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3년도 즈음, 우연히 게임 잡지에서 아래 일러스트를 봤습니다. 처음 보고 나서 이게 정말 게임 일러스트가 맞나? 애기애기 시절이었음에도 본능적으로 그림의 퀄리티에 놀라서 자연스레 관심을 가지게 됐고, 그렇게 사가 시리즈에 입문하게 되었습니다.
난이도가 제법 있는 게임이라 당시 초딩의 머리로는 게임을 전부 이해할 수 없어서 중도 포기했었고 😭 나중에 성인이 되고 나서 민스트럴송(로맨싱 사가 1 리메이크)과 3 리마스터를 하면서 다시 한번 사가 시리즈의 매력을 알게 됐습니다. 아이러니 하게도 사가 시리즈 중에서 가장 성공했다고 평가 받는 2만 못 해 봤었는데 이번에 리메이크가 된다고 해서 꼭 해봐야지 하고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원래는 드래곤에이지를 하려고 했었는데 버리고 로맨싱 사가 2로 갈아탄 게 신의 한 수 였던 것 같습니다. (안했으면 어쩔뻔 했음!!!)
참고로 저는 3로 입문해서 사가 프론티어 1, 로맨싱 사가 민스트럴 송까지 총 3 작품의 엔딩을 본 상태 입니다. (이번 2까지 클리어 해서 순수 '로맨싱 사가' 시리즈는 전부 엔딩 봄)
게임은 아주 재밌습니다. 기본적으로 전투 위주의 턴제 RPG 이지만 너 한방 나 한방 무미건조한 전투는 아니고, 고난이도 기준 매 전투 한번 한번이 제법 어려워서 나름의 전략을 짜고 머리를 써서 접근해야 합니다. 피지컬 보다 뇌지컬을 선호하는 저 인지라 그런 점이 좋았습니다. 턴제 RPG계의 오픈월드라서 이벤트 순서 역시 머리를 써야 합니다. 민스트럴 송이 어려웠던 게 진행도를 1~100이라고 하면 50~60 사이에만 이벤트가 나오고, 그 시기가 지나면 실패하거나 아예 사라져 버리는 그런 것들이 있어서 어려웠는데 이번 2는 그 정도까지는 아니었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간혹 막 하면 날아가 버리는 이벤트 상당수 있음)
그러면 전투를 어떻게 하느냐? 주인공과 4명의 동료로 총 5명의 파티로 구성이 되는데 탱커, 딜러, 원거리, 힐러, 법사 등 클래스 종류가 다양하고 각각 남녀 구분은 물론 동일 성별 내에서도 다시 이름별(+외모)로 나뉘어서 진짜 자기 취향대로 파티를 편성할 수 있습니다. 당연하지만 성능 좋은 동료는 공짜로 안 주고 이벤트를 클리어 해야 합니다. 각 동료는 자기 개성에 맞게 잘 쓰는 무기와 특기가 있지만 그런 거 무시하고 그냥 내 맘대로 해도 되긴 합니다.(다만 고난의 길을 걸어야 함)
각각의 무기와 속성이 있고 적들의 약점은 다들 제각각이라 골고루 겹치지 않게 파티를 짜는 재미가 있습니다. 옥토패스 시리즈처럼 적 밑에 약점이 보이는데 그걸 전부 밝혔을 때는 약간의 쾌감도 느껴집니다. 그리고 약점으로 공격하면 게이지가 쌓이고, 전부 쌓으면 강력한 연계기로 전투를 클리어 하고, 그렇게 클리어 하면 더 좋은 보상을 얻을 수 있어서 각각의 행동들이 따로 놀지 않고 서로 상호작용이 되도록 유의미하게 구성해 놨습니다. 고난도 일수록 전투 흐름은 약점을 찾아서 공격 -> 게이지 쌓기 -> 연계기(초필살기)로 마무리...하는 과정으로 이어 집니다. 연출도 시원시원하고 타격감도 좋아서 지루한 점은 느끼지 못 했습니다.
장비와 기술을 모으는 재미가 있습니다. 별무리의 로브, 월영의 로브, 태양의 로브, 소암의 로브..이거 알아들으시는 분은 사가 시리즈 팬임 ㅋㅋ 무기별로 그래픽이 다 달라서 보는 맛이 있고, 무엇보다도 기술 배울 때 전구 뾰로롱 이건 진짜 사가 시리즈의 정체성과도 같습니다. 게다가 이번 리메이크는 언제 어떤 기술을 써야 전구가 뜨는지 시각적으로 알려줘서 편의성이 정말 좋아졌습니다. (공략 볼 필요 없음) 딱히 노가다를 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꽤 이른 시점에 각 무기 종류별 궁극기를 전부 얻어서 기술 얻는 난이도 자체가 조금 낮아진 것 같았습니다.
진형과 합성술로 전략 짜는 맛이 있습니다. 방어를 포기하고 무조건 선제로 극딜팟을 짜던가, 탱커에게 방어구 몰아주고 공격 몰빵 받게 하거나, 원거리 위주의 진형, 술법 위주의 진형, 아예 공격순서가 정해져 있는 진형도 있습니다. 각 캐릭터를 자기 역할에 맞게 최적의 위치에 배치해서 전략이 성공했을 때의 희열감이 있습니다. 합성술은 다른 시리즈에는 없던 시스템 같은데 맵 곳곳에 숨겨져 있어서 탐색하고 찾아내는 재미가 있습니다. 그리고 그런 만큼 하나 같이 유용하고 강력합니다. 덕분에 술사들도 물리캐 만큼이나 전투에서 활약을 할 수가 있습니다. 자기가 어떻게 세팅 하느냐에 따라 버릴 캐릭터가 거의 없습니다.
적 캐릭터인 칠영웅이 매력적입니다. 이름처럼 원래는 영웅인데 그들이 왜 흑화 했는지 게임 내에 나옵니다. 진짜 나쁜 놈은 따로 있는데 그 놈은 엔딩 까지 나오질 않습니다. (진짜 나쁜 놈들은 알아서 잘 빠져 나가는 현실 반영?) 리메이크 부제가 칠영웅의 복수인데..정작 복수 대상이 나오 지를 않으니 많이 아쉽습니다. 요즘 게임 같으면 DLC 각인데 나올...리가 없죠. 그리고 칠영웅도 우리 사회 구성원처럼 구성원 전부가 선인이 아니라는 설정도 좋았습니다. 그냥 아무 생각 없이 칠영웅에 합류한 놈, 뒤로 딴 생각 품는 놈, 친구 따라 강남 온 놈, 시작은 좋았으나 뜻이 변질된 놈 등등, 7명이 각각 다른 성격과 설정을 가지고 있다는 점이 안 그래도 매력적인 칠영웅 들을 더 돋보이게 했습니다.
이 개발사를 성검3 리메이크로 처음 알게 됐는데, 그래픽 부분은 아직 많이 발전해야 하지만 게임의 순수 재미를 잡는 부분에서는 뛰어 난 것 같습니다. 성검 시리즈에 이어서 사가 시리즈도 맡게 됐으니 내년이나 내후년에는 꼭 3가 리메이크 됐으면 하는 바램이 있습니다. 사가 시리즈 팬의 입장에서 신작이 나오면 좋겠지만 냉정하게 봤을 때 그럴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봅니다. 하지만 리메이크는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큰 욕심 없이 지금 2와 비슷한 결로 3가 나와준다면 꼭 플레이 해 볼 예정입니다. 비슷한 시기에 나왔고 둘 다 리메이크라는 공통점이 있지만 네임벨류나 인기가 더 높은 드퀘3 리메이크 보다도 훨씬 재밌게 즐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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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결국 둘다 구입했습니다. 두 게임은 성향이 많이 다르겠지요??.. | 24.12.02 11:01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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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보시면 아시겠지만 완전히 다른 게임 입니다 과거 원작은 두 게임 다 턴 시작 시 아군 행동을 설정하고 전투 시작 정도만 비슷했는데 이번 로사2 리메이크가 민첩성에 따른 순서대로 조작으로 변경 한쪽은 2D버리고 3D로 변경, 한쪽은 2D를 진화 같은 JRPG라도 위 두 게임 차이는 명확하죠 | 24.12.02 11:23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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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군요! 답 감사합니다 | 24.12.02 11:40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