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거짓말 몇 그램 보태서 살면서 그렇게 재밌게 게임해본 적 이 없네요.
같은 디코 멤버분 한 분이랑 같이 북미 가서 모르는 사람 한 명 껴서 했거든요.
전투랑 교섭 배분이 균형이 좀 있어서 더 안심하고 게임을 할 수 있었고,
가장 중요한 건 근접 음성채팅하는 걸 꺼리지 않아서 저의 유치원 영어로 의사소통이 가능했다는 겁니다.
1.
댐 연구소에서 만난 어떤 친구는 돈슛 대신에 육성으로 자기가 여기에 왜 왔는지 설명하면서 쏘지 말라고 하더라고요ㅋㅋㅋ
근데 뭘 구하러 왔다는 건 이해했는데 정확히 뭔지는 이해를 못했습니다.
그래서 '마이 잉글리시 이즈 킨더가튼 레벨. 유어 잉글리시, 아이 캔트 언더스탠드.' 라고 했더니 딴 데로 가더군요.
우호적인 상호작용이 너무 재밌고 신기해서 '아 윌 기브 유, 기프트, 기프트, 프레젠트. 세븐 싸우전드. 오케이?' 이런 수준으로 말을 걸어봤고
자꾸 따라오니까 슬금슬금 도망치던 그 친구는 제가 바닥에 던진 스노우볼(환금템)을 보더니 이렇게 말했습니다.
아임... 풀...
아마도 제 영어 수준을 고려한 반응이었던 거 같아요 ㅋㅋㅋㅋㅋ
2.
다음 판에는 마이크 없는 파티멤버 한 명이 들어왔는데, 완전 고인물인지 바로 댐 연구소로 향했습니다.
올라가는 계단에 센티넬이 있는데 그걸 피해서 벽에 바짝 붙어 숨더라고요.
저랑 동료분이 센티넬을 쓰러트린 다음에, 계단을 오르면서 제가 이렇게 말했습니다.
"헤이, 포스트맨(그의 아이디). 유 카워드. 아임 세이브 유어 애스. 롸잇?"
그러나 그는 아무 말이 없었습니다.
역시나 연구소 안에서도 다른 팟이랑 교전이 벌어졌는데, 두 명을 눕히고 한 명이 도망치는 상황이었습니다.
우리는 셋이 다 살았구요.
저는 아드레날린이 지나치게 돈 나머지, 미국 공포영화나 스릴러에서 본 짓거리를 했어요.
"컵온~ 컴온~ 히히히히히히히"
그랬더니 상대는 조커처럼 히히힉 웃더니 어쩌구 저쩌구 브로라는 말만 남기고 계단을 통해 사라졌습니다.
이제 집에 가려고 하다가 또 교전이 붙었어요. 상대는 둘, 우리는 셋.
근데 "플랭크 레프트!" 를 외치고 좌측으로 돌다가 페로 두 대를 연달아 맞고 막타를 맞아 죽었습니다.
같이 간 멤버분도 눕고... 그 포스트맨만 남았는데, 완벽히 처리를 하더니 저희 둘을 부활시켰습니다.
센티넬을 피해 숨은 그를 겁쟁이라고 말했지만, 저는 결국 집으로 가는 엘리베이터에서
"유 아 마이 히어로. X킹 히어로 맨."
이라고 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진짜 새벽에 돌린 그 세 판은 나이를 아무리 먹어도 잊지 못할 것 같아요 ㅋㅋㅋ
확실히 아시아 쪽보다 좀 유쾌하고, 교섭의 여지가 있어서 적극적으로 의사소통만 한다면 훨씬 재밌게 할 수 있는 것 같네요.
댐 안에서 서로 미친 듯이 웃으며 먼저 오라고 했던 장면은,
안타깝게도 녹화 설정에 제 목소리가 안 들어가게 되어 있어서 상대 목소리만 들어있는데
만약 제 목소리까지 제대로 녹음됐으면 가져올 거였는데 아쉽습니다.
게임 자체도 재밌지만, 이제는 또 그런 재밌는 경험을 할 수 있을까 하는 기대감에 게임을 켜게 되네요.
아... 진짜 인생겜... 갓겜입니다...
(글을 쓰면서도 너무 도파민이 돌아서 횡설수설이라 그 부분 사과드립니다.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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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어제 디코 멤버분들이랑 10판 안팍 나갔는데 멀쩡하게 돌아온 건 한 번뿐이었네요 ㅠㅠ | 25.11.12 09:07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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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에서 이렇게 밀접하게 타인과 상호작용해본 적이 없어서 더 재밌게 느껴지나봐요 | 25.11.12 09:08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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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생각에 만인에 대한 만인의 투쟁을 기본으로 깔고 가는 게임에서의 이타심은, 결국 실리적인 판단을 베이스로 하는 방향으로 변할 수밖에 없는 것 같아요. 공격적이든 우호적이든 나에게 득이 되는 쪽을 택하는 거죠. 이제 사람들이 공격적으로 플레이하는 게 더 이득이라고 생각하기 시작한 거 같기도 하고요. | 25.11.12 09:11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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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더욱더 긴장하고 스릴있기도 하고요 ㅋ | 25.11.12 12:40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