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네 세대 동안 삼공을 다섯 번 배출한 명문가, 즉 사세오공의 원씨 출신이긴 하지만, 적자인 꿀물좌와 다르게 원소는 노예 어머니에게서 태어났다. 즉, 얼자였다.
유난스러울 정도로 서자를 차별한 조선시대를 제외하고는 중인 첩에서 태어난 서자는 역사적으로 그리 큰 차별을 받지는 않았다.
허나 얼자는 이야기가 다른데, 말 그대로 노예에게서 태어났기에 취급은 노예도 아니고 그렇다고 중인도 아닌 그 무엇이었다.
2. 하지만 원체 가문 자체가 끗빨이 좋았기 때문에, 이런저런 하급 관리로서 벼슬살이를 할 수 있었다. 그런 과정에서도 일 잘하고 깨끗하다 소리 나왔으니 청년기에는 일을 정말 잘한 모양이다.
3. 어찌됐든 얼자라서 그 이상을 못가던 그에게 어느날 계기가 왔다. 원술의 어머니, 즉 원봉의 정실부인이 죽은 것이다. 원소는 자신의 친어머니가 아님에도 삼년상을 치뤘고, 그것도 모자라 삼년상 기간 중 죽은 원봉의 삼년상까지 다시 치뤄 도합 6년의 상을 치룬 것이다.
삼년상이라는 건 돌아가신 부모의 묘지 옆에 움막을 짓고 사는 건데, 단순히 사는 게 아니라 1년 동안은 아침 저녁으로 곡을 하고, 식사 시간이 되면 묘에 제사상을 차려야 했다. 말 그대로 1년 내내 명절에나 하는 짓을 하는 셈이다. 먹는 거라고 해봐야 곡식을 쥐똥만큼 먹으면서. 1년이 지나서야 상주는 그제야 채소나 과일을 먹을 수 있었다.
그러다보니 건강한 사람도 몇 달 못 버티고 줄초상 치르는 상황이 왕왕 발생했고, 오죽하면 유학의 거두라고 할 수 있는 퇴계 이황께서도 고기 처먹하는 상주를 꼰지르는 제자한테 "저렇게라도 안하면 진짜 죽는다;; 부모가 자식 죽는 거 보는 게 좋겠니?"라고 말할 정도였음.
근데 원소는 그걸 2연속이나 해치운 셈이다. 심지어 서얼 출신이라 굳이 그럴 필요가 없었음에도.
4. 6년상 기간 동안, 원소는 그야말로 슈퍼스타가 된다. 원소의 움막 주변에는 사람이 바글바글 모여서 초인적인 일을 치르는 그의 모습을 구경하곤 했고, 충효의 따지는 거 좋아하던 유학자들, 그러니까 청류파들 사이에서도 인기가 높아진다.
5. 6년상 이후 원소는 낙양으로 들어와 살았는데, 벼슬을 하는 것도 아니고 그냥 집에 짱박혀서 사람들이나 만나기 시작했다. 오죽하면 숙부뻘인 원외가 "니 역적질 모의하니? 지금 우리 가문 말아먹을 셈이냐?"라고 욕을 할 정도였으니, 꽤 사람들이 많이 왔다갔다 했던 모양이다.
6. 그러던 중 어찌어찌 하진의 밑에서 다시 벼슬살이를 시작하다가 중간에 벼슬을 때려치우게 된다. 이유는 승진했는데 승진하고 보니 꿀물좌가 자기 상관이었기 때문 ㅋ
7. 십상시의 난 와중에 병주에서 간을 보던 통닭이 마침내 권력을 잡게 되었다. 동탁은 소제 말고 자기와 같은 동씨에게서 태어난 진류왕을 황제로 앉히려고 했다. 그런 동탁에게 원소는 "이 천하에서 힘을 가진 자가 동탁 너 뿐인 줄 아느냐!"라고 소리치고 자신의 본거지인 기주로 도망쳤다.
통닭은 개빡쳤지만 어쩌랴, 사세오공이라는 가문의 후광에 선비의 지지를 한 몸에 받고 있는 그를 죽였다간 후폭풍을 감당할 수가 없었다. 통닭은 원소에게 발해태수를 주는 대신, 그런 원소를 견제하기 위해 한 사람을 기주자사로 임명하는데, 그게 한복이었다. 원소와 한복의 악연은 이때부터 시작된 것이다.
한복은 맡은 임무를 성실히 해서 원소가 아무고토 못하도록 철저히 감시했다.
8. 한복하고 원소의 대립은 여기서 끝이 아닌데, 한복은 반동탁 연합군에 끼지 않은 채 원소에게 보급만을 하기로 했다. 그러던 중 부하의 말을 듣고 보급줄을 끊어버리고 만다. 그 때문에 원소가 ㅈ된 건 더 말할 필요가 없다.
특히나 이때 18로 제후는 근왕을 목표로 일어났던 것이기 때문에 한복이 한 행동은 역적질이라고 봐도 무방했다. 실제로도 한복을 향한 여론이 따갑자, 한복은 자기한테 그렇게 하라고 쑤썩였던 부하도 처형해야 했다.
9. 반동탁 연합군이 와해된 이후 원가는 동탁의 손에 쓸려나갔지만, 그럼으로써 원소의 인기는 끝간데를 모르고 더욱 치솟았다. 특히나 황제가 보낸 칙사를 살해한 것으로 그 인기는 절정에 달했는데, 애초 헌제는 통닭이 세웠기 때문에 정통성이라고는 ㅈ도 없었기 때문이다.
10. 연의에서는 순진하고 불쌍한 한복을 원소가 손찬이형을 이용해 통수치는 걸로 나오지만, 실제로는 한복과 원소 이 둘은 위에 쓴 것처럼 서로에게 앙금이 쌓일 대로 쌓인 사이였다. 원소가 공손찬에게 통수를 날려 기주를 먹은 건 사실이지만, 통닭의 꼭두각시 노릇한 한복도 마냥 좋게 볼 수는 없다.
11. 쬬가 협천자를 시작한 후, 헌제는 원소에게 "넌 ㅆㅂ 그렇게 쎄면서 날 왜 안 구하러 왔냐?" 라는 식의 칙서를 보낸 적이 있다. 애초에 헌제 보기를 ㅈ같이 봤고, 실제로 유우를 황제로 추대하려고 했던 원소가 그 칙서를 보고 쫄았는지 어땠는지는 토붕이의 상상에 맡기자 ^^
12. 원소가 손찬이형을 박살낸 이후부터 쬬와의 싸움은 필연적이 되었다. 실제로 쬬는 원소가 손찬이형을 치러 간 사이에 몰래 뒤통수를 후려갈기려고 했지만 워낙 공손찬이 빠르게 무너져버려 실패로 돌아가고 말았다.
13. 쬬와의 긴장이 고조될 쯤 서주에서 쬬에게 털린 개털이 유비가 원소에게 의탁하러 왔다. 속내야 어떻든, 원소는 유비를 업군 200리 바깥에서 맞아들일 정도로 정성을 다했다.
14. 관도대전 중에 쬬에게 군량을 모아뒀던 오소가 개털리자 원소군 내부에서는 대판 싸움이 나고 말았다. 니가 잘났네 내가 잘났네 싸우다가 결국 책임을 뒤집어 쓴 장합과 고람은 빡쳐서 원소 통수를 치고 쬬에게 항복했다.
거기다가 그 오소의 위치를 들킨 것도 뇌물 처먹고 있던 게 들킨 허유가 탈주해서 쬬에게 다 꼰질렀기 때문이다.
이 일화들을 통해서 원소는 사람 쓰는 능력이 개븅신이라는 걸 알 수 있다.
15. 원소의 눈 밖에 나서 깜방에 갇혀 있던 원소의 모사 전풍은 원소가 관도대전에서 패하고 돌아온다는 소식을 듣고서 "만약 주군이 이겼다면 기분이 좋아 날 살려줬겠지만, 져서 기분이 좋지 않으니 분명 죽겠구나!"라고 말했는데, 실제로 그렇게 되었다.
본인 주둥이로 "내가 이렇게 개털렸는데, 하지 말라고 했던 전풍을 무슨 낯짝으로 보냐?"라고 말했던 새끼가 한 짓이다. 물론 옆에서 봉기라는 인물이 "그 새끼 분명 기뻐하고 있을 건데요 ㅎㅎㅎ" 라고 개소리를 한 것도 있긴 하지만. 아니, 애초에 저런 인간을 지 측근이랍시고 쓴 놈이 이상한 거 아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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