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의: 제노블레이드 1,2,3 내용에 대한 다량의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여름 휴가를 불태웠네요. 140시간 정도 열심히 달려 엔딩 및 모든 퀘스트(아마도)를 클리어 했습니다. 처음 엔딩 볼 당시에는 주인공들 사연에 감정 이입해 (타이온 / 유니 페어의 티키타카) 대충 넘겼지만, 곱씹어 볼 수록 엔딩 후에도 여백으로 남은 부분이 많습니다. 게임이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생각하면 올바른 결정일 수 있겠지만, 플레이어 입장에서는 아무래도 뭔가 허전하죠. 덕분에 간만에 게임 게시판이나 레딧 스레드도 갸웃 거리고 컷신도 다시 돌려보고 하며 엔딩 내용을 뇌피셜로 정리해 보았습니다.
어쩌다 보니 글이 끝없이 늘어져 우선 결론부터 이야기합니다. 어디까지나 개인적인 가설입니다. 스탭롤 후 엔딩 시점은 아예 새롭게 생성된 세상이 아니고 정지된 시간이 다시 흐르기 시작한 원래의 세계입니다. 이 후 세상은 예정되로 교차(Intersect)하는데, 두 여왕이 예상했던 것처럼 서로 충돌(Collide)하여 소멸하는 대신 연결(Interlink)됩니다. 주인공들의 활약에 의해 두 세계는 서로를 모르는 상반된 존재가 아니라 서로를 이해하는 존재가 되었고, 사람들의 의지도 영원한 현재가 아닌 함께하는 미래를 바라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 후, 시간이 정상적으로 흐르고, 동시에 어디선가 들려오는 미오의 피리소리는 두 세계가 서로 연결되었음을 상징합니다. 엔딩의 약속처럼 주인공들은 다시 만나 새로운 인연을 시작해 서로 꽁냥거리며 잘 살 겠죠. 다만, 타이온이 만든 허브티 레시피책은 남아있지 않을테니 유니에게 구박 받으며 다시 만들어야 할겁니다.
따라서 제 마음속에서는 해피엔딩입니다 : )
왜 이런 결론을 내렸는지 게임의 내용을 곱씹으며 살펴보겠습니다. 세세한 디테일은 제외하고 엔딩 신에서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두 가지 입니다.
- 세계는 왜 다시 분리되는가? 특히 등장인물들은 어떻게 세상이 분리될지 알고 있는가?
- 스탭롤 후 세계는 어떤 세계인가?
첫 번째 질문은 세계가 멈춘 시점이 1) 충돌이 일어나 이미 모든 것이 소멸한 후인지 아니면 2)소멸하기전인지 여부에 따라 의견이 갈릴 수 있습니다. 게임 스토리상 가장 핵심적인 내용을 담고 있는 ‘여왕 니아의 이야기 1’ 컷신의 내용 중 애매한 부분이 있어 그렇습니다. 다음과 같은 대사와 장면입니다.
- 멜리아: 우리는 사라지고 다시 태어나겠지, 그것이 끝인지 시작인지 그 누구도 알 수 없어…
- 니아: 그리고 그날을 맞이했죠. 세계는 재생되지 않았습니다. 세계는 그 순간 정지해 버린 겁니다.
이 때 니아의 대사와 함께 세상이 불타오르는 듯한 효과 후에 화면이 ‘화이트 아웃’ 됩니다. 모든 것이 완전히 소멸되고 빛만 남은 것처럼 보입니다. 이런 저런 궁리 끝에 이 부분은 연출 상의 표현일 뿐 실제 일어난 사건은 아닌 것으로 넘어가기로 했습니다;;
몇 가지 근거(?)가 있습니다. 시간이 멈춘 시점이 게임 오프닝과 컷신 상에서도 표현되는데요. 아직 멀쩡한 형태로 정지된 마을의 모습과 파도가 묘사됩니다. 엔딩 장면에서도 주인공 일행이 멀쩡하게 존재하는 두 개의 행성을 바라보는 장면이 있구요. 명백하게 두 세계는 소멸되기 전으로 보입니다. 또한, 논리적으로 따져봐도 이미 두 세계가 충돌하여 소멸한 상황이라면, 니아와 멜리아를 포함 누구도 멈춰있는 시간이 흐르면 어떤 일이 일어날지 (끝인지 시작인지) 알 수 없습니다. 그저 오리진의 리부트 프로세스가 정상적으로 진행되기를 기도해야하는 입장이죠. Z와의 마지막 대결 중에도 이를 유추할 수 있는 대사가 등장합니다. Z는 오리진이 재시작해 시간이 흐르면, 상반된 두 세계가 겹쳐질 것이라고 미래시제로 이야기합니다("The opposing worlds will overlap. What lies beyond is oblivion"). 다시 말해 Z가 시간을 멈춘 순간이 아직 세계가 완전히 겹쳐져 소멸되기 전의 상태임을 유추할 수 있습니다.
시간이 멈춘 시점을 세계가 소멸하기 직전 단계로 가정하면 이야기가 훨씬 깔끔해집니다. 우선 오프닝의 장면을 그대로 받아들일 수 있습니다 (세상의 멸망을 숨기고 생일파티 축제를 준비하는 멜리아의 태도에 대해 하고싶은 말이 많긴 하지만…). 또한, 니아와 멜리아가 세상이 멈춘 순간을 알고 있고, 따라서 시간이 다시 흐르면 두 세계는 교차되기 직전으로 돌아간다는 것을 알고 있다고 가정할 수 있습니다. 주인공 그룹은 이 내용을 니아에게 들었고 (니아 히어로 퀘스트) 이별을 준비합니다.
다만 이 경우, 니아와 멜리아는 어떻게 이 사실을 알고 있을까? 라는 의문이 남습니다. 뭐, 추측에 추측을 더하는 셈이지만 제 나름의 설명은 다음과 같습니다. 아이오니온은 시간이 멈춰진 찰나의 순간에만 존재하던 거품같은 세계이지만, 오리진은 기존 세계에서 그대로 넘어온 원본입니다. 마찬가지로 오리진의 일부로 여겨지는 존재들은 원본 그대로 아이오니온으로 넘어왔을 수 있습니다. 즉 오리진의 열쇠인 니아와 멜리아는 재창조된 존재가 아니라 원본이며, 따라서 세계의 충돌과 오리진에 관한 내용을 포함 이전 기억을 그대로 갖고 있습니다. 이 가설대로라면 게임 내에서 잘 설명되지 않는 몇 가지 수수께끼의 답도 추측해볼 수 있습니다.
먼저 멜리아의 수명 문제입니다. 기대 수명이 약 500년인 (홈즈 / 하이엔티 혼혈) 멜리아가 아이오니온에서 최소 1천년이 넘는 시간이 지나도 오프닝 시점과 전혀 변함없는 모습으로 존재합니다. 어떻게 가능할까요? 원본의 시점에서 아이오니온의 세상은 시간이 멈춘 상태입니다. 따라서 원본들은 아이오니온의 세상에서는 아무리 오랜 시간이 지나도 나이를 먹지 않습니다.
또 한가지, 리쿠의 정체(?) 입니다. 게임 상 인연 맵을 보면 두 여왕 외에도 6명의 전설의 노폰과 제1비서 노폰의 나이가 ???로 표시됩니다. 나이가 ???로 표시는 원래 세계에서 넘어온 원본이라는 뜻으로 생각해볼 수 있습니다. 인연맵에는 빠져있지만 리쿠도 전설의 노폰 중 한명인 만큼, 이전 세계에서 건너온 원본으로 생각할 수 있구요. 이들은 오리진의 일부로서 존재합니다. 따라서, 오리진의 존재를 (장인 중 한 명인 '긴'은 세상과 가장 가까운 장소이기 때문에 마크나 원시림 하층에 살고 있다고 하죠) 알고 있으며, 그 파편을 다룰 수 있고, 멜리아와 함께 종언의 검(럭키세븐)을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멜리아가 뫼비우스에 감금되기전 미래를 위해 또 하나의 럭키세븐을 만들어 리쿠에게 맡겼다고 상상할 수도 있습니다. 니아가 잠에 들기전에 클라우드캐슬로 향하는 열쇠를 M에게 맡긴것 유사하게 말이죠. 따라서 오리진에서 구출된 후 멜리아는 리쿠와 의미심장한 시선을 주고 받을 수 있습니다.
여기까지 엔딩에서 왜 두 세계가 다시 갈라지게 되었는지, 나름의 해석을 말씀드렸습니다. 다음으로 엔딩의 가장 큰 의문점을 생각해봅니다. 스탭롤 후 세계는 과연 어떤 세계일까요? 두 가지 가정이 존재합니다.
- 오프닝 시점에서 바로 이어지는 세계
- 세계 소멸 후 오리진에 의해 재시작된 세계
이 부분 역시 게임내에서 명확하게 표현되지 않았고, 무엇이 정사일지 혹은 두 가지 가설이 모두 틀리고 아예 새로운 사실이 드러날지 알 수 없습니다. 그저 스토리 DLC나 새롭게 추가되는 히어로 퀘스트에서 보다 자세한 내용이 다루어지기를 기도할뿐… 다만, 앞 서 말씀드린 것 처럼 저는 첫 번째 가설 (오프닝 시점에서 바로 이어지는 세계)을 지지하는 입장인데요. 몇 가지 이유를 설명드리겠습니다.
두 번째 가설대로라면, 시간이 다시 흐른 직 후 두 세계는 서로 충돌해 소멸했고, 오리진에 의해 재생이 시작되어 정확하게 두 세계의 충돌 위험성만 제거된 (그러면서도 피리 소리는 전해지는) 기존과 완전 동일한 세상이 만들어 졌습니다. 음… 뭐 말이 안되는건 아니지만, 너무 편의적인 설정으로 느껴져 껄끄럽습니다. 조금 더 고민해봅니다. 동일한 세계가 만들어질 수 있는 방법에는 두 가지가 있습니다. 1) 처음부터 역사를 다시 시작해 소멸전과 완전 동일한 상태에 도달하거나 2) 소멸 직전의 상태를 모두 저장한 후 그대로 복원하기
첫 번째 방식을 따른다면 다시 시작한 세상은 최소한 오프닝 시점에 도달하기까지 열려있는 미래가 있는 시스템이 아닙니다. 새롭게 시작된 이 세계에서 각 존재들은 자신의 의지로 미래를 개척하는 것이 아니라 오리진에 저장된 정보에 의해 정해진 미래에 도달하게 되는데, 이는 제노블레이드 크로니클 1,2,3의 핵심 메시지 (열려있는 미래 / 미래는 너희들의 손에 달려있다 / 마음속의 모나드를 꺼내라 등등등)를 완전히 부정하는 결론이 될 수 있어, 가능성이 낮다고 봅니다.
반면에 두 번째 방식으로 복원이 이루어졌다면, 게임내에서 오리진에 대한 서술이 좀 부족했다는 느낌입니다. 오리진은 다음과 같이 묘사됩니다.
- 니아:세계에 존재하는 모든 정보와 빛이 된 언어를 기억하는 미래를 향해 나아가는 희망의 배. 오리진은 소멸한 세계를 재생시키는 시스템이었습니다.
영문 대사를 보면 재생이 리부트로 표현되는데요, 두 번째 방식이 오리진의 목적이었다면, 다시시작이라는 뉘앙스의 '리부트'보다는 명확하게 원래대로 되돌린다는 뜻의 '복원 - 리스토어' 라는 단어가 사용되야 하지 않았을까.. 라는 생각이 우선 듭니다. 나름의 서술 트릭일 수도 있겠지만요.
또한, 만일 세상이 복원된다면 그 기반이 되는 데이터는 오리진에 저장된 정보일텐데, 이 정보 자체가 이미 1천년 이상 뫼비우스에 의해 지지고 볶아진대다 아이오니온의 사람들에 대한 내용으로 덮어 써진 상태입니다 (사람들의 기억이 환송자에 의해 빛의 입자(정보)로 변해 다시 오리진으로 돌아감). 이런 망가진 데이터를 기반으로 원래와 동일한 세계를 복원한다니… 컴공 전공으로써 받아들이기 어려운 결론입니다.
따라서, 세상을 재시작 / 복원하는 두 가지 방법 모두 제 마음에 썩 와닿는 가설이 아니며, 결국 남은 한 가지 가설에 따라, 스탭롤 후의 세계는 오프닝에서 바로 이어지는, 소멸되기 이전의 세계라고 생각됩니다. 사실 세상이 멈춘 시점을 두 세계가 소멸되기 전이라고 가정하면, 이 후 세상이 소멸 하든 말든 관계없이, 이러나 저러나, 오리진 재시작 후 주인공 일행은 일단 모두 이 시점으로 돌아와야 합니다.
그러면 남은 문제는 그 직후 어떤 일이 일어날것인가... 입니다. 저는 이 후 두 세계가 예정되로 교차하지만, 충돌하여 소멸하는 대신 서로 연결되어 공존하게 되었다. 라고 생각합니다. 이렇게 예상하는 몇 가지 근거가 있습니다. 먼저 "두 세계가 교차하면 왜 충돌이 일어나서 소멸하는가? 정말 다른 가능성은 없는가?" 에 관한 내용입니다. ‘여왕 니아의 이야기 1’ 컷신 중 관련된 내용이 있습니다.
- 니아: 하나였던 세계가 둘로 나뉘었습니다. 동전의 양면처럼 같은 듯하면서도, 상반된 성질을 지닌 두 세계가 되었죠. 서로의 존재를 모르는체, 두 세계는 각자의 미래를 향해 나아갈 예정이었습니다. 그러나 세계는 서로를 원했습니다. 고독한 존재였기 때문에, 다시 하나로 돌아가려고 했죠. 그것은 파멸을 의미했습니다. 상반된 성질의 세계는 서로 섞이면 모든 것을 소멸시켜 버리죠. 그저 빛만을 남기고
니아의 이 대사가 게임의 엔딩과 주인공들이 아이오니온에서 해온 일들의 의미를 설명할 수 있는 힌트가 될 수 있습니다. 위 대사에 따르면, 두 세계는 서로 충돌하여 소멸합니다. 왜?
- 서로 상반된 성질을 지닌 두 세계가
- 서로의 존재를 모르는체
- 섞여서.
뭐, 물질, 반물질이라던가 음과 양등등의 개념을 생각하면 나름의 설득력이 있습니다. 하지만 이와 동시에 이러한 현상이 항상 일어나는 것은 아니고, 별도의 조건이 필요하다는 것도 알 수 있습니다. 그러면 오리진이 다시 가동되는 게임 엔딩의 시점에서 생각해봅니다. 주인공들이 (그리고 그들의 선조와 시티 사람들이) 아이오니온에서 해온 그 많은 일들의 뒤에도 (그리고 사라진 2주간의 여름 휴가 뒤에도…) 여전히 두 세계가 상반된 성질을 지닌 서로의 존재를 모르는 고독한 존재일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두 세계에는 똑같은 감정과 생각을 하는 서로 다르지 않은 사람들이 살고 있었고 (환송자가 입자를 만져 확인), 이들은 오랜 갈등 끝에 마침내 함께 연대하고 공존하는 방법을 배웠습니다. 처음과 다르게 조건이 바뀌었고, 따라서 서로 교차하더라도 더이상 충돌하여 소멸될 필요가 없습니다.
서로 다른 두 존재간의 만남과 상호이해는 제노블레이드3 게임에서 지속적으로 강조되며 끊임없이 변주되는 주제입니다. 게임 내에서 두 존재 사이의 관계를 나타내는 다양한 표현이 등장하며, 해당 표현들은 각 뉘앙스에 따라 크게 세가지 범주로 나누어 볼 수 있습니다.
교차(Intersect), 충돌(Collide), 상호연결(Interlink) 입니다.
교차는 가치 중립적인 표현입니다. 말그대로 서로 다른 두 존재가 스쳐 지나는거죠. 이 때 두 가지 가능성이 생겨납니다. 충돌 혹은 연결입니다. 충돌은 서로 알지 못하는 상반된 두 존재가 만날 때 발생하며 둘 사이의 전쟁, 끝없는 투쟁 및 공멸로 귀결됩니다. 반면에 상호연결은 서로간의 이해를 바탕으로 이루어집니다. 연결된 두 존재는 공존하며 사랑하고 미래를 향해 함께 걸어갈 수 있습니다.
주인공의 여정 속에서 이 개념은 지속적으로 반복되고 확장됩니다. 먼저 서로 충돌하던 개인과 개인(주인공 그룹)이 서로를 이해한 후 연결(인터링크)되어 앞으로 나아갑니다. 이어 주인공 그룹과 각 콜로니(혹은 히어로)간의 연결이 이루어지고, 이 후에는 더 나아가 콜로니와 콜로니 사이, 궁극적으로 케베스와 아그누스, 시티와 뫼비우스(M과 N을 생각하면) 모두와의 상호 이해와 연결로 발전됩니다. 멀지 않았습니다. 여기서 한 걸음만 더 나아가면 두 세계간의 상호연결이 이루어질 수 있습니다.
오리진을 작동시키기 위한 열쇠에 대해서도 생각해볼만 합니다. ‘여왕 니아의 이야기 1’에는 다음과 같은 내용이 있습니다.
- 니아: 우로보로스 스톤도 종언의 검도 그저 계기에 불과합니다. 본질은 여러분 자신…열쇠는 여러분의 속에도 있습니다.
- 란츠&세나: 우리 안에…
- 니아: 드디어. 이 마음이 보답받았습니다. 이렇게 여러분이라는 희망을 만날 수 있었어요…
오리진의 동작 방식이 자세히 설명되지는 않았지만, 결국 제노블레이드 세계관의 치트키라 할 수 있는 모나드와 유사한 물건이 아닐까 싶습니다. 모나드는 결국 강한 마음을 현실로 만들어주는 장치라고 할 수 있구요. 영원한 현재를 꿈꾸는 사람들의 의지에서 뫼비우스가 태어났습니다. 이와 대조되는 재가동되는 오리진의 열쇠는 무엇이될까요? 게임 내에서 직접적으로 묘사된 것 처럼, 현재 자신의 존재가 사라지더라도 미래로 향하고자 하는 마음이며 (시티 사람들), 두 세계가 나누어진 후에도 언젠가 다시 만날 수 있다는 마음입니다 (주인공 일행). 이 마음의 힘을 열쇠로 오리진은 작동되었고, 그렇다면 오리진은 시간을 다시 움직이고 두 세계를 서로 인터링크 시키게 될겁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이 결론이 가장 마음에 들며, 따라서 뇌피셜로 삼고 있습니다 : ) 이에 따르면, 엔딩 후 주인공 일행은 세상이 교차하기 직전으로 돌아갔고, 이 후 세상은 충돌하는 대신 연결되었고, 주인공 일행은 다시 만날 수 있고, 비록 서로의 인연은 처음부터 다시 시작되겠지만, 영혼에 새겨진 아이오니온에서의 기억과 감정을 되살려 서로 행복하게 잘 살았다… 라고 생각합니다. 해피엔딩입니다.
긴긴 글의 마지막입니다. 게임상에서 뫼비우스(영원한 현재)를 끝내고 미래를 열기 위해 필요한 아이템이 두 가지 등장합니다. 바로 종언의 검과 우로보로스 스톤인데요. 종언의 검은 영원한 현재 대신 불확실한 미래를 선택하는 용기 혹은 결단을 우로보로스 스톤은 서로 다른 존재간의 상호연결을 상징합니다 (연애에 성공한 니아는 연결을 상징하는 우로보로스 스톤을 ,결국 모쏠로 남은 멜리아는 여전히 모나드와 비슷한 종언의 검을 만든 것도 상징적입니다…). 기존의 제노블레이드 1, 2에서는 ‘모나드 혹은 하늘의 성배의 검'과 같이 미래를 향한 주인공의 단호한 의지를 상징하는 아이템이 핵심적인 역할을 했습니다. 반면에 제노블레이드 3에서는 종언의 검만으로 세상을 구할 수가 없습니다. 오히려 종언의 검을 갖고 있던 N은 처절한 실패를 겪어야 했습니다. N은 비록 우로보로스 였지만, 인터링크를 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N의 공격으로 무너진 시티를 재건한 선조들의 이야기를 살펴보면, 시티 재건자 중 두 명인 반담 가문과 도일 가문의 선조들이 최초로 우로보로스의 힘을 온전히 사용해 N을 격퇴했다고 서술됩니다. 다시 말해 N은 비록 우로보로스 였지만, 우로보로스의 힘을 온전히 사용(인터링크)하진 못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결국 단호한 의지와 함께 서로 다른 존재를 포용할 수 있는 상호 이해가 있어야만 세상은 이어지는 미래를 바라볼 수 있습니다. 이렇게 생각해보면 제노블레이드 3는 기존 1과 2의 주제를 계승하면서도 잘 발전시켰다고 해몽할 수도 있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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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자역학적 관점에서 오리진을 슈뢰딩거의 실험 상자, 빛의 형태로 수용된 원주민들의 데이터를 슬릿 실험용 광자에 대입해서, 노아와 미오가 낳고 뿌리를 내린 시티 사람들의 존재야말로 오리진 재가동이 성공하고 두 세계가 제대로 융화된 미래를 확정시키는 관측 결과라는 분석도 있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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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엔딩보고 추론을 한걸 적었는데 단락적이긴 하지만 님과 비슷한 결과가 나오는 것으로 추론한지라 비슷한 의견이 나오니 신기하군요^^;(물론 세부내용은 더 정합적인것같습니다) 일단 전 제트가 계속하여 모순된 얘기만 반복하는걸 봐서는, 애초에 제트 입에서 나오는 말은 대부분 거짓말로 봤습니다. 애초에 인간의 두려움같은 부정적인 감정이 사념이 된 놈인데 신뢰가 가진 않더군요. 두번째로 멜리아의 말이나 니아의 말은 멜리아와 니아가 겪은 '사실'일 뿐이라는 점을 생각해봤습니다. 그런 결과 제트가 멜리아와 니아를 속였을지도 모른단 결론이 나오더군요. 라쇼몽과 비슷한 얘기죠. 주인공 노아가 오프닝과 엔딩에서 이상한 낌새를 느낀 다음 시간이 멈추고 찰나 후, 다시 시간이 흘러가는데 오프닝의 노아는 아이오니온의 세계에 살고 있었고 엔딩의 노아는 아이오니온의 세계에서 벗어났죠. 저도 실제의 인간이 가상의 세계로 가서 겪은 찰나쪽이 좀더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합니다. 니아가 엔딩에 '돌아갈게' 라고 하는 부분도, '렉스와 호무라와 히카리'가 삭제된 세계에서 이 셋이 어떤 형태로든 있는 세계로 돌아가겠다로 들리구요. 두 세계의 합일과 동시에 시간이 정지했다기보다는 합일 이전 시간을 좀더 두고 시간이 정지했고, 오프닝과 엔딩의 어린 노아는 '찰나' 의 시간동안 천년 이상의 인생을 체험했고(이 증거는 '말소' 처리된 요란이 버젓이 살아있는 것으로 갈음될것같습니다) 애초에 아이오니온이란 단어중 아이온은 영지주의라는 종교분파에서 영원한 존재를 가르키는 말인데, 영지주의에선 현실의 물질세계는 제작자 신이 만들어낸 거짓의 것이고 영혼과 이상, 기하학같은 추상적인 것이 천상의 것으로 나눠서 봅니다. 즉 이 말을 반대로 돌리면 아이오니온은 가짜 세계로 리얼이 진짜 세계인거죠 어떤 의미로 구운몽이나 호접몽처럼 뭔가 아시바꿈같은 얘기로 정리되서 허무하긴 한데 결국 비슷한거 아닌가 생각합니다. 아이오니온 세계속에서 움직였던 멜리아나 니아도 유난히 우로보로스나 종언의 검은 '계기' 일 뿐이라며 '마음가짐' 을 강조하죠. 잘 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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씁쓸한 제 마음을 달래기 위해 열심히 궁리한 결론입니다. 이제 다음 Expansion Pack 배포까지 흐뭇한 마음으로 기다리려고 합니다 : ) | 22.08.23 08:24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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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엔딩보고 추론을 한걸 적었는데 단락적이긴 하지만 님과 비슷한 결과가 나오는 것으로 추론한지라 비슷한 의견이 나오니 신기하군요^^;(물론 세부내용은 더 정합적인것같습니다) 일단 전 제트가 계속하여 모순된 얘기만 반복하는걸 봐서는, 애초에 제트 입에서 나오는 말은 대부분 거짓말로 봤습니다. 애초에 인간의 두려움같은 부정적인 감정이 사념이 된 놈인데 신뢰가 가진 않더군요. 두번째로 멜리아의 말이나 니아의 말은 멜리아와 니아가 겪은 '사실'일 뿐이라는 점을 생각해봤습니다. 그런 결과 제트가 멜리아와 니아를 속였을지도 모른단 결론이 나오더군요. 라쇼몽과 비슷한 얘기죠. 주인공 노아가 오프닝과 엔딩에서 이상한 낌새를 느낀 다음 시간이 멈추고 찰나 후, 다시 시간이 흘러가는데 오프닝의 노아는 아이오니온의 세계에 살고 있었고 엔딩의 노아는 아이오니온의 세계에서 벗어났죠. 저도 실제의 인간이 가상의 세계로 가서 겪은 찰나쪽이 좀더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합니다. 니아가 엔딩에 '돌아갈게' 라고 하는 부분도, '렉스와 호무라와 히카리'가 삭제된 세계에서 이 셋이 어떤 형태로든 있는 세계로 돌아가겠다로 들리구요. 두 세계의 합일과 동시에 시간이 정지했다기보다는 합일 이전 시간을 좀더 두고 시간이 정지했고, 오프닝과 엔딩의 어린 노아는 '찰나' 의 시간동안 천년 이상의 인생을 체험했고(이 증거는 '말소' 처리된 요란이 버젓이 살아있는 것으로 갈음될것같습니다) 애초에 아이오니온이란 단어중 아이온은 영지주의라는 종교분파에서 영원한 존재를 가르키는 말인데, 영지주의에선 현실의 물질세계는 제작자 신이 만들어낸 거짓의 것이고 영혼과 이상, 기하학같은 추상적인 것이 천상의 것으로 나눠서 봅니다. 즉 이 말을 반대로 돌리면 아이오니온은 가짜 세계로 리얼이 진짜 세계인거죠 어떤 의미로 구운몽이나 호접몽처럼 뭔가 아시바꿈같은 얘기로 정리되서 허무하긴 한데 결국 비슷한거 아닌가 생각합니다. 아이오니온 세계속에서 움직였던 멜리아나 니아도 유난히 우로보로스나 종언의 검은 '계기' 일 뿐이라며 '마음가짐' 을 강조하죠. 잘 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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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동의합니다. 이후 DLC에서 본편의 내용을 완전 뒤엎는 엄청난 반전이 있을 수도 있겠지만, 현재 본편의 내용을 최대한 반영해 내용을 해석한다면 '아시바꿈'에 가까운 이야기라고 생각되네요. 다만, 사용자들이 그간의 모험을 너무 허무하게 생각하지 않도록 여러가지로 신경써준 부분이 많습니다. '아이오니온이 가짜 세상이라도 모험의 기억 감정들은 진짜' 라는 점이 직접적으로 강조되기도 했고, 여러 퀘스트를 거치며 다양한 형태로 사람들의 감정과 기억이 다시 태어난 후에도 남아있을 수 있다는 점이 들어나는 만큼 (또 이러한 기억이 빛과 노래의 형태로 전해질 수 있고), 가짜 세상 속에서의 이야기였지만 분명 현실 세계에도 좋은 결과를 가져온 모험이었다.. 라고 희망적으로 해석하고 싶습니다 : ) | 22.08.23 13:22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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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자역학적 관점에서 오리진을 슈뢰딩거의 실험 상자, 빛의 형태로 수용된 원주민들의 데이터를 슬릿 실험용 광자에 대입해서, 노아와 미오가 낳고 뿌리를 내린 시티 사람들의 존재야말로 오리진 재가동이 성공하고 두 세계가 제대로 융화된 미래를 확정시키는 관측 결과라는 분석도 있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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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게임 외적인 관점으로 살펴보면 보다 다양한 해석이 있을 수 있겠습니다 : ) 거기에 대해 게임 내부에서 서술된 내용 상에도 시티는 명확히 희망이자 미래 (크리스가 언급)이며, 니아와 노아의 자손 (M이 직접적으로 언급)으로 서술됩니다. 시티가 두 세계가 재생된 후 다가올 미래에 관한 긍정적인 (혹은 현실적인) 상징으로 존재한다는 점에는 적극 동의합니다. | 22.08.23 15:03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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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엔딩 후 타이틀 메뉴에서 이전 컷신을 살펴보니 플레이 중에는 무심코 지나갔지만 꽤나 의미심장한 내용과 설명되는 내용이 많더라구요. 시간 되시면 이런 저런 컷신을 다시 한 번 살펴보셨도 좋을 듯 합니다 ㅎㅎ | 22.08.23 14:56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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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부분은 검은 안개라는 맥거핀이 무엇인가에 따라 해답이 갈릴듯 합니다. 게임외적으론 컷신이 그렇게 지치도록 많은데 중요한 설정들은 왜 다 맥거핀화되는지 개인적으론 좀 이해가 안되는군요; 게임내적으로 보면 시계열로 클라우스의 뻘짓으로 세계2등분->2 dlc 신의 이라 모험->1.2.세계에서의 모험과 신 클라우스의 죽음->1 이어지는 미래의 안개왕 등장->3 세계 탄생으로 이어집니다. 그런데 게임내 묘사로는 검은 안개는 세계의 지배자인 뫼비우스도 성가셔하며 퇴치할 수단이 없는걸로 묘사되는데, 그점을 고려하면 뫼비우스와 검은 안개는 다른 존재라는 추론이 가능하죠 만약 검은안개가 안개왕이 몰고다니는 안개와 동질적으로 같다면, 멜리아와 니아는 안개가 벌이는 현상과 그 정체를 짐작하고는 연구끝에 오리진을 건조하는 것으로 추정되고, 검은안개가 만연해있는 일부 지역 역시(소멸현상이 빈번한) 오리진이 정보수집하기 이전부터 이미 그랬다는 추정이 가능하죠 만약 안개가 세계끼리 합쳐지려는 과정속에서 상대 세계에서 먼저 진입한 상대존재가 안개의 형태로 나타난거라면, 오리진조차 합일 이전의 세계에 미리 합쳐지는게 불가능한것처럼 보이진 않습니다. 뫼비우스의 원형인 두려움은 양쪽 세계 같이 존재했을테고, 아이러니하지만 위 글대로 인터링크 조건에 더할나위없이 적합하니 상황 터지기 전 미리 합쳤을수도 있고요 다만 이 가정은 검은안개와 안개왕이라는 맥거핀이 같은 존재가 아니라고 했을때 형편없이 꼬이고 맙니다. 어찌되었던 확정적인 답안은 시즌패스 2-3차 결과물과 dlc에서 찾을수밖에 없죠 | 22.08.23 11:12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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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의견 감사합니다! 말씀하신 것 처럼 많이 애매한 (솔직히 말해 개발사 실수로 생각되는) 부분입니다. 가능한 게임 자체의 내용만을 참고해 이야기를 해석하려고 하는데, 게임 내부에는 두 세계가 소멸한 듯한 장면과 아니면 아직 소멸전에 시간이 멈춘듯한 장면이 모두 등장합니다. 어느쪽이 참이고 거짓인지, 아니면 단순 실수인지 알 수 없는 노릇입니다. 다만 개인적으로 세상이 소멸된 모습이 명확하게 표현된적은 없고 (비슷한 맥락의 장면들은 소멸 직전 화이트 아웃으로 끝남), 오프닝과 엔딩의 정합성을 생각할 때 '세계가 소멸하기 전에 시간이 멈췄다' 라는 가설에 좀 더 높은 점수를 주었습니다. 만일, 이미 소멸한 세계가 정사가 된다면, 오프닝과 엔딩 장면을 설명할 수 있는 뭔가 대단한 반전이 포함된 스토리 DLC가 출시되지 않을까 기대합니다 (오프닝과 엔딩도 아직 아이오니온 세계의 안이라던가...). 오리진의 동작에 대해서는 역시 또 애매하지만, 일단은 분리되어 있던 두 세계 간에도 최소한 빛으로 의사소통이 가능했던 만큼, 반쪽의 오리진이 온전히 서로 결합되지 않아도 기능을 발휘할 수 있지 않을까 라고 대충 넘어가기로 했습니다. 사실 이 부분도 따지고 들면 여러가지 가설이 나올 수 있는데 (오리진의 조각이 탄생한 계기는, 결합된 오리진이 이미 형성된 아이오니온 세계와 충돌할 때 발생한 파편으로 묘사되는데, 이는 아이오니온은 오리진과는 무관하게 생성된 세계라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습니다), 어느쪽이던 엔딩을 해석할 때는 큰 차이거 없어 간단히 넘어갔습니다. 이 부분은 아이오니온의 초기 역사를 상상할 때 중요한 단서가 될 수 있겠지만, 게임상에는 의도적으로 큰 공백으로 남아있고, 스토리 DLC나 히어로 퀘스트로 커버될 수도 있는 만큼 느긋한 마음올 업데이트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주인공들 입장에서는 세계가 소멸할 위험이 있다는걸 (그리고 두 여왕의 말이 틀릴 수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노아의 사이드 퀘스트 중 크리스와의 문답에서 해당 내용이 명확히 설명됩니다. 세상이 사라질 수도 있다는 크리스의 말에 결국 노아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재생이 이루어지지 않더라도) 뫼비우스의 세상을 없앨거라고 결심합니다. 해당 문답의 내용을 바탕으로 주인공들에 대한 애정에서 나온 결말에 대한 제 가정은 이렇습니다. 1) 엔딩 시점에서 주인공들은 우선 시간이 다시 흐르면, 충돌 직전의 세상으로 돌아갈 것은 명확히 알고 있었고, 2) 그 후 진정 어떤일이 일어날지를 확신 할 수는 없었지만 세상이 소멸 후 재시작할 것을 개대하며, 3) 미래에 대한 희망과 다시 만나자는 약속을 끝으로 덤덤한(?) 이별을 맞이했고, 4) 결과적으로 기대했던 것 보다 더 좋은 결과 (재시작이 아닌 연결된 세계)를 맞이하게 되었다. 여러가지로 고생한 아이들인데 해피엔딩이면 좋겠습니다 : ) | 22.08.23 15:31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