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 결전의 날
묘하게 아침부터 이래저래 늦어졌다.
돌이켜보면 너무 많은 사람의 단체 행동은 비효율적인 듯 하다.
시간 약속을 정하고 각자 해쳐 모여야 각자 시간을 효율적으로 쓸 수 있다.
대회장에는 조금 늦게 도착 했는데 어제와는 완전히 다른 분위기다.
다들 날이 서있고 묵직한 분위기에 인사하러 다니기가 쉽지 않았고
일단 나 부터도 경기 전에 집중해야만 했다.
추첨 결과 카타야마 군단과 전설의 토마스오카다의 팀이 걸렸다.
대진표는 매우 안좋게 뽑혔다.
카타야마 군단은 다른 시드팀보다 강팀인데 정작 시드권은 없는 팀이었기 때문이다.
(가장 좋은 대진은 약한 시드팀이 걸리거나, 추천팀 없는 예선 브라켓만 3팀 모이는 것)
1경기 vs 토마스오카다 군단
그래도 분명 칸다타가 에이스인 나머지 한 팀에겐 우리가 우위라 생각 했는데....
경기 전 팀 오더에 대해선 어떤 생각이었냐 하면
2년 전 경험 상 나는 대장을 감당할 멘탈이 안되니까 대장은 특공에게 맡기고,
서린형님의 전력은 사실 초반 상대가 아니면 승리 기회가 없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서린형님을 1번에 고정, 특공을 5번에 고정, 나머지 3인은 상성에 맞춰 상대를 잡아가자는 생각이었다.
서린님과 상대 장의 경기로 시작 됐는데 박빙이었지만 서린님이 아쉽게 패배했다.
이번 버전에서 장은 고에게 매우 불리해서 2번으로 내가 나갔고 손쉽게 승리했다.
상대는 다시 고에게 강력한 카드인 슌(토마스오카다)을 꺼냈는데, 레보 경험치가 많지는 않은 느낌이었다.
문제는 3번으로 타카 아라시가 나온 것이었는데, 분명 강한 상대는 아니었다.
1라운드를 선취하고 2라운드도 풀체력에 상대의 체력을 10정도 남기고
이기고 있던 중에 미들팬스 맵에서 링아웃으로 2라운드를 날렸다..
회피캔슬 66pp를 맞고 어이없이 넘어갔다. 팬스까진 상당히 먼거리였는데...후...
여기서 안좋은 상황이 일어났는데, 고는 잡기를 연속으로 풀리면 말린다.
불리프레임에서 날뛰기에 6kk 낙법 미스까지 나버리고, 5라운드까지 끌려가서 어이없이 져버렸다.
링아웃 역전에 연속으로 잡기풀기 당하면서 생각이 복잡해졌다.
내가 이겼어야 했던 상대인데...
레보로 바뀐 이후의 vs타카전에 아무 대책도 안 새워 놓고 나간게 컸다.
체력을 먼저 뺏긴 경우, 과감한 세트플레이로 일발 역전을 노려야 하는데
모든 캐릭터는 측낙법 시 2바퀴를 구르지만 타카아라시는 낙법 시 1바퀴만 구른다.
낙법에 셋업을 거는 타이밍이 완전히 다른데 전혀 연습과 연구가 안되어 있었다.
타카아라시에 대한 준비가 부족한 걸 이 순간에야 후회하다니...어휴..
이제 우리는 누구를 낼 것이냐 고민해야 했는데, 특공을 대장으로 아끼고
슌은 타카에게 낼 수 없으므로 리온을 냈다.
다시 생각해보면 이 판단도 실패였는데,
리온도 딱히 좋은 상성이 아니었으므로 특공이 나갔어야 했다.
리온이 점수를 빼는 루틴은 주로 낙법이나 기상상황을 괴롭히는건데
마찬가지로 어지간한 연구와 연습 없이는 타카에게 이게 안된다.
에어가 옥타곤을 골랐는데, 나 포함, 상대편 모두가 갸우뚱거렸다.
진짜 이맵 맞냐고 상대가 몇차례 확인했다. 이유는 본인만 알 것이다.
(이런 상황도 상대에게 얕보이고 자신감을 상승시켜 자신감있는 플레이를 만들어주는 요소같았다)
에어가 조금은 무기력하게 패배하고 슝님을 내보냈으나
슝님의 경우 커맨드 미스부터 엄청나게 나오고 망했다.
슝님은 작은 의자에서 무릎에 스틱을 놓고 하는 조작 방식에 거의 준비가 안되 있었다.
이렇게 허망하게 우리 쪽 강력한 카드 두장을 잃고 특공이 대장으로 나왔는데
이 녀석은 자기 플레이가 전혀 안나오고 생각이 경직된게 느껴졌다.
지난번 대회마냥 팀 스코어가 밀리는 중에 대장 역할의 압박에 걸린 느낌이었다.
이때 난 우리 오더가 잘못 됐음을 느꼈다.
일단 다른 것을 떠나서 대장으로
멘탈이 흔들리는 특공을 쓰면 안된다 생각 했고
다음 경기에선 내가 대장을 맡겠다고 말했다.
2경기 vs 카타야마 군단
카타야마 군단과의 싸움은
아케이드 굉뢰-폭염신 급인 바스타와 카타야마 원투 펀치를 극복해야 되는데
특공과 나로써도 한 수 아래임을 감안해야 했다.
상대는 1번으로 파이가 나왔는데 서린형에겐 쉽지 않은 꽤나 강한 상대였다.
그나마 초반 상대에게 자신감을 찾기 바라며 특공을 2번으로 보냈지만
게임에 집중하지 못하는 느낌이 역력했다.특공도 자신보다는 전력이 아래인 상대에게 무력하게 져버렸다.
슝슝님이 3번으로 기억 하는데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며 상대 멘탈을 긁어서 1승을 따냈다.
다행히도 이때 즈음엔 슝님은 어느정도 조작미스를 잡아가고 있었다.
이후 바로 카운터 픽으로 타카아라시가 나왔다.
사실 레보 버전에서 슌이 타카에게 상성이 압도적으로 밀리진 않는데
이날 까지는 슝님도 타카전에 익숙치 않은 느낌이었다.
에어도 뭔가 말린 모습으로 패배 했다.
여기서 4번으로 에어를 내보내며 에어에게 아라시만 끊어주면
나머지는 전부 잡아보겠다고 했다. 하지만 결과는 좋지 않았다.
2년 전처럼 1:4로 몰린 상태에서 대장으로 탈락의 위기에 다시 등판 했는데
다행히 나의 경우 도핑도 있었고,
마음챙김도 어느정도 준비 되어 있었고,
심리적으론 매우 평안했다.
다만 상대 캐릭터가 문제였다.
2라운드를 먼저 뺏기고 조금씩 파악하며 따라가는 형국이었지만,
역시나 도망다니며 박치기와 아바레만 쓰다가 기습 잡기로
넘어가는 전략을 3라운드 연속으로 따기는 힘들었다.
마지막 역전 찬스가 있었지만 기상 공격을 노리는 필살기도
타카아라시는 다른 캐릭터와 타이밍이 다른데 연습이 안되어 있었다.
성공하면 역전이었지만 타이밍을 못 맞추고 말았다.
이렇게 상대 팀 에이스는 구경도 못하고 다시 조 3위로 탈락 했다.
마요나카 서커스와 스테이지에서 대전중인 코리안맥스
원정 실패 분석
1. 토너먼트 경험 부족
나의 경우는 지난번 대회의 실패로 어느정도 준비가 됐었지만
나머지 팀원들은 긴장감이나 무릎스틱 자세나,
심리적 압박에 대한 멘탈 관리가 잘 안된 느낌이다.
그리고 슬로우스타터거나 bo3가 편한 사람이라면
목숨이 1개인 비트라에 적합하지 않다.
데이터에 없는 어떤 상대가 나오던
초반부터 기본기 싸움에서 버텨야만 한다.
2. 캐릭터 대책 준비 부족
국내 대전 상대가 빈약한 울프, 타카아라시, 블레이즈, 아이린에 대해서 충분히 준비 없이 왔다.
나의 경우, 이게 가장 큰 문제였는데, 일본어 苦手(니가테)가 정말 적절한 표현 같다.나는 무의식적으로 안만나게 해줘!! 라며 마주하길 피한 걸지도 모른다.
심지어 출국 직전 고상원님이 아라시전에 취약한걸 확인 시켜줬는데도 이렇게 됐다
3. 오더 문제
물론 전력이 약한 사람이 스테이지 선택권이 없는 1번으로 나가는 것은
충분히 사용할 만한 선택지지만 여기에는
- 만만하게 보이며 상대 팀의 자신감과 안정감 상승,
- 조금 쉬운 상대를 따내며 레버 적응 시간을 줌
- 기세 밀림, 우리측 카드 손실 등
이런 여러가지 단점을 수반한다.
이날 밤, 오더에 대해서 많이 생각 하게 됐는데
누구보다도 선봉 위치에 기본기가 단단한 사람이 나가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2년 전에도 그랬지만
선봉 위치에서 확정 반격이나, 빈약한 콤보, 허술한 방어 기동을 보여주면
그걸로 우리 팀 전체의 수준을 쉽게 생각하고 압박이 풀린 체로 본 실력대로 게임 할 수 있게 된다.
데이터가 없는 우리를 상대할 때 기본기가 충실한 사람이 선봉에 있어야 상대에게 얕보이지 않고,
나머지 팀원들에게 상대의 패턴이나 습관을 충분히 확인 시켜 줄 수 있다.
그런 생각이 들었다.
대장은 팀 에이스가 맡는다면
나머지 3명은 2,3,4 위치를 유연하게 상대 카운터나 원포인트 릴리프의 느낌으로 쓸 수 있어야 한다.
특히 여기에 좋은 캐릭터가 레이페이, 아라시 아오이 같은 캐릭터
요약하면, [선봉, 릴리프, 마무리] 구조의 야구의 투수진 처럼 운용 하는게 최상 아닐까 하는게 나의 결론이다.
돌아 가기 전 한 컷
귀가
탈락 이후에는 부스들을 돌아 봤다.
놀랍게도 호리 부스에서 일본어를 쓰는데 직원이 그냥 한국어로 말하라고 하더라.
알고보니 한국인 직원이었다. 신규 개발 컨트롤러의 디자인을 담당한다고 한다.
종종 아케이드 컨트롤러 분석도 해온지라, 언젠가 도움을 줄 수 있을 듯해서 명함을 받아두었다.
각인 퀄리티가 나날이 상승한다. 빅트릭스 스틱을 구매할 생각이라면 무조건 에보재팬 때 구매하시길
신규 출시 예정인 호리 미니 스틱, 중량을 높여서 꽤 괜찮아 보였다.
바로 옆 세가에서 후드티를 주는 미니 토너먼트 이벤트를 했는데
여기서도 지켜본 바에 의하면 다들 본래 실력을 못 내는 것 같았다.
아무렴 어떠랴, 맛있는거 먹고 기분을 풀기로 하고 대회장을 나왔다.
비트라이브에 세가가 이정도로 관심을 보인건 처음이 아닐까
이렇게 나의 비트라이브 2회차 원정도 종료 되었다.
이어서 대회 3일차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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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합니다. 힘내서 마지막편까지 써보겠습니다! | 25.05.25 11:45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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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정했음다 | 25.05.26 10:09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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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감입니다. 게임이 좀이라도 더 흥할려면 이제 스트리밍에 최적화 시켜야함 | 25.05.26 04:38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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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에보는 너무 별로였는데, 이번 에보는 볼거리도 많고 하루 정도는 구경해도 괜찮은 느낌이었습니다 | 25.05.26 15:49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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앗 2022 에보재팬입니다..정정 | 25.05.27 15:56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