힘과 공격을 흘려보내는 동작 하나하나가 절묘함의 극을 이루었기에 이를 관람하는 모든 자들의 시선을 홀리기에 안성맞춤이었다.챙!휙휙!채챙!검과 검을 맞댄 두 여협은 울려 퍼지는 쇳소리에도 서로의 역량을 가늠하고 있었다. 실로 놀라웠고 둘 다 당황한 것은 똑같았다. 용상이 느낀 감각은 너무 가벼웠고, 남계가 느낀 감각은 너무 무거웠다. 예상 밖의 힘에 놀라서 자신들도 모르게 식은 땀이 흘러내렸다.' 윽! 뭐, 뭐야 이 검격은?! 적당히 흘리고 적당히 들어오는 정도가 아니잖아?? 내 또래에 이런 검을 사용하는 사람은 본 적도 없는데...! '' 적당히 검격을 흘린다고 생각했는데 팔이 저릿저릿하다. 이는 기본 완력만으로 검에 흘려 넣는 힘 조절이 보통이 아니란 소리인데, 고작 이런 것으로 내가 당황하다니, 역시 무림계는 넓구나. '변칙과 정직함의 비무. 서로의 검은, 서로의 역량을 가늠하기 충분했다. 너무나 다른 검결의 성격 때문에 서로의 성향 파악이 빠른 것도 한몫 했다. 용상의 천상검의 기세는 마교섬멸전의 영웅을 드높이는, 숨기지 않은 백호(白虎)를 떠올리게 되는 위상의 증거. 남계의 칠성검의 기세는 모든 기원의 비밀을 품고 숨죽이던 창룡(蒼龍)이 드디어 호적수를 만나 조용히 이빨을 드러내 공격을 준비하는 기다림.서로는 서로를 알아보았고, 그녀들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 굶주린 싸움이라는 것을 알아냈기에 너무나 기뻤다. 호적수가 서로 만나 싸움을 갈망하는 눈빛은 시작은 고요했으나 점차 폭풍우를 불러일으킬 것이었다.용상의 내려치는 검격은 남계의 차분한 뱀처럼 매끄럽게 빠져나가는 몸짓에 공기만을 갈랐다. 이어서 용상이 허초를 섞어 휘둘렀다. 그 찰나의 순간, 남계가 변화하는 허수의 손동작을 간파했다. 재빨리 두 발을 딛고 뛰어올라 원을 그리며 돌았고 무심한 듯 두 눈을 감고 공기 중의 진동을 피부로 느꼈다. 그리고는 정직하게 들어오는 용상의 검을 피부로 닿는 바람과 마주하며 조심스럽게 흘려보내니, 마치 용상이 뻗은 검격은 없던 일처럼 되어버려, 용상은 도리어 당황해 버렸다.남계도 마찬가지로 소리 소문 없이 검을 용상에게 찔러 넣자, 용상이 짐승 같은 반사 신경으로 본능에 충실한 움직임을 보였다. 남계는 모든 신경을 집중해야 했을 정도로 냉정을 유지하던 피부에 소름이 돋아버렸다. 그제서야 남계는 용상의 검격 하나하나가 위협적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그리고 문득, 남계는 식은 땀이 턱 끝을 따라 흐르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남계는 비로소 진정으로 자신의 모든 힘을 다 해볼 만한 상대를 만났다 여겼고, 그녀의 입가엔 싸늘하게 미소가 번졌다.이것이 그녀들이 느낀 비무의 정수. 극과 극이 만나 용호상박(龍虎相搏)의 현란함이 비무장을 휩쓸자 그 자리에 있는 모든 사람들은 환호성을 질렀다. 그리고 그들, 무림의 중심인 육대문파와 명문세가는 그녀들을 특히나 유심히 지켜보았다. 그녀들은 이미 다른 세력에서도 결코 좌시할 수준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는 단적인 예가 되었다.금향궁의 경우에는 봉인 풀린 용상을 보았으니 평소 통제를 받던 그녀의 거리낌없는 자유로운 초식에 금향궁 사저, 사매들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그중 화중선이 웃으며 말했다."호호! 굉장하구나. 과연 전(前) 사매. 금향검려공(錦香劍侶功)의 심오함과 유려함은 당연지사, 그 직선적이고 강고한 가전무공마저 통달했지. 게다가 이번에는 금향이 꿰어놓았던 고삐마저 풀어놨으니 그야말로 전성기의 소영향 언니를 보는 것 같구나. 비록 음공은 미숙하나, 검술만큼은 그녀를 따라갈 사매들이 없을 정도일 것이니, 왜 이리 언니는 사매를 통제하는 데 심혈을 기울였을꼬?"온부인도 차분히 눈을 감으며 한마디 거들었다."상아의 타고난 검골은 아비를 빼닮아 강고하고 특출난 것은 확실하다. 허나 알다시피 상아의 성정은 순진하나, 터져나가는 겁화 같고, 어느새 폭발처럼 튀어나가 살인을 가벼이 일으키는구나. 이는 강력한 통제력이 없으면 금향의 이름에 먹칠하기 딱 좋았다. 비록 악인을 위주로 상대한다고 하지만 스스로가 성정을 통제 못한다면 그것이야말로 자신도 모를 악이요, 심장을 스쳐 지나가는 날카로운 비수이니라."그러나 용상은 이제 금향의 전 제자였으니 말 그대로 강력한 통제력을 잃은 야생마와도 같았다. 그녀가 호기롭게 뛴다면 지면이 움푹 파일 것이고 경공을 쓴다면 그녀가 가는 곳이 곧 길일 것이다.콰창!!남계가 용상의 크고 넓게 들어오는 쾌검격을 흘리지 못하고 그대로 받아내버렸다. 그러자 남계의 검이 크게 요동치고 남계의 무릎이 휘청였다. 그녀의 얼굴 표정이 일순간 일그러져 타격이 있었음을 알 수 있었다.' 윽! 금향의 연검(軟劍)이 아무리 부드럽다 한들 이리도 강고한 검격을 만들어내다니. 애써 냉정하려 해도 쉽사리 마음이 평정되지 않는구나. 게다가 이 날카롭고 직선적인 검은 마치 이야기로만 들었던 마교섬멸전의 영웅, 용연 대협의 용연칠절과도 같다. 설마하니 백운화께서도 용(龍)씨. 이것이 과연 우연일까? 만약 그게 아니라 정말로 내 예감이 맞다면...... '남계는 의문을 잠시 접어두고 용상을 끌어들이기 위해 자신의 검을 날카롭고 빠르게 찔러 넣었다."칠금종라(七禁從羅).""!? 윽!"남계의 일초가 용상의 얼굴을 찔러 들어왔다. 용상은 오른손으로 쥔 천상검으로 튕겨냈다. 그리고 튕겨낸 용상의 검에 묻어난 것은 생각 외의 가벼움.' 허, 허초(虛招)? '이어서 손을 바꿔 검을 쥔 남계가 이번에는 허리를 노리며 빠르게 휘둘렀다. 용상 역시 긴장감에 곤두선 본능을 믿고 튕겨냈다. 하지만 또다시 용상이 느낀 것은 깃털 같은 가벼움.' 또 허초를 쓴다고?? 윽! '허초를 날린다는 것의 의미는 이미 다음 수는 정해져 있다는 뜻이었다. 남계의 눈빛을 마주한 용상은 아직 허초가 끝나지 않았다는 것을 눈치챘다. 세 번째, 네 번째, 다섯 번째, 여섯 번째.' 완전히 놀아났구나. 칠금(七禁)이라는 뜻은 분명 일곱 번째는 진짜일 것이다. 그렇다면...! '용상은 가벼운 몸놀림으로 곧장 남계의 영역 안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기다렸다는 듯, 남계의 일곱 번째 공격을 노리고 검을 크게 휘둘렀다.그러나."사, 살기?! 으윽!!"눈빛이 전혀 죽지 않았던 남계를 마주한 용상은 밑에서부터 그녀의 검이 살기와 함께 치켜 올라오는 것을 느꼈다. 서둘러 자신의 검을 빼어 올라오는 남계의 검을 겨우 막아냈다.챙!가벼웠다.하지만 과도한 욕심으로 인해 용상의 균형이 크게 흔들렸고, 용상이 남계의 함정에 걸려들었다는 것을 깨달았을 때는 오싹함이 느껴질 정도였다.남계는 웃고 있었다.용상은 갑자기 오한에 휩싸여 흐르는 땀방울에 겨울 얼음장 같은 차가움을 느꼈다. 그리고 어느새 용상의 시선에는 다가오는 남계가 맺혀 있었다. 용상은 간담이 서늘해질 정도로 긴장감에 몸이 굳어 무너진 자세를 차마 바로잡지 못했다.' 실수다...! ' 칠금(七禁) '을 일곱째에 본 공격이 올 거라고 착각하다니! 그럼 종라(從羅)라는 건, 일곱 번을 인내하고 내지르는 걸 말하는 거였나?! 나를 끌어들이다니, 대담하다. 이 여협, 정말 강해... '용상은 무너진 자세를 그대로 유지하고 있었고, 남계의 공격은 그대로 용상에게로 찔러 들어가고 있었다.' 이걸로... 장군이다...! 잡았......!? '챙!!남계의 검을 쥔 팔은 순간 크게 튀어 올랐고, 그녀의 자세도 그 덕에 크게 휘청였다. 남계가 아직 간과하고 있던 사실이 있었다. 용상은 검을 사용하지만 다른 한 손에는 검집을 쥐고 있었다. 용상을 끌어들여 그녀의 정직함을 노렸지만, 검만을 바라보던 남계의 생각이 굳어져 있던 것이 문제였다.' 윽?! 거, 검집! 일부러 자세를 낮춘건 방어도 자신있었다는 이야기였나? 집중을 검끝에만 했더니 이런 착오를...!? 게다가 이 굳센 위상의 검격은... 역시, ' 그분 '의 따님이라는 건가? '용상은 자신이 순간적으로 기지를 발휘하지 않았다면 그대로 베였을 거라는 상황에 안도의 한숨을 쉬었고 땅을 박차올라 남계와의 거리를 벌렸다. 거리가 서로 벌어지자 남계는 자신도 모르게 웃고 있었다.즐겁구나...!즐겁구나...!남계는 더러운 영남파를 벗어나 자신의 욕구를 충족시켜줄 수 있는 상대를 만나서 너무나 기뻤다. 남계는 검을 들지 않은 왼쪽 손으로 웃고 있는 입을 가려 냉정을 보이려 했지만, 이미 웃고 있는 눈매는 감출 수가 없었다. 이는 용상도 비슷한 처지였다. 온부인이 용상을 평하길, 성정은 순진하나 터져나가는 겁화와 같고, 어느새 폭발처럼 튀어나가 살인을 가벼이 일으키는, 진정 귀신(鬼神)의 잔인함을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그런 그녀는 온부인에 의해 금향궁이라 통제력을 벗어났고, 그 깊고 깊은 곳의 수라(修羅)가 눈을 뜨기 시작하고 있었다.두 여협은 전의로 가득차서 기뻐하는 표정을 지울 수가 없었고, 관중들은 크게 환호하였다. 하지만 육대문파 중 현재 절세의 경지라 일컬어지는, 아미파의 상무우(向無憂) 장문인은 그 둘의 상태가 이상하다고 보였다.' 음...? 대련의 장인 비무대회에 살기라니, 그녀들은 지금 뭐하는 것인가? 낌새가 좋지 않은 방향으로 흘러가는구만. '남궁세가(南宮世家)의 남궁원(南宮遠) 가주도 낌새가 이상하다 느꼈다.' 저 여협들은 분명 강한데 그 강함의 원천이 드러나고 있는 듯하다. 하여 그것을 통제하지 못하니 살기가 새어나오는 겐가? 나가서 말려야 하는 것인가......? '숭산파(崇山派)의 각혜(覺慧)대사도 그저 염주를 굴리며 기도를 하기 시작했다."나무아미타불...... 두 여협께서 흥분하셨구나. 부디 활화산 같은 성정을 가라앉히길......"금향궁의 온부인 역시 이 상황을 우려하고 있었다.' 고삐 풀린 귀신이라...... 상아도 그렇지만 저 창의(蒼衣)의 여협 또한 무언가 있군. 침착 냉정했던 첫 모습과는 다르게 싸움에 기뻐하는 모습을 보아하니, 그녀도 그런 것인가...... '온부인은 쓸쓸히 비파의 현을 당겨 구슬픈 음을 한 줄을 흘렸다."자, 조 소협. 어찌하시겠습니까? 본 궁의 억제력을 벗어난 아이입니다. 당신이... 상아를 잡으실 수 있겠습니까...?"조활은 지금 상황이 이해가 되지 않았다. 비무대회 중앙에서 퍼져나가는 살기는 도무지 생각치도 못한 것이었다. 순간 온부인이 왜 그리 그녀를 통제하려고 했는지 알 것만 같았다."누, 누님...... 왜 이러는 거요? 이 살기는 대체 무엇이란 말이오? 온부인께서 누님의 통제를 억지했던 이유가 이거란 말이었소?"조활은 온부인을 바라보았지만 그녀는 두 눈을 감고 비파를 천천히 튕기고 있을 뿐이었다. 그 음색은 구슬펐으나, 이제 조활 자신에게 맡기겠다는 뜻으로도 들리는 무언의 선율이었다. 조활은 살기를 풍기고 있는 용상을 바라보았다."누님......"비무대회 한 가운데 있는 용상과 남계는 서로를 바라보고 있었다. 용상은 오른손에 천상검을, 왼손에 검집을 역수로 쥐어 쌍검술의 자세를 잡았고, 남계 역시 하나뿐인 검을 잡고 자세를 잡았다. 용상의 기분은 고양되었지만 마음 한 구석에 불안함이 생겼다. 평소와는 다른, 솟아오른 기분 때문인지 가슴이 뛰어오르는 느낌이 굉장히 이질적이었다. 그 이질적인 느낌이 불안함의 원인이었다.' 뜨, 뜨거워. 이래도 되는 건가? 나 정말 싸워도 되는 것일까? 머리는 어떻게든 억제하려 하지만, 본능이 끓어올라. 무, 무서워...... 스승님. 스승님...... 조, 조 동생. 어딨어...? 어디있어? '남계도 불안하기는 마찬가지였다. 여태껏 재미없는 싸움을 하다가 호적수를 만난 자리였다. 가슴이 뛰고, 피가 끓어올랐다. 머리는 냉정을 잃고 본성이 자리 잡기 시작했으니, 마치 자신이 아닌 것 같은 불안감이 그토록 냉철한 남계를 뒤흔들기 시작했다. 입가엔 미소가, 머리는 달아오르고, 마음이 뒤엉키는 정반대의 심리가 결국, 남계마저도 보고픈 누군가를 찾게 만들었다.' 냉정을 찾지 못하겠어. 이 들끓는 느낌. 이건, 이건 내가 아니야. 고양감이 도무지 사그라들지 않아. 불안함은 증폭되는데 점점 더 갈망하게 된다. 도, 도와줘. 어딨어? 어디 있는 거야? 서, 서(瑞)랑? 어디 있는 거야?? '그렇게 불안하고 살벌한 살기를 뿜어내는 둘이 자세를 완전히 가다듬고 서로를 공격하려는 찰나, 두 개의 그림자가 각 여협의 곁으로 접근했다."윽!!""아윽...!"용상에게는 조활이, 남계에게는 백의의 어느 소협이 난입해 그녀들을 제압했다. 용상은 조활의 점혈로 그의 품에 안겨 그대로 기절했고, 백의의 소협도 남계를 점혈하여 그대로 품에 안아 들었다. 관중의 입장으로는 갑자기 난입하여, 안 그래도 즐거운 비무를 멈췄다고 야유를 보냈다. 하지만 조활과 백의의 소협은 그런 야유 같은 것은 중요치 않았다. 조활이 안아든 용상과 소협이 안아든 남계를 더욱 끌어안을 뿐이었고, 동시에 두 사내는 서로를 묵묵히 바라볼 뿐이었다. 차츰 야유가 사그라들자 조활이 물었다."잘 지냈어, 아생(兒笙)? 네가 공동파에 있을 적에 그렇게 여자를 찾아다니더니, 결국은 찾았나봐?"백의의 소협 역시 미소지으며 조활에게 답했다."하여간, 그 백운화의 최측근이 아활(兒活)일 줄은 꿈에도 몰랐어. 참고로 남계는 내 셋째 부인이다."조활이 까무러쳤다."뭣?! 너 일부다처(一夫多妻) 옹호론자였냐? 어디 명문가 공자라도 되는 거였어? 게다가 셋째 부인이라고?? 뭐 이런 염병할 일이??"서생(瑞笙)은 웃으며 말했다."하핫! 이것이 내 운명이라면 운명이라는 것이지. 참고로 넷째 부인이 누군지 알면 아활, 너는 분명 놀라 자빠질 거다. 네가 놀라 자빠진다에 내 전재산을 걸지!""뭐?? 그게 누군데 그래??"서생은 크게 미소지었다."비밀이다!""이런 썅 호로것이!?""하하하! 어쨌든 만나서 반가웠다, 아활. 공동파에서 같이 절차탁마했던 날은 영원히 잊지 못할 거다.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상황이니 이만 각자 자리로 돌아가자. 나도 남계가 걱정되고 너도 그녀가 걱정될 거 아니겠어?""그, 그래. 나도 공동파에 있을 적은 아직 깊게 기억하고 있다, 아생. 나도 내 부인을 데리고 가마."서생이 그 말을 듣고 소스라치게 놀랐다."뭐, 뭐라고?? 그 백운화가 부인이라고?? 구라치지 마라! 네 용모에 무슨 재주를 부렸다고 그 여자가 홀라당 넘어가냐! 말도 안된다!!"조활도 이내 웃으며 답했다."하하하! 올곧은 심성은 아름다운 꽃을 취하는 법! 나도 구원받았다!""하하하! 그것 참 잘됐구나! 축하한다! 그리고 또 보자고!""그래! 잘 들어가봐라!"조활과 서생.둘은 마치 죽마고우처럼 짧은 공동파 유학 기간 동안 사귀었던 아주 가까운 친구 사이였다. 그것을 증명하듯 서로의 대화 방식에서 단적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서로를 바라보는 눈빛은 부인을 걱정하는 올곧은 눈빛이었고, 언젠가 다시 만나게 되면 왠지 적이 되어 만날 것 같은 예감도 들었다. 둘은 서로 남다른 결의 인생을 살아왔지만, 마음만큼은 누구보다도 친한 사이였다. 그랬던 그들은 왠지, 오늘의 무림대회를 끝으로 불안감이 안개처럼 피어오를 것 같은 예감을 느꼈다. 그러나 오늘만큼은 안전하게 넘기는 것이 서로의 목표였으니, 마음을 냉정히 먹었어야 했다.조활은 서둘러서 용상의 점혈을 풀고 맥을 짚었다. 조금전보다 진정된 맥의 상태를 확인하고 겨우 안도의 한숨을 쉬는 조활. 서서히 용상의 손이 움직이자 조활이 그녀를 조심스레 불렀다."누님, 괜찮소?""으...응. 여긴 어디......?""당문의 영역이오. 비무대회는 아직 진행중이지만.""그...래? 남 여협께서는?""그쪽도 데려갔다오. 문제는 없을 것이니 이왕 이리된 것, 이대로 푹 쉬시오.""......"용상은 그제서야 긴장이 풀렸는지 다시 두 눈을 감고 천천히 호흡하며 흐트러진 진기를 모으기 시작했다. 그리고 조용히 조활의 손을 잡았다."......따뜻해.""정말?""응. 바보같이 생긴 것이 의외로 손은 따뜻하구나.""거참...... 내 여자에겐 따뜻한... 법이라오.""...이전에 여자가 있었어?""......그냥 막 던지는거요?""응."조활은 그리 많지 않은 여자관계에 대해서 괜히 신중히 생각하기 시작했다. 그래봤자 조활에게 있어서는 얼마 없는 것이 진실이었고, 인생이었다."내 여자는 없었지만 두 번... 있었지. 오로지 외쪽사랑이었지만."용상은 두 눈을 감은 채 조활의 그동안을 떠올려 봤다. 그리고 그럴듯한 답을 찾았다."하나는 당 소사매... 말이지?""응. 지금은 당문에 없지만."용상은 이 일을 물어봐야 하나 잠시 걱정이 들었다. 하지만 이제는 조활은 자신의 것이었다. 그러니 더 묻는 것에 주저함을 버리고 행동에 옮겼다."과거를 물으려니 미안한데, 얼마나 좋아했어?"조활은 조금 놀랐는지 흠칫했다. 이게 유도심문인가 싶었지만 그녀의 물음에는 티끌없는 순수함만이 묻어나왔기에 딱히 걱정은 없었다."내가 당문에 남아있게 된 유일한 이유이자, 내 삶의 이유였소.""......질투나는데?""...지금은 어디론가 시집 보냈고, 당시에 내가 남을 이유는 ...아직 남은 하나 뿐이었지."용상은 알 것 같았다."소사매가 시집가고 남은 것이라면... 란(蘭)... 언니인가?"조활은 그녀의 이야기에 또다시 흠칫했다."그, 그건......"용상의 마음은 평온했다. 조활의 생각은 어찌 보면 단순해서 잘 알 수 있었다. 아니, 그는 단순했다. 이전의 그의 삶에 있어, 그에게 자신만의 여자가 있을 리 없었다. 모두가 그를 손가락질 쳤다.' 너는 못생기고 망측하구나. '당 소사매가 그를 편견 없이 살펴주었고, 조활 역시 그녀를 친동생처럼 아끼고 사랑했다. 게다가 당 소사매는 위치가 높다. 당문 내에서도 그녀를 막 대할 사람은 사형들 말고는 없었을 것이다. 마음을 열어줄 사람은 그다지 많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조활은 그녀에게 친근하고 살갑게 대했다. 자연스러운 흐름이었다. 아마 시간과 인내심이 중요한 영향을 주었다면, 그녀와 조활이 혼인했을 것이다.하지만 당문의 상황이 좋지 못했다.장문인은 혼수상태. 당 이사형은 배반.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당포의 대사형의 사망.아직 어려 순진했을 당 소사매에게 있어 그런건 그저그런 슬픈 일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당문의 입장은 순진하지 않았다. 일련의 사건들로 인해 당문의 위상은 기울어졌고, 바람 앞의 촛불이었다. 당문 사형제들은 점점 해산하고, 남는 사람들만 고독할 뿐이었다.그래서.당문은 당 소사매를 출가시켰다.그러나.조활은 당문에 남기를 청했다.그리고 조활에게는 당문만이 있는 것이 아니었다. 설산파와 하후란 스승이 아직 남아있었다. 당 소사매를 보냈다 하더라도 조활에게는 설산파라는 본문과 그녀가 남아있었다."여자의 감이야. 내가 그녀를 처음 만났던 그날, 너와의 대화를 봤어. 그리고 나와 란 언니와의 대화에서 느꼈어. 모든 것을 잃었을 네가 아직도 일어설 수 있게 만들어준 것은 설산파와 란 언니였다는 걸."공동파 탈백유란(奪魄幽蘭) 하후란.그녀는 조활의 공동파 유학 당시 설산파의 스승이자 불쌍한 조활을 보살핀, 누나와 같은 존재. 그리고 서로가 사제지간이었지만, 동시에 서로의 상처를 보듬어줬을 남다른 사이.남과 여.그것도 그렇게 나이차이가 나지 않는 두 남녀의 사이는 멀어지는 것 자체가 어렵다. 얼굴이 잘 생긴 것은 하후란의 취향이 아니라고 했다. 오히려 잘생긴 남자가 다가온다면 죽였으면 죽였지, 살려보낼 생각은 없다고 입이 닳게 말했다. 그렇다면 살아남은 조활에게 있어서 하후란은 스승이면서 한 명의 아름다운 여성이었고, 하후란에게 있어서 조활은 자신을 내려놓을 수 있는 유일한 사내였다. 서로의 마음은 감춰진 채, 시간은 흘렀고 그녀에게 가장 중요한 7년의 시간이 다가왔다.용상은 기억한다.하후란과의 마지막 대화를 아직도 기억한다.' 용 여협께서는 활아를 어찌 생각하십니까? '용상은 이 말의 뜻을 당시에는 잘 몰랐다. 왜 이런 말을 자신에게 하는지 도무지 감이 오지 않았다.하지만 시간이 지나고 서서히, 아주 천천히, 알 수 있었다.' 마치... 란 언니의, 세상에서 유일하게 남겨진 조 동생이라는 미련덩어리를 나에게 맡긴다고 하는 것 같잖아... '그리고 그렇게 조활은 하후란의 품에서 벗어나서 용상이라는 인연의 끈에 꿰여지듯 각별해졌다.조활은 그렇게 스승을 가슴속에 묻어두고 혼자가 되었다. 이제 더 이상 설산파로 돌아갈 이유는 없었다. 그랬을 것이다. 혼자가 되어버린 자에게 남아있을 힘이 있을 리가 없었다.하지만 조활은 자신이 거쳐온 인생 끝에, 그리고 많은 좌절 끝에 한가지 답을 스스로에게 내었다. 아직 자신에게 당문이라는, 자신의 인생이 담긴 집이 있었다. 조활은 조용히, 인생을 담은 당문으로 돌아갔다. 그리고 차분히 마음을 추스리고 당문에 세워진 설산파 당문지부에서 스승의 가르침을 되새겼다. 이제 누가 뭐라고 하든 꺾이지 않겠다. 그런 마음으로 스승이 가르쳐준 모든 것을 몸으로 익히고, 명상을 하며 가슴속에 새겼다. 그렇게 자신에게 집중하고 있었을 무렵.' 조 동생! 잘 지냈어? '무림대회를 전하러 용상이 당문에 왔다. 그리고 그녀는 한줄기 빛처럼, 조활에게 다가왔다.용상은 조활의 품에서 누워 그의 얼굴을 손으로 따스하게 감쌌다."괜찮아. 이젠 내가 있잖아.""신기하구려.""뭐가?""어리고 작은 소사매를 시집 보내고나서 나에게는 더 이상 당문에 있을 이유가 없었소. 그래서 그것을 계기로 나는 설산파로, 스승님을 따라갔지. 그리고 어찌되었든 그곳에서 금나라 자객에게 쫓기고 있던 누님을 만났고, 그날을 시작으로 누님에 대한 관심이 마음속 깊은 곳에서부터 커지기 시작했소. 지금은 란 사부가 현세를 떠났으나 나에겐 누님이 마지막까지 남아있소. 그래서 그런지 마치 아주 잘 짜여진 길을 걷는 것 같은 느낌이오. 말도 안되는 일과 좌절이 끊임없었을 그때, 누님이 내 옆에 다가와 주었소. 그래서 내심 신기하다는 기분이 드는구려."용상은 다른 말은 중요치 않았다. 그저 자신이 조활에게 다가와 주었다는 고마움의 한마디. 오로지 그것만이 중요했고, 비무에서 돌아와 힘 없던 용상 자신에게 있어서, 조활에 의해 구해진 것이 다행이라 여겨졌다."나 사실 저기서 잠시 정신을 놨을 때, 너를 찾은거 알아?""......당연히.""오? 어떻게?""그 모습을 하고 살기를 죽어라 뿜어내는데 문득 온부인의 이야기가 떠올랐소. 그래서 내 도움이 필요할 거라고 생각했소. 당연히 나를 찾았을 거라고도 싶었지. 마치 전음으로 나에게 이야기하듯 내 머리속에 들려왔소. 어디있냐고 묻더이다. 그래서 달려나갔지. 누님을 지키기위해."정확했다.용상은 감격에 겨워 그대로 조활을 껴안았다."굉장해. 이게 진정 연모지정(戀慕之情)이란 건가? 내 생각을 그대로 맞추다니, 역시 우린 이러기 위해 태어난 것 아닐까?"조활도 자신을 껴안은 용상을 안도의 미소를 지으며 같이 껴안았다."그렇구려. 다행이오, 누님.""응."그렇게 만끽하다가 문득 무언가 떠오른 듯 조활이 용상에게 물었다."그나저나 그렇게 정신놓은 누님은 처음보오. 혹여 사연이 있소? 평소 당문 주변에 계셨을 때는 그런 낌새조차 보이지도 않았는데, 오늘은 이상하리만치 흥분하고..."조활은 누워있는 용상을 일으켰고, 용상은 조활의 이야기를 골똘히 생각했다."평소에는 나도 잘 몰랐어.""악인 중에 그럴 듯 한 악인은 못 봤나보오?"그러자 용상이 조활을 손가락으로 찔렀다."여깄잖아. 나쁜놈.""엇. 그랬던가...?"용상은 장난이었고, 조활도 이를 알았으니 적당히 반응해주었다. 용상은 마저 설명하기 위해 헛기침을 한두 번 하고 뻥 뚫린 파란 하늘을 바라보았다."여튼, 나조차도 모르겠어. 어쩌면 스승님이 나를 통제했던 것하고 관련 있을지도 모르겠어."조활은 손으로 턱을 괴며 온부인의 이야기를 곱씹기 시작했다."생각해보면, 누님의 성정이 불같다는 이유만으로 음공까지 써가며 통제를 할 필요가 있었나 싶소만. 만약 오늘 멈추지 않았다면 어떻게 되었을지, 아찔하오. 문제는 남 여협께서도 그리 되었다는 건데... 대련하면서 뭐 느낀 것 없소?""뭐랄까... 내 또래에 실력이 비슷하다고 생각되는 무림인은 손에 꼽을 정도였어. 비협 당포의... 정도가 가장 최근이었달까...""대사형 일은 엄청 오래전 일 아니오? 거진 2년...전? 인 것 같은데?""그때는 가벼운 사건이었고, 당시에 당포의가 나를 계속해서 피하는 움직임이라서 제대로된 싸움도 못했고. 그 이후로는 딱히 적수랄 것 없었지, 근 2~3년 간은."용상은 하늘을 바라보던 시선을 조활에게로 옮겼다."뭐하면 같이 싸워볼래?"조활이 기겁을 했다."노, 농이라도 그러지 마시오.""하하! 알았어. 어쨌든, 남 여협하고 대련하고 있을 때는 가슴이 뜨거웠달까... 평소에 만나기 어렵던 적수를 만나서 기뻤어. 너무 기쁜 나머지 흥분 상태였는데, 검을 몇 합을 주고받자 그걸 넘어선 감정이 터져나온 것 같아. 모든 집중은 오로지 남 여협에게로 향했고, 어느새 이성이 날아가서 도움을 요청해도 나는 그녀를 바라보고 있었어. 싸움을 갈망했지. 마음만 너를 불렀어."용상은 자신의 손바닥을 바라보았다. 검을 꽉 쥐어 생긴 자국이 아직 선명하게 남아있었다. 이 자국은 마치 마음에서 터져 나오는 기쁨과 설렘, 흥분에 대한 낙인처럼 보였다."스승님이 말씀하셨어. 어릴 적, 어느 날 부랑배 무리를 잡은 적이 있었는데 그 중에는 일반 민간인들도 있었다고 하셨지. 아마 그 부랑배 무리를 잡는 중에 섞여들어온 사람들이었던 것 같아. 당시에 기억이 없었던 걸 보면 심각했던 것 같아. 그래서 그 이후로 스승님께서는 음공까지 써가면서 나를 통제하셨지. 이유는 잘 모르겠지만, 이제와서 생각해보니 그럴 만 했던 것 같아. 괜찮아 보이는 사람을 붙잡아가면서 싸우기를 바랬었던 나를, 다시 그 모습을 만들지 않기 위해 그랬던 것 같아."조활은 손바닥을 내려다보고 있는 용상에게 다가가, 그녀의 손 위 자신의 손을 포개었다."흐음... 뭐, 이제는 내가 막아줄 터이니 걱정 마시오, 누님. 부디 앞으로 별일이 없길 바라지만, 내 힘을 다해서 막아보리다. 오늘처럼 말이지.""낯뜨겁다고, 후후."용상은 그대로 조활의 품에 어깨를 기댔다. 아직 무림대회는 본 의의를 보이지 않았지만, 일단은 심신이 안정되기를 바라며 모든 것을 그에게 맡기듯 했다. 이 평온함을 계속해서 누리고 싶었다. 그러나 그녀의 바람도 잠시, 평온함은 어느샌가 깨지기 시작했고, 무림대회의 활기찼던 공기는 점차 무겁게 변하기 시작했다.무림대회는 점점 이상하게 흘러가기 시작했다.
망우협려전(忘憂俠侶傳) (12). 끝.
* 최대한 본편의 무림대회 내용을 줄이면서 새로운 스토리를 넣고 있습니다. 새롭게 창작 설정을 넣으면서 하고있으니 재미는 있는데
과연 이게 설득력있게 다가가게 될지 모르겠습니다.
* 생각보다 이야기가 길어지고 있어서 당황중입니다.
* 다음 소설은 제 개인 소설 -마이라-입니다. 링크는 밑에.
* 저는 연재소설 게시판에서 개인작을 쓰고 있습니다.
https://ruliweb.com/family/212/board/300068 (연재소설 게시판)
https://ruliweb.com/family/212/board/300068?search_type=member_srl&search_key=574330 (모음)
개인작과 활협전 팬픽을 번갈아 연재중 입니다.
링크 남기니 관심 부탁드려요!
* 마이피도 운영합니다. 마이피에서는 자작시도 쓰고 있습니다!
https://mypi.ruliweb.com/mypi.htm?nid=574330
정진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