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친구의 자취방은 신설되고 급조된 학교 근처의 저렴한 자취방이었습니다. 학교에서 매우 가깝다는 점을 제외하면 그야말로 컨테이너를 쌓은 듯한 디자인의 값싼, 그리고 지은지 1년도 안된 페인트 냄새도 안빠진 새집이었습니다.
어느날 저녁 그 친구의 집에 들어갔다가 나오는데 자취방의 복도 입구로 올라가는 계단에 찻잔과 찻받침이 두쌍 놓여있었습니다.
친구의 말로는 며칠 전부터 놓여 있었는데 치우질 않는다. 라고 말했습니다.
저녁이고 급하게 가느라 찻잔을 마신 흔적이 있는지는 기억이 안납니다.
이상한 점이 몇가지 있었는데
첫번째로, 그 계단은 커피를 앉아서 마실만한 자리가 못된다는것 입니다.
여러 세대가 사는 자취방으로 가는 유일한 입구의 계단이고, 굉장히 좁고 세칸 네칸정도밖에 안되는 아주 작은 게단인데다가, 주변에도 정원이나 앉을곳이라고는 전혀 없이 바로 거리로 연결되는지라, 그 주변에는 단 한군데도 야외에서 커피나 차를 마실 자리가 없습니다.
게다가 이 일은 작년 한겨울에 발생.
정말로 추운 계절이어서 밖에서 뭔가를 할 수 있는 날씨가 아니었습니다.
두번째로, 찻잔과 찻받침이 꽤나 고급이었다는것.
그냥 야외의 계단에 놓고 며칠이나 놔두기에는 상당히 고급으로 보였고, 만약 그 자취방 건물에 사는 사람이 마신 것이라면, 바로 몇걸음만 걸으면 보이는 계단에 왜 가지러 가질 않았을까요.
세번째로, 그 건물은 신설이라곤 해도 완공된지 1년이 다되가는 건물이었는데, 뜬금 없이 이 일이 생기기 일주일쯤 전에 그 건물의 주변부에 작은 철제 울타리가 만들어 졌습니다. 그다지 보안에도 도움이 되지 않고 미관도 좋지 않은데다 낮아서 쓸모까지 없는 울타리는 왜 설치한건지 모르겠습니다.
한 친구는 공사하는 사람이 울타리를 공사하는 김에 계단에 앉아서 차를 마시고 놓고 간게 아닐까, 하고 추리를 했는데
그러기에는 두번쨰에서 언급했듯이 찻잔과 찻받침이 꽤나 고급이었다는 점. 공사인부용 트레일러는 따로 근처에 있는데 왜 계단에 놓고 갔을까 라는 점 등등이 걸리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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